<요지경 세상> 교감-여교사 불륜 스토리

수학여행 가서도 애들 몰래 ‘그짓’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불륜교사에 대한 해고 조치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가 사업장 내에서 비윤리적인 이성교제를 했더라도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고용관계를 지속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이다. 여교사와 불륜관계인 초등학교 교장의 퇴직급여 제한 징계도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경기도의 한 공립중학교의 유부남 교감 A씨와 불륜관계로 밝혀져 해고당한 여교사 B씨에 대해 ‘부당해고’임을 인정했다. B씨에 대해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경기도의 한 교육지원청이 판정 취소 소송을 내자, 재판부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부적절한 관계

교육지원청의 주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수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교내에서 수시로 신체 접촉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수학여행에 갔을 때도 1시간 가량 숙소를 이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B씨는 교감인 A씨에게 ‘특정 교사를 학년부장에서 제외한다’ ‘특정기간제 교사들에 대해 인사조치를 한다’ 등의 부당한 내용이 담긴 각서를 작성하게 한 후 이행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업무에 부당하게 관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3월, 경기도의 한 교육지원청은 공립중학교 여교사 B씨를 품위유지의무 위반과 업무방해금지의무 위반으로 징계해고 조치했다. 교육지원청은 유부남인 학교 교감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한 B씨에 대해 ‘품위유지의무 위반’ 혐의를 적용했으며, 교감에게 부당한 요구를 포함한 각서를 작성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요구해 ‘업무방해금지의무 위반’도 적용했다.

해고 직후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지만 기각 판정을 받자 중앙노동위에 재심 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는 업무방해금지의무 위반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해고는 과하다며 ‘부당해고’임을 인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해고 조치를 내린 것은 인사재량권을 남용한 행위”라고 판단해 B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교육지원청은 중앙노동위의 결정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단해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로 징계를 한 점은 인정하면서 해고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성 교제는 개인의 지극히 내밀한 영역의 문제이므로 근로자가 사업장 내에서 비윤리적인 이성교제를 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고용관계를 지속하지 못할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학교 내에서 비윤리적인 이성 교제를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정이 발생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교감이 각서를 작성해 주기는 했지만, 이 내용대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차례 성관계…교내서 수시로 신체접촉
다른 교사는 들통 나자 성폭행 허위신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도 동료 남교사와 불륜을 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장 C(여)씨의 퇴직급여 제한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고 지난 3월19일 밝혔다.

해당 학교 교장에 대해 불륜 의혹이 제기되자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3월 감찰을 실시, 불륜 관계가 사실임을 입증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감찰 과정에서 학부모와 직원들로부터 선물과 식사 대접 등 향응을 수수했다는 사실까지 밝혀내고 C씨를 그해 7월 징계위에 넘겨 해임 징계 처분을 내렸다.


또한 공무원연금법 64조 ‘공무원이 금품이나 향응수수, 공금 횡령이나 유용으로 징계해임된 경우 퇴직급여를 감액’에 의거, C씨의 퇴직급여를 4분의1 감면 징계 조치했다.

C씨는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퇴직급여 제한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C씨가 학부모 및 직원으로부터 받은 금품 및 향응 수수가가 37만1000원 상당으로 공무원연금법 64조로 판정하기에는 부당하다고 판단, 퇴직급여 감면 징계 조치가 부당하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징계해임처분을 받게 된 것은 여러 징계사유 중 초등학교 교장의 신분으로서 같은 학교 교사와 불륜관계를 맺은 데 대한 성실의무위반과 품위유지의무위반을 주된 사유로 한 것”이라며 “학부모로부터 금품 및 향응을 수수했다는 점은 부수적 추가사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원고가 수수했다는 금품 및 향응은 비교적 소액이고 수수한 종류, 경위 등에 비춰 비위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품 및 향응 수수 사유만으로 원고를 징계해임할 정도는 아니고 공무원연급법상 퇴직급여 등 지급제한 사유인 ‘금품 및 향응수수로 징계해임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했던 여교사 D씨가 남편에게 동료교사 E씨와의 불륜관계가 들통 나자 E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신고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대구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정도)는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E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D씨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한다고 지난 4월6일 밝혔다.

학교서 무슨 짓

지난해 4월, D씨의 남편으로부터 불륜관계가 들통 나자 D씨는 E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했다. D씨는 경찰 진술에서 “임신한 태아까지 유산했다”고 밝혔으나 경찰 조사에서 간통 피소 전력과 D씨와 E씨가 웃으며 걸어가는 장면이 CCTV 녹화장면에 포착돼 D씨의 진술이 거짓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2005년부터 해당 학교에서 동료 교사로 지내오다 2013년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갖는 등 불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지법은 “성범죄에 대한 무고는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다만 E씨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퇴직교원도 정부포상?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지난달 11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14년 퇴직교원 정부포상자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징계나 형사처벌 경력이 있는 퇴직교원 214명이 정부포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 도박, 쌀직불금 부당 수령, 근무태만, 불륜, 폭력 등의 사유로 징계 및 형사처벌을 받은 퇴직교원은 전체 정부포상자 9938명 가운데 2% 수준이다. 이 중 불륜으로 품위유지를 위반한 퇴직 교원은 4명이다.


안 의원은 “정부 포상은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에게 줘야 하는데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징계를 받은 교원도 받고 있다”며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원들에게 조금 더 엄격한 포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혁>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