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민중미술가로 활동 중인 조정태 작가가 지난 2년 동안 작업해 온 결과물을 선보인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오는 12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에서 조정태 작가의 개인전을 연다"라고 밝혔다. '나는 무엇을 그리고 있나'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30여점의 작품은 관객에게 묵직한 이야깃거리를 안긴다. 자본과 권력에 속박당한 소시민의 편에서 사회를 조망하는 연민어린 시선이 돋보인다.
조정태 작가가 그린 작품 30여점이 오는 12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에서 전시된다. 모든 작품을 아우르는 주제는 '나는 무엇을 그리고 있나'이다. 지난달 30일부터 내걸린 작품들은 계급론에 기초한 현실 담론과 전체주의 구조에서 파생된 개인의 내적 갈등을 소재로 삼고 있다.
내적 갈등이 소재
서구미술사적 관점에서 조 작가는 소위 리얼리즘 계열 화가로 분류된다. 역사적 현실을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려는 시도는 극적인 구성과 풍부한 채색, 밀도 있는 묘사 등에서 확인된다. 붉은색 계통의 거대한 이미지가 내뿜는 위압감은 전시장 안의 공기를 집어삼킬 듯 강렬하다.
조 작가는 그간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했다. 민중미술에 뿌리를 둔 그는 자신의 재능을 화폭에 한정짓지 않았다. 민족미술인협회(이하 민미협) 광주지회장을 맡았고, 뚜렷한 작가 의식을 바탕으로 현실 참여에 앞장섰다. 문화활동가로서 소명을 다한 조 작가는 때로 공공미술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능한 전시기획자로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알리는 일에도 열심이었다.
조 작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대상은 인간이다. 인간을 떠나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할 수 없는 까닭에서다. 그래서인지 조 작가의 작품에는 군중이 자주 등장한다.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군중은 대부분 억압 받거나 고통 받는 존재다.
6번째 개인전 '나는 무엇을 그리고 있나'
사회 비판적 메시지…리얼리즘 계열 분류
각각의 인물 군상이 가리키는 바는 명확하다. 그림을 관람하고 있는 우리 자신이다.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몽환' 연작은 거대한 '쇠창살(Iron Cage)'에 갇힌 현대인의 일상을 표현했다. 국가 또는 민족이란 이름으로 동원된 시민들은 생산과 소비의 대상으로 격하됐다.
작가가 전시 서문에서 언급했듯 그의 작업은 사회구조 속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조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중국의 문인인 루쉰의 <아큐(Q)정전>을 예로 들고 "이분법적 언어로 리얼리즘이란 허울 속에 단편적인 작업을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했다"라고 고백했다. 또 "사회 고발 위주의 직선성에서 벗어나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를 일상적 풍경 속에서 찾아보려 한다"라는 계획도 밝혔다.
조 작가의 다짐은 기존 관성을 타파하고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본 현실을 그림을 통해 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자신에게 물은 '나는 무엇을 그리고 있나'에 대한 답이다. 사회적 이슈에 치중했던 이전 작업과 달리 이번 전시에선 작가 개인의 내면을 담은 작품이 더러 눈에 띈다.
과도기적 작업으로 보이는 '천지' 연작에 대해 조 작가는 "내 자신의 심상이 어땠는지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꽃이 날아드는 창틀을 응시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은 아비규환의 시대상과 소름 끼치는 경쟁 등을 표현한 '일상적 풍경' 연작과 대비된다.
내면에 귀를 대고
조 작가 작품의 장점을 꼽으라면 은유를 들 수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관계자는 특정집단을 모티브로 그린 '한 여름 밤의 꿈'에 대해 "가로 5m가 넘는 평면작업으로 진행됐지만 풍자와 은유, 상징적 요소가 잘 배합됐다"라고 말했다. 이젠 고인이 된 그의 할머니를 은유한 '몸뻬'라는 작품도 인상 깊다.
조 작가는 전시 서두에서 세월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나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라고 적었다. 현실의 참혹함은 그 현실을 다뤄야하는 민중화가의 붓마저 꺾었다. 작가의 표현대로 훗날 머리와 손이 따로 놀지 않는 때가 온다면 못 다한 작업을 매조지을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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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태 작가는?]
조정태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전남대 예술대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부산 민주공원 초대전을 비롯한 개인전 5회와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다. 5·18민중항쟁 특별전 등을 기획했고, 광주시립미술관 전시 자문위원을 맡았다. 광주·전남 미술인공동체를 비롯한 민중미술계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광주민족미술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