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돈가스·맥주…‘수제’ 먹거리 바람

손으로 만든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

수제 먹거리가 인기다. 한 끼를 먹더라도 건강하게, 다양하게 먹으려는 요즘 소비자들의 심리가 작용한다. 자연스럽고 개성 있는 음식을 찾는 것. 그러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태원·홍대·강남 등지서 성행
젊은층 사로잡는 크래프트 맥주

미국의 식품유통전문가와 브랜드개발회사 스털링라이스그룹, 시카고트리뷴, CBS 등이 2015년도 식품 트렌드로 ‘훈제’와 ‘발효’ ‘수제’를 꼽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에 대중 음식으로 널리 먹던 햄버거, 돈가스에 웰빙옷을 입히고 가격을 낮춘 수제 버거와 수제 돈가스가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이태원, 홍대, 강남 등 젊은층이 몰려드는 곳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수제맥주도 여기에 해당된다.
빠름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햄버거와 돈가스 등에서도 수제가 인기다. 저렴한 가격의 한 끼 식사로 대변되던 햄버거 시장에서 수제버거가 당당히 주연으로 거듭나고 있다. 수제버거는 주문 후 조리에 들어간다. 재료도 냉장육 등을 사용하는 등 신선함을 무기로 내세운다. 과거에도 수제버거 열풍이 불기는 했지만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1만원을 훌쩍 넘는 비싼 가격 때문이다.

‘신선함’ 무기

최근 나타나고 있는 수제버거 전문점은 역세권보다는 대학가 주택가 등 B급 상권이나 이면도로에 들어서며 가격을 낮춘다. 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재료를 대량으로 구입해 직접 가공해 가맹점에 공급해 유통마진을 낮춘다. 가격경쟁력을 갖춤으로써 수제버거를 소비자들에게 안착시키고 있는 것.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1번 출구에 위치한 수제버거전문점 ‘마미쿡’은 대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곳은 주문과 동시에 고기 패티를 굽고, 신선한 채소 등을 더해 버거를 만든다.

기존 패스트푸드전문점은 냉동 패티로 만든 햄버거를 미리 데워놓고 주문하면 바로 내놓는 것과는 다르다. 버거 안에 들어가는 치킨 통살과 소고기 패티 등도 모두 신선육만을 사용한다. 고품질 재료로 만든 햄버거가 3000~4000원대다. 5000원 안팎의 시중 햄버거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마미쿡 관계자는 “본사에서 대량으로 식재료를 구입해 용인에 있는 식품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킨도 8500원부터다.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치킨과 함께 포장 판매가 가능한 타이식 누들요리 ‘팟타이’와 ‘타이칠리’ ‘미고랭’도 함께 판매해 매출을 높이고 있다. 수제버거 브랜드 ‘크라제버거’를 운영하는 크라제인터내셔날도 지난 5월 ‘크라제멕스’를 새롭게 론칭했다. 주력메뉴는 버거와 부리또다.

국내 돈가스 시장은 그동안 대량생산한 얇은 공장식 돈가스를 저가격에 판매하는 일명 분식 돈가스가 대다수였다. 2000년대 들어 일본 정통 돈가스를 표방한 프리미엄 돈가스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가격대가 높았다. ‘하루엔소쿠’는 수제돈가스를 기존 프리미엄 돈가스 품질을 유지하되 8000~1만원의 합리적은 가격에 제공한다. 두툼한 생등심살과 생빵가루, 고급 튀김기름을 사용,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풍부해 부드럽고 촉촉하다. 여는 곳마다 인기를 끌어 매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

지난해부터 맥주시장을 사로잡은 키워드는 ‘수제’. 지난해 주세법의 개정으로 그동안 금지됐던 수제맥주의 외부유통이 허용되면서 수제맥주 시장의 문이 열렸다. 젊은층 사이에서 간단하고 싸게 맥주를 마시려는 ‘가벼운 음주 문화’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에 따르면 수제 맥주 전문점이 서울 이태원, 홍대, 강남 등을 중심으로 전국에 1000여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하우스맥주로 불렸던 수제맥주(craft beer)는 대형 맥주제조업체가 대량으로 생산하는 일반 맥주와는 달리 소규모 양조시설에서 생산한다. 맥주 발효방법도 대량 생산에 적합했던 하면발효 방식의 ‘라거 맥주’에서 상면발효로 만든 향긋하고 진한 맛의 ‘에일 맥주’ 등 레시피도 다양하다.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에 위치한 ‘맥파이’는 수제맥주 열풍을 이끈 주역이다. 페일에일과 포터는 과일향과 쌉싸름한 맥주 맛, 포터는 커피향의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미국식 피자와 함께 판매한다. 이태원에는 맥파이를 비롯해 ‘더 부스’ ‘크래프트웍스’ ‘탭 하우스’ ‘사계’ 등 수제맥주전문점이 성업 중이다. 다양한 맛의 맥주를 즐길 수 있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창업시장에서는 트렌드를 좆아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에 좋고 트렌디한 음식이라도 품질 대비 적정한 가격인가가 관건이다. 과거에 수제, 신선함을 앞세웠지만 높은 가격 탓에 시장에서 고전했던 수제버거와 프리미엄 돈가스가 최근 인기를 끄는 점도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춤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다가갔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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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