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대한민국은 지금 ‘사이비 전성시대’

기자·의사·대학 “진짜를 찾아라!”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사이비’ 전성시대다. 기자를 사칭해 취재원을 협박하고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사이비 기자’는 애교가 된지 오래다. ‘기자’라는 직업이 뭐길래 순진한 가정주부들을 유혹해 돈을 뜯어내고 살림을 차리는가 하면, 이혼을 시키는 등 가정파탄을 일으키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의사면허를 대여해 성형외과를 차리고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이 대신 수술을 진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사이버 대학을 차려놓고 한의학 과정을 밟을 수 있다고 꼬여낸 ‘사이비’ 대학도 나타났다. 1990년대 “짜가(?)가 판친다”던 어느 여가수의 노랫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요즘이다.

소위 지성인, 대한민국 상류층이라고 꼽히는 의사들이 자신의 의사면허를 대여해주는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버 한의대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의사는 ‘면허’ 팔고
학교는 ‘양심’ 팔고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가짜 사이버대학을 차려놓고 미국·캐나다에서 활용 가능한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등록금 명목의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모 외국어학원 원장 최모(5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6월18일 밝혔다.

최씨의 사이비 행각은 지난 2006년 9월에 시작됐다. 최씨는 2006년 9월 ‘한의사 면허 취득하고 성공하기’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해당 카페를 통해 온라인 강의만 들으면 캐나다나 미국에서 인정되는 자연의학의사(NMD) 자격증 시험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고 허위광고했다.


최씨의 달콤한 거짓말에 속은 사람은 최근까지 11명에 이른다. 이들은 등록금과 응시료 등의 명목으로 5000여만원을 최씨에게 건넸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이들이 최씨에게 제대로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씨는 코스타리카 서던크리스천대학(SCU)이 개설한 사이버 한의학이라는 과정을 내세우기 위해 그럴 듯하게 한국어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운영했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자신이 이 대학의 학생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최씨가 간판으로 사용한 SCU는 실제 코스타리카에 존재하는 대학이지만 한의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사 결과 최씨는 온라인 강의 과정을 이수한 수강생 한 명에게 실제로 시험지를 주고 캐나다 자연의학사 자격시험인 양 시험을 치르도록 했지만 정작 캐나다에서는 같은 시험이 시행되지 않았다.

해외 ‘사이버’ 한의대…알고 보니 ‘사이비’
의사면허 대여 병원 차리고 ‘사이비’ 시술

놀라운 사실은 최씨의 사이트의 수강생 중에는 물리치료사, 스포츠마사지사, 한의사 자격증을 따 캐나다로 이민 가려했던 현직 내과의사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국에서 중의학을 전공한 한 수강생은 최씨의 부탁으로 온라인 강의에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사이버 대학 이외에도 무인가 교육기관이 난립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불법 의료기관에 의사 면허를 빌려주거나 사이비 성형 시술자를 고용한 ‘타락의사’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돼 사회적 충격을 안겨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6월14일 의사 면허를 대여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심모(68)씨 등 의사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무면허 성형 시술자를 채용한 혐의로 재일교포출신 의사 박모(45)씨를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또 의사 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설한 업자 김모(38·여)씨와 서모(56·여)씨, 박씨의 병원에 취업한 불법 시술자 신모(54·여)씨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의사 면허를 대여한 혐의의 심씨 등 8명은 김씨와 서씨에게 의사 면허를 빌려줬고, 이들은 이를 배경 삼아 2002년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인천 지역에 병원 5곳을 설립해 운영했다.

현행 의료법 상 의료 면허가 없는 개인이 병원을 설립하면 불법이지만 김씨는 남의 의료 면허로 병원을 차리고 당국의 단속을 피해 2009년 4월부터 10월까지 환자 600여 명을 상대로 피부 미백, 점 빼기, 사마귀 제거 등의 시술을 했다.

성형외과 상담실장 출신인 서씨 역시 인천 등지에 성형외과를 차려놓고 의사를 고용해 20억원 상당의 수입을 챙겼다. 경찰 조사 결과 의사 면허를 빌려준 의사들은 대개 병원의 경영안과 자신의 고령을 이유로 급전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고, 사례금조로 400~700만원을 받거나 병원의 고용의사로 월급 2000여만원을 준다는 말에 속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뭐길래…
사이비에 속아 가정파탄

그런가 하면 재일교포 의사 박씨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했지만 2008년 세계적인 경기 위기를 맞은 가운데 시술조차 부족해 환자가 줄자 ‘손기술이 좋다’고 소문난 무면허 시술업자 신씨를 영입했다. 신씨 역시 의사 면허가 없었지만 박씨의 병원에서 주름살 제거수술 등을 했다.

사회적 엘리트로 꼽히는 의사들이 이 같은 밑바닥까지 추락한 것과 관련,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병원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의사들조차 돈의 유혹에 빠져 불법의료 관행을 돕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에서는 ‘기자’라는 간판을 이용, 부녀자를 유혹하고 가정파탄을 초래한 ‘사이비 기자’가 붙잡히는 믿기 힘든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 사이비 기자는 경상도 지역에서도 이 같은 말썽을 부려 쇠고랑을 차고 고향으로 낙향했다. 하지만 제 버릇 남 주지 못하고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다시 한번 ‘한탕’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모 주간지 순천지역취재본부장인 김모(46)씨는 지난해 1월부터 해당 언론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있던 김씨는 기자 본연의 자세는 망각한 채 다른 부업(?)에 열을 올렸다.

경상도 지역에서 기자 신분을 내세워 여성들을 유혹한 뒤 수천만원의 뒷돈을 챙긴 바 있던 그는 순천지역에서 언론사에 입사하자마자 작업 대상을 물색했다.

김씨의 눈에 띈 것은 돈 많은 직장여성 A(53·여)씨. 연봉 5000만원이 넘는 A씨는 고학력에 단란한 가정까지 꾸리고 있었지만 김씨의 달콤한 거짓말에 너무 쉽게 넘어갔다. 김씨는 A씨에게 자신을 “여수 모 방송국 PD로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 동경대학과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파일럿 출신으로 방송국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청와대 출입기자였다”는 식의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했다.

‘용감한 시민상’ 받은 의사도 가짜 드러나
“기자가 뭐길래” 주부 꾀어 몸 뺏고 돈 뜯고

기자라는 전문직에 수려한 외모와 말솜씨까지 겸비한 김씨 앞에 A씨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간판만 걸린 상조회사에 투자비 명목으로 2000여만원을 김씨 손에 쥐어주고 따로 살림까지 차렸다가 이를 알게 된 남편에게 이혼까지 당한 것.

하지만 김씨의 말도 안되는 유혹에 넘어간 여성은 A씨 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지역에서 A씨를 포함해 3명의 여성이 김씨에게 수천만원을 뜯기고 가정파탄에 이르렀다.

김씨는 이들 중 2명을 한꺼번에 만나는 ‘양다리’도 서슴지 않았고, 김씨의 번지르르한 거짓말에 넘어오는 남성들도 있었다. B(52)씨 등 남성 2명도 상조회사 투자명목으로 2000여만원을 뜯겼고, 김씨는 지난 해 1월부터 지난 3월 중순까지 1년 2개월 간 5명에게 60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부녀자를 상대로 사기를 쳐가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긴 김씨는 간판만 걸려 있는 상조회사에 고용한 장애인 직원 C(32)씨에게는 1년여 간 급여를 단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결국 김씨에 의해 가정이 파탄난 여성들은 경찰에 김씨를 신고했고, 김씨의 추잡한 범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24일 서울에서는 절도범을 잡아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의사로 언론에 보도됐던 사람이 알고 보니 면허가 없는 ‘사이비 의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날 허위 이력서로 병원에 취업한 뒤 환자를 불법 치료해 온 나모(35)씨를 보검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

절도범 잡은 ‘용감한 의사?’
면허 없는 ‘사이비’

경찰 조사 결과 의사 자격증이 없는 나씨는 지난해 11월27일 서울 동작구 모 피부과병원에 허위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로 취업한 뒤 4개월간 50여명의 환자를 진료해왔다. 해당 사항에 대해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나씨는 지난 2004년 6월2일 새벽 2시께 서울 신촌에서 절도범을 검거해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바 있으며, 그 당시에도 자신을 의사로 소개해 언론에 보도된 것.

나씨는 이 언론 보도를 핑계 삼아 병원에서 자격증을 제출하라고 할 때마다 “인터넷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의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둘러댄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경찰은 의사 면허를 확인하지 않고 채용한 병원장 등 2명도 붙잡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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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