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양화가 이해은이 4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키스캘러리 측은 지난달 29일 "이해은 작가의 개인전 'The Elements'가 7월1일~7월19일까지 롯데호텔갤러리에서 열린다"라고 밝혔다. 하와이 어느 해변에서 느꼈을 따사로운 햇빛과 보랏빛으로 물든 파리의 밤하늘은 순백의 캔버스에 담겼다.
자유를 생각한다. 이해은 작가는 자유로움에 대한 소망을 그림에 담았다. 그에게 작업은 즐거움의 과정이자 자유로운 '움직임'이다. 역설적으로 이 작가는 "인간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물리적 혹은 정신적 한계에 부딪히기 쉽다"고 믿어서다.
자유를 그리다
인간의 걸음이 아무리 빨라도 지구상 모든 곳을 돌아볼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시각도 퇴화하고 상황에 대한 지각능력도 떨어질 것이다. 인간이 지닌 유한함은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을 수반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추상적 관념이 아닌 실재하는 순간이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해방감이 자유로움의 한 예다. 이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자유로운 순간을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작가에게 그림은 '날개'와 같다. 물리적·정신적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세계로 본인(혹은 관객)을 인도하는 까닭에서다. 그림과 함께라면 지구상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다. 이 작가의 그림은 이처럼 자유를 추구하는 도구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다. 동시에 이 작가는 그림 자체가 목적인 '화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이 작가는 2003년 대학을 졸업한 뒤 작가의 길을 걸었다. 꾸준히 작업물을 발표하고 대중과의 접점을 찾았다. 대학원을 졸업하고는 이탈리아로 날아가 레지던시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세계를 누비며 경험한 정서적 해방감은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는 데 보탬이 됐다.
이 작가는 지난 1일부터 롯데호텔갤러리에서 여섯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은 'The Elements', 부제는 '생생한 것들과 사라질 것들'이다. 이 작가는 본인의 작업노트에서 전시 주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내가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세계 구석구석을 다 누리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할 것이란 점과 언젠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끌벅적한 장소도 기억하기조차 어려운 일말의 형상으로 남겨질 것이란 점이다. 나는 나의 그림에 아주 생생한 것들과 사라질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롯데호텔갤러리서 'The Elements' 개인전
파리·시카고 등 세계 담은 유화품 10여점
하와이 어느 해변에서 느낀 따사로운 햇빛은 오늘날까지 생생한 감촉으로 남았다. 온몸이 기억하는 파리의 밤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클로드 모네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꿨던 지베르니의 정원에는 이 작가가 서 있다. 각기 다른 공간에 대한 작가만의 경험은 유화 형태로 기록됐다. 구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추상화에 가까운 그림들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에 충실한 모습이다.
고정되지 않은 유화 속 물감은 복합적인 기억을 상징한다. 작가의 말처럼 사람의 눈은 생각보다 훨씬 정확하다. 시카고나 터키로 명명된 작품 속 풍경은 모두 작가가 눈으로 기록한 기억의 산물이다. 작가는 진실한 눈을 통해 관찰하고 자신이 느낀 바를 '여행기'로 남겼다. 그 여행기를 탐독하는 독자들은 당시의 감정을 눈으로 느낄 수 있다.
세계를 그리다
키스갤러리의 이유미 실장은 "바람, 공기, 물, 빛 등 그녀의 감각은 단순히 시간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공감각적인 모든 것을 온전히 체화시켜 그림으로 옮겼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 작가의 그림에는) 음악의 선율과 닮은 리듬감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독립된 음표가 모여 완성된 하나의 악보를 만들 듯 공간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바람·공기·물·빛)는 색으로 표현돼 한 작품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물감은 한 캔버스 안에서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풍부한 감정을 전달했다.
'움직임'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이 작가는 다시 그림으로 우리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한다. 'The Elements'전은 오는 19일까지다.
<angeli@ilyosisa.co.kr>
[이해은 작가는?]
▲성신여대 서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Soltitude(2003, 아티누스) Play for the garden(2007, 한국전력공모) King of infinite space(2010, 갤러리콤마) Riverwild(2011, 가나아트스페이스) Suspend motion(2012, 갤러리이마주)
▲단체전 관훈갤러리,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가이아갤러리, 갤러리그리다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