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PGA투어 전망

다양한 정책 변화 시도 ‘흐린 뒤 맑음?’

2015년은 한국남자프로골프계에 무척 중요한 해다. 세계 최강 미국남자골프와 한국을 포함한 인터내셔널팀 간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이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남자골프의 민낯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해인 것이다.

우승시드 확대, 스폰서 추천 권한 확대
올시즌 상금왕, 상금순위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올해 15개 대회, 99억원 규모로 치러질 국내 남자골프는 대회 수나 상금 규모에서 여자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여자골프 대회는 총 29개 대회에 총상금 184억원 규모다.

대회 수, 상금 규모
여자대회 절반 수준

세계 최강 한국여자골프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지만 한국남자골프의 힘도 결코 허약하지 않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공식 홈페이지(www.pgatour.com)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동포 선수를 포함해 미국,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출전자를 갖고 있는 나라다. 잠재력이나 선수층으로 보면 스타가 꾸준히 나올 비옥한 토양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도 남자투어의 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투어만으로 유지되기보다는 해외투어 스케줄에 영향 받는 종속변수의 조짐마저 보인다. 10월에 프레지던츠컵이 열린다지만 대체적으로 여자투어로만 관심과 돈이 집중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 3월 하순 발표된 남자투어 스케줄은 14개 대회를 치렀던 지난해에서 한 개 늘어난 15개 대회로 치러지며 총상금 규모는 지난해 91억원보다 8억원 늘어난 99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개막전은 4월 넷째 주에 올해로 11년째 열리는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총상금 4억원)이다.
2009년부터 6년간 여자대회를 치른 주방가구제작업체 넵스는 올해 남자투어로 돌려 총상금 4억원 규모의 ‘넵스마스터피스’를 개최한다. 김우현 선수의 아버지가 스폰서가 된 바이네르오픈도 올 시즌은 수도권에서 대회를 이어간다. 국내 최고역사의 KPGA선수권은 총상금 10억원 규모로 열리고, 제58회 한국오픈은 9월 둘째 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올해 다양한 정책 변화를 시도했다. 첫째는 우승시드 확대다. 10년 이상 이어온 대회는 3년의 우승시드를 부여하고, 20년 이상의 대회는 4년, 3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온 대회는 5년의 우승시드를 부여한다.
두 번째는 대회를 개최하는 스폰서의 추천 권한 확대다. 종전까지 추천 선수는 스폰서 2명, 주관방송사 1명, 골프장 추천 1명이었으나 올해부터는 10퍼센트 이하로 넓혀 개정했다.
마지막으로 국군체육부대(이하 상무) 소속 선수의 투어 출전이 확정된 것이다. 올 시즌 최초로 국내에서 개최되는 세계군인체육대회를 겨냥해 꾸려진 상무 소속 선수들의 모습을 KPGA 코리안투어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KPGA 관계자는 “올해 남자 협회에서는 대회수 증가의 초점을 선수의 생활 터전 확보 관점으로만 봐왔던 데서 탈피해 남자선수들이 대중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기존에 해오던 우승 선수들이 아마추어골퍼와 라운드하는 해피투게더, 프로암 감사카드 등의 노력을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남자골프계가 침체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남자선수들은 대회수가 여자선수들에 비해 현저히 적다. 따라서 메이저급인 한두 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거기서 상금왕이 결정되는 사례가 많았다. 예컨대 한국오픈 우승 상금 3억원은 일반 대회 총상금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특정 대회가 투어 전체를 좌우하는 사례가 많았다.
국내 대회수가 적다 보니 해외 대회에서 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가끔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확률이 높았다. 2011년 상금왕 김경태부터 이는 매년 반복되어온 결과다.
또 그동안에는 슈퍼스타가 없었다. 우승자는 비슷비슷한 스코어로 마지막 날에 가려졌다. 한 번에 떠오르는 선수가 없다. 올해 패널 예측에서 특히 그러한데, 패널 간에 모아지는 최대 공약수가 부족하다. 매년 상금 상위권을 예측해도 그때마다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했다. 실력에 큰 차이가 없으니 대회 당일의 컨디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지난 2013년 상금왕에 오른 강성훈의 우승 궤적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다. 미국 1부투어 자격을 잃고 실의에 빠져 국내에 머물던 강성훈에게 최경주인비테이셔널을 주최한 최경주가 초청선수로 불렀고, 마침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 강성훈은 그 자격으로 이어진 한국오픈에 출전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 2위로 마치는가 했다. 그런데 1위를 확정 지은 것 같던 김형태의 다소 황당한 룰 위반 논쟁으로 인해 강성훈이 우승 트로피를 안았고 또 그해 상금왕에 올랐다.
투어 전문가들조차도 누가 우승할지 예측하기 힘들다면, 골프팬은 누굴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을까? 여자투어에는 슈퍼스타가 넘쳐나는데 남자만 유독 없는 것일까? 대회수가 적다고 매년 해외로 빠져나가는 선수들은 또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우리의 남자 상금 순위 예측만큼 남자협회도 풀기 힘든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올해도 상금 상위권인 박상현, 이기상, 변진재, 강지만 등이 일본투어로 진출했기 때문에 뚜렷한 스타플레이어가 없어 매우 힘든 시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허인회, 맹동섭, 김우현 등 상무골프팀이 재건되면서 상금없이 정규투어에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김승혁이 지난해 일본투어를 뛰면서도 상금왕을 차지해 남자투어는 사실상 상금왕을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 상금왕은 박상현이다. 두 명의 패널로부터 5점과 한 명에게서 4점을 받아 14점으로 가장 높은 상금왕 후보로 꼽혔다. 그 뒤는 지난해 상금 1위였던 김승혁이고, 문경준과 지난해 상금 2위였던 류현우도 5점을 얻었다. 하지만 한 패널당 5명씩 뽑은 결과 총 18명이나 나왔다.
그만큼 특정한 선수로 모아지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그 중에 대부분은 한 패널에게서 유망주로 꼽혔다. 이는 남자골프에 슈퍼스타가 없는 현실을 방증한다. 올해 남자투어를 볼 때 ‘누가 나오니까 봐야한다’라는 테마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박호윤 KPGA 사무국장은 “묘안이 없다. 스타를 공장에서 찍어낼 수도 없다.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갑자기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박 국장은 또 “여자는 국제 경쟁력이 좋다. 신체 특성상 세대교체가 빨라 남자선수들에 비해 참신한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남자는 대회수가 적어 다승자가 나오기가 어렵고 여기에 군대 문제까지 겹쳐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의 인기는 국제 경쟁력과 관련이 크다. 국내 스포츠팬들은 세계 최고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진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지성이 뛸 때 전 국민이 열광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선수들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남자골프가 상대적으로 더 위축돼 보이기도 한다.
KPGA투어가 쇠락한 이유로 스타 부재를 꼽는 사람도 많다. 한국남자프로골프에선 2007년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와 배상문(29)·김대현(27) 이후 걸출한 젊은 스타를 찾기 힘들었다. 스타가 탄생하지 않는 투어를 스폰서들이 외면하기 시작했고, 대회가 줄어들자 선수들이 미국이나 일본·아시아투어로 눈을 돌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올해 대회 수는 KLPGA의 절반인 15개 수준이다. 그나마 2개 대회는 여전히 후원사를 찾지 못해 제대로 열릴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운동선수를 지망하는 어린이 중 여자는 골프가 1순위인데 남자는 야구나 축구가 먼저다. 또 남자 골프에서는 박찬호·박지성 같은 세계최고의 슈퍼스타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경주나 양용은이 뛰어난 활약을 하긴 했지만 남자골퍼들은 전반적으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했다.


남자골퍼들
‘봄은 멋 곳에’

새로운 스타는 자연적으로 탄생하기도 하지만 만들어지기도 한다. 허인회(28·상무)나 이창우(22)·김민수(25·군입대) 등 스타의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없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은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KPGA가 스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도 적잖다. 한 골프관계자는 “선수 경쟁력이 약하다고 불평하기 앞서 협회는 먼저 협회의 경쟁력을 돌아봐야 한다. 코리안투어 홈페이지는 선수자료 하나 보기도 상당히 불편하다.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KPGA투어가 팬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또 있다. 남자프로골퍼들을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프로님’이라고 여기는 팬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남자대회의 프로암에 참가한 사람들은 “남자선수들은 자신이 프로라고 거만하게 행동한다. 매너도 거칠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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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