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스닥 8위' 코미팜 불량공정 내부고발

먼지 가득한 공장서 약품 만든다고?

[일요시사 경제2팀] 강경식 기자 = 코스닥 시총 랭킹 8위를 자랑하는 코미팜㈜이 암초를 만났다. 비위생적 제조공정과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내부 고발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올 2월까지 실시됐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잘 넘기고 상승세를 타고 있던 코미팜이 또 다시 돌발변수를 만난 것이다. 
 
 
원래 코미팜은 동물의약품이 주력인 회사다.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 동물성 전염병 백신과 치료제가 주력 제품이다. 최근에는 항암제와 암성통증 치료제 ‘코미녹스’를 개발해 인체 의약품 분야까지 사업을 넓히고 있다. 최근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시가총액이 1조8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잘나가는 회사다.
 
세균·오염물질
유입 가능성 ↑
 
이런 코미팜이 만난 암초는 내부 고발자의 양심고백이다. 코미팜에서 연구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씨는 본지에 “제약회사 코미팜의 비위생적인 상태를 직접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씨의 제보에 의하면 코미팜이 설비확장을 위한 공장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공장 내부로 각종 먼지와 오염물질이 유입되고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4년 내내 의약품을 계속 생산해 왔다는 것이다. 
 
원래 제약회사는 위생에 민감하다. 제조 공정에 관해서는 더욱 예민하다. 이물질이 제품을 오염시키거나, 백신의 품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사를 진행하면 발생하는 각종 먼지나 먼지에 섞인 미세한 크기의 세균과 오염물질이 제품의 품질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렇다 보니 실제로 대부분의 제약회사는 리모델링을 시공하는 동안 생산 공정을 멈추고 설비와 제품을 보호한다. 대표적인 예가 셀트리온이다. 지난 2013년 4월부터 셀트리온은 진천공장의 리모델링을 위해 생산 공정을 멈추고 4개월간 의약품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런데 코미팜은 지난 4년동안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를 생산과 병행해왔다. 한 건물 안에서 생산과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 제품을 계속해서 생산해왔다는 것이다. 이씨가 내놓은 시흥공장 내부 사진을 보니 청정수준을 요구하는 제약회사로는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공사현장과 의약품 제조시설은 분리되어 있지 않았을 뿐더러, 시커먼 먼지가 쌓인 건축자재들이 바닥에 나뒹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더러운 먼지가 날리는 복도를 드나들면서 생산을 계속해왔다”며 “공사현장과 차단되지 않은 복도가 이어진 2층 조직배양실과 가금실, 충진실을 거친 제품은 비위생적인 공정을 통해 생산됐다”고 강조했다. 
 
청결해야 하는데…비위생적 제조 의혹
리모델링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 생산
 
또한 공정을 위해 청결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생산설비 일부가 건축자재 사이에 보관되고 있었다고 제보했다. “백신용 계란을 올려놓는 선반이 리모델링 자재들 사이에 보관되고 있다”며 “각목과 철 구조물들이 쌓여있는 공간에 날아다니는 각종 세균과 오염물질이 포함된 먼지가 하루에 몇 차례만 복도를 지나다녀도 신발에 묻어나는 비위생적인 현장”이라는 것이다.
 
사진대로라면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였다. 사실 확인을 위해 직접 시흥 공장을 찾았다. 이씨의 주장대로 공사가 한창 이었고, 현장 인부의 증언을 통해 조직배양실을 비롯한 충진실, 가금실이 위치한 2층에서 내부공사가 계속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코미팜이 KVGMP 인증을 받았는지 쉽게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KVGMP 인증 
어떻게 유지?
 
KVGMP란 ‘동물용 의약품 우수 품질관리기준’으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의해 제조검사시설과 품질관리상태에 대한 인증이다. 이 인증은 위생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증명인데,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제대로 평가됐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코미팜은 4년간의 리모델링 공사 동안 생산과 실내 공사를 병행해왔지만, KVGMP 인증과 관련해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과 2002년에 각각 주사제·주입제·수액제와 생물학적제에 대해 KVGMP인증을 획득한 코미팜은 현재까지 제조와 품질에 대한 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KVGMP의 ‘동물용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실태 평가표’에 의하면 ‘미생물의 오염방지에 유의’ ‘청정도 유지 관리 및 정기점검’등을 평가하고 있다. 코미팜에서 리모델링 공사와 생산이 병행된 4년 동안 과연 실사를 통한 인증이 이뤄졌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코미팜 고위 관계자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KVGMP인증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리모델링과 병행해 가동된 기존 생산시설은 인증을 이미 받은 공간이고, 공사 현장과 구분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공사현장과 생산공정이 이어져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조장치를 통해 공기중의 압력 차이를 만들어 업무 공간으로 공사현장의 공기가 흐르지 못하게 막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작업자의 출입시 옷이나 신발에 오염물질이 묻어 생산 공정으로 이동하는 것은 어떻게 막는가?”라는 질문에도 “일상생활에서 오염되는 수준”이라고 대답했다. 
 
작업환경의 청결도가 의심스러운 코미팜이 오히려 직원들에게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과도한 위생상태 유지’를 주문해온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생산에 관여하는 모든 직원에게 매번 락스물에 손을 씻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내부 고발자 이씨는 “회사가 락스물이 담긴 통을 가져다 놓고 손을 씻으라고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증언 뿐이 아니다. 코미팜 시흥 본사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모든 근무자에게 락스물로 손을 씻을 것을 강요받았음을 확인해줬다. 이씨와 김씨 외에도 락스물로 손 씻기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하는 직원들은 줄을 이었다. 한결같이 "회사가 직원들이 락스물로 손 씻을 것을 지시하고 강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락스’는 ‘피부에 직접 닿았을 경우 유해하다’고 알려진 제품이다. 국내 락스제조사인 유한·크로락스 관계자는 “락스 사용시 피부에 닿았을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고무장갑을 낀 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제품용기의 경고문구는 그냥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는 부연이다. 화학물질안전관리정보시스템만 접속해 봐도 ‘락스의 주 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Sodium Hypochlorite)은 피부와 지속적으로 접촉했을 때, 화학적 화상을 일으키면서 급격한 건조, 표백을 유발할 것’이라는 경고를 볼 수 있다.
 
‘까라면 까라!’
인권침해 논란
 
위험해 보이는 손 씻기 강요가 지속되자 직원 중 일부는 고용노동부에 감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기도 했다. 이들은 노동부에 “검온장에서 락스 손 씻기를 강요한 것은 큰 문제”라고 코미팜의 행태를 지적했다. 강요를 받았다는 근거로 이들은 검온장에 설치된 CCTV를 지목했다. 사측은 CCTV를 통해 직원들이 락스물에 손을 씻는지 감시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CCTV를 통해 강요를 받은 것은 인권침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씨는 “CCTV가 설치된 장소에서 손 씻기를 강요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입니다”라며 “회사는 항암제를 만든다는데 직원들은 독성물질로 손을 씻다가 암에 걸릴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구해본 결과 인권위는 “시중에 판매 중인 손 소독제와 손 세정제가 있는데도 락스로 손 씻기를 강요하는 것은 건강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CCTV를 설치해 직원들이 락스로 손을 씻는 것을 확인한 것은 인권침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코미팜 고위 관계자는 “락스를 이용한 손 씻기를 강요한 적이 없다”면서 “직원들의 손 씻기에 사용한 것은 구연산과 알콜” 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코미팜 측이 손 세정제로 사용했다는 ‘구연산’은 락스보다 더 강한 독성물질이다. 화학물질관리정보시스템상에는 구연산의 피부 접촉시 ‘매우 유독하고 치명적이다’라며 ‘모든 피부접촉을 피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한쪽에선 과도한 위생 주문
직원 락스물에 손씻기 강요
 
그러나 락스보다 독한 구연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코미팜의 입장을 추가로 듣고자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코미팜 측이 <일요시사>의 취재를 회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차례 연결을 시도했으나 코미팜 측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언론의 취재를 회피전략으로 대응한 코미팜은 사실 내부단속에 바빴다.
 
내부 고발자 및 직원들에 의해 코미팜 관리자들로부터 입단속, 및 언론대응전략을 암기하도록 주문하고 있던 정황이 확인됐다. 관리자들은 락스 손 씻기에 대해 ‘감기환자 때문에 락스물로 바닥을 닦으려 했다’거나, 리모델링 공사에 대해 ‘환경은 어쩔 수 없다. 직원들이 습관이 돼야 할 뿐’이라는 식의 대응전략을 강요하며 직원들의 입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들은 “코미팜은 부당한 것을 계속 강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코미팜에 노조가 없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도 부당한 강요가 지속되는 이유로 지목했다. 이들은 “개선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며 “부당한 것을 강요하는 회사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코미팜의 문제에 대한 내부 고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요시사> 취재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을 접한 고용노동부는 코미팜에 감독관을 파견해 ‘락스 손씻기’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고, 코미팜 측은 이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고용노동부는 “코미팜 사태에 대한 현장 감독 결과, 코미팜 측이 락스 손씻기 강요를 인정했고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내용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고용노동부의 감독관 파견 이후 코미팜 고위 관계자에게 “락스로 손 씻을 것을 강요한 적이 없다”면서 왜 고용노동부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았는지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했지만 코미팜 측은 이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노동부 감독관 파견
축산본부도 조사 중
 
고용노동부 외에도 지난 21일 KVGMP를 관리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역시 감독관을 파견해 공사가 품질에 미쳤을 영향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였다. 더불어 검역본부는 리모델링이 진행된 기간 동안 생산된 제품의 품질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조심스럽지만 필요하다면 재 평가를 해야 한다”며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생산과 리모델링의 병행을 강행해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스스로 불러일으키는 코미팜의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lieben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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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