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보는 데 얼마 들까?

2015 복채 대해부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 지나면 점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평소 점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토정비결, 사주팔자, 궁합 등을 알아보기 위해 점집을 찾곤 한다. 길거리의 노점 점집을 비롯해 강남대로변의 빌딩에 위치한 점집,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점집까지 편의점보다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점집이다. 그렇다면 상담의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인 복채는 얼마가 적당할까.

음력 연초가 되면 점집은 호황이 이룬다. 점술가로부터 토정비결, 사주팔자 등을 본 후 다가올 한 해를 미리 예견해보고 혹시 모를 사고나 질병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골머리를 앓아왔던 자녀 문제, 직장 내 갈등, 직업 선택, 결혼 문제, 건강 걱정, 사업 문제 등의 근심거리를 점술가에게 토로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안 받을 수 있다.

복채, 기본 5만원

지난 2월24일 점집을 찾았다는 남숙자(56·주부)씨는 “매년 연초가 되면 점집을 찾곤 한다”며 “올해로 33살이 된 아들이 여자친구가 없어 걱정이었는데 내년에 결혼운이 있다고 하여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3인 가족이라 작년까지는 복채로 3만원씩 총 9만원을 냈는데, 올해는 15만원을 냈다”고 설명했다. 

‘복(福)’을 채간다는 의미에서 유래된 복채는 점술가에게 상담의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을 말한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쌀, 닭 등 현물에 준하는 농축수산물로 복채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1980년대 이후부터는 현금으로 복채를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복채는 얼마가 가장 적당한 것일까. 기자가 직접 점집을 찾아 복채 가격을 알아봤다.

가장 먼저 강남역 주변의 노점 타로카드 점집을 찾았다. 질문을 던지자 점술가는 테이블 위에 타로카드를 나열한 후 7장을 뽑으라고 말한다. 질문에 대한 점괘를 들은 후 추가 질문을 하자 이번에는 타로카드 3장을 더 뽑으란다. 총 네 가지 질문을 던졌고 뽑은 타로카드를 해석함으로써 점괘를 들을 수 있었다. 복채가 얼마냐고 묻자 1만원이란다. 가격표에 적힌 ‘타로카드 5000원’에 대해 언급하자 ‘디테일 1만원’이라고 적힌 문구를 가리킨다. 가격표에는 종합운, 궁합, 신년운세, 나의성향, 관상의 경우 3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주변인들로부터 소개 받은 소위 ‘용하다’는 점술가를 만나기 위해 새벽 5시 이태원 경리단길을 찾았다. 사전 현장 예약을 해야만 정오부터 순차적으로 상담이 가능한 곳이다. 두 번째 차례였기에 오후 1시 다시 점집을 방문한 기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무속인을 만날 수 있었다.

한참동안 기자의 얼굴을 본 무속인이 입을 열었다. 손님에게서 투영되는 영상을 통해 점괘를 말한다는 이 점술가는 20여분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이후 심도 있는 대화로 남은 40분을 채웠다. 복채로 7만원을 지불했다.  

유명 역술인으로 꼽히는 한국역술인협회 백운산(유영대) 회장을 찾아갔다. 무속인 점술가와는 달리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생년, 생월, 생일, 생시, 성명 등을 불러주자 백지에 한자를 차곡차곡 적어 나갔다. 이후 기자의 사주팔자에 대해 요목조목 설명해주었다. 이어 관상, 수상(손금), 성명의 역술을 풀이해줬다. 사주팔자 풀이만으로는 개인의 운명을 가늠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얼마를 내야 하냐고 묻자 합산 5만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및 SNS을 통해 점괘를 봐준다는 강준현(32)씨를 영등포역 부근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났다. 휴대전화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 만세력에 기자의 기본정보를 입력한 후 사주팔자에 대해 풀이해줬다. 말솜씨가 유창하지는 않았으나 백운산 역술가의 풀이와 엇비슷하게 맞아 떨어졌다. 30여분간 이어진 점괘의 복채는 1만원이었다.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복채의 규모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지역 및 인지도에 따라 금액은 다소 차이가 났으나 노점 점집을 제외한 대부분의 점집에서는 평균 복채 5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평균 복채를 살펴본 결과 서울·경기·인천 지역은 5만원, 지방은 3만원에 거래됐다.

골머리 근심거리…점술가 만나 해소
지역·인지도 따라 가격 '천차만별'

소위 ‘용하다’고 소문난 점술가와 영매한 지 2년이 되지 않은 무속인의 경우에는 10만원 이상의 복채를 지불해야 한다. 특히 무속인이 많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동두천, 포천, 연천 지역과 충청북도 제천, 경상북도 영주의 경우에는 대부분 복채가 1만원이며, 최대 3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시사> 998호 ‘일요초대석’에 소개된 점술가 정호근의 복채는 10만원으로 조사됐다. 노점 점집의 경우에는 대게 가격이 명시돼 있으며 상담 항목에 따라 5000원에서 3만원에 거래된다. 정확한 복채가 궁금할 때는 사전 예약 시 복채 가격을 물어보면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한경신연합회 진선(최수진) 회장은 “점을 본다는 것은 유형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별개의 개념이다”며 “협회에서 회원들에게 권장하는 복채 금액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5만원에 거래되지만 복채는 점을 보려는 사람이 성의껏 건네는 것이므로 상담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복채는 성의껏

한국무속신문사에 따르면 약 10여년 전 부산 온천장의 문수보살이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점괘를 봐준 대가로 1700만원의 복채를 받아 국내 최고가 복채 금액으로 조사됐다. 국내 유명 역술인도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둔 한 후보자의 점괘를 봐준 대가로 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운산 회장은 “걱정거리가 없는 사람은 점집을 찾지 않는 법이다”며 “통산적으로 5만원에 거래되지만 점괘가 마음에 들 때는 백단위의 금액을 건네는 손님도 있다”고 설명한다. 덧붙여 “간혹 현재 상황도 힘든데 점괘 결과가 더 최악인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복채를 받는 대신에 차비에 보태 쓰라고 돈을 건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에서 그려진 점술가는 점괘를 설명하는 도중 입을 다문다. 복채를 달라는 의미다. 이때마다 지폐 한 장씩을 건네면 보다 상세한 점괘를 풀이해 준다. 하지만 실제로 점술가에게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점술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용 연출 장면인 것이다. 그렇다면 복채는 어느 시점에 지불하는 것일까.  

인천 계산동에 위치한 칠성사의 변성은 무속인은 “상담 전, 중, 후 아무 때나 복채를 지불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며 “상담자가 점괘의 만족도와 복을 채가려는 마음에 따라 복채 지불액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상담이 끝난 후 복채를 지불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대한역술인협회, 대한경신연합회, 한국무속협동조합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점술가는 역술인 30만명, 무속인 23만명으로, 총 53만명(노점 점술가 제외)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무속인 점집을 찾는 경우 복채 이외에도 기도, 부적, 굿 등의 추가 비용이 소요되기도 한다. 기도 비용은 30만∼50만원, 복사본 부적을 제외한 부적 비용은 30만∼80만원, 굿 비용으로는 350만∼1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기점, 사기굿 많아

부적은 액운을 퇴치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제작된다. 매년 고액 부적에 의한 사기 사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지난해 2월에는 아들의 앞날이 잘 풀리려면 부적을 써야한다는 명목으로 555만5000원짜리 부적을 써준 무속인이 사기 혐의로 붙잡혔다.

이 무속인은 지난 2008년 2월에도 남편이 죽을 지도 모른다고 위협해 1999만9990원의 부적을 써준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부산지검은 “무속행위를 할 의도가 없고, 효과도 믿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속여 부정한 이익을 취할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지만, 부적을 쓴 뒤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속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무속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보통 수도권 5만원, 지방 3만원
유명인, 일반인보다 비싸게 받아


굿은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노래와 춤으로 길흉화복 등 인간의 운명을 조절해 달라고 빌기 위해 이뤄진다. 굿의 형태는 이용 목적에 따라 다양하나 대표적으로 조상굿, 산신굿, 서낭굿, 병굿(우환굿), 재수굿(운수굿) 등을 들 수 있다.

지난해 9월에는 30대 여성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합격 기원 재수굿을 500만원 들여 벌였다가 시험에 불합격하자 사기죄로 무속인을 신고했으나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 사례가 있다. 재판부는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얻기 위해 굿을 하는 경우이므로 사기라고 보기 힘들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2월에는 모 건설업체 사장이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무속인에게 공사 도중 사고가 나지 않도록 5000만원짜리 재수굿을 의뢰했다.

실제로 공사 중 인부 사고가 나지 않자 타운하우스 관련 신사업과 관련 1억5000만원의 재수굿까지 의뢰했다. 하지만 이 타운하우스 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되고 말자 뒤늦게 사기 굿임을 깨닫고 사기죄로 무속인을 신고했다. 그동안 건설업체 사장이 무속인에게 건넨 굿 의뢰 액수는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TV 방송에 여러 차례 소개되며 유명세를 탄 강남의 한 무속인은 지난해 2월 한 증권전문가로부터 30여 차례에 걸쳐 17여억원의 굿비를 챙겼다.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한 증권전문가가 사업 번창을 목적으로 재수굿을 의뢰해 온 것이다. 증권전문가는 굿비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주식 투자를 명목으로 투자금을 받아 개인용도로 사용했으며 사기 혐의가 인정돼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한국무속인협동조합 김준옥 조합장은 “무속인의 말을 무시하기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신기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그렇다고 해서 너무 무속인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무리한 금액을 요구할 때는 과감하게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위협적인 말투로 누군가가 죽을 지도 모른다고 공갈 협박하는 무속인은 대부분 사기 무속인이다”며 “점을 보러 갈 때는 주변 지인들이 추천하는 점술가를 찾아가는 게 사기를 피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억 단위 굿

한편 최근 영아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지문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수상학(손금) 중 하나인 지문점을 통해 타고난 성격과 성품, 적성을 알 수 있어 자녀의 적성 교육에 참고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지문점은 정기문(감성형), 반기문(창의형), 쌍기문(조정형), 두형문(지도자형), 호형문(안전형)의 다섯 가지로 구분되며 각 손가락별로 지문 분석을 통해 보다 상세한 점괘를 알 수 있다.  

3세 아들을 둔 허선영(32·직장인)씨는 “아들의 지문은 호형문 형태로 사무 능력과 관리 능력에 뛰어나며 안정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말해주더라”며 “공무원, 교사 등 책상에 앉아 서무 관련 업종으로 나아갈 것을 추천 받았다”고 말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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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