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②7인의 잠룡 '동상이몽 로드맵'

백날 잘해봤자 명절만 못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각지로 흩어진 가족들이 도란도란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자리에 정치인 얘기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가족끼리 때로는 합심해서, 때론 반목해서 열띤 토론을 펼치는 모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명절 풍경 중 하나다. 그렇기에 승천을 꿈꾸는 대권 잠룡들 입장에서는 한 명의 입을 통해서라도 더욱 자주 거론되길 원할 것이다. 명절민심이 곧 대권민심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2014년 정국이 숨 가쁘게 전개되어 왔기에 이번 설 명절에서는 풀어놓을 이야기보따리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증세 없는 복지’ 논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당대표 경선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실형 선고 등 이번 설 명절은 음식만큼이나 이야깃거리가 다채롭다. 당·정·청은 물론이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안도 산적해 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차기 대선후보에 관한 논평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당면과제는
당의 결속

현재 정계에는 차기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잠룡’이 7명 존재한다. 지금은 ‘이무기’이지만 언제 여의주를 물고 승천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이들은 공교롭게도 여·야에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등 야당 측 주요 인물은 물론 여당에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총리후보자(2월11일 현재),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등 충분한 역량을 가진 인물이 넘쳐나고 있다. 여느 때보다 대선을 꿈꾸는 이들의 색깔과 특징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보는 이의 흥미를 돋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행보는 각기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 새정치연합의 새로운 대표로 당선된 문재인은 우선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수습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합을 벌인 박지원 의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보내주신 성원에도 불구하고 저는 패배했다. 죄송하다”며 “국회의원, 평당원으로서 앞으로도 강한 야당, 정권교체를 위해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혀 세간에서 예상하던 탈당설에 대한 진화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다른 비노 측 인사들도 박 의원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호남 민심이 여전히 문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어 혹시나 있을 지지자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전신인 민주당의 뿌리가 호남이라는 점을 들어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당권 쥔 문재인 여세 몰아 당심 장악
추락하는 안철수 해법찾기 위해 부심

이러한 목소리에 기름을 붓는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표가 첫 공식 일정으로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 묘소 참배에 대해서는 날 선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신임 지도부내의 강경파들은 묘소 참배에 찬성하는 온건파 최고위원들의 면전에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내 통합을 먼저 생각해야지, 첫날부터 대선주자 행보를 하면 안 된다”며 “다른 최고위원들도 눈치만 보면 안 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이어서 정 최고위원은 “(문 대표의 박 전 대통령 묘소참배에 대해) 한 고문이 ‘독일이 유대인 학살을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들이 히틀러 묘소 참배할 이유는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가 하면 ‘일본이 과거사를 사과한다고 야스쿠니에 참배하고 천황에 절할 이유는 없다’는 말도 들었다”며 “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소식에 울기까지 하는 원로도 있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국내보단
해외서 해법

한편 문 대표는 참배에 앞서 “박정희 대통령 묘소, 또 이승만 대통령 묘소 참배 여부를 놓고 국민들이 서로 갈등하고 그것으로 국론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충원 참배로써 그런 분열·갈등을 끝내겠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표의 설 일정은 ‘당심 잡기’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분열된 마음을 한군데로 모으지 못한다면 4·29재보궐 선거부터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이 비교적 쉽게 승리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만약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문 대표의 행보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는 형국이 될 수 있다.


2012년 문 대표와 마지막까지 단일화를 두고 옥신각신했던 안철수 의원은 언론을 통해 설 일정을 발표했다. 안 의원은 설 연휴 동안 기업 혁신에 대한 최근 동향을 살피기 위해 독일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했다. 한 언론사를 통해 안 의원 측 관계자는 “‘히든 챔피언’ 기업이 많은 독일에서 기업 동향과 글로벌 기업 흐름을 살펴볼 수 있어 독일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번 미국에서 가전 흐름을 살펴본 데 이어 유럽과 미주를 균형감 있게 살펴보겠다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히든 챔피언’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우량 기업을 뜻하는 말로 안 의원의 이러한 행보는 그동안 유지해 온 ‘중소기업살리기’의 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세계 경제의 중심 축을 순방함으로써 흐름을 파악하고 기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모색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특히 안 의원이 성공한 CEO라는 측면에서 기업인들이 느낄 공감대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안 의원 측은 “앞으로 아시아 경제의 중심인 중국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결국 연일 하락하고 있는 안 의원의 지지도 반등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일정을 살펴본 뒤 최종적으로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이며 독일 방문 후 이달 말쯤 토론회 자리를 겸해 방문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각자의 자리에서 민생 잡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여론조사 등을 통해 문 대표를 잇는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로 꼽히는 박 시장은 지금까지 행보로 보아 이번에도 한결같은 일정을 보낼 확률이 높다. 이는 지난해의 행보를 봐도 알 수 있다. 2014년 2월경 설 연휴를 앞두고 박 시장은 경찰서를 돌며 방법순찰대원을 격려하는 것을 시작으로 각 기관들을 방문해 연휴임에도 쉬지 못하고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어서 박 시장은 각종 복지 센터를 방문해 노인들에게 배식봉사를 하는 등 소외 계층을 위한 봉사에 나섰다. 통상적인 현장 시찰을 주로 했던 것이다. 이때가 6·4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는 점은 2015년 설 명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서울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박 시장은) 특별한 계획 없이 평소 하던 대로 민생 시찰에 나설 것이다”고 전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마찬가지다. 충남도청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에 따르면 “현재 특별한 일정은 확인된 바 없다”며 “설 연휴를 전후로 해서 군경 등을 격려하고 소외 계층과 함께하는 일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안 지사는 지난 6일 태안군 신진도에 위치한 항을 방문, 도내 해안 군경을 위문한 바 있으며 8일에도 충남 서해 최일선에서 해양 경비와 향토방위를 수행 중인 군인들을 격려했다.

관할 지역
민생 시찰

그러나 박 시장과는 다르게 안 지사는 복잡한 현안을 하나 끌어안고 있다는 측면에서 행보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충남도청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에 따르면 “기존 민간 시찰은 그대로 진행하는 가운데 구제역 예방을 위한 조치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잇따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안 지사를 중심으로 충남도청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서 관계자는 “(안 지사는) 설 연휴에 구제역 의심 지역의 농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구제역 확산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일정 위주로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안 지사는 설을 앞두고 발생한 구제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성군 은하면 구제역 통제초소를 찾아 방역 상황을 살피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안 지사는 “홍성은 국내 최대 축산단지인 만큼 긴장의 끈을 더욱 조여야 한다. 어려워도 함께 막아내자”며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철저한 방역과 백신 접종, 이동통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박원순·안희정·김문수 민생 속으로
김무성
·이완구 당면현안 파악 주력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아직 일정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설 일정은) 아직 미정으로 설 전날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의 일정을 예상해 본다면 지난해 일정과 유사하게 양로원과 노숙자 쉼터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외부적으로는 새정치연합에서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됐으며 내부적으로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선임되는 등 변화가 시작된 만큼 2014년과는 다른 움직임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평소 보스 기질이 강하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이기에 변화에 따라 자칫 흔들릴 수 있는 당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김 대표가 누누이 밝힌 ‘강한 당’을 위한 초석이 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행보로 보인다.


또한 4·29 재보궐 선거가 눈앞에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향후 발언이 기대된다. 우선 김 대표는 공천과 관련, 거물급 인사의 차출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차출론 목소리가 계속적으로 들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관악구, 광주 서구 등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구에서 새정치연합에 비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신빙성 있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김 대표가 설 연휴동안 마음을 바꿔 김문수, 오세훈 등에게 지지를 보낼 확률도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후보자는 청문회로 지친 심신을 달랜 후 본격적인 행보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정홍원 총리가 내 놓은 ‘설 민생안전대책’을 이어받아 연휴기간 중 귀성객들의 교통 문제와 각종 화재 및 재난사고 예방, 응급진료 지원 등과 같은 안전 문제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껏 설 연휴를 조용히 보냈다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이 총리 또한 큰 일정보다 흔들리는 정국을 바로잡는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각양각색
설날 행보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같은 51년생인 이완구 총리가 급부상함에 따라 잠룡구도에 난 균열을 감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2014년에 “8년이면 많이 했다”며 3선 도전을 포기하고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감한적 있다. 당시 그는 새누리당으로부터 재보궐 선거 출마 요구도 많이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후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택시기사 체험을 하는가 하면 소록도와 꽃동네 봉사 등 정계에서 벗어나 활동을 이어가다가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여의도 정계에 복귀했다.

그가 혁신위원장으로 돌아왔다는 측면이 향후 대권도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같은 51년생인 이완구 의원이 총리로 올라섬에 따라 강력한 야권 잠룡으로 올라섰지만 김 위원장 또한 혁신을 주도하는 이미지로 충분히 대권에 도전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주도하는 혁신위원회의 장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움직임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개인 SNS를 통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는 풀뿌리공천제·국민공천제가 이루어지기 바란다”라고 밝힌 것처럼 제도의 도입 여부에 따라 선거의 혁신을 이끈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총리보다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더욱 많이 받는 잠룡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는 해외에서 보낼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UN북한인권회의 참석을 위해 16일에 미국으로 출발한다”며 “따라서 설 연휴는 미국에서 보내실 예정이다”고 밝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잠룡들 지지도 보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차기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 9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표는 18.5%의 지지율을 기록, 전체 1위에 올랐다. 이는 전 주 대비 1.0% 포인트 오른 결과로 새정치연합 2·8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전후 지지율 상승 현상)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끝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문 대표가 1위를 유지하는 원인에 대해 리얼미터 관계자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가 종반으로 가면서 야권 지지층의 관심도가 높아졌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표가 새정치연합 당권도전 의사를 밝히면서부터 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컨벤션 효과가 작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3.3%의 지지율로 2위에 머물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1.2%로 3위를 유지했으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각종 의혹의 영향으로 0.4% 포인트 하락한 7.5%의 지지율로 4위를 기록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0.1% 포인트 뒤진 7.4%로 5위를 차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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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