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②7인의 잠룡 '동상이몽 로드맵'

백날 잘해봤자 명절만 못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각지로 흩어진 가족들이 도란도란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자리에 정치인 얘기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가족끼리 때로는 합심해서, 때론 반목해서 열띤 토론을 펼치는 모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명절 풍경 중 하나다. 그렇기에 승천을 꿈꾸는 대권 잠룡들 입장에서는 한 명의 입을 통해서라도 더욱 자주 거론되길 원할 것이다. 명절민심이 곧 대권민심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2014년 정국이 숨 가쁘게 전개되어 왔기에 이번 설 명절에서는 풀어놓을 이야기보따리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증세 없는 복지’ 논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당대표 경선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실형 선고 등 이번 설 명절은 음식만큼이나 이야깃거리가 다채롭다. 당·정·청은 물론이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안도 산적해 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차기 대선후보에 관한 논평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당면과제는
당의 결속

현재 정계에는 차기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잠룡’이 7명 존재한다. 지금은 ‘이무기’이지만 언제 여의주를 물고 승천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이들은 공교롭게도 여·야에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등 야당 측 주요 인물은 물론 여당에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총리후보자(2월11일 현재),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등 충분한 역량을 가진 인물이 넘쳐나고 있다. 여느 때보다 대선을 꿈꾸는 이들의 색깔과 특징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보는 이의 흥미를 돋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행보는 각기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 새정치연합의 새로운 대표로 당선된 문재인은 우선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수습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합을 벌인 박지원 의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보내주신 성원에도 불구하고 저는 패배했다. 죄송하다”며 “국회의원, 평당원으로서 앞으로도 강한 야당, 정권교체를 위해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혀 세간에서 예상하던 탈당설에 대한 진화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다른 비노 측 인사들도 박 의원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호남 민심이 여전히 문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어 혹시나 있을 지지자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전신인 민주당의 뿌리가 호남이라는 점을 들어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당권 쥔 문재인 여세 몰아 당심 장악
추락하는 안철수 해법찾기 위해 부심

이러한 목소리에 기름을 붓는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표가 첫 공식 일정으로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 묘소 참배에 대해서는 날 선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신임 지도부내의 강경파들은 묘소 참배에 찬성하는 온건파 최고위원들의 면전에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내 통합을 먼저 생각해야지, 첫날부터 대선주자 행보를 하면 안 된다”며 “다른 최고위원들도 눈치만 보면 안 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이어서 정 최고위원은 “(문 대표의 박 전 대통령 묘소참배에 대해) 한 고문이 ‘독일이 유대인 학살을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들이 히틀러 묘소 참배할 이유는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가 하면 ‘일본이 과거사를 사과한다고 야스쿠니에 참배하고 천황에 절할 이유는 없다’는 말도 들었다”며 “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소식에 울기까지 하는 원로도 있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국내보단
해외서 해법

한편 문 대표는 참배에 앞서 “박정희 대통령 묘소, 또 이승만 대통령 묘소 참배 여부를 놓고 국민들이 서로 갈등하고 그것으로 국론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충원 참배로써 그런 분열·갈등을 끝내겠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표의 설 일정은 ‘당심 잡기’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분열된 마음을 한군데로 모으지 못한다면 4·29재보궐 선거부터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이 비교적 쉽게 승리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만약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문 대표의 행보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는 형국이 될 수 있다.


2012년 문 대표와 마지막까지 단일화를 두고 옥신각신했던 안철수 의원은 언론을 통해 설 일정을 발표했다. 안 의원은 설 연휴 동안 기업 혁신에 대한 최근 동향을 살피기 위해 독일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했다. 한 언론사를 통해 안 의원 측 관계자는 “‘히든 챔피언’ 기업이 많은 독일에서 기업 동향과 글로벌 기업 흐름을 살펴볼 수 있어 독일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번 미국에서 가전 흐름을 살펴본 데 이어 유럽과 미주를 균형감 있게 살펴보겠다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히든 챔피언’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우량 기업을 뜻하는 말로 안 의원의 이러한 행보는 그동안 유지해 온 ‘중소기업살리기’의 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세계 경제의 중심 축을 순방함으로써 흐름을 파악하고 기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모색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특히 안 의원이 성공한 CEO라는 측면에서 기업인들이 느낄 공감대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안 의원 측은 “앞으로 아시아 경제의 중심인 중국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결국 연일 하락하고 있는 안 의원의 지지도 반등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일정을 살펴본 뒤 최종적으로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이며 독일 방문 후 이달 말쯤 토론회 자리를 겸해 방문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각자의 자리에서 민생 잡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여론조사 등을 통해 문 대표를 잇는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로 꼽히는 박 시장은 지금까지 행보로 보아 이번에도 한결같은 일정을 보낼 확률이 높다. 이는 지난해의 행보를 봐도 알 수 있다. 2014년 2월경 설 연휴를 앞두고 박 시장은 경찰서를 돌며 방법순찰대원을 격려하는 것을 시작으로 각 기관들을 방문해 연휴임에도 쉬지 못하고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어서 박 시장은 각종 복지 센터를 방문해 노인들에게 배식봉사를 하는 등 소외 계층을 위한 봉사에 나섰다. 통상적인 현장 시찰을 주로 했던 것이다. 이때가 6·4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는 점은 2015년 설 명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서울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박 시장은) 특별한 계획 없이 평소 하던 대로 민생 시찰에 나설 것이다”고 전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마찬가지다. 충남도청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에 따르면 “현재 특별한 일정은 확인된 바 없다”며 “설 연휴를 전후로 해서 군경 등을 격려하고 소외 계층과 함께하는 일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안 지사는 지난 6일 태안군 신진도에 위치한 항을 방문, 도내 해안 군경을 위문한 바 있으며 8일에도 충남 서해 최일선에서 해양 경비와 향토방위를 수행 중인 군인들을 격려했다.

관할 지역
민생 시찰

그러나 박 시장과는 다르게 안 지사는 복잡한 현안을 하나 끌어안고 있다는 측면에서 행보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충남도청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에 따르면 “기존 민간 시찰은 그대로 진행하는 가운데 구제역 예방을 위한 조치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잇따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안 지사를 중심으로 충남도청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서 관계자는 “(안 지사는) 설 연휴에 구제역 의심 지역의 농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구제역 확산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일정 위주로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안 지사는 설을 앞두고 발생한 구제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성군 은하면 구제역 통제초소를 찾아 방역 상황을 살피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안 지사는 “홍성은 국내 최대 축산단지인 만큼 긴장의 끈을 더욱 조여야 한다. 어려워도 함께 막아내자”며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철저한 방역과 백신 접종, 이동통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박원순·안희정·김문수 민생 속으로
김무성
·이완구 당면현안 파악 주력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아직 일정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설 일정은) 아직 미정으로 설 전날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의 일정을 예상해 본다면 지난해 일정과 유사하게 양로원과 노숙자 쉼터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외부적으로는 새정치연합에서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됐으며 내부적으로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선임되는 등 변화가 시작된 만큼 2014년과는 다른 움직임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평소 보스 기질이 강하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이기에 변화에 따라 자칫 흔들릴 수 있는 당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김 대표가 누누이 밝힌 ‘강한 당’을 위한 초석이 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행보로 보인다.


또한 4·29 재보궐 선거가 눈앞에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향후 발언이 기대된다. 우선 김 대표는 공천과 관련, 거물급 인사의 차출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차출론 목소리가 계속적으로 들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관악구, 광주 서구 등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구에서 새정치연합에 비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신빙성 있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김 대표가 설 연휴동안 마음을 바꿔 김문수, 오세훈 등에게 지지를 보낼 확률도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후보자는 청문회로 지친 심신을 달랜 후 본격적인 행보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정홍원 총리가 내 놓은 ‘설 민생안전대책’을 이어받아 연휴기간 중 귀성객들의 교통 문제와 각종 화재 및 재난사고 예방, 응급진료 지원 등과 같은 안전 문제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껏 설 연휴를 조용히 보냈다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이 총리 또한 큰 일정보다 흔들리는 정국을 바로잡는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각양각색
설날 행보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같은 51년생인 이완구 총리가 급부상함에 따라 잠룡구도에 난 균열을 감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2014년에 “8년이면 많이 했다”며 3선 도전을 포기하고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감한적 있다. 당시 그는 새누리당으로부터 재보궐 선거 출마 요구도 많이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후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택시기사 체험을 하는가 하면 소록도와 꽃동네 봉사 등 정계에서 벗어나 활동을 이어가다가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여의도 정계에 복귀했다.

그가 혁신위원장으로 돌아왔다는 측면이 향후 대권도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같은 51년생인 이완구 의원이 총리로 올라섬에 따라 강력한 야권 잠룡으로 올라섰지만 김 위원장 또한 혁신을 주도하는 이미지로 충분히 대권에 도전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주도하는 혁신위원회의 장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움직임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개인 SNS를 통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는 풀뿌리공천제·국민공천제가 이루어지기 바란다”라고 밝힌 것처럼 제도의 도입 여부에 따라 선거의 혁신을 이끈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총리보다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더욱 많이 받는 잠룡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는 해외에서 보낼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UN북한인권회의 참석을 위해 16일에 미국으로 출발한다”며 “따라서 설 연휴는 미국에서 보내실 예정이다”고 밝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잠룡들 지지도 보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차기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 9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표는 18.5%의 지지율을 기록, 전체 1위에 올랐다. 이는 전 주 대비 1.0% 포인트 오른 결과로 새정치연합 2·8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전후 지지율 상승 현상)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끝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문 대표가 1위를 유지하는 원인에 대해 리얼미터 관계자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가 종반으로 가면서 야권 지지층의 관심도가 높아졌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표가 새정치연합 당권도전 의사를 밝히면서부터 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컨벤션 효과가 작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3.3%의 지지율로 2위에 머물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1.2%로 3위를 유지했으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각종 의혹의 영향으로 0.4% 포인트 하락한 7.5%의 지지율로 4위를 기록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0.1% 포인트 뒤진 7.4%로 5위를 차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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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