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특집 천기누설> 전·현직 대통령 을미년 운세

“계속 피하면 큰 코 다친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전현직 대통령이 시끄러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전 대통령은 사자방 비리 혐의로, 현 대통령은 비선 실세 국정개입 문건 유출 파문으로 최악의 위기에 몰려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갑오년이 저물어 가고 을미년 새해를 앞에 두고 있는 지금, 두 사람의 행보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주풀이의 대가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과 함께 전현직 대통령 앞날을 예측해 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며 "다사다난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고 한 해를 마무리하느 소회를 밝혔다.

이어 "돌아보면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 속에서도 경제를 살리고자 국내외적으로 최선을 다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시점이 불확실하고, 민생의 어려움으로 안타깝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소회
"다나다난했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2014년 갑오년은 다사다난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으며, 후임병 폭행ㆍ사망, 총기 난사, 병영 내 성추행, 방산비리 등 군 관련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은 보통 집권 2년차에 징크스를 겪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논란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고, 노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강행과 선거개입 논란으로 탄핵의 심판대에 오른 바 있다.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지율은 위임 후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다가 지난 22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결정에 하락세를 잠시 주춤한 모양새다. 12월 셋째주 기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9.9%. 2012년 대통령선거 직후 지지율이 60%를 넘어섰던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집권 첫 해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2년차는 세월호 사건으로 그냥 흘려 보낸 게 가장 큰 이유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6명에게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질문한 결과, 37%는 긍정 평가했고 52%는 부정 평가했으며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소통 미흡(21%)'이었다.

[박] 불통 벗고 먼저 다가가야 
"사람 모이지만 인덕 없어"

정의화 국회의장도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정 의장은 지난 15일 정홍원 국무총리와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민생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최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해외순방과 관련해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하고 난 뒤에 3부 요인(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이나 5부 요인(3부 요인·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청와대에 초청해 그간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셔야 한다"며 "국회의장의 위치에서 신문지상 보도만 보고 인지한다는 것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불통' 이미지가 깊다. 검증을 받지 못한 인사만 곁에 두고 엇갈린 이해 관계를 풀지 않은 채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해 온 탓이다.

박근혜정부는 정권 출범부터 지금까지 함량 미달 인사를 기용했다가 낙마를 거듭하는 등의 인사 참사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2년 초 박근혜정부 1기 내각 후보에 올랐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등 고위직 관료 후보자가 각종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잇달아 사퇴했다. 올해 내정됐던 문창극 총리 후보자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터져 나온 각종 의혹에 스스로 물러나야 했다.

일방적인 '비정상의 정상화'도 문제가 됐다. 박근혜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명분과 정당성만 내세워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노동자들과의 합의절차는 배제됐다. 자연스레 파업과 투쟁이 이어졌다. 코레일 수서발 KTX 노선 운영 문제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을 시작으로,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노조가 파업과 투쟁을 벌였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가 불거지자 10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대규모 파업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합의절차 배제
일방통행 정책

2015년은 박근혜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 국회의원 선거와 2017년 대통령 선거가 예정, 박 대통령의 새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을미년 박 대통령은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백운비 원장은 박 대통령이 지금의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간담상조(肝膽相照)'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간담상조는 간과 쓸개를 서로 보여줄 정도로 마음을 터놓고 서로 친밀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백 원장은 "대통령은 스스로의 마음을 터놓고 국민과 가까이 다가가는 포용력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원장은 "박 대통령은 사람이 필요하며 가까이 해야 하는 인지재입(仁之在入)의 운으로 주변에 사람은 많이 모이고 잘 따르나 인덕이 적다"며 "개인적으로 아끼는 사람보다는 대중적인 덕망을 가진 사람을 등용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곤일척(乾坤一擲)' '사필귀정(事必歸正)'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5년 운세를 아우르는 단어들이다. 이 전 대통령은 사상초유의 국부유출 사건으로 불리는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 혐의로 궁지에 몰려 있다.

[이] 이거냐, 저거냐 중대결정 기로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갈 것"

검찰은 4대강사업·자원외교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과 국방부,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7곳의 사정기관에서 105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해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야당의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대한 요구에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던 새누리당도 야당과 합의,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그러나 연말 비선실세 개입 문건 파동이 터지면서 사자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는 떨어졌다. 궁지에 몰렸던 친이계 의원들은 청와대를 쇄신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문건을 유출한 게 친이계가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들려온다. 여기에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지면서 이 전 대통령은 여론의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지난 23일 국무총리실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발표한 4대강사업에 대한 조사결과는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4대강 16개 보 가운데 6곳에서 누수현상이 확인됐고 조사한 75곳의 저수지 가운데 일부에서 침식이 발생한 것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원인과 대책은 빠졌다. 지난해부터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이 제기했던 문제점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16개 보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위치 선정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됐는지, 설계와 시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구조적인 문제는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연말 어수선한 정국을 스리슬쩍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백 원장은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백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은 2015년을 승패와 흥망을 걸고 마지막을 결행하는 단판 승부를 벌어야 하는 해로 맞이해야 한다"며 "결단을 확실히 하고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의 마음으로 일관해야 한다"고 전했다.

증인출석 여부?
'모르쇠' 일관

지난 19일 이 전 대통령은 생일 겸 송년회를 위해 마련된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던 중 자원외교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출석 의향을 묻는 말에 "구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추정해서 이야기하면 안 되지"라고 답했다. 사실상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거부한 것. 또한 이 전 대통령은 여야가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할 일, 하는 일인데 나한테 물어보면 되느냐"며 말을 아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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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