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화제의 책 <공직자노트3.0> 저자 강요식

공직사회에 불어 닥친 새로운 바람 ‘공직자 3.0’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를 통해 매일 같이 전해지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 이러한 때에 ‘공직자3.0’이란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올바른 공직자상의 기준을 제시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공직자노트3.0>의 저자 강요식씨를 만나봤다.

<공직자노트3.0>의 저자 강요식씨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으며, 현재 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주)의 상임감사직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온 그가 <공직자노트3.0>을 통해 전하는 공직생활 노하우는 그만큼 생생하고 실용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 퇴임하는 이주영 전 해수부장관에 대해 ‘세월호 사고 수습에 헌신하는 모습에 유가족과 국민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책을 통해 제가 새롭게 제시한 공직자3.0 개념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 바로 이 전 장관이다. 많은 공직자들이 이 책을 읽고 이 전 장관과 같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공직자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왔던 저자가 펴낸 <공직자노트3.0>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그가 주장하는 창조경제시대에 걸맞는 공직자상이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공직자노트3.0>의 저자 강요식씨를 만나봤다. 다음은 강씨와의 일문일답.

- 우선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 이 책은 제가 에너지 공기업 한국동서발전(주)의 상임감사위원으로 근무 중에 실천했던 열정과 감성의 활동사항을 ‘트윗텔링’ 방식으로 기술한 책이다.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고 경험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한 책으로 공직자들 뿐 만아니라 창조경제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에게도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본다.

- 저서에서 트윗텔링이란 낯선 서술 방식을 사용했다고 들었다. 트윗텔링이란 무엇이고, 그 같은 서술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트윗텔링(Tweettelling)’이란 트위터에 올리는 글 ‘트윗(Tweet)’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합성어로 제가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저술 방식이다. 140자 이내로 쓰여진 완성된 글이 간결하고 연속적으로 이어져 주제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2년에 제가 출간한 <박근혜, 한국 최초 여성대통령>이 트윗텔링 기법으로 저술된 최초의 책이다.


- 이 책은 모두 100개의 트윗텔링으로 이뤄져 있는데 독자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트윗텔링은 무엇인가?

▲ 두 가지 트윗텔링을 독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첫 번째는 공직은 신성(神聖)한 것이다. 공직자는 뚜렷한 국가관을 갖고 맡은 바 임무를 신독(愼獨)의 자세로 수행해야 한다. 공직은 내 것이 아니라, 국가가 준 위임된 일시적 권력이다. 이 권력을 착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나라와 국민이 불행해진다. 두 번째는 “국가와 개인의 부와 행복을 결정짓는 것은 창의성 격차(Creative Divide)에 있다. 창조는 조합하는 능력이다. 즉 ‘연결과 융합’하는 생각의 근육을 길러야 한다. 창조를 한다는 것은 경쟁력 있는 조직과 나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성장엔진이다.”

- 책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가?

▲ 저는 지금까지 총 8권의 책을 출간했고, 그중 3권은 시집이었다. 육사신보 편집부 기자생도(41기) 시절 글을 쓰기 시작했고, 메모하는 습관이 큰 힘이 된 것 같다. 그중 <공직자 노트 3.0>을 쓰게 된 동기는 공공기관과 임원들의 실상을 잘 알려서 ‘낙하산’의 오명을 씻고, 공직사회에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어 국가혁신을 위해 다같이 솔선수범하자는 모티브를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형태가 아닌 자발적인 공직기강 정상화가 더욱 절실한 때이다.

국가혁신 위한 올바른 공직자상은?
똑바로, 올바로, 법대로, 제대로

- 시인, 교수, 박사, 강사, 칼럼리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다.

▲ 저에게는 끝없이 불타오르는 ‘열정’이 살아 있다. 공직자로서 골프 안 치고, 술을 절제하고, 밤잠을 줄여가며 ‘아름다운 꿈’의 비타민을 먹고 동력을 받고 있다. 행복이란 다른 데 있지 않고 스스로 ‘재미, 의미, 몰입’을 찾아가는 것이다. 한스 모어는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장애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살아가다보면 자신의 뜻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열정을 살린다면 언젠가는 멋진 꿈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공직자에게는 스스로 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는 시를 통해서 내 자신을 순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순신 장군은 전쟁터에서도 일기를 썼다. 감성 관리는 열정과 더불어 공직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 저서를 통해 공직자 3.0이란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 공직자 3.0이란 무엇인가?

▲ ‘공직자 3.0’은 공직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지표다. 과거 공직자들은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갑’으로 군림하는 존재였고 공직을 권력으로 알고 탐욕스러운 일까지 일삼았다. 그런 시대를 공직자 1.0으로, 근래에 오면서 공직자의 윤리가 강조되고 개선된 시기를 공직자 2.0으로 규정했다. 공직자 3.0은 소속기관의 가치와 이익을 창조하고 청렴한 생활과 국가혁신을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바람직한 공직자상을 말한다.

- 저서를 통해 국가혁신을 위해서는 공직사회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공직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 공직은 ‘철밥통’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한다. 또한 적당주의, 복지부동의 관행을 버려야 한다. ‘내가 아니면 누가하느냐’ 하는 책임감과 소명감을 갖고 솔선수범해야만 한다. 다행히 최근 정부의 공공기관의 정상화 노력에 부응하여 공직사회가 방만경영 개선과 부채감축 등으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공직사회는 지금 기존에 누렸던 복지혜택도 반납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려 애를 쓰고 있다.

-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국가 혁신의 과제를 공직자 개인에게만 떠넘기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공직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 불투명한 행정 개선 등 제도개선이 먼저 선행되거나 최소한 병행되어야 하지 않나?

▲ <제2의 정부 공공기업 변화의 조건>의 저자 박개성은 “공공기업은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정부보다 무려 1.8배나 되는 예산을 쓴다. 위상과 역할이 중요한 만큼 쏟아지는 비난의 강도도 높다. 그러나 공공기업의 문제를 공공기업의 탓으로만 돌려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정부와 국민은 공직자들에게 보다 엄정한 요구를 하고 있지만 반면 ‘왜 공기업이 이렇게 지탄을 받느냐’고 반문할 때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정부에서는 공기업에 많은 사람을 채용하라 하고, 요금은 싸게 하라고 하지만 또 적자를 보면 안 된다는 상충된 주문을 하고 있다. 공기업이 잘못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공기업이 건전하게 대국민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과 국민의 신뢰가 필요하다.

- 저자께선 정치인 출신으로 공기업의 상임감사를 맡고 있다. 스스로를 낙하산 인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진짜 낙하산이 희망이라고 역설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 공공기관의 임원은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창조적 미래 비전을 제시할 능력 있는 사람이 적임자이다. ‘낙하산이다, 아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창조경제시대에는 열정도 없고 게으른 전문가보다 열정 있고 부지런한 융합적 비전문가가 훨씬 낫다. 진짜 낙하산이란, 소속기관 출신은 아니지만 타 전문성을 갖고 공익적 사고, 정부정책 수렴, 도덕성 구비와 열정을 가진 사람을 진짜 낙하산이라고 정의한다.

정치인이면 무조건 비전문가로 분류하는 것은 오류다. 정치인은 대부분 전문성을 갖고 있다. 법조인, 금융인, 군인 등 선출직 공무원이 되기까지 많은 사회경험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정무적인 감각을 갖고 공공기관의 임원직을 원활히 수행할 장점이 더 많다고 본다. 세종대왕은 열정을 가지고 부지런하며 삼가는 마음을 가진 사람을, 재주 있고 명성 높은 사람보다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경제가 어렵다. 나랏일도 순탄치만은 않다. 창조경제시대를 이끌어가는 정부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더욱 절실하다. 특히 공직자는 나라의 근간으로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최근 공공기관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서 조금은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배가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국민도 공직자가 올바로 일할 수 있도록 다함께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질곡의 역사를 넘어 세계 속에 존재감과 위상을 제고하고 있다. 우리에게 한계는 없다. 창조라는 무한한 자원이 있다. 2015년 을미년 청양의 새해에 건강하시고 소원성취하시길 기대한다.

 


<mi737@ilyosisa.co.kr>

 

[저자 강요식 프로필]


▲ 육군사관학교 졸업(41기)
▲ 정치학 박사, 시인 
▲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 새누리당 구로을 당협위원장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동서발전 상임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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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