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윤의국 고려신용정보 회장이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2일 오전 10시50분쯤이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검찰 조사 중에 벌어진 일인 만큼 윤 회장의 자살시도 배경을 두고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관련된 비리로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윤 회장은 왜 검찰조사를 받다 자살하려 했을까.
경찰에 따르면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윤의국 고려신용정보 회장은 투신 전 구두와 옷가지를 가지런히 벗었다. 서울 반포대교 북단에서 한강에 돌연 투신했다. 그가 한강에 뛰어드는 순간, 잠수교에서 열린 걷기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포착했다.
자살시도 배경은?
신고를 받고 온 한강 순찰대는 윤 회장을 구조했다. 강남 성모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의식이 있음에도 투신 이유는 물론 자신의 신상에 관해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신분도 반포대교에 벗어놓은 재킷에서 지갑이 나오면서 밝혀졌다.
따라서 윤 회장이 왜 자살을 시도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심적 압박을 받아 자살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업계 안팎으로 온갖 추측만 난무하다.
앞서 서울 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달 30일 KB금융 통신인프라고도화(IPT)비리의혹과 관련해 금융지주 본사와 장비 납품업체 G사 등 6∼7곳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검찰은 고려신용정보를 압수수색하며 윤 회장을 소환했다. 검찰은 KB국민은행의 인터넷 전자등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윤 회장이 주요주주로 있는 L사가 선정된 것에 의혹을 품었다. L사는 고려신용정보의 자회사이자 법률업무 전문 IT업체다.
윤 회장은 L사의 4대주주다. 공시에 따르면 윤 회장이 L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40만주로 6.22%다. 고려신용정보는 4.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고려신용정보와 L사가 인터넷 전자등기 사업에 상호 협조하는 업무제휴를 맺기도 했다. L사는 올 초 KB금융 인터넷 전자등기시스템 공급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이 L사를 선정해달라며 임 전 회장에게 청탁을 넣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 윤 회장은 임 전 회장이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10여 년 전부터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회장은 인터넷 전자등기시스템 공급사업 외에도 KB금융의 IPT(인터넷 전화를 도입하는 사업) 사업장비 납품회사 선정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임 전 회장을 중징계한 이유도 KB금융사태의 원인인 KB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을 유닉스로 교체하는 과정에 대한 부당한 인사와 압력 때문이었다. 검찰이 임 전 회장과 관련한 비리를 캐는 과정에서 자살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검찰 수사 받던 도중 극단적 선택
“뭔가 있는 거 아니냐” 설 난무
윤 회장의 투신 소식에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KB금융 비리 연루 의혹에 고려신용정보 주가는 하한가를 쳤다. 고려신용정보 투자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만약 윤 회장이 배임횡령으로 드러난다면 고려정보가 상장폐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정 규정에 따르면 회사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규모가 자기자본의 3% 이상, 10억원 이상으로 확인되면 주식매매가 정지된다. 검찰이 기소를 확정해 기소장을 보내면 한국거래소가 이를 확인하고 거래를 중지하는 방식이다.
기소가 확정되면 회사가 상장폐지 실질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질적 기준에 미달하는 상장사를 퇴출하기 위해 2009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회사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거나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가 발생하면 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실질심사에서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된다는 결과가 나오면 이의신청 접수를 거쳐 상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총 자산 23억인 L사를 위해 10억 이상의 돈을 횡령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횡령 및 배임에 따른 상장폐지 사례를 살펴보면, 대규모 회계부정을 해서 시장을 교란시켰거나 소액주주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혔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고려신용정보가 상장폐지까지 될 가능성은 낮다.
투자자 및 업계에서는 윤 회장의 투신 배경을 확인할 수 없는 소문만 무성하다. 검찰 수사를 한번 받으면 회사 내 오래된 관행처럼 숨겨놓은 비자금, 자금, 탈세 등의 정황이 줄줄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은 정·재계 인맥을 관리해온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밤이 아닌 오전에 투신한 것이 어떤 쇼맨십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귀띔했다.
“단순한 스트레스”
고려신용정보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고려신용정보 관계자는 “(임영록 전 회장과의) 친분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청탁은 전혀 없었다”며 “회장님께서 갖고 계시던 L사의 지분도 이미 처분해 지금 4%가량만 보유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고, (KB금융 비리 의혹은) 고려신용정보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선 그었다. 이 관계자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만 이야기했을 뿐 크게 압박을 받은 부분은 없었다”며 “우리도 당혹스럽고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호소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려신용정보는?
고려신용정보는 채권추심업체다. 채권추심은 돈을 갚지 않은 불량채무자의 빚을 대신 받아주는 업무로 수수료는 회수금액의 20∼30%가량이다. 즉 기업의 신용을 캐내는 사립탐정역할을 하고 있다.
청주에서 고교를 중퇴하고 개인 사업에도 실패한 윤의국 회장은 1985년 단돈 60만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젊은 몸 하나만 믿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윤 회장은 신용조사업이 전망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회사를 차렸다. 91년 여름이었다. 그렇게 3년 동안 적자에 허덕였다.
고려정보가 뜨기 시작한 때는 오히려 경기불황을 맞으면서다. 추락하는 경기는 고려정보에 기회가 됐다. 거래상대의 신용도를 확실히 알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출은 급신장했다.
윤 회장은 설립 5년 만에 고려신용정보를 랭킹 1위의 신용조사회사로 일궈냈다. 2002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고려신용정보는 부실채권회수전문 1위, 신용정보재산조사 전문 1위, 채권추심전문 1위 업체다. <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