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LH공사 횡포 제3탄- 힘없는 ‘주택공단 죽이기’

30조 공룡이 70억짜리 개구리 노린다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무능함이 전 국민의 치를 떨게 하고 있다. 공급 아파트 3채 중 1채가 부실과 하자를 안고 있고,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인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과 정부의 질타에도 요지부동이다. 성추행 파문에 성과급 잔치, 호화청사, 자회사에 낙하산 인사 등등 대한민국 거대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조리가 LH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업체 같았으면 자리 지킬 자격 있는 사람 한 명이 없는 부실조직.’ LH에 대한 건설업계의 평가다. 부채만 142조원, 하루 이자 132억원에 이르는 ‘부실공룡’이 바로 LH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갑질 이상의 
자회사 핍박
 
이 LH가 최근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이하 주택공단) 업무를 뺏기 위한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음을 <일요시사>가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국정감사에서도 LH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의 강행돌파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다. 이는 LH의 자회사 죽이기 작전이 단순히 힘없는 자회사에 대한 갑질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목적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정치권과 공기업 관련 인사들 사이에서는 LH가 국가적 개혁요구에 대비한 방비책 확보 차원에서 자회사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모회사의 덩치를 유지하지 위해서는 미리 자회사의 밥그릇(업무영역)에 침을 발라둬야 할 필요성에 커졌다는 것이다. 조직과 업무영역 축소라는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분위기 조성을 할 필요성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 각처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LH공사의 행보는 바로 이런 분위기를 반증하는 일종의 정황증거인 셈이다.  
 

LH가 자회사 밥그릇 뺏기에 나서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효율성’. 주택공단은 매우 효율성이 낮은 집단이므로 임대운영 업무는 LH로 회수하고, 나머지 주택관리 업무는 민간부문과의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LH가 작성하여 국회 및 관련부처에 배포한 자료는 주택공단의 강력한 문제제기를 통해 이미 그 허울이 드러났다.<본보 978호 참조>
 
도대체 자본금 30조원의 LH공사가 70억 자본에 불과한 주택공단의 밥그릇을 기어코 뺏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LH의 자회사 죽이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한주택공사(주공)와 대한토지공사(토공)의 합병 이전, 주공시절부터 이미 반칙을 저질러왔다. 주지하다시피 ‘공영주택’은 토공이 부지를 매입하면 주공이 시공을 한 후 서민들에게 임대분양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분양받은 사람의 입주가 완료된 뒤부터 관리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이 관리수요 중 자산관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임대운영과 주택관리 업무는 주택공단이 담당해왔다. 1998년 DJ정부 당시 공기업혁신 정책에 따라 주공이 출자하여 주택관리공단을 분사시킨 데는 바로 임대운영과 주택관리업무의 특화를 위한 목적 때문이었다. 

주공 시절부터 
반칙 또 반칙
 
주공에서 1721명의 인력이 주택공단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십여 년 정도는 나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한 솥밥을 먹던 동료라는 인식도 남아 있었다. 그 덕분에 주공이 임대주택을 완성하여 첫 입주자를 선정한 이후에 발생하는 임대운영 업무와 주택관리 업무는 자연스럽게 주택공단으로 넘겨졌다.
 

그러던 것이 2004년 노무현 정부가 ‘공공주택 100만호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부터 주공이 안면을 바꿨다. 향후 주택공급 업무만큼 관리업무 영역이 커질 것이란 판단 아래 자회사 업무 영역을 치고 들어간 것이다. 주택공단으로 넘겨야 할 국민주택의 관리업무를 민간에게 위탁을 주더니 이른바 ‘광역관리’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 것이다. 주공이 먼저 반칙을 저지른 셈이다. 명분 없는 반칙 이후 주공 직원들이 예전 동료인 주택공단 사람들을 일개 자회사 직원 취급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다. 
 
주공의 기습적인 영역침범에 대해 주택공단의 반발은 거셌다. 주택공단 모든 임직원의 항의방문과 삭발시위를 비롯 국회와 정부 각처에 LH의 부당함과 공단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택공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LH의 반칙은 시정되지 않았다. 시정은커녕 주택공단에 대한 핍박만 커졌다. 주공으로부터 위탁받은 공공주택에 대한 대가로 책정된 관리 수수료의 삭감은 물론 주택공단이 관리할 공공주택 물량마저 동결됐다. 자회사의 반항이 모회사의 강력한 응징을 불러온 것이다. 주택공단은 차츰 투쟁동력을 상실했다.
 
모회사의 응징이 강력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주택공단의 경영진 대부분이 주공에서 투입된 낙하산 인사였다는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무리 주택공단 노조가 강력 대응을 주문해도 수뇌부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최근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비교적 주택공단의 입장을 대변해왔다고 평가받은 이봉형 사장조차도 모회사의 반칙을 되돌리지 못했다.
 
공기업 정상화 대비책
결국 자회사 재물 삼나 
 
낙하산 인사를 통해 주택공단 수뇌부를 장악함으로써 시간을 번 주공은 이후 매년 공급되는 국민주택의 임대운영업무를 독차지했다. 그 결과 분사 이전부터 2004년까지 공급된 영구임대주택은 주택공단 위주로, 2004년 이후 최근까지 보급된 국민주택은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으로 관리되는 이원화된 체제가 고착화됐다. 관리하는 세대 수도 역전됐다. 현재 주택공단이 관리하는 세대 수는 25만호인 데 비해 LH공사의 관리 세대 수는 45만 호 수준이다.
 
주공 시절부터 시작된 반칙은 토공과 합병한 LH공사 시대에도 계속됐다. 물론 본사 편향적인 수뇌부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주택공단의 반발도 지속돼왔다. 힘의 균형이 무너진 치열한 공방은 1998년 분사 이래 2014년 오늘까지 지속돼왔다. 
 
정부가 처음 주택공단의 업무 영역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2002년의 일이다. 당시 주택공단 민영화 관련 논의에서 노사정위원회는 ‘임대목적으로 건립한 영구, 국민 공공임대주택 및 외국인 임대주택의 관리는 주택공단이 그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고 결론을 냈다.
 
이는 임대주택 관리에 관한 서비스는 그 성격상 공공성과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니만큼 주택공단의 영역이라는 정부보증과 다름없다. 주택공단이 LH와의 갈등 속에서 “주택관리 업무는 원래부터 공단의 영역”이라며 “LH가 가로채간 관리업무를 즉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이후 2009년 주공과 토공의 합병 과정에서 또 한 차례 임대주택운영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가 참여한 두 공기업의 업무범위 결정과정에서 ‘합병 이후 주공의 임대주택 운영업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해당 업무는 주택관리공단으로 단계적으로 이관한다’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정부가 개입한 두 차례의 논의(노사정위원회, LH공사 설립위원회)에서 도출한 결론 모두가 임대운영업무는 주택공단 소관이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업무이관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주택공단이 LH를 향해 “정부의 방침과 스스로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주택공단의 업무이관 요구에 대해 LH는 모회사의 지위를 철저히 활용했다. 수수료 삭감, 물량동결, 수뇌부 장악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발판으로 명분을 앞세운 자회사의 요구를 회피해 온 것이다. 필연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LH공사와 주택공단 사이를 규정하는 한 마디다. 

업무이관 지시
주공이 뭉갰다 
 
이 잠자던 시한폭탄의 뇌관이 기어코 이번에 불이 붙었다. 지난 7월부터 LH가 주택공단을 비효율적인 조직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주택공단 임대운영 업무 회수, 민영화 추진’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모회사가 해도 너무하는 게 아니냐”는 주택공단의 반발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LH의 구상이 현실화되는 것은 곧 주택공단의 사실상 해체와 마찬가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부가 개입한 논의들의 결론, 즉 임대주택 운영 기능은 원래부터 주택공단의 영역이라는 당위성을 배신당한 격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파문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했지만 투쟁 강도는 만만치 않다. 주택공단 김용래 노조위원장이 개시한 투쟁을 2100여명의 임직원이 이어받아 10월 16일 현재 197일 째다. 수원시 정자동 소재 상가건물을 임대로 사용하고 있는 주택공단 사무실에는 입구부터 LH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문구로 가득하다. ‘LH는 살모사보다 독하다’는 표현도 있다. 자식(주택공단) 잡아먹으려 드는 부모(LH공사)보다 더 지독한 이가 어디 있겠느냐는 비유다. 
 
주택공단 노조 김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가 요구하고, 합병 당시 스스로도 합의한 업무이관 약속을 미루더니 이제 와서 주택공단의 업무마저 회수하고 민영화시키겠다는 LH의 행위는 누가 봐도 파렴치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 “거대 공기업은 정부와 국민들 앞에 한 약속을 미루고, 어겨도 되느냐”는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주택공단의 반발에도 LH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LH 관계자에 따르면 “2002년 노사정 위원회 건은 주택공단에 관한 건이 맞지만 2009년 설립위원회 건은 주택공단과는 상관없는 얘기”라는 입장이다. “2009년 합병 당시 임대주택운영에 대해 단계적 폐지 결정이 있었다고 해서 그것이 주택공단에게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는 것이다. 
 
대의명분은 주택공단에 있지만 조직의 규모와 힘을 앞세운 LH의 압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주택공단 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흑기사 군단이 등장했다.
 
지난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신기남 의원을 비롯한 이장우, 김상희, 이헌승, 오병윤 의원 등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입을 모아 “당장 주택공단에 임대운영 업무를 이관하라”고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오병윤 의원은 “2011년부터 물량 중단, 임대기능 회수와 주식매각 시도는 민영화 속셈이고, 결국 LH가 다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며 LH의 이재영 사장을 몰아붙였다. 자회사 죽이기에 나선 속셈이 보인다는 것이다. 
 
방만경영·주먹구구 사업·비효율 조직
LH는 정부도, 국회도 못 이기는 철옹성?
뼈 깎는 자성이나 개선책 내놓지 않아
 
이장우 의원 역시 “LH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임대운영업무는 주택공단으로 이관하라”고 주문했다. 김상희 의원은 아예 “업무이관 계획을 세워 보고하라”고 못을 박았다. 국토위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질타는 LH가 몇 달 전부터 국회를 돌며 주택공단 무용론을 설파할 당시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국토위 의원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LH의 명분 없는 민영화 시도가 오히려 사태 파악의 계기가 됐다”는 말이 오갔다. LH가 자회사의 기능회수 및 민영화 당위성을 펴면 펼수록 그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과 의혹이 커졌고, 마침내는 이미 오래전에 실시됐어야 할 임대운영업무가 아직까지도 이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원들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재영 LH 사장은 국감기간 내내 연이은 의원들의 질타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업무이관 결정에 대해 임대운영업무는 폐지만 결정되었지 어느 기관으로 이관하라는 부분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노사정위원회와 LH 설립위원회가 작성한 문건의 미완전성을 내세워 업무이관을 회피하는 전략이다. (이 부분에 대해 주택공단은 당시 이관을 결정한 근거를 조만간 제시할 계획이다.)
 
이사장의 답변에 대해 혀를 차는 반응도 있었다. 주공과 주택공단, 노사정(또는 LH 설립위원회)이 도출한 결론이 ‘주공의 임대운영 업무의 이관’과 ‘주공의 임대운영 업무 단계적 축소 후 이관’이라면 ‘누구’를 명시하지 않아도 ‘주택공단으로’가 명백한데도 이제 와서 주어가 빠졌다는 문구 타령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감 직후, 국토부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사이에는 “LH가 저렇게 얄팍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까지 업무이관의 근거를 부정하는 것을 보면 급해도 엄청 급한 모양이다”는 식의 말들이 돌았다. 자회사의 거센 반발과 국회의 질타, 관계부처의 비난에도 막무가내로 버티는 데는 나름 절박한 이유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 절박한 이유로 추측되는 것이 바로 공기업 정상화 요구에 대한 퇴로 확보다.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혁신 태풍이 목전에 온 만큼 조직의 규모와 사업영역의 보존을 위해서는 대안 마련이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사업영역이 축소되면 인력과 예산감축이 불가피하고, 그간 누려왔던 각종 혜택과 특권의 축소가 뒤따르기 마련. 특히 사업영역 축소는 그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시도된 무모한 투자, 예를 들어 아무런 경험과 사업성 검토 없이 발전소 사업에 뛰어들어 수천억원의 재원을 낭비하는 등의 일(979호 보도)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축소된 사업영역만큼 다른 사업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력감축은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LH가 주택공단 업무를 회수해오면 ‘원래의 목적 사업에 충실하라’는 주문에도 대응할 수 있고, 회수한 사업 자체가 다수의 인력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몸집을 크게 줄이지 않아도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업영역이 축소돼도 기존의 조직을 유지하는 데는 크게 보탬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것이 30조 거대 공룡 LH가 자본금 70억에 불과한 자회사 주택공단의 밥그릇을 탐내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아무런 명분 없이 
힘으로 밀어붙여
 
LH의 셈법이 어찌됐든 LH의 자회사 죽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명분이 없다. 2002년 노사정위원회 결정을 비롯 2009년 LH 설립위원회의 합의, 최근의 국정감사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국회 등이 일관적으로 ‘임대운영기능의 주택공단 이관’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택공단이 LH가 100% 출자한 자회사라지만 엄연히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만큼 지분논리만으로 주택공단의 업무회수 및 민영화를 관철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더욱이 LH가 그동안의 방만한 경영과 주먹구구식 사업 확대, 비효율적인 조직과 자금운영 등에 대한 뼈를 깎는 자성이나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배수의 진을 친 주택공단의 저항도 한 요인이다. 
 
<일요시사>가 LH의 자구노력에 대해 취재한 결과 “토지매각 부분도 성과를 보이고 있고, 금융부채도 5조원 정도 감축하는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직슬림화나 사업영역 축소에 대한 부분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뉘앙스다. 또한 LH가 순순히 임대운영업무를 주택공단으로 이관할 것이란 징후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국감에서 지적된 업무이관 부분에 대해 “대내외 여건이 변한 만큼 단계적 폐지나 업무이관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LH가 버티기 노선을 택함에 따라 불똥은 국토교통부로 튈 전망이다. 국토위 신기남 의원 등은 오는 27일 국토교통부 국감을 통해 “LH의 업무이관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책임지고 완수하라고 주문할 것”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명분의 주택공단과 힘의 LH공사,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연상시키는 영역전쟁이 과연 누구의 승리로 귀결될지 향방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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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