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LH공사 횡포 제3탄- 힘없는 ‘주택공단 죽이기’

30조 공룡이 70억짜리 개구리 노린다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무능함이 전 국민의 치를 떨게 하고 있다. 공급 아파트 3채 중 1채가 부실과 하자를 안고 있고,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인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과 정부의 질타에도 요지부동이다. 성추행 파문에 성과급 잔치, 호화청사, 자회사에 낙하산 인사 등등 대한민국 거대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조리가 LH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업체 같았으면 자리 지킬 자격 있는 사람 한 명이 없는 부실조직.’ LH에 대한 건설업계의 평가다. 부채만 142조원, 하루 이자 132억원에 이르는 ‘부실공룡’이 바로 LH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갑질 이상의 
자회사 핍박
 
이 LH가 최근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이하 주택공단) 업무를 뺏기 위한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음을 <일요시사>가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국정감사에서도 LH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의 강행돌파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다. 이는 LH의 자회사 죽이기 작전이 단순히 힘없는 자회사에 대한 갑질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목적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정치권과 공기업 관련 인사들 사이에서는 LH가 국가적 개혁요구에 대비한 방비책 확보 차원에서 자회사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모회사의 덩치를 유지하지 위해서는 미리 자회사의 밥그릇(업무영역)에 침을 발라둬야 할 필요성에 커졌다는 것이다. 조직과 업무영역 축소라는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분위기 조성을 할 필요성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 각처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LH공사의 행보는 바로 이런 분위기를 반증하는 일종의 정황증거인 셈이다.  
 

LH가 자회사 밥그릇 뺏기에 나서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효율성’. 주택공단은 매우 효율성이 낮은 집단이므로 임대운영 업무는 LH로 회수하고, 나머지 주택관리 업무는 민간부문과의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LH가 작성하여 국회 및 관련부처에 배포한 자료는 주택공단의 강력한 문제제기를 통해 이미 그 허울이 드러났다.<본보 978호 참조>
 
도대체 자본금 30조원의 LH공사가 70억 자본에 불과한 주택공단의 밥그릇을 기어코 뺏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LH의 자회사 죽이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한주택공사(주공)와 대한토지공사(토공)의 합병 이전, 주공시절부터 이미 반칙을 저질러왔다. 주지하다시피 ‘공영주택’은 토공이 부지를 매입하면 주공이 시공을 한 후 서민들에게 임대분양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분양받은 사람의 입주가 완료된 뒤부터 관리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이 관리수요 중 자산관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임대운영과 주택관리 업무는 주택공단이 담당해왔다. 1998년 DJ정부 당시 공기업혁신 정책에 따라 주공이 출자하여 주택관리공단을 분사시킨 데는 바로 임대운영과 주택관리업무의 특화를 위한 목적 때문이었다. 

주공 시절부터 
반칙 또 반칙
 
주공에서 1721명의 인력이 주택공단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십여 년 정도는 나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한 솥밥을 먹던 동료라는 인식도 남아 있었다. 그 덕분에 주공이 임대주택을 완성하여 첫 입주자를 선정한 이후에 발생하는 임대운영 업무와 주택관리 업무는 자연스럽게 주택공단으로 넘겨졌다.
 

그러던 것이 2004년 노무현 정부가 ‘공공주택 100만호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부터 주공이 안면을 바꿨다. 향후 주택공급 업무만큼 관리업무 영역이 커질 것이란 판단 아래 자회사 업무 영역을 치고 들어간 것이다. 주택공단으로 넘겨야 할 국민주택의 관리업무를 민간에게 위탁을 주더니 이른바 ‘광역관리’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 것이다. 주공이 먼저 반칙을 저지른 셈이다. 명분 없는 반칙 이후 주공 직원들이 예전 동료인 주택공단 사람들을 일개 자회사 직원 취급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다. 
 
주공의 기습적인 영역침범에 대해 주택공단의 반발은 거셌다. 주택공단 모든 임직원의 항의방문과 삭발시위를 비롯 국회와 정부 각처에 LH의 부당함과 공단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택공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LH의 반칙은 시정되지 않았다. 시정은커녕 주택공단에 대한 핍박만 커졌다. 주공으로부터 위탁받은 공공주택에 대한 대가로 책정된 관리 수수료의 삭감은 물론 주택공단이 관리할 공공주택 물량마저 동결됐다. 자회사의 반항이 모회사의 강력한 응징을 불러온 것이다. 주택공단은 차츰 투쟁동력을 상실했다.
 
모회사의 응징이 강력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주택공단의 경영진 대부분이 주공에서 투입된 낙하산 인사였다는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무리 주택공단 노조가 강력 대응을 주문해도 수뇌부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최근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비교적 주택공단의 입장을 대변해왔다고 평가받은 이봉형 사장조차도 모회사의 반칙을 되돌리지 못했다.
 
공기업 정상화 대비책
결국 자회사 재물 삼나 
 
낙하산 인사를 통해 주택공단 수뇌부를 장악함으로써 시간을 번 주공은 이후 매년 공급되는 국민주택의 임대운영업무를 독차지했다. 그 결과 분사 이전부터 2004년까지 공급된 영구임대주택은 주택공단 위주로, 2004년 이후 최근까지 보급된 국민주택은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으로 관리되는 이원화된 체제가 고착화됐다. 관리하는 세대 수도 역전됐다. 현재 주택공단이 관리하는 세대 수는 25만호인 데 비해 LH공사의 관리 세대 수는 45만 호 수준이다.
 
주공 시절부터 시작된 반칙은 토공과 합병한 LH공사 시대에도 계속됐다. 물론 본사 편향적인 수뇌부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주택공단의 반발도 지속돼왔다. 힘의 균형이 무너진 치열한 공방은 1998년 분사 이래 2014년 오늘까지 지속돼왔다. 
 
정부가 처음 주택공단의 업무 영역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2002년의 일이다. 당시 주택공단 민영화 관련 논의에서 노사정위원회는 ‘임대목적으로 건립한 영구, 국민 공공임대주택 및 외국인 임대주택의 관리는 주택공단이 그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고 결론을 냈다.
 
이는 임대주택 관리에 관한 서비스는 그 성격상 공공성과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니만큼 주택공단의 영역이라는 정부보증과 다름없다. 주택공단이 LH와의 갈등 속에서 “주택관리 업무는 원래부터 공단의 영역”이라며 “LH가 가로채간 관리업무를 즉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이후 2009년 주공과 토공의 합병 과정에서 또 한 차례 임대주택운영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가 참여한 두 공기업의 업무범위 결정과정에서 ‘합병 이후 주공의 임대주택 운영업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해당 업무는 주택관리공단으로 단계적으로 이관한다’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정부가 개입한 두 차례의 논의(노사정위원회, LH공사 설립위원회)에서 도출한 결론 모두가 임대운영업무는 주택공단 소관이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업무이관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주택공단이 LH를 향해 “정부의 방침과 스스로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주택공단의 업무이관 요구에 대해 LH는 모회사의 지위를 철저히 활용했다. 수수료 삭감, 물량동결, 수뇌부 장악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발판으로 명분을 앞세운 자회사의 요구를 회피해 온 것이다. 필연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LH공사와 주택공단 사이를 규정하는 한 마디다. 

업무이관 지시
주공이 뭉갰다 
 
이 잠자던 시한폭탄의 뇌관이 기어코 이번에 불이 붙었다. 지난 7월부터 LH가 주택공단을 비효율적인 조직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주택공단 임대운영 업무 회수, 민영화 추진’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모회사가 해도 너무하는 게 아니냐”는 주택공단의 반발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LH의 구상이 현실화되는 것은 곧 주택공단의 사실상 해체와 마찬가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부가 개입한 논의들의 결론, 즉 임대주택 운영 기능은 원래부터 주택공단의 영역이라는 당위성을 배신당한 격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파문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했지만 투쟁 강도는 만만치 않다. 주택공단 김용래 노조위원장이 개시한 투쟁을 2100여명의 임직원이 이어받아 10월 16일 현재 197일 째다. 수원시 정자동 소재 상가건물을 임대로 사용하고 있는 주택공단 사무실에는 입구부터 LH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문구로 가득하다. ‘LH는 살모사보다 독하다’는 표현도 있다. 자식(주택공단) 잡아먹으려 드는 부모(LH공사)보다 더 지독한 이가 어디 있겠느냐는 비유다. 
 
주택공단 노조 김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가 요구하고, 합병 당시 스스로도 합의한 업무이관 약속을 미루더니 이제 와서 주택공단의 업무마저 회수하고 민영화시키겠다는 LH의 행위는 누가 봐도 파렴치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 “거대 공기업은 정부와 국민들 앞에 한 약속을 미루고, 어겨도 되느냐”는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주택공단의 반발에도 LH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LH 관계자에 따르면 “2002년 노사정 위원회 건은 주택공단에 관한 건이 맞지만 2009년 설립위원회 건은 주택공단과는 상관없는 얘기”라는 입장이다. “2009년 합병 당시 임대주택운영에 대해 단계적 폐지 결정이 있었다고 해서 그것이 주택공단에게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는 것이다. 
 
대의명분은 주택공단에 있지만 조직의 규모와 힘을 앞세운 LH의 압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주택공단 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흑기사 군단이 등장했다.
 
지난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신기남 의원을 비롯한 이장우, 김상희, 이헌승, 오병윤 의원 등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입을 모아 “당장 주택공단에 임대운영 업무를 이관하라”고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오병윤 의원은 “2011년부터 물량 중단, 임대기능 회수와 주식매각 시도는 민영화 속셈이고, 결국 LH가 다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며 LH의 이재영 사장을 몰아붙였다. 자회사 죽이기에 나선 속셈이 보인다는 것이다. 
 
방만경영·주먹구구 사업·비효율 조직
LH는 정부도, 국회도 못 이기는 철옹성?
뼈 깎는 자성이나 개선책 내놓지 않아
 
이장우 의원 역시 “LH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임대운영업무는 주택공단으로 이관하라”고 주문했다. 김상희 의원은 아예 “업무이관 계획을 세워 보고하라”고 못을 박았다. 국토위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질타는 LH가 몇 달 전부터 국회를 돌며 주택공단 무용론을 설파할 당시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국토위 의원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LH의 명분 없는 민영화 시도가 오히려 사태 파악의 계기가 됐다”는 말이 오갔다. LH가 자회사의 기능회수 및 민영화 당위성을 펴면 펼수록 그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과 의혹이 커졌고, 마침내는 이미 오래전에 실시됐어야 할 임대운영업무가 아직까지도 이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원들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재영 LH 사장은 국감기간 내내 연이은 의원들의 질타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업무이관 결정에 대해 임대운영업무는 폐지만 결정되었지 어느 기관으로 이관하라는 부분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노사정위원회와 LH 설립위원회가 작성한 문건의 미완전성을 내세워 업무이관을 회피하는 전략이다. (이 부분에 대해 주택공단은 당시 이관을 결정한 근거를 조만간 제시할 계획이다.)
 
이사장의 답변에 대해 혀를 차는 반응도 있었다. 주공과 주택공단, 노사정(또는 LH 설립위원회)이 도출한 결론이 ‘주공의 임대운영 업무의 이관’과 ‘주공의 임대운영 업무 단계적 축소 후 이관’이라면 ‘누구’를 명시하지 않아도 ‘주택공단으로’가 명백한데도 이제 와서 주어가 빠졌다는 문구 타령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감 직후, 국토부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사이에는 “LH가 저렇게 얄팍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까지 업무이관의 근거를 부정하는 것을 보면 급해도 엄청 급한 모양이다”는 식의 말들이 돌았다. 자회사의 거센 반발과 국회의 질타, 관계부처의 비난에도 막무가내로 버티는 데는 나름 절박한 이유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 절박한 이유로 추측되는 것이 바로 공기업 정상화 요구에 대한 퇴로 확보다.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혁신 태풍이 목전에 온 만큼 조직의 규모와 사업영역의 보존을 위해서는 대안 마련이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사업영역이 축소되면 인력과 예산감축이 불가피하고, 그간 누려왔던 각종 혜택과 특권의 축소가 뒤따르기 마련. 특히 사업영역 축소는 그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시도된 무모한 투자, 예를 들어 아무런 경험과 사업성 검토 없이 발전소 사업에 뛰어들어 수천억원의 재원을 낭비하는 등의 일(979호 보도)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축소된 사업영역만큼 다른 사업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력감축은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LH가 주택공단 업무를 회수해오면 ‘원래의 목적 사업에 충실하라’는 주문에도 대응할 수 있고, 회수한 사업 자체가 다수의 인력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몸집을 크게 줄이지 않아도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업영역이 축소돼도 기존의 조직을 유지하는 데는 크게 보탬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것이 30조 거대 공룡 LH가 자본금 70억에 불과한 자회사 주택공단의 밥그릇을 탐내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아무런 명분 없이 
힘으로 밀어붙여
 
LH의 셈법이 어찌됐든 LH의 자회사 죽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명분이 없다. 2002년 노사정위원회 결정을 비롯 2009년 LH 설립위원회의 합의, 최근의 국정감사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국회 등이 일관적으로 ‘임대운영기능의 주택공단 이관’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택공단이 LH가 100% 출자한 자회사라지만 엄연히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만큼 지분논리만으로 주택공단의 업무회수 및 민영화를 관철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더욱이 LH가 그동안의 방만한 경영과 주먹구구식 사업 확대, 비효율적인 조직과 자금운영 등에 대한 뼈를 깎는 자성이나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배수의 진을 친 주택공단의 저항도 한 요인이다. 
 
<일요시사>가 LH의 자구노력에 대해 취재한 결과 “토지매각 부분도 성과를 보이고 있고, 금융부채도 5조원 정도 감축하는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직슬림화나 사업영역 축소에 대한 부분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뉘앙스다. 또한 LH가 순순히 임대운영업무를 주택공단으로 이관할 것이란 징후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국감에서 지적된 업무이관 부분에 대해 “대내외 여건이 변한 만큼 단계적 폐지나 업무이관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LH가 버티기 노선을 택함에 따라 불똥은 국토교통부로 튈 전망이다. 국토위 신기남 의원 등은 오는 27일 국토교통부 국감을 통해 “LH의 업무이관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책임지고 완수하라고 주문할 것”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명분의 주택공단과 힘의 LH공사,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연상시키는 영역전쟁이 과연 누구의 승리로 귀결될지 향방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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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