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김선숙 작가의 개인전이 지난달 29일 마무리됐다. '붉은 지붕2'는 타이틀로 구성된 전시는 많은 관객의 호응을 이끌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 이전에 예술가로서 품었던 '자유'에 대한 갈망은 다채로운 색상으로 꾸밈없이 표현됐다.
김선숙 작가의 개인전이 지난달 24일부터 6일간 서울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에서 열렸다. 전시 제목은 '붉은 지붕2'. 캔버스마다 다양한 색이 시원스레 펼쳐졌고 자유로이 그은 선은 흥겨운 리듬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했다.
"인간내면 조준"
김 작가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예술가로 살고 있다. 전시가 없는 날이면 일곱 살 난 아들과 오순도순 행복한 일상을 꾸미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아들 또래 아이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 대가들의 작품과는 다른 순수한 상상력에 매료된 것이다.
"아이들은 그냥 그리는 게 좋아서 그려요. 무엇을 그릴지 억지로 짜내어 그리진 않지만 선 하나, 색 하나 모든 것이 예사롭지 않죠. 학습되지 않은 구도와 색 조합이 너무 신선해서 아이들은 모두 예술가 같아요."
김 작가에게 그림은 정서적 탈출구와 같다. 과거 김 작가가 썼던 작업노트를 빌면 그의 작업은 자유 그 자체다. 자유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워지기 위해 그리는 것이다. 최선의 선택, 최고의 결과를 지향하는 완벽에 대한 강박에서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무장해제된다. 김 작가의 그림이 서양의 그래피티(건물이나 담벼락 등 공공장소에 낙서를 하는 하위문화)를 닮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실제로 김 작가는 음악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한다. 물론 힙합 음악은 아니고 뉴에이지나 재즈 등 여러 장르에 관심이 있는 듯하다. "다시 태어나면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할 정도니 이쯤 되면 음악을 그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여러 개의 캔버스와 한지, 판화지, 소포지, 색종이 등을 펼쳐 놓고 마음가는 대로 색을 선택한다. 페인팅 소재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은데 볼펜, 매직, 크레용, 사인펜, 오일바 등을 번갈아 쓰고 있다. 춤을 추듯 격렬하게 때로는 느리게 선을 그어 형태를 만든다. 가끔은 스티커도 동원된다. 기성 작가의 드로잉과 구별되는 대목이다.
'붉은 지붕' 주제 전시…다채로운 색상 표현
리드미컬·자유로운 화풍…"정서적 탈출구"
미술평론가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는 김 작가의 그림을 '유희충동'으로 풀이했다. 서 교수는 "김 작가가 내면의 충동과 정서를 숨기지 않고 잠재된 인간내면을 조준했다"고 설명했다. 외로움과 쓸쓸함, 스트레스 등을 쏟아내도 그림만큼은 그대로 작가의 처지를 받아준다는 것이다.
서 교수의 평론을 좀 더 인용하면 김 작가의 작품에는 인간의 신체와 집, 계단 등이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자신의 일상을 둘러싼 익숙한 이미지가 차용된 것이다. 김 작가는 "(내가 속한) 가정, 가족, 사회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끊임없는 관계(맺기)와 선택의 갈등을 해소하는 여정"이라고 했다. 여성 작가라면 대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작업과 가사의 딜레마가 작품에 일정 부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김 작가는 "어떤 것을 표현하고 있는지도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또 "무의식의 결과물을 의식하면서 자신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 작가는 회화작업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일상이 재료
끝으로 비판적인 입장에서 보면 김 작가의 그림은 본인의 감정에 함몰된 기대 밖의 그림일 수 있다. 그러나 김 작가의 그림은 통속적인 신파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솔직하다는 것에 강점이 있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예술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틀에 박힌 그림, 잔뜩 힘을 준 미술관을 떠나 김 작가는 비로소 한 사람의 '예술가'로 관객 앞에 섰다.
[김선숙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3회 가나아트스페이스·대안공간 충정각·갤러리 그림손
▲그룹전 장흥아트파크·헬로우 뮤지움·공평갤러리·금호갤러리 등 다수
▲홍익대 출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