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투명한 용기 겉면에 ‘MY BOTTLE’이라고 비뚤비뚤 적혀 있는 물병. 특별한 구석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이 평범한 물병이 5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부담스런 가격에도 인기는 폭발적이다. 락앤락, 망고식스 등의 업체는 비슷한 상품을 내놓으며 경쟁에 가세했다. 미투상품은 넘쳐났고, 오리지널과 짝퉁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마이보틀(MY BOTTLE)은 일본의 생활용품업체 리버스가 만든 물병이다. 투명한 용기에 겉에는 ‘MY BOTTLE’이라는 비뚤비뚤한 글자가 적혀 있는 게 전부다. 평범해 보이는 이 물병은 온라인상에서 5배 이상 웃돈을 얹어 판매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벅스 텀블러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패션 아이템?
마이보틀은 투명하다. 불투명한 용기에 알록달록한 그림이 새겨진 기존 물병과 다른 모양새다. 환경 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트라이탄’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마이보틀의 장점이다. 트라이튼은 내열온도가 섭씨 영하 40도부터 100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 소재로 차가운 음료, 뜨거운 음료 모두 담을 수 있다. 입구가 넓어 과일도 넣을 수 있다.
특히 어떤 음료를 넣느냐에 따라 디자인은 달라진다. 마이보틀 마니아들은 물병에 색이 다른 음료를 넣은 사진을 게재해 각자의 개성을 온라인에 표출한다. 이처럼 심플함과 개성 있는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마이보틀은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다만 정확한 매출은 알기 어렵다.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아 주로 해외 인터넷 쇼핑을 통해 들어온다. 때문에 가격도 제각각이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물량이 많지 않아 구매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품이다. 그래서 국내 비공식 판매가가 터무니없이 높아진 상태다.
이 제품의 일본 정가는 약 1512엔(1만5000원)이다. 마이보틀 공식 판매업체인 일본 내 투데이스 스페셜 매장은 도쿄에서 두 곳에 불과했다. 일부 마니아들은 일본 현지에 있는 투데이스 스페셜 매장에서 마이보틀을 대량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소비자가 늘어나자 품절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투데이즈 스페셜은 1인 2개로 구매 제한 방침까지 정해놓았다. 국내에서 정품 마이보틀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겠다는 소비자들은 넘쳐나고 있다. 따라서 파워블로그 등의 온라인 공동구매 가격은 최고 7만원까지 치솟았다.
평범한 물병이…6만∼7만원 팔려
가격 거품에도 인기 “모방품 넘쳐”
이후 가격에 거품이 너무 많이 꼈다는 불만이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을 틈타 국내 생활용품업체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이보틀과 비슷한 모양과 기능을 갖춘 모방품이 줄줄이 쏟아졌다. 업체들이 내세운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덕분에 업체들은 재미를 봤다.
첫 주자는 디저트 카페 망고식스가 끊었다. 지난4월 망고식스는 ‘식스보틀’을 선보였다. 마이보틀과 마찬가지로 투명 물병에 ‘SIX BOTTLE’을 새겼다. 실제 마이보틀 제조사인 일본 리버스사에 의뢰해 만들었다. 가격은 1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식스보틀은 1∼2차 예약 판매 시 접속이 폭주해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구매자가 몰렸다. 1차 2000개, 2차 4000개로 모두 전량 매진됐다. 현재 3차 예약판매를 하고 있다. 첫날부터 1만5000개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생활용품 업체 락앤락도 ‘잇 보틀’을 출시했다. 트라이탄으로 만든 투명 물병에 ‘IT BOTTLE’활자를 새겼다. 가격은 1만3000원이다. 잇 보틀도 주간 판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출시 첫 주부터 3000개 한정제품은 매진됐다.
이밖에도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럭키세븐(LUCKY SEVEN)’을,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하우스는 ‘스위트보틀(SWEET BOTTLE)’을 내놓는 등 비슷한 모양의 물병이 줄줄이 출시됐다. 용량과 소재는 모두 동일하고 디자인 역시 투명한 몸체에 검정색 뚜껑으로 같다.
그나마 업체에서 내놓은 물병들은 각자의 브랜드를 표기해서 정품과 크게 헷갈리지 않는다. 문제는 온인상에서 판매되고 있는 물병이다. 온라인상에서 ‘짝퉁’ 마이보틀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온라인샵은 정품과 똑같은 모양의 물병을 판매하면서도 가품이라는 사실은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다. ‘트라이탄 정품 마이보틀’이라는 애매모호한 문구로 리버스 정품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소비자를 현혹했다. 이상한 점을 눈치 챈 소비자가 정품여부를 물어보면 “정품은 아니지만 거의 같은 상품으로 보시면 된다”는 답변을 내놨다.
온라인몰에서 가품이 판치자 리버스 공식수입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리버스 리유즈 보틀의 정품 확인법’을 게재했다. 리버스 공식수입업체에 따르면 리버스 정품은 뚜껑안이 전체적으로 ‘무광’인 반면, 가품의 뚜껑은 광택을 띄는 ‘유광’이다. 또 가품의 본체 밑바닥은 폰트와 홈 등이 뭉개진 것처럼 선명하지 않다.
짝퉁도 활개
리버스 공식수입업체 관계자는 “'MY BOTTLE'이라고 적혀 있다고 무조건 정품은 아니다”라며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물병에 일부 업체의 요구에 따라 ‘MY BOTTLE’이라는 글자를 새겼을 뿐인데, 이 문구가 새겨진 제품이 모두 정품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거품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우리는 병만 취급할 뿐, 가격은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 보니 가격이 높아진 것이고, 여기에 직접구매대행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분들이 비싸게 팔면서 가격에 거품이 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베끼던 샤오미의 짝퉁 고민
중국의 애플로 유명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가 최근 ‘짝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샤오미의 최신 스마트폰 ‘Mi4’를 모방한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샤오미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중국 스마트 기기 전문매체 <기즈차이나>는 Mi4의 모조품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판매자들이 짝퉁을 정품으로 속여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되는 짝퉁 모델은 디자인이나 느낌은 물론 성능까지도 따라했다. 기기 성능측정 도구인 안투투 벤치마크로 측정해도 정품인지 짝퉁인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해상도가 960x540로, 정품(1920x1080)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샤오미는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고 있다.
샤오미를 모방한 제품이 유통되는 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No.1’이라는 중국 제조사가 샤오미의 Mi3를 모방한 ‘No.1 M3’를 출시한 바 있다. 중국의 짝퉁 시장이 ‘짝짝퉁’으로 무섭게 진화하는 모습이다. No.1 M3는 샤오미의 제품과 외관상으로 유사하면서도 가격은 127달러가량 저렴하게 판매됐다.
한편 샤오미는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삼성전자(12%)를 꺾고 1위에 올랐다. <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