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②꿈틀대는 미래권력 5인5색 ‘한가위 비책’

출렁이는 여론의 파도 위에 우뚝 설 잠룡은?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한가위에는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친지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다. 자연스레 정치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도 오가며 중지가 모인다. 이때 형성된 한가위 여론은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때문에 출렁이는 여론의 파도 위에 떠 있는 정치인에게 한가위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한가위 민심의 호평을 얻느냐 아니면 혹평을 얻느냐에 따라 정치적으로 도약할 수도,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에게 한가위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미래권력을 꿈꾸는 ‘빅5’의 한가위 비책을 들여다봤다.

박근혜정권이 초·중반에 들어선 상황에서 차기 대선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미래를 지향하는 권력의 속성상 대권잠룡들의 행보 하나하나는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마찬가지로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친지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한가위에도 대권잠룡들의 행보는 주요 관심거리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뜨거운 김무성·박원순
씁쓸한 정몽준·안철수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5~29일까지 전국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7.6%)로 나타났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16.7%),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15.3%),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9.7%), 김문수 전 경기지사(7.8%),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7.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중 정 전 의원은 6·4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패하며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고 정치일선에서 씁쓸히 퇴장했다(조사방식 : 유·무선 병행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전화 방식,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2.0%P).

현재를 기준으로 사실상 가장 유력한 대권잠룡 ‘빅5(김무성·박원순·문재인·김문수·안철수)’ 가운데 요즘 가장 핫한 인물은 김무성 대표다. 7·14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 핵심 서청원 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대표로 선출된 그는 미니총선급 규모로 열린 7·30재보선에서도 새누리당의 압승을 견인하며 순식간에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치고 나갔다.


여야를 포함해 소위 가장 잘 나가는 김 대표의 최근 행보는 기득권과 특권의식을 포기하겠다는 ‘보수혁신’과 소외된 계층을 살피고 다독이는 ‘민생정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당 연찬회에서 보수혁신의 깃발을 들어 올린 이후 부산 수해지역, 여러 지역 시장,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 등을 찾는 민생현장 방문을 부쩍 강화했다. 이와 같은 행보는 한가위 연휴에도 쉬지 않고 이어질 전망이다.

‘빅5’, 한가위 민심 잡기 위한 각양각색 민생행보 

대신 정국의 최대 현안인 세월호특별법 논란에 대해선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한 발 물러서 방관하고 있는 입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민생행보 도중 취재진에게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삼고 민생현장 챙기기에 주력하겠다”면서도 “(세월호특별법 논란과 관련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세월호특별법 논란으로 국회가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고 국회 밖 민생행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집권여당의 대표로 국회운영에 무한책임이 있는 김 대표가 ‘자기정치에만 몰두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꼬여 있는 매듭을 풀어 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월호에서 비켜선 김 대표의 민생행보가 한가위 민심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여권의 또 다른 유력 대권잠룡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도지사 퇴임을 앞두고, 재보선을 통한 국회 재입성이나 전당대회 출마를 요구하는 주변의 강력한 요청을 뿌리치고 민생 속에서 차분히 차기 대권도전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낮은 자세로 민생현장을 파고들고 있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김 지사는 도지사 퇴임 후, 소록도·꽃동네 자원봉사와 택시운전을 통한 민생탐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다른 이들처럼 민심탐방이 아니라 민심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한가위를 목전에 두고 대구로 지역 택시운전자격 취득을 위해 내려간 김 지사는 한가위 연휴를 포함해 한 달가량 대구민심을 살핀 뒤 광주로 이동해 다시 한 달가량 택시운전 등으로 민심을 살핀 후 자택으로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서만 국회의원 세 번, 경기도지사 재선을 지내며 경기도정치인이라는 테두리를 갖게 된 그가 전국구 정치인으로 도약하기 위해 택한 전국 민심탐방이 대권가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목소리 높이는 박원순
세월호에 집중 문재인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며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야권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선두에 위치하게 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가위를 앞두고 시장, 귀성길 현장, 소외된 어르신 방문 등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이와 함께 국제회의 유치 확대와 관광객 증가 등 시장 2기 핵심사업 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공감을 표시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만나 한강개발 등 경제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폭넓은 소통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통일좌담회를 열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카운트파트너로 언급하는 등 대북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시장이 서울시정을 넘어선 국가적 현안에 대한 발언을 하기 시작한 것은 차기 대권 등 더 큰 정치인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가위를 앞두고 부쩍 강화된 박 시장의 이러한 행보는 한가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9일간 단식에 나서기도 했던 문재인 의원은 단식을 마친 뒤 첫 공개 일정으로 진도를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는 등 세월호특별법에 자신의 정치력을 모으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4개월여의 시간이 흐르며 세월호 유가족의 강경한 태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만만찮은 상황에서 당 지도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적극적인 세월호 행보를 이어가고 이는 것이다. 그러나 문 의원의 이러한 행보가 장기적으로 그의 정치 세 확장에 도움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당장 한가위 여론에서도 문 의원의 행보는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무성 - 민생현장 챙기기, 김문수 - “민심 그 자체”
박원순 - 폭넓은 소통행보, 문재인 - 세월호에 올인?
안철수 - 급락한 차기 지지율, 상임위활동으로 만회?

7·30재보선 참패 이후 1개월가량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두문불출 했던 안철수 의원은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식에 모습을 드러내며 한가위 직전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준비 중이던 신당 창당 계획을 접고 민주당과 합당해 통합신당을 창당한 이후 잇단 실기로 지지율 추락을 거듭한 안 의원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가 6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기대는 상당한 상태다. 대표적인 예로 지지율은 폭락했지만 냉정한 주식시장에서 ‘안철수 테마주’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는 아직 ‘안철수 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상당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의 이른 기지개는 재보선 참패 후 당 재건을 책임지게 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희생자 유가족과 당의 외면을 받는 협상안을 가져오는 등 실기를 거듭하며 리더십이 붕괴된 것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위원장의 실기 이후 최근 당내 중도 온건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안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이다.


박영선 잇단 실기에
안철수 이른 기지개

안 의원은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식을 앞두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앞으로 현장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듣고 배우겠다”고 본격적 활동재개를 예고했다. 그는 우선 한가위 민심을 살핀 후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빅5’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민생행보를 시작한 가운데 국민들이 이들에게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월호특별법 논란에 대한 국민 인식

세월호특별법 논의에 발목이 잡혀 국회가 멈춰선 가운데 지난달 여야가 두 차례에 걸쳐서 합의한 안을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KBS가 지난달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달 17일 여야 원내대표가 재합의한 안에 대해 응답자의 53.7%가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재합의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응답은 41.6%에 그쳤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58.3%가 ‘동의한다’고 답한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8.6%에 그쳤다.

국민 58% “진상조사위 수사권·기소권 부여해야”
국민 61% “박 대통령이 희생자 유가족 만나야”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이 사실상 거부한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는 65.8%가 ‘필요하다’고 답해 ‘필요 없다’는 답변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60.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국민여론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은 절대로 줄 수 없다는 새누리당과 유가족을 만날 수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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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