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아기자기한 장신구가 공방 안에 가득했다. 팔찌·목걸이·브로치·수첩·책갈피에 이르기까지 한땀한땀 손으로 만든 알록달록한 전통매듭이 손님을 반겼다. 전통공예가 최민정 작가는 한국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소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조형'들은 청와대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 전시돼 있다. 전통매듭의 젊은 계승자이자 우리 옛것을 아끼는 최 작가를 <일요시사>가 만났다.
전통공예가 최민정 작가는 결혼 전 무용가로 활동했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는 일찍부터 우리 옛것에 관심이 많았다. 스스로 "전통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말한 그는 10여년 전 우연한 계기로 우리 전통매듭과 인연을 맺었다.
청와대 등서 전시
"하루는 아버지가 전통매듭 문화재 선생님을 소개해 주셨어요. 무용을 전공했지만 손으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가끔은 섬유를 이용해 액세서리를 만들고는 했죠. 그런데 선생님이 보시고는 '왜 그런 손재주를 갖고, 서양 것만 하느냐'고 했어요. '전통매듭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죠. 그때까지만 해도 전통매듭이라는 게 있는지를 몰랐어요. 기계로 하는 줄 알았는데 배워 보니 모두 사람 손을 타는 작업이었죠."
흔히 사람들은 전통매듭이라고 하면 노리개를 떠올린다. 전통매듭을 배우려는 수강생조차 한복에 덧댄 장신구로 생각하는 일이 많다. 그렇지만 최 작가는 선입견에 구애받지 않았다. 최 작가의 공방에는 팔찌·머리띠·목걸이·브로치·휴대폰 고리 등 실용적인 소품이 가득했다. 가느다란 실은 최 작가의 손을 거쳐 꽃이나 나비, 섬, 산 등 다양한 문양으로 탈바꿈했다.
"우리 문화재 선생님들은 한복과 어울리는 장신구를 주로 만드시는데요, 일상생활에서 한복을 입을 일이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서양 액세서리와 우리 전통기법을 퓨전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후손들도 우리 공예에 관심을 갖기 쉬울 것 같았고요. 실제로 주변에서 전통매듭을 배우는 분들이 늘고 있는데요, 소재와 표현이 다양해서 그런지 다들 재미있어하세요."
최 작가의 소품들은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기관에 납품돼 있다. 색감이 화려하면서도 동양적인 멋이 배어 있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선호가 높다고 한다. 1인 창업자 자격으로 서울시의 지원까지 받고 있는 최 작가. 그렇지만 처음부터 일이 잘 풀렸던 것은 아니다.
"자리 잡는 데 한 2년 정도 걸렸어요. 아이 육아를 신경 쓰다 보니까 시간 제약이 많았죠. 지금도 역시 바쁘긴 하지만 처음보다 더 공예가 재밌어진 것 같아요. 배우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외부 수요도 꽤 있고요. 다행히 서울시에서 후원을 받고 있고 몇몇 소품들은 미국에서 전시도 되고 있어요. 실인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100% 수작업이라서 손품이 많이 가는 걸 감안해 주셔야 해요."
팔찌, 머리띠, 목걸이, 브로치
아기자기 장신구 "100% 수작업"
최 작가는 나비매듭이나 날개매듭, 도래매듭 등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실이 예쁘게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공예품의 가치를 더 인정해 주는 분위기는 아쉽다고 했다. 최 작가는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대중들이 전통공예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은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입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도 중요해요. 저는 머릿속에 조형을 스케치하고 예쁜 것이 있으면 사진도 찍고, 잡지도 참고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전통에 얽매이기보다는 다양한 것들과 접목하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최 작가는 2006년 전통매듭 자격증을 취득한 뒤 자신의 노하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미 여러 공모전과 아트마켓 등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최 작가다. 그렇지만 자신과 달리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공예를 배우는 사람 중 상당수는 자신만의 공방을 갖고 싶어 해요. 하지만 당장 돈이 되는 건 아니니까 외부 지원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어렵죠. 저는 운 좋게도 서울문화재단 등과 연계해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전통매듭은 결코 어려운 공예가 아니에요. 많은 사람들이 배우고 또 관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세계시장에 어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적인 감각
최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공방 이름은 '너나들이'다. 너나들이는 '말을 터놓는 친근한 사이'란 뜻이다. 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관객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최 작가가 계승하고자 하는 전통이 보다 많은 이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길 희망한다.
[최민정 작가는?]
▲전통매듭 3급 자격증 취득(2006)
▲한국수공예협회 전통매듭 사범증 취득(2007)
▲NC백화점 전통매듭 강사(2008∼)
▲서울우수관광기념품 공모전 장려상(2012) 등 다수 공모전 수상
▲하이큐브 갤러리 전통매듭 전시전(2013)
▲서울상징관광기념품 100선 선정(2013)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등 다수 페스티벌·아트페어 참가
▲청와대 사랑채, 한국무역협회, KT&G 상상마당 등 입점
▲전통매듭 공방 '너나들이'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