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신준호 동병상련 사연

해외서 추락사…아들 가슴에 묻다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과 신준호 푸르밀 회장.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회자되고 있다. 주 회장의 아들이 해외에서 추락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 같은 아픔을 겪은 신 회장의 비운 스토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이들의 가슴 찡한 사연을 담아봤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아들이 러시아 한 호텔에서 추락사했다. 주 회장의 차남인 제홍씨는 러시아로 출장을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제홍씨의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곧바로 현지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 갔다가…

사조그룹은 일본 원전과 경기침체 등으로 참치 수요가 주춤하자 참치 등 수산물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러시아 등으로 활로를 모색해 왔다. 또 주력 분야인 명태, 다랑어 등 어족 자원 확보를 위해 러시아 근해 등에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최대 수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러시아 수산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사조그룹에 따르면 제홍씨는 지난 24일 판로개척을 목적으로 출장을 떠나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있는 한 호텔 9층 객실에 투숙했다. 그는 이날 새벽 0시께(현지시간) 호텔 식당에서 출장 동료, 현지 지사 직원 등과 식사 이후 객실로 들어간 뒤 지상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현지에선 제홍씨가 객실 창문을 여는 과정에서 몸의 균형을 읽으면서 추락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지 수사당국도 사고 당일 저녁 자리에서 술잔이 오갔고, 이후 술에 취한 제홍씨가 객실 창문을 열려다 균형을 잃어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사건 조사를 맡은 연해주 수사당국이 '현재로선 단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 측 역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실수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타살 등 다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술에 취해 추락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확실한 사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도 없어 현재 사인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회장 차남 러시아 호텔서 떨어져 사망
신 회장 장남 태국 아파트서 의문의 죽음

주 회장은 부인 윤성애씨와 사이에 두 아들(지홍-제홍)을 뒀다. 올해 37세(1977년생)인 장남 지홍씨는 연세대 사회학과와 미국 미시건주립대 MBA 과정을 마치고 외국계 컨설팅업체인 베어링포인트에 재직하다 2012년 사조해표·사조대림 기획팀장(부장)으로 입사해 근무 중이다. 기존 사조산업 기획팀에서 전담했던 M&A 등 그룹의 미래 신성장 사업을 맡아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에 들어갔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차남 제홍씨는 33세(1981년생)로 연세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평소 남자답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주 회장의 애정이 각별했다고 한다. 해병대 출신으로 수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제홍씨의 정확한 입사 시기는 확인되지 않지만, 회사일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제홍씨는 지분 53.3%를 갖고 있는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다. 1982년 10월 설립된 이 회사는 사무실, 상가 등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체다. 용역경비업과 전산업무 용역서비스업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주로 사조그룹 계열사에 경비·위탁관리 용역을 제공한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오양의 최대주주(22.47%)여서 제홍씨가 실질적인 사조오양 최대주주인 셈이다. 이외에 ▲사조산업(1.97%) ▲사조해표(3.64%) ▲캐슬렉스제주(20.5%) 등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제홍씨는 사조산업(0.01%), 사조오양(0.74%), 사조해표(3.69%) 지분도 있다. 현재 사조시스템즈 등기이사와 사조오양 기타 비상무이사(등기임원), 사조해표 이사직을 겸직 중이다.

자살이냐 타살이냐
아니면 단순 사고?


제홍씨의 사고는 롯데일가의 가슴 아픈 사연와 오버랩 된다. 두 사건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나이대가 비슷한 재벌가 자녀가 일 때문에 나간 해외에서 갑자기 추락사했다는 점이 그렇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넷째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장남 동학씨가 사망한 가슴 저린 사연을 갖고 있다. 동학씨는 2005년 태국 방콕공항 인근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7세.

그는 후배 한 명과 태국에 입국한 이후 사업차 필리핀으로 출국을 앞두고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정확한 사인은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를 당한 동학씨는 롯데에서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았다. 신 회장은 한순용 전 한대산업 회장의 딸 한일랑씨와 결혼, 2남1녀(동학-동식-경아)를 뒀다.

사실 동학씨는 '롯데가 악동'으로 소문난 인물이다. 1994년 운전 중 다른 차량의 운전자를 폭행한 이른바 '프라이드 폭력 사건'을 시작으로, 2년 뒤인 1996년 동거녀와 함께 대마초와 코카인을 흡입한 혐의로 구속됐다.

사업차 갔다가…

1999년 롯데가문 선영 도굴범들의 현장검증 때 용의자들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데 이어 2000년엔 음주운전을 하다 추돌사고를 낸 뒤 경찰관을 매달고 질주해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동학씨는 해외에서 주로 생활하다 변을 당했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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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