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도 너무한' 르노삼성차 ‘협력사 후리기’ 고발

60억 팔아줬는데 VIP커녕 머슴 취급

[일요시사=경제팀] 이창근 기자 = 특정 자동차영업소에 2000만원을 호가하는 차량을 매년 50대 이상 6년 동안 6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준 거래처가 있다면 어떤 대접을 받을까. 일반적인 상식으론 해당 거래처는 사업소로부터 극진한 대접과 관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 사례가 르노삼성차 사업소라면 전혀 얘기가 다르다. VIP 대접은커녕 채무자, 머슴, 심지어 아무 때나 빼먹는 곶감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이에 반항하면 사업소로부터 곧바로 응징을 당한다. 르노삼성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를 넘는 갑질 행태를 들여다봤다.
 
 
르노삼성차 산하에 있는 전국의 사업소는 총 13개. 각 사업소마다 소위 ‘보증대차’에 대한 협력업체를 선정하면서 정상적인 협력계약 외에 차량출고를 전제한 구두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이 구두계약을 빌미로 한 상식 이하의 영업행태, 이른바 ‘갑질’이 자행되고 있다.
 
출발은 윈-윈
결과는 갑질
 
‘보증대차’라는 것은 르노삼성차의 고객서비스 중 하나로 무상보증 기간 중 A/S로 인해 고객의 렌터카 수요가 생기면 이를 각 사업소가 지역 협력업체(전속 렌터카업체)의 차량을 임대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차량 렌터비용을 르노삼성차가 부담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호응이 큰 서비스다. 또한 협력업체로 지정된 렌터카 업체 입장에서는 꾸준히 발생될 것으로 기대되는 단기렌탈 매출이 매력적이다.  
 
물론 지역 사업소의 전속업체가 되는 데는 나름 부담도 있다. 르노삼성차를 일정량 확보해야 한다. 이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보증대차 서비스 차량으로 현대차나 기아차가 아닌 르노삼성차를 제공하고 싶은 브랜드 메이커의 순수한 욕심의 발로로 해석하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옵션이다. 
 

윈-윈 결합이라 할지라도 민감한 사안은 있다.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일정량 이상의 차량 확보’에 대한 조율 부분이다. 2009년, ‘스타스카이’라는 렌터카 업체가 르노삼성차 성수사업소와 구두 합의한 차량 대수는 65대였다.
 
또한 이 65대를 1년 이내에 성수사업소를 통해 신규로 출고하기로 했다. 확보차량을 중고차가 아닌 신규차량으로만 채워야 하는 협력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성수사업소는 보증대차뿐 아니라 ‘보험대차’에 대한 계약 건도 밀어주기로 했다. ‘보험대차’란 교통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접수된 렌터카 수요를 가리키는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양자 간의 계약이 1년 단위로 갱신하기로 한 점을 사업소가 악용하는 관행이 생기면서 발생했다. 스타스카이가 2009년 한 해 동안 65대의 차량을 출고함으로써 계약서 및 구두로 합의한 ‘일정량의 차량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재계약 당시 추가로 65대의 차량출고를 요구받은 것이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지만 마지못해 사업소의 요구에 따라 재계약을 했다. 그리고 이것이 잘못된 관행의 시발점이 됐다. 스타스카이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동안 계약을 연장해 왔다. 그리고 매년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신차출고를 약속하고, 이행해왔다. 이 기간 동안 출고한 차량은 324대.
 
2009년 65대, 2010년 65대, 2011년 64대, 2012년 64대, 2013년 55대, 2014년 올해는 42대의 출고를 약속하고 7월 현재까지 11대를 출고한 상태다. 차량 1대 가격을 2000만원으로 계산해보면 스타스카이가 사업소에 올려준 매출은 65억원 규모에 이른다. 
 
스타스카이 조기배 대표(49세)는 그간의 과정을 한마디로 ‘6년간의 악몽’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업소와의 구두계약을 지키기 위해 안 해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매출이 생기는 대로 최우선으로 차량을 출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는 회사나 주변 사람들이 차를 산다고 하면 어르고 달래서 성수사업소와 연결시켜줬다. 출고대수를 채우기 위해 1년밖에 안 된 다른 차를 중고차로 팔고 그 돈으로 다시 새 차를 주문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수년간 협력업체에 악질적 갑질 논란

‘곶감 빼먹기’ 반항하면 곧바로 응징
 
이렇게 계약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사업소를 통해 발생한 보증대차 및 보험대차의 매출은 월 1800만원에서 2000만원 수준. 그렇다면 스타스카이는 돈을 벌었을까? 
 
“보증대차, 보험대차 합해서 월 2000만원 매출이 나면 얼추 손익을 맞춘다. 1800만원 수준이면 손해가 난다. 차량 보험료에 파견한 직원 셋 인건비를 차감하고 나면 항상 차량할부금 낼 돈이 모자랐다. 차량할부금 비중이 너무 커서 도저히 이익을 남길 수가 없었다.” 
 
크게 남는 것도 없고 대부분 적자를 보는 전속계약을 6년이나 지속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 대표는 그 이유를 중소기업들에 적합한 업종에 대기업이 뛰어든 결과로 규정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렌터카 시장은 KT금호렌터카와 AJ렌터카 같은 대기업이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잠식하면서 군소 렌터카업체의 위기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사업소와의 전속계약을 대기업 렌탈사업자에 대항하는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것이다.
 
대기업 몰려 
설자리 없어
 
그런데 가뜩이나 울고 싶은 조 대표의 뺨을 때려 울린 것과 다름없는 일이 생겼다. 지난 3월19일, 지난해 부임한 성수사업소장 정모씨가 조 대표를 사무실로 호출했다. 용건은 “이번 달에 세 대밖에 안 했으니 한 대만 더 출고해 달라”는 것.
 
조 대표는 정 소장의 부탁을 쉽게 들어줄 수 없었다. 그럴 여건이 안 됐다. 대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 매출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한 대 더 뽑으라”는 정 소장과 “이번 달은 어렵다”는 조 대표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러던 중 정 소장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조 대표를 격분케 했다. “내 직원 하나가 이번에 진급 케이스인데 차 한 대가 부족하다. 조 대표 때문에 직원이 진급을 못해서야 되겠는가!”
 

조 대표는 정소장의 ‘당신 탓’ 발언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추가할 필요도 없는 차량을 매년 수십대 씩 출고해 온 자신을 ‘직원 진급을 가로막는 사람’으로 대하는 처사가 참기 힘들었다. 
 
조 대표는 “그게 왜 내 탓인가, 책임을 왜 나한테 돌리는가”라고 반발했다. 그리고 조 대표의 반발에 이어진 정 소장의 발언이 6년간의 협력관계를 깨트렸다. “아, 내가 이 정도 그릇밖에 안 되는 업체와 계약을 하다니. 능력 없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정 소장의 발언에 조 대표는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 게다가 그 자리에는 성수사업소의 직원이 배석해 있었는데 그 앞에서 “능력 없는 파트너” 운운하는 소리를 듣고 보니 피가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정 소장의 나이가 조 대표보다 다섯 살 가량 아래임을 알고 있었던 터라 모멸감은 더욱 컸다. 
 
버릇 고치려다 

뺨 맞고 울분
 
그날 미팅은 서로 얼굴만 붉힌 채 끝이 났지만 조 대표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이후 조 대표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차량 출고를 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그동안 확보한 차량만으로도 계약서에 명기된 ‘서비스에 필요한 차량의 확보’ 조건은 만족되었다는 판단이 있었다. 또 구두약속인 42대의 출고 부분은 1년 안에 이행하면 되는 것이어서 하반기에나 감당하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그러나 조 대표의 행동에는 자신이 ‘을’이라는 자각이 부족했다. 7월에 접어들자마자 성수사업소로부터 ‘더 이상 계약을 지속할 수 없으니 사업소에 있는 차량과 인력을 철수시키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에 조 대표는 직접 정 소장을 찾아가 “계약기간도 남아 있고, 남은 기간 동안 출고목표를 채우겠다”며 읍소를 했다.
 
계약이 파기되면 사업소에 파견한 직원 셋을 해고해야 하고, 사업소에 주차된 20여 대의 차량의 주차공간도 마련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수사업소의 대답은 “이미 다른 업체와 계약됐다”는 것. “차량 처분이나 대체할 주차 공간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부탁 역시 수용되지 않았다. 
 
조 대표가 <일요시사>에 자신의 사연을 호소한 것도 이 시점이다. 조 대표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3백대 이상 르노삼성차를 출고해온 협력업체에 대한 사업소의 처사가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업소가 협력업체에게 ‘파트너’가 아닌 ‘채무자’나 ‘부하직원’처럼 취급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지난 6년 동안 사업소로부터 받은 무수한 설움도 털어놓았다. 
 
추가 출고 압박 영업소장 핀잔에 반박하다 보복

계약서에 독소조항 집어넣고 입맛대로 좌지우지
 
“왜 내가 능력 없는 파트너입니까? 더 이상 추가할 필요도 없는 차를 매년 수십 대씩, 6년 동안 300대가 넘도록 차를 뽑아줬으면 VIP 아닌가요. VIP 대접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최소한 협력업체로는 대해줘야지 마치 채무자나 부하직원 다루듯 해서야 되겠습니까?”  
 
문제의 발단이 된 성수사업소 정 소장은 조 대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인터뷰를 회피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와 대화에서 폭언이나 욕설은 없었다. 스타스카이가 출고를 안 한 상태에서도 3개월간 보증대차 계약을 받아갔다. 그 동안 주차비도 안 냈다”면서 오히려 조 대표를 비난했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첫 번째 사실은 르노삼성차 사업소와 협력업체의 갈등이 비단 성수사업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르노삼성차의 전국 사업소마다 비슷한 형태의 갈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도권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르노삼성차 악랄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업체마다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차량출고 시점과 수량을 조절하면서 약속한 출고대수를 맞춰나가려는데 이게 사업소 맘대로다. 무슨 상호협력이 이 모양인가. ‘갑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단언했다.
 
말로만 상생 
실상은 쪼기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소가 인근 렌터카업체를 모아놓고 “몇 대를 출고할지를 써내라. 많이 써낸 곳과 계약을 하겠다”는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있음을 확인해 줬다. 사업소가 르노삼성차로 보증대차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몇 대를 출고할 것이냐를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협력업체 대표들은 “르노삼성차가 협력업체들 등쳐서 매출을 올리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계약 당시에는 ‘르노삼성차 A/S로 제공하는 렌터카를 다른 브랜드 차량으로 제공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것을 명분으로 삼지만 결국은 차량출고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과연 르노삼성차 본사는 전국 사업소에서 보증대차를 빌미로 한 갈등이 조장되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이에 대해 홍보실 관계자는 “개별 영업소가 해당지역의 렌터카업체들 중 한 두 곳을 선정해서 보증대차나 보험대차 계약을 밀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속계약의 실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매년 추가출고가 강제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러면서 “랜터카 일감을 몰아주는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업체가 알아서 출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차량출고에 대해 구두계약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감을 얼마나 밀어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구두계약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구두계약한 출고대수 때문에 협력업체가 힘들어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출고대수는 업체가 자발적으로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성수사업소가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협력업체에게 계약파기를 통보한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본사는 별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업체가 4월부터 3개월 간 차량 출고가 없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업체로 판단하여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남은 기간에 약속한 출고대수를 채우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에도 ‘신뢰할 수 없는 업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성수사업소장에게 물어도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본사와 사업소가 한 목소리로 ‘신뢰할 수 없는 업체로 판단했음’을 강조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에 다시 계약서를 살펴보니 그 안에 답이 있었다. 사업소와 협력업체가 체결한 계약서 제11조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요건을 보면 6번째 조항에 ‘갑의 입장에서 을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판단하는 경우’라고 명시되어 있다.
 
어떤 때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보는지에 대한 기준조차 없다. 을의 소명 기회에 대한 언급도 없고, 그저 갑이 보기에 을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작성된 것이다.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을의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볼 때 이 계약서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조항을 배경으로 사업소장에게 협력업체는 어느 때나 필요할 때 빼먹을 수 있는 ‘곶감(?)’이 됐다.
 
협력업체의 자금사정이나 계획보다 사업소의 필요와 의지에 따라 출고차량의 수량과 시점이 결정되는 불합리가 자행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계약을 갱신하려면 새로 출고약속을 하라는 형태는 문제소지가 많다. 이미 인프라를 갖춘 업체를 상대로 요구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르노삼성차는 전혀 개선의 의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삼자대면 제의
나중엔 모르쇠
 
현대차나 기아차 영업소에는 없는 형태라는 지적에도 “다른 회사 일은 언급할 필요가 없고, 영업소에서 시행하는 것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답변이다. 비난을 받더라도 협력업체들로부터 발생할 매출은 포기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협력업체 대표가 사업소장으로부터 모멸감을 주는 발언을 들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사와 사업소장 모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삼자대면을 하자”는 말을 먼저 꺼낸 것이 르노삼성차 측이다. 이 제의에 조 대표도 기꺼이 찬성을 했다. 그러나 일정을 잡아달라는 본지의 제안에 홍보실 관계자도 성수사업소장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거듭 재촉해도 마찬가지였다. 6년 동안 멀쩡한 차 팔고, 주변에 아쉬운 소리해가며 르노삼성차 영업해 준 조 대표 입장만 우스운 꼴이 되고 있다. 
 
현재 조 대표는 계약파기의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직원 셋을 해고하기보다 다른 매출처를 찾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성수사업소에 있는 차량 20대를 주차공간도 찾아야 하고, 보유하고 있는 르노삼성차 80대도 처분하려면 하루해가 짧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 땀을 훔치며 뛰어다니는 조기배 대표 등 뒤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을’의 그림자가 모질도록 짙고 어둡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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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