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6·4지방선거 지역별 판세 분석 ⑨호남권

살벌한 공천경쟁 "예선 이기면 본선 9부능선 넘는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6·4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조용한 지방선거를 준비 중이다. '세월호 참사'로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가 조성되며 한동안 정치시계가 멈췄지만 선거일정상 조심스럽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전국 주요 시·도의 후보군 면면과 판세를 기획연재로 독자들에게 소개했던 <일요시사>도 이에 발맞춰 마지막편인 호남권의 판세를 집중 취재했다.

여권에게 '영남'이라는 든든한 지역적 배경이 있다면, 야권에게는 '호남'이 있다. '영남 대 호남' 지역구도가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은 상대당 정치인의 입성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다. 마찬가지로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호남은 야권 정치인들 간 '그들만의 리그'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그들만의 리그

우선 광주는 '민주당의 성지'로 불렸던 만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으로 새출발했음에도 여전히 절대적 지지가 예상된다. 새민련 '경선 승리=본선 승리' 공식이 유효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새민련의 예비후보는 강운태 현 광주시장, 이용섭 의원(광산을),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등 3명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광주지역 유력매체인 <광주일보>가 지난 1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주)타래에 의뢰해 광주시민 10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새민련 후보 적합도 부분에서 강 시장이 40.1%, 이 의원이 36.9%로 오차범위 내에서 강 시장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공동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윤 전 위원장은 12.2%로 조사됐다(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0%p).

이외에도 새민련 경선 불참을 선언한 뒤 무소속으로 나선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통합진보당 윤민호 광주시당위원장, 노동당 이병훈 노무사, 새누리당 이정재 광주시당위원장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이지만 한 자릿수에 그치는 지지율에 당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변수는 지역 국회의원 5명의 윤 전 위원장 지지선언이다. 지역 내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의원 5명이 불공정 공천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은 당 지도부와의 교감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들은 교감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합당의 대가로 안 대표 측에게 지방선거 지분을 챙겨주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대 후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들 5명 전원이 지역공천심사위원으로도 이름을 올리며 지도부와의 교감설에 힘을 싣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가라앉은 대한민국 분위기다. 5월15~16일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시한과 작금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떠들썩해질 수 있는 공론조사 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는 전남·전북의 새민련 경선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무공천 논란으로 경선 준비가 늦은 새민련은 조용하면서도 빠른 경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100% 여론조사 경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럴 경우 현역 단체장이 유리한 반면 윤 전 위원장과 같은 정치신인은 불리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지역정가 일부에선 '당 지도부-지역의원 교감설'과 맞물려 전략공천으로 윤 전 위원장을 낙점할 것이라는 말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광주·전남·전북, '경선 승리=본선 승리' 유효
공천장만 손에 쥐면 끝? '진흙탕 선거전' 눈살

새민련의 전남지사 경선은 각종 비리가 백화점 수준으로 불거진 진흙탕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구 민주계 출신 유력후보인 이낙연·주승용 의원이 경쟁적으로 상대방의 부정선거운동, 약점을 찾아내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두 예비후보가 모두 받고 있는 당비 대납 의혹은 선관위 조사를 거쳐 검찰에 고발 및 수사의뢰까지 된 상황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당비 대납 외에도 착신전환, 허위 문자메시지 발송, 향응제공, 논문표절 등 각종 비리행위가 불거지고 있는데, 일단 새민련 공천장만 따내면 본선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하에 두 후보 측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안 대표 측 인사인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별다른 구설수 없이 자신만의 행보를 펼치며 이들과 대비되고 있다.

지난 12일 <광주일보>가 ㈜타래에 의뢰해 전남도민 1069명을 대상으로 야권후보 적합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는 이 의원이 33.7%, 주 의원이 32.4%를 얻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이어 이 전 군수는 12.9%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p).
 

변수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이낙연·주승용 의원이 각종 비리 의혹에 이은 당비 대납 사건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되면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민련 일각에선 새정치 명분에 악영향을 끼쳐 지방선거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대두되며 "문제되는 두 후보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들이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과열 경선 변수

새민련의 전북지사 경선에서는 송하진 전 전주시장이 오차범위 밖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유성엽 의원이 뒤를 추격하고 있다. 

지난 24일 <전북도민일보>, <KBS전주방송총국>, <전주MBC> 등 전북지역 언론 3사가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 (주)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21일 전북도민 유권자 72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송 전 전주시장이 36.7%로 가장 앞섰다.

이어 강 전 장관은 23.9%, 유 의원은 15.6%를 기록했다. 본선에서 이들 중 한 명과 맞붙게 될 새누리당 박철곤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다자구도에서도 6.9%에 그쳤다.

새민련 지지층(5490명)만을 대상으로 새민련 경선후보 지지도를 살펴본 결과에서도 송 전 시장은 47.1%로 오차범위 밖에서 강 전 장관(29.4%), 유 의원(22.0%)에 우위를 점했다(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1.2%p).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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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