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②막 나간 인사들

막말은 기본, 황당한 시추에이션 연발

[일요시사=정치팀] 세월호 침몰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들이 이런 국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고 있다. <일요시사>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몰상식한 행태를 모아봤다.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을 포함해 승객 476명이 타고 있던 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16일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했다. 특히 이번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집단 트라우마 증상까지 겪고 있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은 이런 국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았다.

집단 트라우마
가슴에 대못

우선 SNS상에서 정치인들의 경솔한 발언이 국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사고 직후 자신의 SNS에 '현장행' '캄캄바다' '가족' '진도의 눈물' 등의 자작시를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고 현장에서의 느낌을 짧게 표현했다는 김 지사의 자작시에 일부 누리꾼들은 "이 와중에 시나 쓰고 있다니 지금 백일장 하러 사고 현장에 갔느냐"며 "실종자 가족들은 슬픔에 빠져있는데 운율 맞출 여유도 있냐"고 김 지사를 비판했다. 김 지사는 또 실종자 가족들이 더딘 구조 작업에 대해 항의하자 "경기도 지사는 경기도 안에서는 영향력이 있지만 여기는 경기도가 아니라 힘이 없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난데없는 '색깔론'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서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질펀한 술자리
사망자 명단 앞서 기념사진 촬영까지
사고 현장서 먹자판 벌인 장관도 도마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고 선동하는 이들이 있다는 글을 게재해 논란이 됐다. 권 의원은 "유가족들에게 명찰을 나눠주려고 하자 그거 못하게 막으려고 유가족인 척하며 선동하는 여자의 동영상이다. 그런데 위의 동영상의 여자가 밀양송전탑 반대 시위에도 똑같이 있다"며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권 의원이 공개한 영상은 합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권 의원은 사실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실종자 부모를 선동꾼이라며 몰아붙인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권 의원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를 했지만 경찰은 권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장하나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선내 진입 등이 이렇게 더뎌도 될까. 이 정도면 범죄 아닐까?"라는 글을 올려 구조대원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개한 국민"
구조대원이 범죄자?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막내 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 의원의 막내아들은 지난 18일 SNS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 한다.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는 글을 남겼다. 정 의원은 뒤늦게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의 발언을 대신 사과했다.

정치인들의 경솔한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소속 유한식 세종시장은 지난 18일 저녁 세종시 조치원읍 모 식당에서 청년당원들과 폭탄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해 구설수에 올랐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유 시장에 대해 '경고' 징계처분을 내렸다. '경고'는 가장 가벼운 징계처분이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도 지난 18일 지역 내 한 술자리에 참석해 건배사를 하고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당시 식당 TV에서는 세월호 침몰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 구청장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구청장 측은 "원래 회식자리가 아니라 식사를 겸한 월례회의 자리였는데 술자리처럼 상황이 됐다"고 해명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저녁 공무원들과 술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민 청장은 "회계전산과 직원 30여명이 구청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는 자리에 잠시 들렀던 것뿐"이라며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민련 광주시당위원장인 임내현 의원은 지난 20일 광주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에 '국회의원 임내현'이라고 적힌 조끼 등을 착용하고 참석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새민련 이윤석 의원은 경비정을 타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갔다가 비판을 받았다. 불필요하게 현장을 방문해 구조에 오히려 방해만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게다가 침몰 현장에 가고 싶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는 대부분 묵살된 반면 밤늦게 도착한 이 의원은 보좌진 3명과 함께 곧바로 경비정을 타고 사고해역으로 출항해 특혜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구조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하소연을 전달하기 위해 학부모들과 함께 현장에 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민련 소속의 경기도의원 후보였던 송영근씨는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대표로 활동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송씨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아님에도 사고가 발생하자 진도로 내려가 실종자 가족 대표를 자처했고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때는 사회를 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지자 새민련에서는 송씨의 제명을 안건으로 긴급 윤리위원회를 소집할 계획이었으나 송씨 스스로 탈당을 선택했다.

이외에도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사실상 본인을 홍보하는 선거운동을 펼쳐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야는 세월호 사고로 지방선거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예비후보들이 본인 명의의 세월호 사고 위로 문자를 시민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민단체에서는 최근 이 같은 문자를 보낸 예비후보들 148명(새누리당 102명, 새정치민주연합 46명, 교육감 및 무소속후보 제외)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컵라면에
치킨까지

사고 수습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의 경솔한 발언과 행동도 연일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6일 사고 직후 세월호 실종자들이 있는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의전용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실종자 가족들이 차가운 바닥에 앉아 슬퍼하고 있는 모습과 비교되면서 '황제 라면' 논란으로 번졌다.

특히 라면을 놓고 먹은 테이블은 의사와 군 의료진이 진료와 치료를 할 때 사용하던 테이블인 것으로 알려지며 더 큰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서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은 것도 아니고 끓여 먹은 것도 아니다"라며 두둔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서 장관은 지난 18일 경기도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이모군의 빈소를 찾았다가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 장관의 한 수행원이 빈소 앞쪽에 앉아 있던 유족에게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전하자 유족이 곧바로 "장관 왔다고 유족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뜻이냐"며 거칠게 항의해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서 장관은 조문을 마치고 "제가 대신 사과 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못말리는 SNS 실언 퍼레이드
문제 터지면 무조건 사과부터


정부 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 강병규 장관은 세월호 사고 당일 현장에 도착해 야식으로 치킨을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실종자 숫자 파악도 제대로 못한 시점에서 치킨이 넘어가느냐는 비판이었다. 이어 안행부의 송모 국장은 지난 20일 사망자 명단 앞에서 동행한 공무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려다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안행부는 3시간 여만에 송 국장을 곧바로 직위해제했다. 안행부는 다음날 제출된 송 국장의 사표도 즉시 수리했다. 물의를 일으킨 송 국장은 박근혜 정권의 첫 훈장 수여자로 알려져 국민들을 더욱 씁쓸하게 했다.

지난해 2월 열린 제1회 국민권익의 날 기념식에서 당시 행정안전부 소속이던 송 국장은 홍조근정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송 국장은 사무관 시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재난관리법률 제정 작업의 실무를 맡았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차 출퇴근
시체장사 막말

사고 현장에 파견된 보건복지부 직원들은 구급차를 출퇴근 용도로 이용해 물의를 빚었다. 구급차는 희생자, 구조자, 실종자 가족을 이송하거나 실종자 가족의 실신 등 위급상황 발생에 대비해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복지부 측은 "짐이 많아 차량 없이는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남도에 업무지원 차량을 요청했더니 구급차가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2일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작업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해경 간부가 직위해제되기도 했다. 목포해경 소속 모 간부는 지난 17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초기 대응이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해경이 못한 게 뭐가 있느냐.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닌가"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극우논객으로 알려진 지만원 씨는 세월호 참사는 (국가를 전복시키기 위한) 시체장사라는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해 유족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월호 사태에도 조용히 틈새 선거운동

지방선거를 불과 40여일 앞두고 세월호 사태가 터지면서 여야의 선거운동이 모두 중단됐다. 각 당 지도부는 당분간 선거운동은 물론이고 당을 상징하는 색상의 점퍼를 입는 것까지 금지시켰다. 


하지만 선거판 물밑에서는 틈새 선거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부 후보는 아예 당 상징색과 거리가 먼 하얀색 점퍼를 입고 선거 운동에 나섰고, 대중과 접촉하기 보단 지역 유력 인사들을 대면 마크하는 선거 운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참에 부족한 공약을 보완하거나 향후 선거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는 후보가 있는가하면 세월호 사태가 진정되면 곧바로 내보 낼 보도자료나 인터뷰 스케줄을 잡는데 주력하는 후보들도 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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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