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폭도 울고 갈 홈앤쇼핑 '유보금' 횡포 고발

중소기업 살리라니까 오히려 목줄 잡고 '슈퍼 갑질'

[일요시사=경제팀] 이창근 기자 = TV홈쇼핑을 통해 일반 잡화를 판매하는 A업체의 대표 김모씨는 최근 ‘홈앤쇼핑’의 재무팀과 얼굴을 붉혀가며 한바탕 입씨름을 치렀다. 홈앤쇼핑에서 방송된 제품의 판매대금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게 정산됐기 때문이다.  제품제조 공장에 지급할 대금과 사무실 임대료, 직원 인건비에 시달리던 김씨로서는 홈앤쇼핑 재무팀에 연유를 물었고, 그 재무팀의 황당한 대답에 화가 났던 것이다. “중소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홈쇼핑 허가를 받은 홈앤쇼핑이 중소기업을 살리기는커녕 목줄을 죄고 있다”고 울분을 토하는 김씨의 사연을 들여다봤다.
 
 
‘홈앤쇼핑’(대표 김기문·강남훈)은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확보와 소비자 권익 실현이라는 명분 아래 2011년 허가를 받아 2012년 1월부터 방송을 개시한 홈쇼핑업체다. ‘국민MC’ 유재석이 광고모델로 등장하면서 일반인에게 더 친숙해진 업체다.

수수료 아끼려다 
자금난만 생겼다 
 
핵심주주도 중소기업중앙회, 농협경제지주 주식회사, 기업은행, 중소기업유통센터 등과 같이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목표 아래 움직이는 주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홈앤쇼핑 사이트 내 경영이념을 보면 ‘홈앤쇼핑이 존재하는 이유와 달성목표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이며, ‘중소기업과의 상생추구만이 지향점’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홈앤쇼핑의 출범배경과 경영이념은 김씨에게 ‘새빨간 거짓말’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보다는 중소기업의 희생을 발판삼아 성장하고 있는 최악의 홈쇼핑 채널’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김씨의 이처럼 격앙된 반응은 무엇 때문일까?
 
김씨는 홈앤쇼핑의 대금지급 체계를 문제 삼고 있다.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 않고 영업을 하는 여타 홈쇼핑채널보다 더 악랄한 정산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특히 ‘A/S미정산금’이란 항목을 문제 삼았다. 
 
일반적으로 홈쇼핑을 통해 방송된 제품의 매출에서 가장 먼저 제하는 것이 홈쇼핑 채널의 수수료다.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GS홈쇼핑, NS홈쇼핑 등등 각 채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37∼40% 선.
 
이에 비해 홈앤쇼핑은 30∼33% 수준이다. 나름 여타 업체보다 중소협력사를 배려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상품주문에 따른 배송비 및 반품처리 비용을 감안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여타 홈쇼핑 채널은 배송 및 반품 처리비용이 수수료에 포함되어 있는 반면 홈앤쇼핑은 이와 관련된 비용을 업체부담으로 별도 정산하는 방식이다.
 
통상 배송 및 반품처리 비용이 매출액의 5%선이라고 하니 홈앤쇼핑의 실질적인 수수료는 30∼33%가 아니라 35∼38% 수준인 셈이다. 여타 홈쇼핑과 비교할 때 1∼2% 차이에 불과하고, 그나마 판매단가가 낮은 상품은 택배수량이 많아져 물류비가 늘어나면 사실상 수수료 차이가 없어진다. 이런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한 푼이 아쉬운 협력사 입장에서는 작은 수수료 격차를 소중히 생각하고 홈앤쇼핑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홈쇼핑의 매출이 1억원 정도 발생하면 여타 홈쇼핑의 경우는 대략 6000만원(수수료 40% 기준)이 협력사의 공급가액이 된다. 홈앤쇼핑의 케이스는 6700만원(수수료 33% 기준)에서 물류비 500만원(매출의 5%)을 뺀 6200만원 정도가 업체가 받을 돈, 즉 ‘공급가액’이다. 
 
이 ‘공급가액’에서 ‘유보금’이 차감된다. 유보금이란, 판매된 제품이 제품의 하자나 A/S, 고객의 요구에 의해 기한 내 반품될 것을 대비하여 홈쇼핑채널이 지급을 유예하고 있는 돈이다. 이 유보금의 비율은 판매품목에 따라 달라진다.
 

반품율이 높은 의류의 경우는 대략 30% 선에서 유보율이 책정되고, 잡화처럼 반품율이 낮은 품목은 20∼25% 내외로 유보율을 잡는 게 통상적인 업계의 수준이다. 잡화를 취급한 김씨의 케이스라면 유보율을 20% 수준으로 계산할 수 있겠다. 업계 평균 유보율 20%를 반영하여 협력업체가 받아야 할 금액을 계산해보면 일반 홈쇼핑의 경우는 4800만원(6000만원의 20% 차감)이고, 홈앤쇼핑의 경우는 4960만원(6200만원의 20% 차감)이 된다.

   

배송 건수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계산만 한다면 160만원 차이다. 매출액 대비 1.6%다. 여타 홈쇼핑보다 160만원이나 더 지급한다는 점이 중소기업을 위한 채널이라는 홈앤쇼핑의 명분이 되고 있다. 홈쇼핑 수수료 관련 이슈가 나오면 홈앤쇼핑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김씨 등과 같이 영세 협력업체가 홈앤쇼핑과 거래하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타 홈쇼핑보다 조금이라도 수수료가 작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김씨는 왜 수수료가 낮은 홈앤쇼핑에 대해 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까?
 
원인은 A/S미정산이라는 항목 때문이다. 홈앤쇼핑에서만 채택되고 있는 A/S미정산이란 항목은 전체 매출에서 홈쇼핑 수수료를 제한 ‘지급금액’에서 1차로 ‘유보금’ 20%를 제하고, 추가로 ‘지급금액’의 20% 안밖을 차감하여 보유하는 금액이다. 결국, 협력사는 자신이 받아야 할 금액의 최소 40% 이상을 홈앤쇼핑의 계좌에 남겨둬야 하는 것이다. 

“자금 때문에
피 바짝 말라”
 
A/S미정산이라는 항목이 개입되면 홈앤쇼핑이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명분이 사라진다. 매출이 1억원일 때, 홈앤쇼핑 계산법에 의하면 홈쇼핑 수수료 33%(3300만원)를 뗀 협력사 공급가액 6700만원 중 물류비 500만원을 제하고, 나머지 ‘지급금액’ 6200만원에서 유보금 명목으로 1240만원, 다시 A/S미정산금 명목으로 1240만원 등 도합 2480만원을 지급 보류한다. 최종 지급금액은 3720만원이다. 이는 수수료와 유보금만 제외하고 지급하는 여타 홈쇼핑의 ‘지급금액’ 4500만원에 비해 훨씬 적은 금액이다.
 
문제는 최종 지급금액의 격차만이 아니다. 외상담보대출 문제가 남았다. 통상 홈쇼핑은 매월 말일까지 영업마감해서 다음달 25일에 대금 정산을 하는 구조다. 4월1일에 홈쇼핑 방송을 해서 매출이 발생하면 5월25일까지 돈 한 푼 못 받고 기다려야 한다. 협력업체로서는 괴로운 시간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바로 ‘외담대’, 외상담보대출이다.
 
쉽게 말하면 홈쇼핑에서 협력업체에게 은행에서 할인받아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전자어음 형태로 발행하는 매출채권이 바로 ‘외담대’다. 이 외담대 비율은 GS나 롯데, 현대홈쇼핑 등 대부분 ‘지급금액’의 70% 정도인데 비해 홈앤쇼핑은 50% 수준이다. 외담대를 제외한  ‘지급금액’의 잔액 30%와 50%는 익월 25일에 각각 현금 정산된다. 
 
때가 어느 때인데…'상생' 새빨간 거짓말  
이상한 지급체계에 중소협력업체만 곡소리
 
무수한 업체들이 홈쇼핑이 책정한 ‘지급금액’ 규모와 ‘외담대’ 비율에 민감한 것도 이런 이유다. 늘상 제품 생산비용과 각종 인건비, 유지비에 목마른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수수료 외에 유보되는 비율이 낮을수록, 또 외담대의 비율이 높을수록 협력업체가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을 감안해보면 홈앤쇼핑에 격앙된 목소리를 내는 김씨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된다.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김씨가 외담대로 할인받아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일반 홈쇼핑의 경우 3150만원(지급금액 4500만원의 70%)인 반면 홈앤쇼핑의 외담대로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1860만원에 불과하다. 김씨가 홈앤쇼핑 재무팀에게 “예상보다 1290만원이나 덜 들어왔다”고 따져 묻게 된 배경이다. 
 
 
이러한 격차는 결국 홈앤쇼핑이 유보금 외에 추가로 공제한 A/S미정산금이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전체 지급금액에서 유보금을 잡은 데다 추가로 A/S미정산금 까지 차감하니 외담대 할 수 있는 파이 자체가 작아지고, 게다가 외담대 비율마저 50%에 불과하기 때문에 협력업체의 자금운용이 곤란해지는 것이다.
 

김씨와 같이 홈앤쇼핑과 거래해 온 박모씨, 최모씨 등이 “홈앤쇼핑이 돈 때문에 피가 말라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이런 정산체계를 가지고 중소기업과 상생하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특히 박씨는 “이처럼 설립목적과 반대로 운영할 거라면 아예 홈앤쇼핑의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밥값 떼고 식대 
명목으로 또 떼
 
도대체 홈앤쇼핑이 유보금 외에 공제하는 A/S미정산은 무엇일까? 이 부분에 대한 취재과정에서 홈앤쇼핑 관계자는 “A/S미정산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시한 표준계약서에 들어있는 내용”이며, “계약 당시 전부 고지하고 협력사와 합의하에 작성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협력업체로부터 넘겨받은 홈앤쇼핑의 표준거래계약서 속에는 실제로 ‘A/S미정산’ 항목이 기재되어 있다. ‘홈앤쇼핑과 협력사의 합의로 반품 또는 A/S에 필요한 금액을 책정할 수 있음’이 적시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계약서에 명시된 ‘반품과 A/S를 위해’ 라는 대목은 업계에서 말하는 ‘유보금’과 성격이 동일했다. 또한 계약서 내에는 A/S미정산에 대한 필요성과 항목에 대한 정의는 규명되어 있으나 ‘유보금’에 대한 별도의 항목과 정의는 존재하지 않았다. 홈앤쇼핑에서 말하는 A/S미정산이란 곧 업계에서 말하는 ‘유보금’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홈앤쇼핑은 반품과 A/S를 위한 금액으로 유보금 혹은 A/S미정산 항목으로 한 번만 차감해야 옳다. 같은 목적으로 항목만 달리해서 두 번 차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김씨의 같은 목적으로 두 번 차감하고 있음을 거듭 주장했다.
 
홈앤쇼핑이 사업을 개시한 지 3년째임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하기 힘든 주장이다. 제보자인 김씨가 잘못 안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에 대해 김씨 등은 자신의 접속코드로 홈앤쇼핑의 SCM(공급망관리 시스템)을 보여주었다.
 
홈앤쇼핑의 SCM을 보면 ‘당월예상매출’ 옆에 ‘당월A/S미정산’과 함께 ‘유보액’ 항목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 전산시스템 자체가 두 개의 항목에 대해 유보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것이다. 이는 영업개시 후 지금까지 모든 거래에 있어 홈앤쇼핑이 ‘반품과 A/S를 위한’ 명분으로 업계서 부르는 유보금과 자신들이 지칭하는 A/S미정산금을 떼 왔음을 나타내고 있다. 눈으로 보고도 쉽게 믿기지 않는 대목이다. 
 
이 부분에 대한 홈앤쇼핑의 입장을 들어봤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A/S미정산 항목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계약서 내에 A/S미정산 관련 내용이 들어있고, 법규에 따라 40일 내에 유보한 금액을 지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보금을 또 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홈앤쇼핑 입장은 “반품율이 높아 유보금 한도를 넘는 경우에 거래업체와 협의 하에 정한다. 업체와 협의만 되면 상관없는 부분”이라는 것. 항목이야 어찌됐든 “40일 내에 지급을 안 한다면 모를까 기한 내에 업체에 지급하는 이상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마치 살림 빠듯한 직장인들에게 ‘아까는 밥값이고, 이번 건 식대’라고 하면서 ‘연말정산에서 다 돌려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 말과 같았다.
 
“다른 홈쇼핑 업체들은 유보금 항목 하나로 처리하고 있다”고 반문해도 반응은 마찬가지 였다. 그러면서 “다른 홈쇼핑 역시 다양한 항목으로 (유보금을) 잡거나 유보금 자체를 더 높여 잡는다”며 “다른 업체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업계가 관행적으로 이런저런 명분으로 협력업체에 지급할 대급을 유보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말로만 상생·동반성장
황당한 명목으로 압박
 
과연 다른 홈쇼핑 업체도 ‘밥값’과 ‘식대’를 따로따로 챙기고 있을까? 김씨 등의 협조로 여타 홈쇼핑 업체의 SCM을 들여다보았지만 모두 반품과 A/S에 대한 부분은 유보금 하나로 갈음하고 있었다. SCM 코드가 없는 홈쇼핑 업체는 직접 통화를 해서 확인해 본 결과도 마찬가지다. 한결같이 “수수료와 유보금을 제외하고는 다른 명목으로 협력업체의 대금지급을 유예하고 있는 항목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타 홈쇼핑 업체와의 접촉을 통해 유보되는 항목과 비율을 파악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김씨 등은 “홈앤쇼핑만 유보금에다 A/S미정산금을 또 뗀다. 다른 업체는 안 그렇다. 돈 줄 사람보다 그 돈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더 잘 알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의구심 섞인 시선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홈앤쇼핑이 유보금과 A/S미정산 명목으로 쥐고 있는 자금의 규모가 수천억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을 덧붙였다. 홈앤쇼핑 관계자의 말처럼 금년 예상 매출액이 1조5000억원 규모에 도달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수료 33%를 뺀 나머지 1조원 중에서 유보금 20%, A/S미정산금 20%를 합하면 대략 4000억원 정도의 운영자금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물론 홈앤쇼핑이 이들 유보금을 보유할 수 있는 기간이 업체당 40일을 넘을 수 없고, 실제로 발생하는 반품과 A/S비용 요소 등을 추가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지만 협력업체에게 지급되어야 할 돈을 황당한 명목으로 홈앤쇼핑이 쥐고 있다는 부분만큼은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내 돈 가지고 왜
자기들이 난리야”
 
만약, 유보금과 A/S미정산 계정으로 쥐고 있는 금액의 평균잔액이 4000억원이 아닌 1천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해도 홈앤쇼핑이 얻어가는 효과는 작은 게 아니다. 일반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1000억원 가량을 조달하려면 2000억원 상당의 담보를 넣고 예금금리 이상의 대출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데 협력업체에게 지급을 유보한 자금은 이런 부담이 전혀 없는 돈이다. 게다가 입출금이 자유로운 보통예금 수준의 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  
 
“반품과 A/S를 위해 따로 떼어놓는 밥값(A/S미정산금)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식대(유보금)를 또 떼서 굴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는 김씨의 말에 박 씨 등이 “중소기업은 하루하루 자금난에 피가 마르는데, 홈앤쇼핑은 다른 홈쇼핑에는 없는 항목까지 만들어 목줄을 죄고 있으면서 상생을 입에 올리고 있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 등은 홈앤쇼핑이 진짜로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하고자 한다면 시급히 지금의 대금정산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소한 밥값 떼고, 식대 또 떼는 옥상옥 작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지급유예 되는 대금의 규모도 줄고, 외상담보대출의 비율을 여타 홈쇼핑 업체와 같이 70% 수준으로 높인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취해져도 겨우 다른 홈쇼핑 업체와 같은 출발 선상에 서는 것일 뿐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다른 홈쇼핑 채널에 비해 수수료 부담이 조금 작다는 점만 앞세우고 뒤로는 중소기업의 자금줄을 조인다면 ‘동반성장’의 ‘동’자도 꺼낼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협력업체들의 지적에 대해 홈앤쇼핑은 진지한 검토와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로부터 외면 받는 홈쇼핑의 미래가 밝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홈앤쇼핑 스스로가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타의에 교정되는 사태를 맞을 공산이 크다.
 
<일요시사>가 본 건과 관련해 국회 중소기업 관련 상임위의 여야 의원들을 접촉해본 결과 한결같이 “홈앤쇼핑이 납득할 수 없는 형태로 중소기업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면 반드시 개선시켜야 할 사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추후 세월호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국정감사를 통해 중기청과 중소기업중앙회는 물론 기업은행, 중소기업물류센터 등 관계기관 모두의 해명과 개선책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을 살려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행태는 반드시 시정시키겠다는 것이다. 
 
한편, 2013년 홈앤쇼핑 영업이익 784억원 중 이자수익은 74억원이었다. 이 중에는 수수료와 A/S미정산금 외에도 협력업체에게 지급했어야 유보금에 대한 이자도 포함되어 있다. “내 돈 가지고 왜 지들이 굴리고 난리입니까?”라는 협력업체의 반문에 상생과 동반성장을 외치는 홈앤쇼핑의 해명이 궁금한 대목이다. 
 
 
<manchoice@ezyeconomy.com>
 
 
<기사 속 기사> 홈쇼핑 수수료 실태
 
TV홈쇼핑의 판매수수료가 평균 34%로 백화점 판매수수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1년 TV홈쇼핑사가 자체 제정한 표준거래계약서 내용과 배치되는 것으로 업계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6개사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4.4%로 지난 2012년(33.9%)보다 0.5%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백화점 상위 3개사의 평균 수수료율은 28.95%에서 28.87%로 내렸다. 
 
TV홈쇼핑 업계 매출 증가율은 10%대를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즉 전체 파이는 커졌지만 납품업체가 챙겨가는 수익의 비율은 거꾸로 줄어든 셈이다. 중소납품업체들은 높은 수수료율에도 불구하고 상품을 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홈쇼핑사의 횡포를 감수해야 했다. 업체 수수료는 의류 품목이 평균36∼40%대로 가장 높았으며, 개별 상품별로는 수수료율 40%를 넘는 품목이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에선 최고 수수료율이 50% 가까운 품목도 적지 않았다.
 
최근 납품비리가 불거진 롯데홈쇼핑의 경우는 대기업에 27.8%, 중소기업에 35.2%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업체 간 차별 논란을 빚었다. 특히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 타임’의 경우는 납품업자가 상품을 노출시키기 위해 MD(구매담당자)와 임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등 고질적인 비리가 만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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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