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지방선거 체제로 돌입했다. 여야가 각각 필승의 각오를 다지며 당의 조직과 기능을 선거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출현과 새누리당의 총동원령으로 각 지역에 나서는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며 지방선거 열기도 점점 달아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요 지역 후보군 면면과 판세를 기획연재로 독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6편은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의 가세로 판세가 급변한 제주특별자치도이다.
6월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선거에 나서는 여야 후보군 윤곽이 드러났다. 통합야당(새정치민주연합)의 등장으로 여야 1대1 구도가 만들어진 가운데, 각 당의 경선레이스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제주지사 선거에는 여권 경선후보로 대권잠룡으로도 거론되는 원희룡 전 의원(50·서울 양천갑 3선)이 가세하며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희룡 대세론
새누리당의 제주지사 경선후보는 원 전 의원, 김방훈 전 제주지사(59), 김경택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58) 등 3명으로 좁혀졌다. 당초 우근민 현 지사(71)와 양원찬 재외제주도민회 총연합회장(63)도 출마를 준비 중이었으나 각각 경선 방식 불만과 원 전 의원 지지를 이유로 경선 참여를 포기했다.
경선 방식은 새누리당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지난달 13일 제주도를 취약지역으로 선정하면서 상향식 공천의 원칙인 2·3·3·2원칙(대의원 20%, 당원 20%, 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을 깨고 '100% 여론조사' 경선을 확정한 가운데 인지도가 가장 높은 원 전 의원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지역정가 일각에서는 "원희룡 대세론이 이미 만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당내 경쟁자들과 야권후보들은 거품론을 제기하며 원희룡 대세론 확산 차단에 나서는 모양새다.
경선 경쟁자인 김 전 지사는 지난달 28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 전 의원은 30년 동안 육지에 있었다"며 "(대세론은) 세간에 오르내리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으로 거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원 전 의원은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태어나서 초·중·고를 제주도에서 마쳤지만, 서울대 법과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는 줄곧 서울, 부산 등 육지에서 생활했다.
야권 한 관계자도 "여야 1대1 구도가 만들어지고 검증에 들어가면 지금보다 지지율이 많이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은 4월9~10일 제주도민 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10일 밤~11일 오전 중 최종후보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3월31~4월2일 3일간의 도지사 후보 공모를 마감한 결과 김우남 의원(58·제주시을), 고희범 전 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61), 신구범 전 제주지사(72), 박진우 한국어류연구소 대표(47), 주종근 한라산 영실 존자암 스님(67) 등 5명의 후보가 응모했다.
그러나 앞으로 서류심사 등을 통한 컷오프 과정에서 3명 정도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이미 김 의원, 고 전 위원장, 신 전 지사 등 3명이 '아름다운 경선'을 합의하고 본격적인 경선레이스를 펼치고 있어 이들 간 3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선 룰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노웅래 공천관리위원장에 따르면 ▲공론조사(50%)+여론조사(50%) 방식 ▲100%공론조사 방식 ▲권리당원 선거인단(50%)+여론조사(50%) 방식 ▲100% 여론조사 방식 중 한 가지를 후보자들이 합의해 룰을 정할 예정이다.
여-원희룡·김방훈·김경택 3파전
야-김우남·고희범·신구범 3파전
한편, KBS제주와 도내 언론 5사(미디어제주·시사제주·제이누리·제주의소리·헤드라인제주)가 공동으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달 16~17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야 후보군을 통틀어 원희룡 전 의원이 48.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는 김우남 의원(10.6%), 3위는 우근민 제주지사(9.1%), 4위는 신구범 전 지사(6.2%), 5위는 고희범 전 위원장(5.7%)이 차지했다.
정당 공천과 관련해서는 새누리당의 경우 원 전 의원이 65.2%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이어 김방훈 전 지사(7.0%), 김경택 전 정무부지사(3.6%)가 뒤를 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에는 김 의원이 30.8%로 1위를 차지했고, 신 전 지사(19.4%), 고 전 위원장(14.4%)이 뒤를 이었다.
여야 후보 중 가장 앞서고 있는 원 전 의원과 김 의원, 그리고 우 지사가 나설 경우를 가정한 3자 가상대결에서는 원 전 의원(57%), 김 의원(15.9%), 우 지사(11.9%) 순으로 조사돼 역시 원 전 의원의 강세가 예상됐다(조사대상 : 만19세 이상 도민 1000명, 조사방식 : 유무선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 22.23%).
JTBC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원 전 의원과 김 의원 간 양자대결은 57.7%p 대 26.6%p로 원 전 의원이 31.1%p 차이로 크게 앞섰다. 우 지사를 포함한 가상 3자대결에서도 원 전 의원은 55.7%를 얻어 김 의원(21.7%)과 우 지사(10.8%)를 압도적으로 제쳤다(조사대상 : 만19세 이상 도민 1000명, 조사방식 : 유선전화 RDD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 10.6%)
다양한 변수
물론 경선과 본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현재의 지지율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당장 새누리당 경선 불참을 선언한 우 지사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지 여부에 따라서 판세는 다시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지역정가에서는 현재 '숙고 모드'에 돌입한 우 지사가 4월8~12일 싱가포르 출장을 전후에 최종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변수로는 제주사회와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요청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제66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하 위령제) 불참이다. 올해 위령제는 국가추념일로 격상돼 치러지는 첫 위령제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참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결국 박 대통령 대신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특히 위령제를 하루 앞두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4·3희생자를 재심의하자는 4·3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해 지역민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게다가 원 전 의원도 이번 위령제에는 참석했지만, 의원 재직 기간(12년) 한 번도 위령제에 참석한 적이 없으며 6년 전 4·3위원회 폐지법안에 찬성하기도 했다.이에 따라 제주도민들의 예민한 사안인 위령제에 정부가 무성의한 것 아니냐는 지역 내 불만이 제기되며 제주지사 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야권 핵심관계자는 "원희룡 전 의원의 행보를 되돌아보면 이번에 제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보여준 위령제에 대한 태도는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제주도민에게 예민한 위령제 논란이 이번 선거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