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맹우 울산시장 '사퇴 꼼수' 의혹 추적

'울산시장-국회의원' 자리 바꾸기 "중앙당 작품?"

[일요시사=정치팀] 박맹우 울산시장(3선·62)이 6·4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전격 사퇴해 파문이 일고 있다. 울산에서의 7·30재·보궐선거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보선 출마'를 사퇴이유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차기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4명의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경쟁하고 있던 상황에서 현역 의원인 김기현(남구을·55)·강길부(울주군·71) 의원 중 한 명이 공천을 받아야지만 재보선이 열리게 된다. 당장 지역정가에서는 "불공정 경선을 예고한 사퇴로 중앙당과의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결정"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박맹우 전 울산시장은 지난 3월21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이 허락한 광역시장 12년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는 7월30일 울산에서 국회의원 재보선이 있다면 출마하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시장→의원' 갈아타기

공직선거법 53조5항에 따르면 자치단체장이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선거일 12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또 자치단체장의 사임은 사퇴를 희망하는 날로부터 10일 전까지 지방의회 의장에게 통지(지방자치법 시행령 제28조)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박 전 시장이 7월 울산에서 열리는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늦어도 3월22일까지는 사퇴의사를 밝히고, 지방의회에 사임의사를 전해야 했다.

문제는 사퇴 기자회견 당시 울산에서의 재보선 여부가 불투명했다는 점이다. 당시 새누리당의 울산시장 경선후보 4명(김기현·강길부·김두겸·윤두환) 중 김두겸 전 남구청장이나 윤두환 전 의원이 새누리당의 최종 후보가 될 경우에는 울산에서 재보선이 열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즉, 박 전 시장의 사퇴는 김기현·강길부 의원 중 한 명이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을 것을 가정한 사퇴인 셈이다.

당장 지역정가에서는 "재보선 여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박 전 시장의 재보선 출마를 위한 사퇴 결정은 새누리당 중앙당과 사전 조율 끝에 나온 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새누리당 울산시장 선거 후보군의 이상한 움직임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올해 초까지 울산시장 선거 출마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정갑윤 의원(중구·63)은 출마를 선언한지 13일 만인 지난 2월9일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했고, 그간 출마에 소극적 입장을 보였던 김기현 의원은 돌연 출마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더니 지난 3월5일 출마를 공식화했다.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김 의원은 "중진차출론도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략공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최근까지도 "임기를 채우는 것이 소신"이라고 공공연히 밝혔던 박 전 시장이 돌연사퇴를 선언하더니 4일 뒤에는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3배수 경선 원칙을 깨면서까지 비현역 예비후보인 김두겸 전 남구청장과 윤두환 전 의원을 컷오프 탈락시켰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종합해보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새누리당의 울산시장후보 선정 과정이 통제되고 있으며, 박 전 시장의 사퇴도 본인의 해명처럼 '독자적 결정'이 아닌 '보이지 않는 손'과의 교감 끝에 나온 결정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현역의원 공천 예상한 사퇴
'박맹우·중앙당' 교감설 증폭

컷오프에서 탈락한 한 예비후보는 "박 전 시장의 사퇴는 결국 김기현 의원 밀어주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불공정 경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컷오프로 탈락한 김 전 남구청장은 지난 3월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의도 연구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공개와 함께 나의 탈락 사유를 공개하라"며 "이번 공심위의 컷오프 결정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컷오프를 통과한 강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예비후보가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경선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다"며 "3배수 경선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그를 탈락시킨 사유가 타 후보와 비교해 과연 공정한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특히 "짜놓은 각본의 경선 무대에 나를 포함한 다른 후보들이 들러리를 서는 것은 아닌지 많은 분들이 걱정한다"며 "소수 권력자 몇 명에 의해 결정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경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나도 경선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어진 박 전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울산시당의 공동선대위원장 혹은 공천을 받은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박 전 시장 사퇴에 이은 비현역 후보의 컷오프 탈락으로 재보선판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울산시장 3선을 역임하며 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박 전 시장이 특정후보 당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를 바라보는 야권의 시선은 싸늘하다. 야3당(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통합진보당)은 지난 3월24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박맹우 시장의 사퇴는 새누리당 울산시장후보 경선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라며 "이는 권력 맞바꾸기를 해도 시민이 지지해줄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팎에서 부글부글

특히 정의당 조승수 예비후보는 "박 시장이 지난 3월17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가진 다음날인 18일 오전 10시50분 KTX편으로 서울로 올라가 새누리당 중앙당을 찾아 고위관계자와 만났다는 제보와 증거를 갖고 있다"며 "중앙당 교감 사실을 박 시장이 밝히지 않으면 추후 직접 밝히겠다. 박 전 시장의 사퇴는 개인적 판단이 아니라 중앙당과의 조율이며 울산시장후보 경선의 불공정 개입"이라고 '박맹우-중앙당' 교감설을 직접적으로 제기했다.

당 안팎의 반발이 커지며 결국 박 전 시장의 사퇴는 지방선거 기간 내내 울산의 최대 이슈로 부각될 조짐이다. 여론의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박 전 시장의 사퇴가 울산시장 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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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