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결합한 '제3지대 신당'이 어떤 간판(당명)과 옷(상징색)을 입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의 명칭과 상징색은 통합신당의 이미지와 지향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당명은 양측이 지향하는 가치를 모두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선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통합신당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선을 보이게 될까? <일요시사>가 전망해봤다.
불가(佛家)에서는 '명전기성(名詮其姓)'이라 하여 "이름자에 모든 것이 있다"고 여긴다. 유가(儒家)에서도 '정명순행(正名順行)'이라 하여 "이름이 바르면 모든 일이 순조롭다"고 한다. 이름의 중요성을 불교와 유교 모두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이름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과 평생을 함께하는 이름은 그 사람의 이미지와 성향을 대변하기도 한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쳐 제3지대 신당(이하 통합신당)을 만들기로 한 만큼 조만간 새로운 정당의 이름이 탄생할 예정이다. 또 확정된 당명은 당의 이미지와 지향점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당?
생물과 같이 살아 숨 쉬는 정치판에서 당명은 정당의 존재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 또 존재를 널리 알리기 위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신당을 향해 이제 갓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상황에서 벌써부터 새 당명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기본적으로 통합신당의 당명은 수십년간 지켜온 민주당의 '정통성'과 새정치연합의 '새정치 열망'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 이에 따라 당명의 선정은 통합신당 설립 과정에 의외의 복병이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민주당이 당의 정통성을 살리기 위해 '민주'라는 명칭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이합집산의 야당사에서 '민주'라는 명칭은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 신민주연합당, 민주당(구 민주당), 새천년민주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민주당 등 이름을 수차례 바꿨지만 계속 살아남았다. 연장선에서 이번 통합 과정에서도 민주라는 명칭은 다시 한 번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새정치'를 전면에 내걸고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이었던 만큼 새정치가 당명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또 새정치는 새정치연합의 중심인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양측 간 통합의 명분이 된 가치이기도 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해 "'새정치민주당'으로 당명을 정하고, 약칭은 '민주당'으로 할 것이다"라는 섣부른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당명을 국민 공모를 통해 정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새정치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등 거론
공모 통한 새 당명 선정 가능성도 있어
새정치연합 안철수가 간판 제작도 주도?
앞서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 당명을 결정할 때 공모를 통해 당명을 접수 받은 뒤 공동위원장단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했다. 당시 새정치연합과 함께 '새정치당'도 주요 후보군에 포함됐는데, 안 의원이 기존 정당의 틀을 보여주는 단어인 '당'을 쓰는 데 거부감을 보여 결국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를 포괄한다는 의미의 '연합'이 새정치 뒤에 붙여졌다. 이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이란 당명을 쓰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통합신당 창당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아직 구체적 검토는 시작되지 않았다"며 "여러 국민께 호소력이 가장 큰 당명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 대변인은 "신당 추진단에서 결정하겠지만 3월 중에는 당명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당명 선정 시기를 예고했다.
통합신당 창당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지나친 배려를 감안하면 당명도 민주당이 원하는 '민주'는 배제된 새정치연합 측 주도로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통합신당 창당에 합의한 뒤 연일 파격적인 양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작단계부터 민주당은 규모로는 비교가 안 되는 새정치연합을 배려해 5대5 원칙에 합의했고, 통합신당 임시지도체제도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다. 아울러 지도부도 양측 동수로 구성하기로 했으며, 신당의 정강·정책, 당헌 등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새정치연합 측 구상을 최대한 반영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공식석상에서도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지도부 연석회의에서도 양측의 첫 지도부 모임을 '새정치연합·민주당 지도부 연석회의'라고 새정치연합의 이름을 앞에 올렸다. 연석회의 모두발언의 시작도 김 대표가 아닌 안 위원장이 했다.
게다가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주당=호남당'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진정한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민주'를 대체하는 단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새정치연합의 주도로 새 당명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미 모든 것을 양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명 선정도 새정치연합 측의 입김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징색은 파랑?
당명과 함께 당을 대표하는 상징색은 양쪽 모두 파란색 계열을 사용(민주당-태극파랑, 새정치연합-스카이블루)해온 만큼 양측의 색깔을 모두 담아내는 '투톤'으로 큰 어려움 없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5일 신당추진단 회의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 벽에는 흰 바탕 위에 투톤의 파랑 계열로 번갈아 써내려간 ‘새정치는 약속의 실천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누리당의 의미는?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등이 불거지며 부패정당의 이미지가 덧씌워지자 당 쇄신 차원에서 기존 한나라당에서 이름만 바꾼 것이다.
당명 변경 당시 황영철 대변인은 "새로움의 '새', 나라보다 더 큰 의미인 '누리'가 합쳐진 새로운 세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갈등을 넘어 국민화합의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뜻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민주정의당에서 출발해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보수정당의 계보를 이어왔다. <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