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 '음식물 처리기 화재' 대응 논란

  • 김종민 kjm@ilyosisa.co.kr
  • 등록 2014.01.03 17: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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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 보름동안 숙박업소 전전

[일요시사=경제2팀] 생후 1개월된 갓 난 아이와 산모가 음식물 처리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보름 동안 여관방을 전전했다. 그런데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는 '오리발'이다. 발화 이유가 명백함에도 오히려 책임이 피해자 가족에게 있을 수도 있다며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최근 서울 대치동 한 아파트에서 한일 필레오 '음식물 처리기'의 과열로 불이 나 피해자 가족이 보름 동안 숙박업소를 전전하게 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아파트에 거주 중인 이경희(가명 여·39)씨 모친은 12월5일 새벽 3시경 잠을 자다가 매캐한 냄새에 잠을 깼다.

갑자기 '펑'

모친이 흔들어 눈을 뜬 이씨. 베란다에서부터 발생한 검은 연기는 이미 온 집안을 휘감고 있었다. 놀란 이씨는 잠자던 식구들을 다급히 깨웠다. 눈을 뜬 남편이 소화기를 들고 베란다로 뛰쳐나가자 이씨는 119에 화재신고를 했다.

10여분 후 아파트로 몰려온 70여명의 소방수와 경찰에 의해 화재는 가까스로 진압됐다. 불길이 잡힌 후 드러난 아파트 내부는 마치 포탄을 맞은 듯 참혹했다. 벽과 마루는 온통 그을음이었고 냉장고와 가재도구들은 불에 검게 그을려 흉물스럽게 변해 있었다.


베란다 창문도 남아나지 않았다. 여기저기 유리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일부 파편은 아파트 아래 주차되어 있던 승용차에까지 튀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화재를 진압한 소방관은 베란다에 놓여있던 음식물 처리기를 발화지점으로 추측했다. 음식물 처리기의 과열로 인해 불씨가 생겼고 처리기 내 인화성 물질에 닿으면서 폭발로 이어졌다는 것. 현장 감식 나온 전기안전공사 관계자의 의견도 동일했다.

음식물 처리기가 발화원인으로 지목되자 '처리기'를 유통시켰던 한일월드(회장 이영재) 측 관계자가 바로 달려왔다. 그리고 이씨를 음식물처리기 제조업체인 오클린(대표 김회수) 측과 연결시켜 줬다.

잠시 후 보험사와 함께 사고현장에 들른 오클린 측 담당자는 처리기 잔해를 수거해가면서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부분은 우리가 보상해주겠다"며 이씨를 달랬다.

이씨는 보상을 약속한 제조사의 말을 믿고 생후 1개월 된 갓난 아기를 안고 집을 나섰다. 집안을 정리하고 수리해야 하기 때문에 식구들이 머무를 수 없었고 무엇보다 그을음과 분진 속에 아기를 둘 수 없었던 것. 엄동설한에 갓난 아기를 포함한 다섯 식구가 보름 이상 여관방을 전전하는 상황이 되자 이씨는 참담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음식물 처리기가 폭발하리라고는 상상이나 했겠어요. 베란다에는 보일러도 있는데 친정어머니가 깨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이씨 가족이 여관방을 전전하는 동안의 고생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알아서 보상해주겠다’던 음식물처리기 제조사와 판매사 어느 쪽도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씨 일가의 고충은 깊어졌다.


판매사 "제조사 원인규명이 먼저"
제조사 "그런 사고 없다" 오리발

판매사인 한일월드는 화재현장에 직원을 보내 이씨와 제조사를 연결해준 것으로 자신들의 할 일은 다 했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오클린에서 이씨의 사고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씨가 전화를 하면 무조건 제조사인 오클린에 알아보라는 식의 대응이 전부였다. 아직 제조사 측에서의 원인규명이 안됐으므로 판매사인 자신들에게 전화해봤자 소용없다는 반응이었다.

오클린 측의 대응은 더 심했다. 전화연결도 잘 안되고 어쩌다 연결돼도 담당자와의 통화는 무산되기 일쑤였다. 수차례 메시지를 남겨 후속처리에 대해 물으면 "보험사로 모든 권한이 이관돼 더 이상 도움 줄 수 없다. 영수증 받고 보험사에 청구하라"는 문자답변이 전부였다.

당초에 보험적용이 안 되는 부분을 포함 모든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말도 바꿨다. 이씨가 불에 그을려 소실된 냉장고와 냉동고, 김치냉장고, TV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과 부엌가구에 대해 언급하면 마치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인 양 치부했다.

심지어 오클린 측은 한일월드가 설치를 잘못했거나 사용자인 이씨 가족 중에 담배꽁초를 넣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이씨는 신생아를 둔 가정집을 놓고 담배꽁초 운운하는 오클린 측의 처사에 더더욱 분통을 터트렸다.

"검게 그을린 사고현장에서 음식물처리기 잔해를 수거해간 이후부터 연락이 안 됐습니다. 잘못 만든 제품 때문에 생긴 일로 한 가정이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피해보상은커녕 여태 제대로 된 사과조차 못받았습니다."

이씨는 아기 낳은 지 채 한 달도 안 된 산모가 산후조리는커녕 찬바람 속에 제조사와 판매사를 오가야 했던 순간을 '악몽과도 같았다'고 표현했다. 불난 집을 수리해서 다시 입주하는 기간 동안 감당해야 할 숙박비며 식비 등의 경제적 고충보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두 회사의 처사에 더 큰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

취재과정에서 확인한 오클린과 한일월드의 후속조치는 안일무사 그 자체였다. 유통사인 한일월드는 "이번 일은 제품을 만든 오클린과 보험사에서 처리할 것"이라며 제조사에 떠넘기는 인상이고, 오클린 측은 아예 "그런 일 없다. 판매사로 문의하라"며 화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오클린의 오리발은 지난 19일 강남소방서가 이씨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의 최종 감식결과 '음식물 처리기의 기기상 과열로 인한 화재'로 공식발표하면서 허위로 드러났다.

과열을 일으킨 제품 하자로 폭발과 화재 발생 가능성이 밝혀진 이상 시중에 판매된 제품의 리콜이 주목되고 있으나 유통 주체인 한일월드는 "제품 안정성과 관련한 문제는 제조업체의 원인규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데서는 잘 쓰고 있는데 아직 발생하지 않는 사안까지 미리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로 네탓 공방만

현재 시중에 보급된 한일 필레오 음식물 처리기는 400여대 정도. 대당 88만원의 고가 제품이지만 월 2만7900원의 렌탈 방식으로 신세계몰을 비롯해 CJmall, 옥션, G마켓 등 대형 온라인몰과 대리점을 통해 유통시킨 상태다.

이러한 고가제품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제품의 결함마저 드러났건만 피해보상이나 동일한 피해사례의 방지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한일월드와 오클린 측에 대한 이씨의 항변은 울림이 있다.


"쓰레기가 따로 없다. 제품도 쓰레기고, 이제 보니 만들고 판 기업들도 다 쓰레기다."


김종민 기자 <kj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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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