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특별기획⑤> DJ는 국민과 함께한‘문화 대통령’

국민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었던 대통령이었다. ‘국민의 정부’가 문화정책과 관련한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었던 것도 김 전 대통령의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문화의 세기’란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데 크게 일조한 것도 국민의 정부였고, 정부예산 대비 ‘문화예산 1%’를 처음 달성한 것도 국민의 정부 시절이었다.

파격적일 정도로 대중문화에 관심과 애정 표현
세계 교류에 남다른 관심… 한일관계 개선 기여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이경규가 간다>의 게릴라성 인터뷰에도 흔쾌히 응할 정도로, 당시로선 거물급 정치인으로선 파격적일 정도로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왔다. 해당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던 김영희 PD는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들 긴장한 상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으로 갔고 막막한 나머지 한 바퀴를 더 돌았다”며 “날이 밝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MC 이경규가 급하게 쫓아갔다.

이경규를 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놀란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이들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문화 대통령’으로서 김 전 대통령은 대중문화계에서 광범위하게 친분을 쌓아왔다. 김상희는 남편 유훈근씨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보비서로 일을 한 인연이 있고, 탤런트 정한용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6대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을 적극 도왔다. 탤런트 김수미도 김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적극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예능 프로 출연
서태지·마이클 잭슨과 인연

가수 이미자 또한 “김 전 대통령께서 내 노래를 참 좋아하시고 나를 아껴주셨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 김대중 정부 시절에 환경부 장관을 지낸 연극인 손숙씨는 지난 200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동행> 출판기념회의 사회를 맡는 등 돈독한 인연을 이어왔다. 김 전 대통령은 대중문화를 통한 세계와의 교류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이 최근 사망한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과 인연이 깊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997년 한국을 방문한 잭슨은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판문점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해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대통령 취임식에 잭슨을 초대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잭슨의 사망 당시에도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통일에 부단한 관심을 가지고 성원한 사랑스러운 벗을 잃었다”며 애도를 표한 바 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일본 영화 및 음악 등 대중문화 개방을 단행해 한일 관계 개선에도 기여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일본 주요 외신들은 앞 다투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대통령이었다”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김 전 대통령의 대중문화계에 대한 강한 애착은 ‘90년대 문화 대통령’으로 불렸던 인기 가수 서태지와의 만남 때 빛을 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이후인 지난 2004년 2월10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 5층 집무실에서 서태지와 직접 만났다.

당시 만남에서 “가장 반가운 손님이 찾아와 기쁘다”며 서태지를 환영한 뒤 “대중음악의 선구적 역할을 했고 젊은이들이 인생을 적극적으로 사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칭찬하며 “나운규가 영화사에서 빛나는 것처럼 서태지도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을 것”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영화에도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 재임 시절 내내 충무로에 대한 관심은 한결같았다. 김 전 대통령은 스크린쿼터 철폐 연기를 주장하며 영화인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서편제’ ‘화려한 휴가’ 등
극장 직접 찾아 관람

생전 김 전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크린쿼터는 철폐하는 게 옳다. 그러나 사람을 수술할 때 수술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몸이 지탱할 만한 체력이 필요하지 않느냐, 그런 체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타협해서 스크린쿼터 철폐를 연기했다”라고 말해 대중문화에 대한 응원을 보낸 바 있다.

1993년 당시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던 김 전 대통령은 귀국한 뒤 <서편제>를 관람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퇴임 후인 2004년 3월, 1174만 관객을 동원한 <태극기 휘날리며>를 관람했다. 2006년 2월에는 <왕의 남자>, 2007년 8월에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하는 등 지속적인 애정을 보여왔다.

김 전 대통령은 스포츠 분야에서도 굵직한 업적 남겼다. 가장 큰 업적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 남북한 선수 동시입장을 성공시킨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첫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동시입장에 합의했고 이후 긴밀한 협의 끝에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시입장을 이끌어냈다.
당시 남북 단일팀에도 합의됐으나 협의 과정에서 의견 불일치로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한 동시입장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무산되기까지 계속 이어졌다.

한국 영화에도 애정…스크린쿼터 철폐 연기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남북한 선수 동시 입장


또 대통령 취임식에 사마란치 IOC 위원장을 초청하는 등 국제 스포츠 외교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은 “스포츠에 생각 이상으로 이해가 깊으신 분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재임 중 열렸던 세계적인 스포츠 제전인 2002년 한일 월드컵도 빼놓을 수 없다. 취임 즈음 외환위기 여파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서울월드컵경기장 신축을 놓고 논란이 일었으나 최종적으로 결재했던 주인공이 김 전 대통령이었다.

결국 자신이 건립을 최종 승인했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고이즈미 총리, 제프 블래터 FIFA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월드컵 개막을 선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개막사에서 “축구를 통해 세계인은 인종과 문화, 이념을 초월해 하나가 될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인류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다이내믹 코리아’도 체험해 달라. 세계평화와 인류화합의 새 시대가 열리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개막식과 한국대표팀 경기, 일본에서 열린 폐막식 경기를 관전하며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기원했고 직접 경기장을 방문해 응원한 경기는 모두 이겨(폴란드 2-0, 포르투갈 1-0) 16강 진출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축구경기 때 골키퍼 보는 등
축구와 인연은 각별


당시 16강 진출에 고무된 김 전 대통령은 라커룸을 직접 찾아 태극전사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당시 대표팀 주장이었던 홍명보가 병역특례를 건의했고 김 전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과 상의해 잘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대답해 결국 면제 혜택이 실현됐다. 이 덕에 월드컵이 끝난 후 박지성·이영표·설기현 등이 외국무대에 진출하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국회의원 시절 의원 축구경기 때는 골키퍼를 보는 등 특히 축구와 인연은 각별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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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