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40억 투자사기 내막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1: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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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믿고 투자했는데 “사기라니!”

[일요시사=경제1팀] 최근 ‘부동산 투자사기’를 두고 건국대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이 학교 평생교육원의 부동산 강사가 수강생들로부터 40억원 가까운 투자금을 가로챈 뒤 잠적했다 결국 숨진채 발견된 것. 피해 수강생들은 해당 강사의 근사한 경력과 건국대라는 명문 간판, 30% 고수익 보장의 유혹에 속아 넘어갔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 측은 “우리와는 무관하다”며 선부터 그었다.




건국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유명 부동산 강사가 수강생들의 돈을 챙겨 잠적한 뒤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동산경매컨설팅 과정을 강의하던 임모씨는 부실채권(NPL)에 투자하면 연 20∼3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였고, 약 40억원대의 돈을 받아 챙긴 뒤 잠적해 경찰의 추적을 받아왔다.

피의자는 자살

건대 부설기관인 평생교육원은 경매전문가 양성을 취지로 부동산경매컨설팅 과정을 개설해 144기 수강생까지 배출했다. 동시에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 동일한 아카데미 과정을 열어 건국대학교 명의의 수료증을 내줬다.

지난 12일 건대 산학협동관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건국대학교라는 이름만 믿고 수강을 결심한 뒤, 투자했다가 큰 피해를 입게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임씨는 8년 전부터 경매컨설팅 강사로 활동해오면서, NPL 투자 고수로 소문이 났던 간판 스타였다.

피해자들은 “임씨가 건국대라는 공신력을 강조하며 ‘기수별 NPL 공동투자는 그동안 관행처럼 해왔던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했다”며 “임씨 추천으로 짭짤한 수익을 봤다는 다른 수강생의 성공사례 등을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투자를 결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건대 행정대학원생을 포함한 수강생과 임씨를 돕던 연구원, 부동산 아카데미의 자문위원, 주임교수까지 34여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적게는 5000만원부터 많게는 7억5000만원까지 임씨에게 돈을 건넸다.

임씨 명의의 계좌 6개, 건국 아카데미 계좌, 1개, 연구원 명의의 계좌 등 모두 9개 계좌에 돈이 입금됐다. 임씨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한 사람도 있었다. 

경매 컨설턴트 심화반 1기를 수료한 정모씨는 “모두 건국대만 보고 있던 사람들이 투자를 한 것”이라며 “투자에서 수익이 나면 건대 측에 20%의 수수료를 관례적으로 지불한다고 했고, 당연히 정규 수업 중에 있는 NPL에 대한 실전연습이며 지금까지의 관행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문화센터 수료생인 서모씨 역시 “수업과 홈페이지를 통해 성공사례들을 보면서 직접 낙찰받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수수료를 내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수수료는 학교에게 지급하는 것이라 하여 더더욱 학교 측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2009년 107기 과정을 이수한 공모씨는 “5년 전에도 NPL으로 임씨와 교육원 관계자 인솔 하에 정규과정 현장답사가 이뤄진 바 있으며, 당시에도 수강생들의 투자가 이뤄졌었다”며 “이번에는 임씨의 전화를 받고 7월 말 정기 특강수업에 참여하게 됐다가 2억 2천만원의 투자금을 날렸다”고 토로했다.

평생교육원 유명강사 수강생들 돈 가로채
건대 측 ‘나몰라라’ 피해자들 소송 준비

건국대 평생교육원 측은 그러나 “임씨와 관련된 사건은 이들이 사설로 만든 심화과정에서 이뤄졌으며,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부동산아카데미의 이름을 악용했을 뿐, 학교 측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아카데미’에 대한 명성과 신뢰가 아니었다면 임씨 개인을 믿고 투자하는 일이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정씨는 “임씨를 관리하는 주임교수까지 강의 개설에 대해 알고 있었고 심지어 주임교수까지 피해를 본 상황에서 일반 수강생들이 사설과정인지 정규과정인지를 구분할 수 있겠냐”며 “강사진들과 연구원 등을 포함해 매 수업이 정규과정과 동일하게 진행됐으며 결코 기존의 부동산 아카데미와 무관한 수업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이 사건의 핵심인 NPL의 투자 권유와 상담 또한 이 강의실에서 모두 이루어졌다”며 “심지어 강의실에서 돈을 보내는 등 모든 일이 건대 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수료생 역시 “심화반은 정규 수업의 연장선상일 뿐, 투자를 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 수료생은 “심화과정은 지난해 8월에 시작해 10회로 끝났으며, 이번에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시기는 올해 7∼9월”이라며 “심화과정 수료생이 아닌 심화반 수업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조차 투자에 참여해 피해를 봤는데 어떻게 심화반의 문제로 단정 지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피해자들은 이런 점들을 토대로 학교 측에 책임을 묻고 있다. 학교에서 간판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데만 급급했지, 실질적으로 강좌를 개설하고 승인을 내주면서 ‘투자에 대한 규제’나 지침 등의 일들을 방관했다는 것이다. 또 학교는 주임 교수를 포함한 그 하부조직에 대한 관리와 단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결과가 이같은 피해로 이어졌음을 인정하고, 마땅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학교 측의 책임이 없다면 위험인자에 대해 알면서도 단속을 하지 못한 주임 교수의 업무상 배임죄가 있을 것”이라며 “일반 사설 부동산 수업 중에 사기 등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해서 학교로 들어온 것인데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씁쓸해 했다.

학교 측은 “무관”

문제는 이 같은 행태를 제재할 마땅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평생교육원이 대학과 유사하게 운영되면서도 교육기관으로서의 의무에서는 자유로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의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은 보통 대학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활용하는 만큼 대학의 경쟁력 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때문에 평생교육원은 배움의 사각 지대에 놓인 이들이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는 이들을 두 번, 세 번 울게 만드는 일들도 여전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면 ‘학교와는 무관’하다며 선 긋기에 바쁘고, 수강생을 모집할 때는 다시 학교의 이름을 내세워 마치 같은 대학 소속인 것처럼 허위·과대 홍보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알려왔습니다]


본지 932호 22면 ‘건국대 40억 투자사기 내막’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건국대 부동산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부동산 투자 사기사건에 앞서 해당 강사와 어떠한 공모도 한 적이 없으며, 20% 수수료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받은 적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기사 속 기사>

건국대 평생교육원 관계자 인터뷰

“교수와 강사가 공모해 저지른 일”

건국대 부동산 투자사기 사건과 관련, 피해자들이 건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건대 부동산 투자사기 사건과 관련 공식입장은.
-건국대와는 별개의 과정(심화반)에서 이뤄진 것이며 학교 측의 책임은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피해자들이 수강생 뿐 아니라 연구원과 교수 등 다양한데.
-모두 주임교수와 관련된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연구원들은 기존 교육과정을 수료한 사람끼리 임의적으로 만든 단체다.

▲심화반 수업과는 별도로 정규수업의 연장선상에서 투자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선.
-돌아보면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것 아니냐. 경매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성공사례를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지나고 보니 과거에 그런 것들이 우리를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모든 교육은 주임교수 책임 하에 이뤄진 것이다.

▲주임교수의 책임이 크다는 말인가.
-이번 사건은 주임교수와 유명을 달리한 강사의 공모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

▲주임교수는 건국대에 소속된 교수가 아닌가.
-해당 교수는 임의로 선정해주는 강사에 가깝다. 주임교수라고 불리긴 하지만 학교에서 공식 임명장을 받은 교수는 아니다. 외래 교수라고도 볼 수 없고, 평생교육원 산하기관의 책임강사 정도다.

▲그렇다면 학교 측에서는 이들에게 투자에 대한 별도의 규제를 하고 있나.
-학교에서는 투자는 절대 못하도록 누누이 설명하고 있다. 공동투자는 위험하고 경매에 대한 기본 원리와 시스템만 설명하도록 강조한다.

▲투자 수수료 20%가 건대로 들어간다는 주장에 대해선.
-수수료에 대한 말을 듣고 확인해 보니 주임교수가 본인이 수수료를 뗀다고 하면 의심을 받을 것 같아서 학교 쪽으로 들어간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더라. 결론적으로 해당 주임교수가 20% 수수료를 뗀 것이다. 만약 학교에 돈이 들어갔다면 학교에 책임이 있겠지만, 이것은 주임교수가 건대가 된 상황이다. 본인이 다 취한 것이다.

▲주임교수에게 책임을 무는 부분이 있나.
-정규 수업 내에서 문제를 저질렀으면 문제를 삼겠지만 외부에 나가서 본인이 개인적으로 진행한 일이다 보니 학교 측에서는 출강금지 정도로 끝낼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이 건국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학교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지만, 교수와 강사가 공모해서 밖에 나가서 저지른 일인 만큼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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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