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40억 투자사기 내막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1: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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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믿고 투자했는데 “사기라니!”

[일요시사=경제1팀] 최근 ‘부동산 투자사기’를 두고 건국대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이 학교 평생교육원의 부동산 강사가 수강생들로부터 40억원 가까운 투자금을 가로챈 뒤 잠적했다 결국 숨진채 발견된 것. 피해 수강생들은 해당 강사의 근사한 경력과 건국대라는 명문 간판, 30% 고수익 보장의 유혹에 속아 넘어갔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 측은 “우리와는 무관하다”며 선부터 그었다.




건국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유명 부동산 강사가 수강생들의 돈을 챙겨 잠적한 뒤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동산경매컨설팅 과정을 강의하던 임모씨는 부실채권(NPL)에 투자하면 연 20∼3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였고, 약 40억원대의 돈을 받아 챙긴 뒤 잠적해 경찰의 추적을 받아왔다.

피의자는 자살

건대 부설기관인 평생교육원은 경매전문가 양성을 취지로 부동산경매컨설팅 과정을 개설해 144기 수강생까지 배출했다. 동시에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 동일한 아카데미 과정을 열어 건국대학교 명의의 수료증을 내줬다.

지난 12일 건대 산학협동관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건국대학교라는 이름만 믿고 수강을 결심한 뒤, 투자했다가 큰 피해를 입게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임씨는 8년 전부터 경매컨설팅 강사로 활동해오면서, NPL 투자 고수로 소문이 났던 간판 스타였다.

피해자들은 “임씨가 건국대라는 공신력을 강조하며 ‘기수별 NPL 공동투자는 그동안 관행처럼 해왔던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했다”며 “임씨 추천으로 짭짤한 수익을 봤다는 다른 수강생의 성공사례 등을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투자를 결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건대 행정대학원생을 포함한 수강생과 임씨를 돕던 연구원, 부동산 아카데미의 자문위원, 주임교수까지 34여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적게는 5000만원부터 많게는 7억5000만원까지 임씨에게 돈을 건넸다.

임씨 명의의 계좌 6개, 건국 아카데미 계좌, 1개, 연구원 명의의 계좌 등 모두 9개 계좌에 돈이 입금됐다. 임씨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한 사람도 있었다. 

경매 컨설턴트 심화반 1기를 수료한 정모씨는 “모두 건국대만 보고 있던 사람들이 투자를 한 것”이라며 “투자에서 수익이 나면 건대 측에 20%의 수수료를 관례적으로 지불한다고 했고, 당연히 정규 수업 중에 있는 NPL에 대한 실전연습이며 지금까지의 관행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문화센터 수료생인 서모씨 역시 “수업과 홈페이지를 통해 성공사례들을 보면서 직접 낙찰받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수수료를 내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수수료는 학교에게 지급하는 것이라 하여 더더욱 학교 측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2009년 107기 과정을 이수한 공모씨는 “5년 전에도 NPL으로 임씨와 교육원 관계자 인솔 하에 정규과정 현장답사가 이뤄진 바 있으며, 당시에도 수강생들의 투자가 이뤄졌었다”며 “이번에는 임씨의 전화를 받고 7월 말 정기 특강수업에 참여하게 됐다가 2억 2천만원의 투자금을 날렸다”고 토로했다.

평생교육원 유명강사 수강생들 돈 가로채
건대 측 ‘나몰라라’ 피해자들 소송 준비

건국대 평생교육원 측은 그러나 “임씨와 관련된 사건은 이들이 사설로 만든 심화과정에서 이뤄졌으며,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부동산아카데미의 이름을 악용했을 뿐, 학교 측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아카데미’에 대한 명성과 신뢰가 아니었다면 임씨 개인을 믿고 투자하는 일이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정씨는 “임씨를 관리하는 주임교수까지 강의 개설에 대해 알고 있었고 심지어 주임교수까지 피해를 본 상황에서 일반 수강생들이 사설과정인지 정규과정인지를 구분할 수 있겠냐”며 “강사진들과 연구원 등을 포함해 매 수업이 정규과정과 동일하게 진행됐으며 결코 기존의 부동산 아카데미와 무관한 수업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이 사건의 핵심인 NPL의 투자 권유와 상담 또한 이 강의실에서 모두 이루어졌다”며 “심지어 강의실에서 돈을 보내는 등 모든 일이 건대 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수료생 역시 “심화반은 정규 수업의 연장선상일 뿐, 투자를 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 수료생은 “심화과정은 지난해 8월에 시작해 10회로 끝났으며, 이번에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시기는 올해 7∼9월”이라며 “심화과정 수료생이 아닌 심화반 수업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조차 투자에 참여해 피해를 봤는데 어떻게 심화반의 문제로 단정 지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피해자들은 이런 점들을 토대로 학교 측에 책임을 묻고 있다. 학교에서 간판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데만 급급했지, 실질적으로 강좌를 개설하고 승인을 내주면서 ‘투자에 대한 규제’나 지침 등의 일들을 방관했다는 것이다. 또 학교는 주임 교수를 포함한 그 하부조직에 대한 관리와 단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결과가 이같은 피해로 이어졌음을 인정하고, 마땅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학교 측의 책임이 없다면 위험인자에 대해 알면서도 단속을 하지 못한 주임 교수의 업무상 배임죄가 있을 것”이라며 “일반 사설 부동산 수업 중에 사기 등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해서 학교로 들어온 것인데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씁쓸해 했다.

학교 측은 “무관”

문제는 이 같은 행태를 제재할 마땅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평생교육원이 대학과 유사하게 운영되면서도 교육기관으로서의 의무에서는 자유로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의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은 보통 대학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활용하는 만큼 대학의 경쟁력 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때문에 평생교육원은 배움의 사각 지대에 놓인 이들이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는 이들을 두 번, 세 번 울게 만드는 일들도 여전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면 ‘학교와는 무관’하다며 선 긋기에 바쁘고, 수강생을 모집할 때는 다시 학교의 이름을 내세워 마치 같은 대학 소속인 것처럼 허위·과대 홍보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알려왔습니다]


본지 932호 22면 ‘건국대 40억 투자사기 내막’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건국대 부동산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부동산 투자 사기사건에 앞서 해당 강사와 어떠한 공모도 한 적이 없으며, 20% 수수료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받은 적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기사 속 기사>

건국대 평생교육원 관계자 인터뷰

“교수와 강사가 공모해 저지른 일”

건국대 부동산 투자사기 사건과 관련, 피해자들이 건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건대 부동산 투자사기 사건과 관련 공식입장은.
-건국대와는 별개의 과정(심화반)에서 이뤄진 것이며 학교 측의 책임은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피해자들이 수강생 뿐 아니라 연구원과 교수 등 다양한데.
-모두 주임교수와 관련된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연구원들은 기존 교육과정을 수료한 사람끼리 임의적으로 만든 단체다.

▲심화반 수업과는 별도로 정규수업의 연장선상에서 투자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선.
-돌아보면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것 아니냐. 경매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성공사례를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지나고 보니 과거에 그런 것들이 우리를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모든 교육은 주임교수 책임 하에 이뤄진 것이다.

▲주임교수의 책임이 크다는 말인가.
-이번 사건은 주임교수와 유명을 달리한 강사의 공모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

▲주임교수는 건국대에 소속된 교수가 아닌가.
-해당 교수는 임의로 선정해주는 강사에 가깝다. 주임교수라고 불리긴 하지만 학교에서 공식 임명장을 받은 교수는 아니다. 외래 교수라고도 볼 수 없고, 평생교육원 산하기관의 책임강사 정도다.

▲그렇다면 학교 측에서는 이들에게 투자에 대한 별도의 규제를 하고 있나.
-학교에서는 투자는 절대 못하도록 누누이 설명하고 있다. 공동투자는 위험하고 경매에 대한 기본 원리와 시스템만 설명하도록 강조한다.

▲투자 수수료 20%가 건대로 들어간다는 주장에 대해선.
-수수료에 대한 말을 듣고 확인해 보니 주임교수가 본인이 수수료를 뗀다고 하면 의심을 받을 것 같아서 학교 쪽으로 들어간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더라. 결론적으로 해당 주임교수가 20% 수수료를 뗀 것이다. 만약 학교에 돈이 들어갔다면 학교에 책임이 있겠지만, 이것은 주임교수가 건대가 된 상황이다. 본인이 다 취한 것이다.

▲주임교수에게 책임을 무는 부분이 있나.
-정규 수업 내에서 문제를 저질렀으면 문제를 삼겠지만 외부에 나가서 본인이 개인적으로 진행한 일이다 보니 학교 측에서는 출강금지 정도로 끝낼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이 건국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학교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지만, 교수와 강사가 공모해서 밖에 나가서 저지른 일인 만큼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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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