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축구선수 박은선 성별 논란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1.11 10: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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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보고…축구 잘 하니 ‘남자?’

[일요시사=사회팀] 서울시청 소속 여자 축구선수 박은선이 성별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의 여자 실업 축구구단이 박은선의 성별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리그 출전 자격 박탈을 요구했다. 이 일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자 의혹을 제기한 구단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한 농담이었다”며 무마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들이 연맹에 공식적으로 출전중지 요청을 접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여자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지난 5일 비공식으로 열린 감독 간담회에서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이 박은선의 성별 의혹을 제기했다. 박은선이 올해 계속 경기에 뛸 경우, 2014년 WK리그를 보이콧(부당한 행위에 대한 집단적 거부 운동) 하겠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2004년 여성 판명

2005년부터 WK리그 22경기에 출전해 19골을 넣어 득점왕에 오른 박은선은 올스타전에서도 해트 트릭(1명의 선수가 1경기에서 3골 이상 넣는 것)을 기록하는 등의 기량을 펼쳐 소속팀인 서울시청을 올 시즌 정규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에 오르게 한 일등공신이다. 또 2003년부터 국제축구연맹 아시아대회, 미국월드컵 등을 비롯한 많은 국제대회에서 활동했다. 줄곧 여자 축구무대에서 뛰어온 박은선은 대한축구협회에도 여자 선수로 등록되어 있다. 협회도 인정한 그의 성별이 또 다시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박은선의 신체적 조건 때문이다. 박은선은 180cm에 76kg로 다른 여자선수들보다 체격이 월등하다. 박은선의 출전 중지를 요청한 6개의 구단은 몸싸움이 불가피한 축구 경기에서 박은선으로 인해 다른 선수들의 부상이 잦다는 것을 이유로 삼았다.

박은선의 성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5월 아시안컵대회 출전을 앞두고는 중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박은선의 성별 검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시 그가 대표팀에 뽑히지 않아 무산됐다. 앞선 2004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는 아테네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면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성별 판정 검사를 받으며 ‘여자’로 판명난 바 있다.

논란의 당사자인 박은선은 지난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수차례 국제대회 출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같은 논란에 네티즌들은 박은선이 여성임을 입증하는 사진들을 올리는가 하면, ‘박은선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청원 운동을 전개하면서 그를 옹호하는 분위기다.


아이디 mnmn****는 “구단주나 감독이나 웃긴 논리네. 다른 선수가 다치니깐 빠져라?‘효도르와 시합하면 다치니깐 효도르 빠져’ ‘최홍만이 너무 커서 다른 선수 다치니깐 최홍만 빠져’랑 같은 말이네. 뭔 말도 안 되는 논리냐”며 “체격이 안돼서 다치는 정도면 작은 선수를 빼야지. 실력있고 체격 좋은 선수를 빼다니 검증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여자로 판명난 거고”라고 말했다.

아이디 jy66**** 또한 “키가 작고 왜소한 체격의 남자 선수들은 여자 축구경기를 뛰어야 되나?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여자 선수는 다른 종목에도 있다. 근데 다른 종목에서는 조용한데 왜 축구만 난린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wnsr**** 역시 “올림픽 때도 검사받고 출전했다면서. 그 정도면 이미 확실하게 검증된 거 아닌가? 왜 이렇게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 우리나라는 정말 재능있고 천부적인 사람이 자라기 힘든 곳이 아닌가 싶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박은선이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그의 사진을 확인한 일부 네티즌들은 의혹을 제기할 만 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아이디 youn****는 “신체조건이 남자 축구선수들과 비슷하니 오해할 만한 듯하다. (일반) 여성이 박은선 선수처럼 근육을 만들기 어려워서 더 그래보이는 것 같다”는 입장이다.

아이디 pg_k****도 “다른 팀 입장에서는 확실히 의혹을 가질 만하다. 경기를 보면 남자선수들처럼 거친 몸싸움과 태클을 한다”며 “지금 프로구단들이 박은선을 보면 남자선수와 경기한다고 생각할 정도니 확실히 검증이 필요하긴 하다. 자기팀 선수가 달라붙으면 다 나가떨어지니 구단 입장에서도 속이 타고 열나는 노릇이지. 아마 이런 문제를 구단에 제기한 것도  같이 겨뤄봤던 선수들일 것이다. 선수들이 박은선을 남자선수같다고 했겠지. 구단이 그 건의 발언을 무시할 수도 없고 자기팀 선수도 위해야지”라고 말했다.

아이디 inte**** 역시 “의혹이 있으면 본인이 의학검증을 제대로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요구조차 못 들어주겠다는 건 오히려 서울시청구단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뭐 좀 확실히 하자고 하면 '인권'드립으로 밀어부치는 놈들이 제일 수상하다”고 주장했다.


박은선의 ‘성 정체성’ 문제발언으로 시끌해지자 의혹을 제기했던 6개의 구단에서는 “사적으로 주고받은 얘기들이 와전됐다”는 입장이다. 한 감독은 “감독들이 무슨 자격으로 리그를 보이콧하겠다고 요구할 수 있나. 박은선이 뛰어난 선수인데 왜 대표팀에 뽑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들을 주고받았을 뿐, 성별 문제 같은 개인의 신상 관련 얘기들은 하지도 않았고 연맹에 요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박은선의 소속구단인 서울시청은 “분명히 6개 구단 감독들의 의견을 문서로 정리해 연맹에 공식적으로 접수했다. 언론 보도 이후 진실과 축소하거나 은폐하려고 하는 시도는 유감이다”며 이를 반박했다. 공개된 문서에 의하면 ‘2013년 12월 31일까지 출전여부를 정확히 판정하여 주지 않을 시 서울시청팀을 제외한 실업 6개 구단은 2014년도 시즌을 모두 출전거부한다는 의견’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6개 구단 감독들의 변명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아이디 this****는 “x만도 못한 xx들 일이 커지니까 발 빼려다가 문서 나왔네. 농담도 모두 문서로 정리할 정도로 빡빡하게 회의하셨나본데, 이번엔 또 뭐라고 발뺌할건지”라며 비아냥거렸다.

이제 와서 농담?

아이디 arth**** 역시 “난 왜 사적으로 한 농담이라는 대목이 더 화가 나지. 진중하게 논의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얼마나 실실 쪼개가면서 이야기를 했을까 소름 돋는다. 이건 사적으로 나눈 이야기이건 진중하게 거론할 이야기이건 욕먹을 논란거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이디 dosl**** “박은선 선수∼ 흔들리지 마시고 힘내세요.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우리 아들도 중학생인데 축구를 하고 있거든요. 얼마나 힘든 운동을 하는지 곁에서 지켜봐서 잘 압니다. 혹독한 시간들을 이기고 그 자리에 섰을 텐데. 마음이 아픕니다”며 박은선을 격려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외서도 이런 일이…
남자야? 여자야?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성별 논란은 박은선만의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성별 논란을 겪었던 선수들이 있다.

남아공의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는 2008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다. 세메냐가 여자 800m의 경기에서 독보적인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하자 남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성별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세메냐의 대회 참가를 불허했다. 

세메냐는 10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0년 7월초 IAAF가 “의료 전문 조사단의 결과를 수용해 세메냐는 앞으로 육상대회 여성 종목에 출전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고, 이후 세메냐는 핀란드에서 열린 유럽 지역 2개 대회에서 출전할 수 있었다. 이후 성별 검사 결과, 세메냐는 남성과 여성의 성적 특성을 모두 지닌 양성자로 자궁과 난소 대신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하는 고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여자육상 800m에서 은메달을 딴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도 경기 후 받은 성별 검사에서 남성 염색체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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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