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 사는 옛 스타들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0.15 15:26:30
  • 댓글 0개

화려했던 과거 안녕… TV 밖서 새 길을 찾다

[일요시사=사회팀] TV 속에서 사라진 스타들의 ‘인생 2막’소식이 간간이 들린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들이 연예계를 떠난 이유와 연예인이 아닌 제2의 삶을 살아가며 인생의 반전을 맞이한 스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특이한 할머니 분장으로 90년대 인기를 누린 개그우먼 정재윤. 1987년 MBC <개그 콘테스트>에서 최연소자로 입상하면서 방송계에 데뷔한 정재윤은 리포터, MC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하다 98년 결혼과 동시에 방송계를 떠났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한 방송에 출연하며 피부미용관리사로서의 삶이 공개됐다. 방송에 출연한 그는 어린 나이에 시작해 힘들었던 방송생활과 이른 결혼으로 빈 그의 자리를 후배들이 채워 방송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와 연예인 최초로 제1회 피부미용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미용관리사로서의 삶을 고백했다.

피부미용관리사 에 대한 경력사 협회 자격증, NGO 국제발관리협회 자격증, 한국네일협회자격증 등 8개의 자격증을 보유한 그는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향장미용학과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호서전문학교 피부미용학과 겸임교수 및 방송의상예술학부 특임교수를 맡고 있다. 피부미용 전문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정재윤은 피부관련 프로그램 출연과 LA에서 강연을 하는 등 미의 전도사로 활동중이다.

80년대 하이틴
세계적 요리사로

그는 “피부미용을 공부하고, 내 이름을 내건 화장품까지 내놓으면서 화장품에 관해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면서 “앞으로 열심히 연구해 여성들의 노화를 최대한 늦춰주는 명품 화장품을 개발해 세계로 수출함으로써 미용의 한류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90년대 <뿌요뿌요> <바다> 등의 히트곡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4인조 혼성그룹 ‘유피(UP)’의 리더 김용일은 현재 국내에서 손꼽히는 웨이크보드 선수다.

97년 침체기에 빠져있던 ‘유피’가 해체되며 그룹 ‘옵션’을 결성해 활동했지만 이마저도 인기를 얻지 못한 그는 가수로서의 생활을 중단하고 웨이크보드 선수로 전향했다.

이후 각종 국내·국제대회에서 순위권에 들며 웨이크보드 선수로서 이름을 알린 김용일은 국내 최고의 웨이크보드 선수로 인정받았다. 웨이크보드 마니아들의 ‘우상’인 그는 지난 7월에 열린 ‘2013 웨이크보드 케이블파크 러시아 세계 챔피온십’에서 2위를 수상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활약 중이다.

웨이크보드 선수이자 지도자인 김용일은 ‘웨이크보드 교실’을 운영하며 그만의 뛰어난 묘기와 라이딩 실력을 일반인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가 지도한 팀이 전국 웨이크보드 아마추어 동호인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지도자로서의 실력 또한 입증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솔직하게 연예인 생활보다 지금 스포츠를 하는 게 나에게는 적성에 맞는 것 같다. 그냥 살아있는 것 같다.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것 같고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보트 뒤에서 물을 가르며 웨이크 보드를 즐기는 게 훨씬 더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90년대 인기가수
세계적인 선수로

<할 수 있어> <대한건아 만세> 등의 히트곡을 만들어낸 90년대의 대표적인 꽃미남 그룹 NRG의 멤버였던 문성훈은 현재 가방 디자이너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1997년 이성진, 천명훈, 노유민과 함께 NRG로 가수활동을 시작한 문성훈은 2004년 그룹을 탈퇴하며 가수활동을 중단했다. 종종 방송출연을 하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2011년 KBS <여유만만>을 통해 가방 디자이너 겸 CEO로 변신한 모습을 공개했다. 지갑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가방 제작을 배우게 되면서 가방 제작 사업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가죽공예를 배우며 실력을 쌓아 5년째 가방제작 사업을 하며 가방 제작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가방 제작 교육기관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방송에 출연한 그는 “(연예계 활동 당시에는) 내 열정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 만큼 그때 열심히 했으면 아마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꿈을 버린 것이 아니니까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여러분을 방송에서 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연예계에 복귀하고픈 희망도 내비쳤다.

80∼90년대 아이돌 멤버들 이색 직업 화제
변호사, 요리사, 스포츠 선수로 ‘제2의 삶’

배우 문근영이 영화 <어린 신부>에서 불러 유명해진 <난 사랑을 아직 몰라>의 원조는 80년대 하이틴 여가수 이지연이다. 청순한 외모로 많은 남성을 설레게 했던 이지연은 <난 사랑을 아직 몰라>로 데뷔하며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 <바람아 멈추어다오> 등을 히트시켰다.

인기의 절정을 누리던 90년, 이지연은 그룹 ‘히파이브’ 출신인 사업가 정국진씨와 미국에서 결혼하며 3집 음반발표를 마지막으로 연예계를 떠났다.

18년의 결혼생활 끝에 이혼한 그는 어린 시절 배운 요리 실력으로 애틀란타 소재 유명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뢰’에 입학해 식품영양학, 식당경영학, 요리 실기 등의 수업을 받았다. 전 과목을 A학점으로 졸업한 그는 각종 요리대회에서 수상하며 세계 최고급 호텔에서 일류 요리사로 성장했다.

현재는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란타에서 한국식 바비큐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고유의 음식 재료와 미국인의 입맛을 아우르는 그의 요리는 미국의 각종 언론에 소개되며 베스트 식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애틀란타의 명성있는 요리평론가들이 뽑는 ‘베스트 요리 10선’에서 ‘매운 돼지고기 샌드위치’가 6위를 차지해 명성을 이어갔다.

지난 5월 SBS <땡큐>에 출연한 그는 힘들었던 가수생활을 고백하며 “과거는 과거일 뿐이며 이제는 최고의 요리사로 인정받는 것만이 남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가수, 리포터거쳐
유명 영어강사로

지난 3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걸그룹 망하고 토익 강사가 된 여자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사진의 주인공은 그룹 O-24(오투포)의 멤버 안미정이었다.

O-24는 90년대 청순한 ‘힙합 여자그룹’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자유> <첫사랑> 등의 곡을 발표한 걸그룹이다. 멤버 주연정이 탈퇴하면서 3인조로 활동을 이어가던 이들은 2집 <그로잉 업>의 타이곡이 표절시비에 휘말리며 소리없이 해체했다.





이후 안미정은 수원 SBS 리포터로 방송계에 얼굴을 알리며 2007년 SBS <뉴스와 생활경제> 리포터로 방송에 복귀해 미모의 리포터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곧 방송을 그만둔 그는 2009년, 한 영어 전문학원의 강사로 활동하며 ‘미모의 토익강사’로 입소문을 탔다. 현재는 토익강사를 거쳐 노량진에서 경찰영어 강사로 활동중이다.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본래 영어 교육과 방송에 관심이 많았다”며 “공부를 꾸준히 하다보니 가르치는 일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며 가수에서 강사로 전향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의 입장에서 스타들을 응원하겠다”며 강사로서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 밝혔다.

가요계 엄친딸
미국 변호사로

가요계의 소문난 ‘엄친딸’ 가수 이소은은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의 삶을 살고 있다. 꾸밈없이 맑은 목소리의 16세 소녀로 데뷔한 이소은은 당시 가요계에서 가장 어린 솔로 여가수였다. EBS <청소년 창작가요제> 출신인 그는 앨범을 발표하기 전부터 가수이자 작곡가인 윤상과 이승환, 이적으로부터 가창력을 인정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키친> <오래오래>를 비롯해 김동률과의 듀엣곡 <기적> <욕심쟁이> 등을 부르며 소녀적인 감성의 발라드 가수로 인정받았다.

가수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던 2009년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며 방송생활을 중단했다. 변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한 그는 지난해 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현재 미국의 한 로펌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8월 YTN <이슈 앤 피플>에 출연한 이소은은 “어릴 때부터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가수 생활을 하면서 나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됐고 일종의 책임감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받은 관심에 비해 사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릴 때 데뷔하며 충분히 다른 꿈을 꿀 수 있었다. 나 자신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시 돌아온 스타는?
기자님도, 목사님도 컴백

조정린이 TV조선 <연예해부, 여기자 삼총사가 간다>의 진행자로 돌아왔다. 2002년 고등학생이었던 조정린은 MBC 설날특집 <팔도 모창 가수왕>에서 뛰어난 성대모사 실력과 입담을 선보이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MBC 시트콤 <논스톱5> <두근두근체인지>에 출연한 그는 Mnet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의 진행을 맡으며 라디오 DJ, 리포터 등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로 주목받았다. 잘 나가던 그는 2008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몇 년간 자신을 칭찬하는 글이 자작극이라는 의혹을 받으며 비호감 연예인으로 전락했다.

이후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조정린은 지난해 9월 TV조선 방송기자로 입사해 화제를 모았다. TV조선 문화연예부 소속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8월 <연예해부, 여기자 삼총사가 간다> MC로 복귀했다. 조정린은 “과거에는 내 부분(MC)에만 힘을 쏟았다면 이번에는 프로그램의 진행은 물론이고 취재, 섭외, 리포트 등 할 일이 많다”며 “그래도 프로그램 전반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설렌다”고 MC 발탁 소감을 밝혔다.

지난 6월 서세원도 채널A <서세원 남희석의 여러 가지 연구소(이하 여러 가지 연구소)> MC로 돌아왔다. <여러 가지 연구소>는 다양한 인생의 문제를 놓고 색다른 질문과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토크쇼다.

1996년부터 KBS <서세원쇼>의 명MC로 사랑을 받았던 서세원은 2004년 방송사 PD 등에게 홍보비를 건넨 혐의를 받으며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방송을 중단한 그는 미국의 한 신학 교육기관에서 정규과정을 수료한 뒤 2011년, 목사 안수를 받아 청담동에 개척교회를 세우고 선교활동을 해왔다. 목사가 된 이후 방송 또한 하느님의 뜻이라 밝히며 방송복귀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던 그가 <여러 가지 연구소> MC로 복귀소식을 알렸다.

6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그는 “오랜만에 방송국에 오니 굉장히 기쁘고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직업이 개그맨이기에 웃기는 것이 내 본분인 것 같다”며 복귀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방송 한 달 만에 프로그램이 폐지되며 그의 재치있는 입담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