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CJ 수사 사전기획설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1: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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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짜인 각본대로 이재현 몰이?

[일요시사=경제1팀]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코너에 몰아세운 검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의기양양'자신만만한 모습. 실형이 확실하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수사 과정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검찰이 미리 짜인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사전기획설 등 음모론이 그래서 나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된 것은 7월18일. 2078억원의 탈세·횡령·배임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 963억원을 조성하고 회사에 569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국내외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 546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포함됐다.

대기업 수사치고
상당히 짧은 기간

검찰은 CJ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자평했다. 성과가 상당했다는 것. 검찰 내부에선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역외탈세 범죄가 그 실체를 규명하는 데 매우 어려운 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충분한 사전 내사와 철저한 압수수색, 사법공조 등의 방법을 동원해 최초로 재벌 총수의 역외탈세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검찰은 "CJ그룹은 회장실 산하에 총수 재산을 관리하는 전담팀을 두고 조직적·지속적으로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며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재벌총수의 대규모 역외탈세 범죄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아무리 (의혹을 검증할 단서를) 찾아도 100%는 불가능하고 보통 70∼80%를 밝히면 최상이라고 보는데 이번 CJ 수사가 그런 경우"란 말이 흘러나온다.

검찰은 이 회장뿐만 아니라 '대어'들도 낚았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CJ그룹의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을 구속했다. 앞서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CJ 측으로부터 골프접대 등을 받은 의혹이 제기돼 지난달 1일 사표를 내기도 했다.

CJ 수뇌부도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6월27일 비자금 관리 업무를 총괄한 CJ홍콩법인장 신동기 부사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범행에 가담한 성모 재무담당 부사장, 배모 전 CJ일본법인장, 하모 전 CJ㈜ 대표도 불구속 기소됐다. 중국에 체류 중인 김모 중국총괄 부사장은 지명수배 후 기소중지됐다.


재판부는 이르면 올 연말께 선고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기소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이 회장은 최소 5년 이상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재판을 앞두고 자신만만한 모습. 실형이 확실하다는 표정이다.

1심 재판 앞두고 음모론 등 각종 의혹 무성
2개월만에 후딱…속전속결 수사배경 의문

그러나 재계엔 CJ 수사를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전기획설 등 음모론이 그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게 CJ 비자금 수사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5월21일 CJ그룹 본사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35일 만인 6월25일 이 회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이어 23일 후 이 회장이 기소됐다. 수사가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SK(9개월), 한화(5개월), 태광(3개월) 등 다른 대기업 수사에 비해 상당히 짧은 기간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1년 4월 '선물투자 수천억원대 손실'사실이 공개됐다. 그해 12월 검찰에 소환됐고, 이듬해 1월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0년 9월 장교동 본사 압수수색 동시에 검찰의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12월 소환조사를 받았고, 이듬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8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2010년 10월 장충동 태광산업 본사 압수수색이 수사 신호탄이었던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이듬해 1월 소환조사에 이어 구속됐다.

USB 하나에
무너진 CJ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짧은데도 검찰이 큰 성과를 낸 것은 철저한 사전기획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검찰은 CJ그룹의 남산본사, 제일제당, 인재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할 당시 내부 사람이나 알 수 있는 각 층별 부서 위치를 완벽히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재무팀 금고 위치와 관련업무 부서 핵심 인력까지 미리 속속들이 파악하고 들이닥쳤다고 한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가 관련된 대형 사건을 두달 만에 수사를 종료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며 "(CJ 수사는) 오래전부터 충분한 단서를 가지고 수사에 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CJ 수사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CJ 전 재무팀장 이모씨다. 단초는 그의 USB. 이씨가 갖고 있던 USB 안에는 일본 빌딩 구입과 이 회장 횡령액, 국내 차명재산 관리 내용 등 CJ그룹의 비자금 기록이 담겨 있었다.

이씨가 작성한 금전출납 기록엔 '국세청 3억원'이라고 구체적인 금액까지 명시돼 있었다. 세간의 화제가 됐던 이 회장에게 보낸 편지도 USB에 내장돼 있었다. 10장 가량의 이 편지는 2007년 이씨가 이 회장의 비자금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퇴직 당한 뒤 복직을 요구하며 쓴 사실상 협박용이었다. 편지엔 "CJ 재무팀이 관리하던 차명주식을 매각해 대금을 세탁하고 해외 미술품을 구매했다. 문제되지 않게 잘 처리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적극적인 협조도 주효했다. 일례로 국세청 로비의 경우 검찰은 CJ 측이 꼼짝없이 백기를 들게 한 증거를 들이댄 것으로 알려졌다. 허병익 전 차장이 돈을 요구한 정황, 4인 회동(이 회장-전군표-허병익-신동기) 등에 대해 이씨가 구체적으로 진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알고도…'검찰 5년전 확인
'이제와서 왜?' 의혹투성이

검찰은 이씨의 진술로 이 회장 측을 압박했다. 이 회장과 신 부사장이 부인하려 해도 이씨의 진술과 메모, 심지어 4인 회동 당일 호텔 면세점에서 프랭크 뮬러 시계를 샀던 세금계산서까지 검찰이 확보해 보여주는 데 버티기 어려웠을 거란 후문이다.

결국 시인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마련된 셈이다. 검찰 조사를 받았던 CJ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각종 자료와 진술 등 워낙 많은 것을 확보해놓아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사실 이씨는 2007∼2008년 이미 수사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때 왜 밝히지 못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역시 기획수사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묻혔던 사건을 왜 갑자기 꺼냈냐는 것이다. 정보와 증거를 입수하고도 몇년 뒤에야 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CJ 비자금 의혹은 5년 전 이씨가 사업추진 과정에서 살인청부 의혹에 휘말리면서 처음 드러났다. 이 회장의 '금고지기'였던 이씨는 사채업자에 비자금을 빌려줬다가 회수하지 못하자 살인청부를 시도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이 이씨가 살인을 교사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USB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로부터 파손된 USB를 압수했지만 제대로 복구하지 못했고, 보다 못한 검찰이 넘겨받아 직접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분석 작업 끝에 USB를 복원했고, 여기에서 CJ 비자금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국세청 로비 전 재무팀장 USB 통해 확인"
이재현-신동기-전군표-허병익 회동도 진술

당시 검찰은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고도 조세포탈에 대해서만 국세청에 통보하고 수사를 일단락지었다. 국세청도 CJ에 대해 세무조사나 고발을 하지 않았다. CJ로부터 1700억원의 세금을 분할 납부 받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검찰은 2010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CJ가 해외에서 조성한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정보까지 넘겨줬지만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고작 2008년 12월 이씨를 구속기소하는 데 그쳤다. 이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은 입증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 것은 현 정권 들어서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검찰 안팎에서 대기업 사정설이 돌았고, 그중 한 곳이 바로 CJ그룹이었다.

특히 5월5일∼10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당시 CJ그룹이 경제사절단에서 제외되자 말들이 많았다. 검찰의 CJ그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청와대가 이를 인지하고 이 회장을 방미 경제사절단에서 제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열흘 뒤인 5월21일 CJ그룹 본사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가 시작됐고, 7월18일 이 회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구속기소된 첫 대기업 총수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CJ 수사를 둘러싸고 소문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미리 짜인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미 5년 전에 마무리됐던 사건을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권 들어
사정설 돌아

검찰은 CJ 수사를 둘러싸고 시중에 돌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CJ 수사 음모론에 대해 "이번 수사는 충분한 내사로 단서가 확보돼 착수한 것이다. 시중 각종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사면초가에 놓인 CJ그룹. 이 회장의 건강도 좋지 않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이런 상황에서 가져갈 수 있는 전략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변호인단도 횡령한 금액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없고 대부분 회사 임직원들에게 격려금으로 사용했다는 점 등을 강조해 정상참작 부분을 인정받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CJ 사건'유사 사례

작은 단초가 대형 사건으로

USB 하나가 대기업 수장을 삼킨 CJ 사건처럼 작은 단초가 대형 사건으로 확대된 사례는 더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1972년 6월 워싱턴 DC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프랭크 윌즈는 건물 최하부 계단의 후미진 곳과 주차장 사이 문을 이상한 테이프로 감아 놓은 것을 발견했다. 의심이 든 경비원은 워싱턴 시경에 신고했고, 경찰은 같은 호텔에 있던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본부 사무소에 설치한 도청기를 손보기 위해 불법 침입한 5명의 남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그런데 범인 중 한 명의 수첩에서 백악관 전화번호가 발견됐다. 미 대통령이 최초로 중도 사임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처럼 작은 단초에서 시작됐다.

'방통대군'으로 불리던 MB정부의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비슷한 경우다.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은 다른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검찰이 브로커 이동율씨의 수첩에서 최 전 위원장의 이름을 발견하면서 우연히 드러나게 됐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씨의 운전기사였던 최모씨가 이씨의 승용차 트렁크에 돈 상자를 옮겨 실은 뒤 찍은 사진이 드러났고, 결국 최 전 위원장은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면치 못했다.

2008년 삼성특검 땐 협박편지가 등장했다. 삼성증권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퇴사한 박모씨는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 폭로 이후 회사 간부들에게 "내가 차명계좌를 만들어 관리했다. 5억원을 주지 않으면 외부에 비자금 자료를 넘기겠다"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100여개 차명계좌 리스트도 첨부했다. 협박편지는 특검이 삼성을 압수수색할 때 발견됐고, 이후 특검이 차명재산을 파고드는 단초가 됐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전 직원의 협박 메일을 단서로 차명재산 자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재현 병실은 지금…

VIP 환자로 만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입원한 서울대병원 VIP 병실은 만실이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12층 VIP 병실은 모두 4곳.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막는 이곳은 하루 입원비가 40만∼100만원에 달한다. 이곳엔 현재 이 회장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신장 기증자는 이 회장의 부인. 지난달 20일 구속집행이 정지된 이 회장은 11월28일까지 입원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 입원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의 주거지는 장충동 자택과 치료를 받는 서울대병원으로 제한된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폐렴으로 입원해 지금까지 병실에서 지내고 있다. 입원 당시 상태가 악화돼 폐렴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퇴원 일정은 미정이다. 김 회장은 우울증과 호흡곤란 증세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지난 1월부터 병원에 머물고 있다. 구속집행정지 기한은 11월7일까지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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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