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남양유업 사태 총정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29 13: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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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지만…‘악덕’ 주홍글씨 낙인

[일요시사=경제1팀] 올 상반기 재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남양유업 사태가 일단락 됐다. 영업직원이 대리점장에게 내뱉은 욕설 녹취록이 인터넷에 공개된 지 두 달 반 만이다. 지난 75일은 남양유업 49년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기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온 국민의 손가락질 속에 범국민적으로 이렇게 욕을 먹은 기업이 또 있을까 싶다.



이른바 ‘갑(甲)의 횡포’ 문제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남양유업 사태가 사측과 대리점협의회간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번 사태는 유통업계에 만연했던 ‘밀어내기’ 관행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그간 받아온 악덕 기업 이미지와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매출감소, 무너진 시장 점유율을 회복해야 하는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됐다.

무너진 대외신뢰
점유율 회복 숙제

지난 18일 서울 중구 중림동 LW컨벤션 기자회견장. 지난 5월 9일 김웅 남양유업 대표가 임직원과 함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였던 장소다. 남양유업은 영업사원의 폭언과 제품 떠넘기기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이 SNS를 통해 확산된 지 6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열었다.

그리고 두 달여 뒤. 이날 김 대표 옆에는 이창섭 대리점협의회 회장이 섰다. 두 사람이 나란히 기자회견장에 나타나기까지는 곡절이 많았다. 최초로 ‘남양유업의 횡포’ 문제를 제기했던 전직 대리점주들과의 협상은 10여차례나 결렬되는 난항을 거듭했다.


지난달 현직 대리점의 98%인 1100여개 대리점주들이 모인 대리점협회와 협상을 타결한 뒤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남양유업 본사와 대리점협의회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을 통해 불공정행위 근절, 밀어내기 피해보상, 대리점계약 존속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상생협약안을 체결했다. 양측 협상이 결렬 위기를 맞을 때마다 중재 역할을 해 온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을(乙)을 지키는 길)’ 의원들도 참석했다.

양측은 우선 ‘밀어내기’ 등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이를 뒷받침할 발주시스템을 개선키로 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구한 시정명령에도 포함된 내용으로, 회사가 대리점주들의 발주 내용을 삭제하고 임의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던 PAMS21 시스템을 투명하게 변경하기로 했다.

불공정거래 근절·상생위원회 설치 등 최종 합의
임직원 고소·고발 취하…피해액 산정·보상키로

이와 함께 대리점주의 영업권을 회복시키고 권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들이 합의안에 포함됐다. 대리점주는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 3년 내에서 계약기간을 보장받고,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3년의 추가 계약이 보장된다.

대리점주들의 영업환경 보호, 고충 처리 등을 협의할 ‘상생위원회’도 발족한다. 상생위원회는 회사 지명 3인, 대리점협의회 지명 3인 등 총 6명으로 구성되고 매분기 1회 이상 본사 사무실에서 정기회의를 개최하게 된다.

협상안 타결
어떤 내용?


‘밀어내기’ 피해를 입은 대리점에 대한 보상 부분은 아직 조율이 남아 있는 부분이다. 피해보상을 논의하는 ‘배상중재기구’를 구성해 늦어도 향후 2개월 안에 구체적인 보상액을 산정하기로 했다. 피해발생 여부에 대한 입증이 어려운 경우 해당 대리점의 평균 매입물량, 영업기간 등을 고려해 산정하기로 했다.

사측은 배상기금과 별도로 대리점별로 생계지원금 500만원을 즉각 지급하기로 하고, 보복성 징계로 계약이 해지된 대리점 8곳의 영업권도 다시 회복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날 남양유업 정상화를 위한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공동선언문에는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죄드리고 ▲남양유업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생의 모델로 거듭날 것이며 ▲이제는 국민들께서 남양유업을 용서하시고 제품을 구매해 주심으로써 대리점과 회사를 살려주실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서 울려주신 경종을 잊지 않고 낡은 관행을 뿌리 뽑아 업계를 통틀어 가장 좋은 대리점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며, 진정한 상생과 협력의 상징이 되는 모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 측도 “이 자리가 고통 받는 국민의 눈물을 멎게 하는 첫 걸음이 되도록 해달라”며 “이제 남양유업에 대한 분노를 거두고 응원해 주시기를 국민들께 부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사회에서 갑의 횡포, 을의 눈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노력해야 되는데 한 발짝 진전이라 생각한다”며 “을지로위원회의 의원들께서 여기에 작은 도움이 돼서 당으로서는 보람을 느끼고 협약이 지켜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날 협상 타결을 계기로 사측에 대한 모든 고소, 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다만 불공정거래에 관한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들어온 만큼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협상 타결 4일 뒤,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곽규택 부장검사)는 김 대표와 영업총괄본부장, 영업2부문장, 영업관리팀장, 판매기획2팀장, 서부지점 치즈담당 등 임직원 6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남양유업 4개 지점의 전·현직 지점장, 지점 파트장, 지점 영업담당 등 22명은 형법상 업무방해 및 공갈죄를 적용해 300만원∼10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남양유업 법인도 벌금 2억원에 약식 기소했다. 다만 홍원식 회장은 밀어내기에 가담한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욕우유’에
소비자들 뿔나

남양유업 사태는 지난 5월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남양유업 싸가지 없는 직원’이라는 제목으로 30대 영업직원과 50대 대리점주가 나눈 대화녹취 파일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3년 전 녹음된 2분45초 분량의 파일에는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예정됐던 물량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떠맡기는 내용이 담겨있다.

음성 파일 속 영업직원은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끊어 빨리. 받아. 물건 못 받겠다는 그 따위 소리 하지 말고”라거나 “(물건을 받을 상황이 안 된다면) 버리든가 그럼. 버려”라고 몰아붙였고, 대리점주는 “지난달에도 목표치 넘게 물건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물건 보관할 창고도 없으니 더 이상 받을 수 없겠다“고 읍소했다.


그러자 영업 소장은 “차라리 망해라”, “죽여 버리겠다”, “제품 못 받겠으면 버려라”, “개 XX야”, “씨XX아”, “맞짱 뜨자”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이 음성파일은 삽시간에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유명 커뮤니티마다 음성 파일이 오르내렸고 네티즌들은 끔찍한 폭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남양유업 영업직원에 대해 발끈했다. 곧이어 남양유업 홈피와 블로그, 트위터에는 비난이 폭주했다.

‘막말 파문’으로 촉발
‘갑의 횡포’에 불지펴

앞서 4월에는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이 2012년 5월부터 최근까지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해 대리점 발주 물량을 부풀리고 명절 떡값 등을 갈취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대리점주 측은 고발장에서 남양유업이 주문관리 시스템을 조작해 대리점에서 낸 주문보다 2∼3배 많은 양의 제품을 대리점에 보낸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의 필요가 아니라 본사의 판매 목표에 맞춰 제품을 ‘밀어내기’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양보다 많이 받은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짧은 탓에 두고 팔수가 없어 대부분 버려졌다고 주장했다.



또 남양유업이 떡값 및 임직원 퇴직위로금과 대형마트 판매 직원의 급여도 대리점에서 내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명절이 되면 떡값이라는 명목의 돈을 각 대리점마다 10만∼30만원 씩 현금으로 착취하고, 유통업체 파견직 사원의 임금을 20∼30%만 지급한 채 나머지 70∼80%의 임금은 납품 대리점에게 부담하게 했다는 것이다.


대리점주 측은 이를 거부하면 남양유업 측에서 계약 해지, 보복적 밀어내기, 투자비용의 매몰가능성 등을 이용해 협박과 압력을 가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남양유업이 증거를 은폐하고 교묘하게 데이터를 조작해 이와 같은 불법 착취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에 남양유업 측은 당초 “불만을 가진 일부 대리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관련의혹을 일축했으나, ‘폭언 음성파일’ 파문으로 남양유업 횡포에 대한 국민 공분이 커지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를 일부 시인했다. 

남양 후폭풍
너도 나도 을?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는 곧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악덕 기업’, ‘횡포 기업’ 이라는 이미지 타격과 함께 매출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남양유업 매출이 대형마트 등에서 30% 이상 떨어졌고 주가도 급락해 사태가 시작된 지 5거래일 동안 시가 총액 1224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주당 100만원 이상인 종목을 뜻하는 ‘황제주’ 자리도 내줘야 했다.

남양유업 사태는 ‘갑의 횡포와 을의 눈물’을 사회 전반에 화두로 던졌다. 식품업계는 물론이고, 주류, 편의점, 화장품, 베이커리 등 유통업계 전반과 자동차 협력업체에서도 갑의 횡포를 고발하고, 바로 잡으려는 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회제도와 관련해서도 업계에 남긴 후폭풍은 간단치 않다. 국회에서는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과 집단소송제 등이 논의되는 등 경제민주화를 위한 불공정거래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남양유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서울우유ㆍ한국야쿠르트ㆍ국순당 등 다른 업계로 조사를 확대했다.

무엇보다 유통업계는 앞 다퉈 대리점ㆍ가맹점들과 ‘상생협약식’을 체결하는 등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내부단속에 나섰다. 빙그레는 이건영 대표이사가 협력업체와 대리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비롯해 재판매와 가격 유지 행위에 지위고하를 막론한 일벌백계 방침을 새로 세웠고, 현대백화점은 전 협력사와의 모든 거래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사회 전반으로 갑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옳다”면서도 “‘무늬만 을’들이 너나없이 본사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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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