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제분 '사모님' 수수께끼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7.16 09: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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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이혼한 거 맞습니까?

[일요시사=경제1팀] "영남제분은 여대생 청부살인사건과 무관합니다." 영남제분이 홈페이지에 올린 호소문의 일부다. 그런데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던 검찰의 칼끝이 영남제분을 조준했다. 영남제분 본사와 '회장님' 자택이 뒤집어졌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에 대한 내막이 조금씩 드러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유전무죄의 전형' 영남제분 사모님 윤모씨를 둘러싼 수수께끼가 하나둘씩 조각을 맞춰가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영남제분이 윤씨의 주치의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 배후로 지목된 영남제분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됐다.

권력+돈=파멸

윤씨는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의 전 부인이자 이른바 '여대생 청부 살해사건'의 중심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02년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에서 머리와 얼굴에 공기총 6발을 맞은 채 숨진 여대생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는 이화여대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하지혜(당시 22세)씨. 하씨는 2002년 3월6일 새벽 5시 반에 동네 체육관에 수영을 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하씨의 부모에 의해 경찰에 실종신고가 된 상태였다.

사건의 전말은 사건 발생 1년 만에 살인범 두 명이 검거되면서 밝혀졌다. 죽은 하씨에게는 판사인 사촌 오빠 김모씨가 있었다. 김씨는 판사 임용 뒤 '계약 결혼'을 했고 상대는 류 회장의 딸이었다.

결혼 후 김씨에게는 수시로 젊은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그의 부인은 김씨를 의심하기 시작, 어머니인 윤씨에게 이런 사실을 전했다. 윤씨는 김씨를 추궁했고 김씨는 '법대에 다니는 사촌 여동생의 전화'라고 둘러댔다. 윤씨는 김씨와 하씨가 불륜 관계라고 추정하고 현직 경찰관을 포함 10여 명을 동원해 두 사람을 미행했다. 직접 승려 복장을 하고 미행에 나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윤씨는 불륜현장을 잡지 못했고 2001년 4월 하씨의 집을 찾아 가족들에게 "딸 단속 제대로 해라"는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하씨 가족은 윤씨를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지만 이후에도 윤씨의 편집증적인 행동은 계속됐고 하씨 가족은 2001년 10월 법원에 윤씨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신청해 받아들여지게 됐다.


윤씨는 결국 하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폭력 범죄 전과가 있는 조카와 그의 동창에게 1억7000여만원을 주고 살인 청부를 했다. 이들은 공기총을 구입하고 한 달여 동안 피해자를 미행해 일상을 파악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했다. 그리고 2002년 3월16일 인적이 드문 새벽 5시 반에 수영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피해자를 납치해 차에 태운 후 마구 때리고 준비해둔 쌀 포대를 덮어씌워 미리 봐둔 장소인 검단산으로 이동, 피해자를 가격해 저항을 못 하게 하고는 얼굴과 머리 부위에 총 여섯 발을 쏴 살해했다. 시신을 쌀 포대에 담아 숨기고 흙을 덮어 유기한 뒤 산을 내려온 이들은 범행 4일 후인 2002년 3월20일 베트남으로 도피했다.

검찰은 2002년 윤씨를 '체포 및 감금 교사'혐의로 입건하고 2003년 3월 중국 공안은 숨어지내던 윤씨 조카 일당을 체포해 한국으로 추방했다. 윤씨는 대형 로펌 변호인단을 구성했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2004년 5월 대법원에서도 윤씨의 살인 교사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세 명 모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판결 직후 윤씨와 류 회장은 이혼했다.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진 건 지난 5월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편이 방송되면서다. 윤씨는 2007년 유방암 치료를 이유로 검찰로부터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교도소가 아닌 '병원 특실'에서 생활해왔다. 윤씨의 주치의였던 세브란스병원 박모 교수는 윤씨에게 유방암, 파킨슨병 등이 있다는 진단서를 발급했고 윤씨는 이를 근거로 검찰로부터 세 차례 형집행정지를 허가 받았다. 4년 동안 다섯 차례 형집행정지를 연장 신청하기도 했다. 입원 중에는 '가정사' 등의 사유로 외박·외출한 기록도 있었다.

검찰, 주치의 금품수수 정황 포착 
무관 주장 영남제분 전격 압수수색
잦은 왕래에 위장 이혼 의혹 제기

방송 이후 형집행정지를 해준 검찰과 진단서를 발급한 병원의 비리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하씨의 가족들은 윤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하씨가 다니던 이화여대 재학생과 동문들이 주축이 돼 모금활동을 벌이고 각종 광고를 통해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세브란스 병원은 공식 사과를 내놓았고 검찰도 진상조사를 시작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는 지난달 13일 세브란스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단서 발급과 관련된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또 박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윤씨의 병세가 실제로 형집행정지를 받을 정도의 상태였는지와 진단서 발급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박 교수 은행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 추적 작업 등을 통해 박 교수가 진단서 발급을 대가로 윤씨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도 조사했다.

지난달 29일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 후'라는 제목의 후속편이 방송되면서 불똥은 영남제분으로 튀었다. 이 방송에서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의사, 형집행정지를 허가한 검사,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한 변호사, 윤씨의 사위 등 당시 사건과 연관된 여러 명의 인물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방송됐다.


특히 류 회장이 직접 제작진을 찾아와 전 부인에 대한 의혹을 부인하며 "주가가 떨어지니 취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내용이 전파를 타면서 인터넷 게시판이나 트위터에는 영남제분을 비난하는 의견이 쏟아졌고 영남제분에 대한 안티카페 회원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영남제분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영남제분은 '호소문'을 발표, 진화에 나섰다. 영남제분은 지난 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건과 영남제분은 아무 관계가 없다" "이 사건과 연관 지어 회사를 계속해서 공격한다면 이에 대해 정면 대응 할 것임을 밝힌다"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검찰이 영남제분을 압수수색하면서 호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은 박 교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영남제분이 박 교수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9일 수사관 10여명을 부산으로 보내 영남제분 본사와 류 회장 집을 압수수색했다.

'사모님 방지법'

검찰 수사가 류 회장에게까지 이어짐에 따라 일각에서는 둘의 이혼이 위장이혼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혼 후에도 류 회장이 윤씨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지속적으로 대왔고 여전히 왕래 중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방송 이후 윤씨는 교도소에 재수감됐다. 국회에서는 '사모님 방지법'이라는 기상천외한 법안까지 생겼다. 그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회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허탈감과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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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발’ 민주당 권력 재편 막전막후

‘김병기발’ 민주당 권력 재편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원내사령탑이 무너졌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사퇴 후폭풍이 꼬리를 물면서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촘촘하게 예정된 각종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의 셈법이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사생활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자 원내대표로서 거취를 표명한 것이다. 민주당 투톱의 한 축으로서 책임과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못 버티고 불명예 퇴장 지난달 30일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지난 며칠간 많은 생각을 했다. 제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의 의혹이 확대 증폭돼 사실처럼 소비되고 진실에 관한 관심보다 흥미와 공방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며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 거취와도 연결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있는 한 제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총 9가지다. 구체적으로는 ▲장남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채용 개입 ▲장남 국정원 업무에 보좌진 동원 ▲차남 숭실대 편입 개입 ▲차남 빗썸 취업 청탁 의혹 ▲국정 감사를 앞두고 쿠팡 대표와 식사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공항 의전 요구 ▲지역구 병원 진료 특혜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해당 제보를 ‘보좌진발’이라고 의심하며 “교묘한 언술로 공익 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오히려 지적했다. “직접 보고 판단해달라”며 제보자로 지목한 전직 보좌진이 포함된 단체 소통방에서 나온 적나라한 대화 내용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면서 양측의 공방은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최근에는 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김 전 원내대표 간의 공천 관련 녹취가 공개되면서 공천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2022년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하 공관위)이었던 강 의원의 보좌관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던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고, 이를 공관위 간사였던 김 전 원내대표와 상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당시 김 전 원내대표가 “돈 얘기를 들은 이상 제가 도와드려서도 안 된다. 일이 커진다”고 하자 강 의원은 “의원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고, 김 전 원내대표의 우려에도 결국 김 시의원이 단수 공천되면서 문제가 됐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세 사람 모두 의혹을 부인한 상태다. “내가 걸림돌” 결국 사퇴한 김 최고위·원대 ‘동시 보궐선거’ 사생활 문제와 더불어 공천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저 같은 경우 당에 부담을 안 주는 방법과 방향으로 고민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다. 박범계 의원 역시 “어떤 형식으로든 입장 발표가 있지 않겠느냐. 본인이 과연 해명할 수 있는 사안인지, 거꾸로 용단을 내려야 되는 사안인지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사안이 엄중하다”며 압박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가 의혹에 대한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내사령탑이 흔들릴 경우 당이 어수선해질 수 있어 선거 일정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를 통해 “많은 언론이 다른 해석을 하고 있지만 일단 내일(지난달 30일) 해명과 사과에 더 방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그 후에도 국민께서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 이후에는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날(30일) 아침까지도 그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버티기’에 들어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지만, 배우자와 아들에게도 고발장이 날아들면서 결국 사퇴 입장을 냈다. 이 과정서 정 대표의 지지자들은 김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사퇴 압박 수위를 높였고, 친명(친 이재명) 및 김 전 원내대표 지지층에서는 정 대표의 ‘자기 정치’를 비판하며 또 다른 잡음을 만들어냈다. 원내대표 궐위 시 1개월 이내에 새 원내대표를 의원총회에서 재선출해야 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2026년은 선거의 연속”이라며 3명의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새 원내대표 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11일을 주목했다. 이 밖에도 5월에는 국회의장 선거가 예정돼있으면서 곧장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후보를 선발하기 위한 공천 전쟁이 시작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급작스럽게 치러진 선거인 데다가 (신임 원내대표의) 임기가 (김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인) 6개월밖에 되지 않아 후보군도 어수선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지방선거라는 큰 선거가 걸려 있는 만큼 부담감은 두 배로 크다. 까딱하다가는 독박을 쓰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줄줄이 나비효과 당헌·당규에 따라 원내대표를 재선출할 때까지는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직무를 대행한다. 원내대표 당원투표는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며 국회의원 투표는 마지막 날인 11일 실시한 뒤 결과를 발표한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첫 출사표를 던졌다. 이 밖에도 신임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박정·백혜련·한병도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박 의원은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파주을에 출마해 당선된 뒤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초선 시절 당 원내부대표를, 맡았으며 21대 국회서는 환경노동위원장, 22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서 정 대표의 경쟁 상대였던 박찬대 의원의 선거를 도운 인물이다. 비교적 계파 색이 옅은 것으로 분류되는 백련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20대 총선에서 경기 수원을에 출마해 마찬가지로 3선을 지냈다. 초선 시절 원내부대표와 당 대변인을 역임했으며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간사와 21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장 등 이력을 갖췄다. 한 의원은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전북 익산갑 당선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지난 2017~2019년 문재인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으며 21대 총선을 통해 국회로 돌아왔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예결위원장을 지내는 만큼 출사표를 던질 경우 예결위원장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이 외에도 당 수석최고위원인 이언주 의원과 조승래 사무총장도 자칭타칭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6월 원내대표 선거서 김 전 원내대표와 2파전을 벌인 서영교 의원도 재조명됐다. 지방선거서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서 의원을 뽑았을 것”이라는 당원의 여론에 힘입어 원내대표직으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서 의원은 이재명 지도부 1기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대표적인 친명계 중진으로 당내 홍보위원장,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거쳤다. 아니라더니… 셀프 갈라치기 그동안 당 투톱 간의 갈등설이 몇 차례 불거졌지만, 한편으로는 김 전 원내대표가 풀 액셀을 밟는 지도부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온 만큼 기존과 비슷한 성향의 후보가 선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강성 지지층들은 김 전 원내대표의 행동을 ‘조율’이 아닌 ‘뒤통수’ ‘견제’로 해석한 만큼 더 센 원내대표에게 한 표를 던져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잦은 마찰을 보인 만큼 신임 원내대표의 조건으로 정청래 지도부와의 케미가 1순위로 여겨진 셈이다. 현 지도부와 손발을 맞춰 개혁을 완수하고, 2026년 목표인 내란 청산 작업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게 당원들의 설명이다. 같은 날 치러지는 최고위원 보선이 이미 ‘친명 대 친청(친 정청래)’ 구도로 자리 잡으면서 이번 원내대표 보선 출마 역시 비슷한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고위원 후보에 도전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김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당원들이 더 결집할 수는 있겠지만 계파 프레임을 덧씌우진 않을 것이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당원의 선택을 받으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당 관계자들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앞둔 최고위원 후보들 간의 설전이 뜨겁다. 지난달 23일 열린 첫 합동연설서 후보들은 입 모아 ‘원팀’을 외쳤지만 서로를 향한 말속에 칼을 숨겨 당내 갈등설의 여파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날 이성윤 후보는 “우리의 총구는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저 내란 세력, 개혁 반대 세력으로 향해야 한다”며 정청래 지도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에 재차 힘을 실었다. 문정복 후보 역시 “굳이 친명을 말해야 한다면 맨 앞에 문정복이 있다”며 당정 간의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부결된 1인1표제에 관해 “당 지도부 선출 시 재추진하겠다”며 정 대표와 발을 맞췄다. 반면 정 대표와 각을 세워온 유동철 후보는 “민주당이 이재명이고 이재명이 민주당이다. 겉으로는 이재명을 말하지만 뒤에서는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친명에게 맨 앞자리는 없다”며 문 후보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이건태 후보와 강득구 후보는 이 대통령과의 호흡을 강조하며 당정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민주당에 방점을 찍었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후보들의 입 5월 의장 선거…판 달구는 명·청 지난달 30일에는 후보들 간에 직접적인 설전도 발생했다. 유동철 후보는 앞서 이성윤 후보가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우리 당의 분열을 바라는 내란 세력과도 같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지도부를 흔들면 내란 세력이냐? 후보에서 사퇴하거나 적어도 상처받은 당원에게 사과해야 한다. 최고위원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문정복 후보는 “이재명 당시 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라는 아주 엄혹한 시기에 저는 연판장을 돌리면서 막았다. 그 당시 강득구 후보는 함께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강 후보는 “당시에 저도 가장 앞장서서 싸웠다. 사실을 근거로 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건태 후보는 “당청 갈등은 없다”면서도 “다만 대통령이 외교 일정을 소화할 때 시차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엇박자를 낸 것은 사실”이라며 ‘명청 갈등’을 수면으로 띄우기도 했다.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도 당내서 묘한 기류가 흐른다. 22대 국회 전반기 선거 당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의심(민주당 의원의 의중)인 우원식 후보가 명심(이재명 당시 대표의 의중)인 추미애 후보를 꺾은 만큼 후반기 역시 결과 예측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20% 반영하지만 국회의원이 중심이 되는 선거인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당내 권력구도가 바뀌게 된다. 지난달 ‘친명 좌장’이자 6선인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이른 시점이지만 후반기 국회의장에 뜻을 두고 있다”며 출마를 시사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후반기 국회가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제대로 지켜내고, 이정부와 함께 유능한 민생 국회를 만드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제가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5선인 박지원·김태년 의원도 국회의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조 의원이 대통령 정무 특별보좌관에 위촉되면서 이미 명심이 한쪽으로 쏠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정 대표가 박 의원을 치켜세우며 ‘명청 대리전’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고, 1인1표제가 부결되자 설득 과정의 부재를 꼬집으면서도 “정 대표의 설득, 노력이 되면 1인1표제가 좋을 것”이라며 그를 옹호했다. 잘나가다 생긴 실금 앞으로 치러질 모든 선거가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 친청과 비청(비 정청래) 구도로 흘러가면서 민주당에서는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권력 있는 곳에 갈등은 당연하다”는 한 민주당 관계자의 중론인 만큼 권력 다툼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오는 11일 치러질 원내대표·최고위원 보선이 그 시작점이다. 민주당의 세력 분화가 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 걸렸다” 김병기 흔드는 국힘 국민의힘이 민주당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김병기 의원을 향해 “의원직도 사퇴하라”며 비판을 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원내대표직 사퇴는 결단이 아니라 국민 여론에 떠밀린 뒤 내놓은 늦은 후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이미 개인 차원의 논란을 넘어섰다”며 “의원직에서 즉각 사퇴하고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성실히 수사에 임해야 한다. 더는 책임을 미루지 말고 법의 판단을 받으시라”고 촉구했다. 현재 경찰은 김 전 원내대표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사생활 관련 비위 의혹을 여러 방면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관련 고발장이 동작경찰서·영등포경찰서·서초경찰서 등 여러 곳으로 나뉘어 제출된 상태인 만큼 이를 한데 모아 상급청인 서울경찰청이 직접 수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