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에 목매는 서울 중구청장 ‘왜?’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18 10: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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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일요시사=정치팀] 대선을 전후해 지방을 휩쓸던 ‘박정희 마케팅’이 결국 서울까지 상륙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심각한 재정난에도 박정희기념사업에 열을 올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번에는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제동에도 박정희 기념공원을 세우겠다고 고집을 부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예산만 무려 300억에 달한다. 그가 박정희에 목매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해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작업이 전국 각지에서 진행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바 있다. 첨예한 역사적 논쟁을 겪고 있는 인물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각 지자체는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이 국민 혈세로 사업을 강행해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미 2011년부터

서울시 중구가 ‘박정희 기념공간’ 조성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건 올해 초였다. 해당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매체의 보도와는 달리 중구 측은 ‘박정희 기념공간 조성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을 발주하고 결과에 따라 예산을 반영할 것이라 밝혔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지난 6월 초 중구는 본격적으로 박정희 기념공간 조성에 나섰다. 서울 중구청은 이미 복원된 박 전 대통령 가옥 주변 건물 5채를 매입했다. 또한 연못과 녹지공간 조성도 함께 추진될 예정으로, 무려 286억원이라는 국민의 혈세가 조성 자금으로 계획됐다.

중구청은 지난해 2월 이미 기본사업 구성원 용역을 마친 상태였다. 이어 올 1월 기본 용역 결과 타당성을 검토하는 용역을 발주해 5월 말에 마쳤다. 최종 결과물은 6월 중에 나올 예정으로, 지난 4일 이미 서울시에 소요예산 286억원에 대한 투자심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심사계획안은 정부가 50%인 143억원, 서울시가 20%인 57억원, 중구청이 30%인 85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심사는 7월 중에 이뤄질 전망이다.


중구는 지난 2011년 ‘1동 1명소 사업’ 일환으로 노후된 신당동 박 전 대통령 가옥 주변의 역사문화관광중심지 명소화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이 육군 1군 참모장이던 1958년 5월부터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관사로 이주한 1961년 8월까지 3년3개월 동안 이곳에서 가족과 살았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19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 후 1982년 성북동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이곳에서 머물렀다. 신당동 가옥은 박 전 대통령이 5·16군사쿠데타를 계획하고 지휘한 곳이다.

이 가옥은 2008년 5월 서울시에서 추진한 역대 정부수반 유적 종합보존계획에 따라 그해 10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신당동 가옥이 1974년까지 육영수 여사의 어머니이자 박 대통령의 외할머니가 거주하면서 가옥 뒤편을 증축해 1960년대와 70년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지자체 재정난 호소할 땐 언제고
정치권 일각 ‘박정희 향수 자극해 내년 지방선거 노림수’

그동안 박정희 기념공간 조성은 일부 주민과 국민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인터넷을 통한 누리꾼들의 비난도 쏟아졌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중구가 이순신 장군 생가터 복원 등과 같이 박 전 대통령 자택에 대한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중구 내 관광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야당은 한층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지안 진보정의당 부대변인은 “이미 서울 상암동에 박정희 기념관이 있고, 경북지역에서 최근 5년 동안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만 1500억원이 들어갔다”며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한 5·16쿠데타를 떠올리게 하는 장소에 기념공원을 설립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며 국민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은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서는 지자체 재정난을 호소하며 무상보육 국고지원율 인상을 강력하게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 중구청은 올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을 위해 3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며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비난했다.

박 대통령도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서울 중구청에서 신당동 옛 사저 일대를 기념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국가경제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국민세금을 들여서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지자체에선 관광자원 확보를 비롯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자금을 들여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것보다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방문해 마음으로 기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중구청의 기념공원 건립계획에 제동을 건 것은 저성장·경기침체·전력난 등으로 국민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수백억원을 들여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정서와도 괴리될 뿐 아니라 평소 외형보다도 내실을 중시하고 국민소통을 중요시하는 박 대통령만의 원칙과 소신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이에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박 대통령의 반대에도 기념공원 조성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원 조성 사실상 불가능

최 구청장이 대통령의 반대에도 기념공원 조성을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가 박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해 내년 지방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제동으로 기념공원 조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어디서도 박수 받지 못한 최 구청장의 선택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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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