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7주년 특집> 윤창중 사태로 본 ‘변태천국’ 자화상 ③성도착증 대해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21 16: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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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툭…누가 윤창중에 돌을 던지랴

[일요시사=경제1팀] ‘윤창중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새로운 의혹들도 불거진 상황. 남미 언론에선 윤창중 전 대변인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 잡았다는 데서 나아가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마치 변태를 연상케 하는 굴욕적인 표현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단순 호기심을 넘어 성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성도착증’을 총망라해봤다.

 

 

 

섬섬옥수(纖纖玉手).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여성 손에만 성(性)적인 욕구를 나타내는 증세가 있던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여자손’애호증
놀란 모습에 흥분

지난해 7월20일 오전 4시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자취방에서 혼자 자고 있던 여대생 A(19)씨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서서히 정신을 차린 A씨는 자신의 손을 살며시 쓰다듬고 있는 침입자를 발견하고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고함 소리에 놀란 침입자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며칠 뒤 새벽, 인근 가정집에 또 이 추행범이 침입했다.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간 남성은 자고 있는 주부 B(63)씨의 옆에 가만히 앉아 손을 만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은 만지지 않았다.

잠에서 깬 B씨는 놀라 “사람 살려”라고 소리쳤고, 남성은 바로 도주했다. 이렇게 두 달 동안 서대문·은평구 일대에서 비슷한 내용의 경찰 신고가 6건 쏟아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에 찍힌 범인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범인을 붙잡았다.


범인은 마포구의 한 치킨집 종업원 이모(27)씨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의 나이나 외모는 상관없이 밤만 되면 여자 손을 만지고 싶은 욕구를 주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장소도 가정집부터 마사지 업소까지 다양했다. 피해자들은 “손 이외에 다른 곳을 만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런 성도착 증세가 시작된 것은 중학교 시절부터라고 했다. ‘포크댄스’ 등 단체로 춤을 출 때 잡은 여학생의 손이 야릇하게 느껴지며 집착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후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정보공개 3년을 선고받고 치료감호에 처해졌다.

여자옷 입고 침대서 목 조르며 쾌감
새벽만 되면 여자 손을…도착남 실형

재판부는 “이씨는 현재 지능이 IQ 66 정도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여성의 손에 성적으로 과도하게 집착하는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범행 당시의 정신상태도 정신병적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심신미약으로 인한 범행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흔히 변태라고 부르는 성도착증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타인의 성행위나 벗은 몸을 몰래 훔쳐보는 행위에만 집착하게 되는 관음증에서부터 낯선 사람에게 성기를 노출시키거나 노출시켰다는 상상을 하면서 흥분을 느끼는 노출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 사춘기 이전의 소아를 대상으로 해 성적 공상이나 성행위를 하고 싶은 욕구가 나타나는 경우(소아애호증), 이미 사망하였거나 죽어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성적 쾌감을 얻는 경우(시체애호증), 굴욕을 당하거나 매질을 당하거나 묶이는 등 고통을 당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경우(성적 피하증), 이성의 옷으로 바꿔 입고 성적 흥분을 하는  경우(복장 도착적 물품 음란증) 등이 이에 포함된다.

비닐봉지로
성적 행복감


30대 독신 남성인 소아신경정신과 의사 C씨는 여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의 이웃 남자아이들을 애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웃사람들은 C씨가 아이들을 특별히 잘 보살피고 도와준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의 체포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조사과정에서 C씨는 “여자들과는 어른이건 아이건 거의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시인하며 “자위를 할 때마다 6살에서 12살 나이 범위의 소년들에 대한 상상을 하곤 했으며, 한 해에 두 번 정도 그 나이의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는 자신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첫 번째 성경험이 여름캠프를 떠난 6살 때다. 15살인 캠프 보조자가 코스 동안에 수차례 그에게 구강성교를 하게 했는데 그 경험이 항상 남아있었다”며 “나도 어린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고는 믿지 않으며, 오히려 만족스러운 감정을 서로 나눌 뿐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서울에선 여자 옷을 입은 채 자신의 침대에서 사망한 40대 남성이 발견됐다. 그의 입에는 여성용 스카프가 잔뜩 들어 있었다. 또 목에는 개목걸이와 스카프 등으로 조른 자국이 선명했다. 무릎과 두 발도 스카프로 묶여 있었고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남성의 가족들은 타살이라 주장했지만 국과수는 그의 죽음을 자살도 타살도 아닌 ‘사고사’로 결론지었다. 스스로 목을 맸지만 자살이 아닌 해괴한 죽음을 법의학계 용어로는 ‘자기색정사’라고 한다. 성적 쾌감을 느끼기 위해 끈이나 비닐봉지, 심지어 전기장치 등을 이용해 스스로 뭔가를 하다 사고로 죽는 것을 지칭한다.

법의학계에 따르면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감소하는 순간 몸에는 가벼운 두통과 함께 현기증 또는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들뜬 기분이 나타나는데 일부 사람들은 이런 미묘한 변화에서 행복감이나 성적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소아성애·자기색정·사체강간 등 다양

지난 2011년 충북 청주에선 한 고교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져 있는 60대 여성을 성폭행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D(19)군은 18일 오전 3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 60대 여성이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성폭행했다.

이후 D군은 태연히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시신상태가 이상한 점을 발견해 집중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했다. 당시 D군은 경찰에서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운동하러 나왔다가 시체를 발견한 뒤 성욕을 느껴 잘못을 저질렀다.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등 범행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얼마 전 국내의 한 인터넷 게시판엔 ‘내 알몸 좀 평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올린 남성은 자신의 애인 사진이라며 몇 장의 선정적인 사진을 공개하며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자신의 애인 사진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서 쾌감을 얻는다고 썼다. 특히 성적인 욕구를 표현하는 네티즌들의 욕설에 가까운 글을 보면 오히려 성적인 쾌감까지 든다는 말을 남겨 충격을 주기도 했다.

좁쌀만한 충동
덩어리로 커져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성애와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색다른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가끔 음란물을 통해 관음 성향을 충족한다든지, 다소 야한 옷을 입고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는 노출을 한다고 해서 변태라고 보긴 어렵다.

일반적인 성애의 범주를 넘어서 타인에게 혐오와 피해를 주고 성충동을 조절하기 힘들 경우, 성도착증이라는 정신질환에 해당한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거나 또는 인간 이외의 대상에서 성적 환상을 느끼고 성적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평소 뚜렷한 증상 없어 사전예방 힘들어
억압당했던 욕망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보통 성도착증이 생기는 이유는 살면서 여러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그 문제를 뿌리부터 해소하지 못하고,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더라도, 성공하기까지 억압당했던 욕망들이 해소되지 못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억압당했던 욕망’이란, 반드시 성 문제가 아니라 돈, 가족, 직업 등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도착증은 치료가 어려운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성도착증은 일반적인 정신질환과 달리 평소에 뚜렷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본인이 자각하지 않으면 문제를 일으키기 전까진 주변인이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리 치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대부분의 성적 도착증이 사춘기 시절 이후 발병하게 되므로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성의학 전문가 역시 “성도착은 폭력처럼 단계별로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올바른 방지 대책은 다양한 방법들을 원칙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성범죄 발생 시 강력한 처벌에 따른 강제적 억제력, 성도착적 음란물에 대한 규제, 성을 소중히 여기는 올바른 성교육, 비뚤어진 성충동과 성취향에 대한 교정, 취약한 인간관계와 정서적 안정을 위한 심리치료, 건강한 성으로의 복귀를 위한 재활 성치료, 성충동을 조절하는 각종 약물치료 등 사안에 따라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자의 잠재의식에 좁쌀만 한 성도착적 충동이 통제 불가의 암 덩어리로 커지는 불행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밀한 쾌락
당신도 위험?

그들만의 은밀한 쾌락 성 도착증. 그것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줌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는 평생 죄의식 속에서 움츠리게 만드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이성 관계에서 멀어지고 자꾸 한 가지에 집착하거나, 그 내용이 변태적으로 치닫거나, 술만 먹으면 변태적 성욕이 커지거나, 행동화하고 싶은 충동이 꿈틀댄다면 성도착자, 또는 성범죄의 잠재적 인물일 수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성범죄자 정신 분석해보니…
10명 중 6명 성도착증 환자

국내 성범죄자 10명 중 6명은 성도착 상태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비정상적인 성적 환상이나 욕망을 계속 갖고, 이와 관련된 행위를 한다는 얘기다.

단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임명호 교수팀은 지난 2011년 당시 치료감호소에 수감중인 성범죄자 50명을 대상으로 1대1 면접조사를 한 결과 64%(32명)가 성도착증 상태로 진단되는 등 94%가 정신과적 질환을 갖고 있었다고 지난달 밝혔다.


당시 조사 대상 성범죄자들의 평균 나이는 37.3세였는데 모두 남성으로, 47명(94%)은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었다. 성도착증이 32명(64%)으로 가장 많았다. 일반적인 정신질환보다 상태가 심각한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동반된 경우는 16명(32%)이었다. 이 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어렵고 그대로 놔 둘 경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대형 범죄로 비화하는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성적 비행행동이 15∼25세에 정점을 나타낸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로 볼 때 상당수 성범죄자들이 10년 이상의 문제행동이 나타난 이후에야 법망에 걸려 수감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임 교수는 “국내에서 감호소에 수감된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정신과적 질환을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나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등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만큼 왜곡된 성의식과 성행동, 정신병리를 토대로 근본적이고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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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