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7주년 특집> 윤창중 사태로 본 ‘변태천국’ 자화상 ③성도착증 대해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21 16: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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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툭…누가 윤창중에 돌을 던지랴

[일요시사=경제1팀] ‘윤창중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새로운 의혹들도 불거진 상황. 남미 언론에선 윤창중 전 대변인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 잡았다는 데서 나아가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마치 변태를 연상케 하는 굴욕적인 표현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단순 호기심을 넘어 성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성도착증’을 총망라해봤다.

 

 

 

섬섬옥수(纖纖玉手).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여성 손에만 성(性)적인 욕구를 나타내는 증세가 있던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여자손’애호증
놀란 모습에 흥분

지난해 7월20일 오전 4시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자취방에서 혼자 자고 있던 여대생 A(19)씨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서서히 정신을 차린 A씨는 자신의 손을 살며시 쓰다듬고 있는 침입자를 발견하고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고함 소리에 놀란 침입자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며칠 뒤 새벽, 인근 가정집에 또 이 추행범이 침입했다.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간 남성은 자고 있는 주부 B(63)씨의 옆에 가만히 앉아 손을 만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은 만지지 않았다.

잠에서 깬 B씨는 놀라 “사람 살려”라고 소리쳤고, 남성은 바로 도주했다. 이렇게 두 달 동안 서대문·은평구 일대에서 비슷한 내용의 경찰 신고가 6건 쏟아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에 찍힌 범인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범인을 붙잡았다.


범인은 마포구의 한 치킨집 종업원 이모(27)씨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의 나이나 외모는 상관없이 밤만 되면 여자 손을 만지고 싶은 욕구를 주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장소도 가정집부터 마사지 업소까지 다양했다. 피해자들은 “손 이외에 다른 곳을 만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런 성도착 증세가 시작된 것은 중학교 시절부터라고 했다. ‘포크댄스’ 등 단체로 춤을 출 때 잡은 여학생의 손이 야릇하게 느껴지며 집착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후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정보공개 3년을 선고받고 치료감호에 처해졌다.

여자옷 입고 침대서 목 조르며 쾌감
새벽만 되면 여자 손을…도착남 실형

재판부는 “이씨는 현재 지능이 IQ 66 정도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여성의 손에 성적으로 과도하게 집착하는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범행 당시의 정신상태도 정신병적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심신미약으로 인한 범행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흔히 변태라고 부르는 성도착증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타인의 성행위나 벗은 몸을 몰래 훔쳐보는 행위에만 집착하게 되는 관음증에서부터 낯선 사람에게 성기를 노출시키거나 노출시켰다는 상상을 하면서 흥분을 느끼는 노출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 사춘기 이전의 소아를 대상으로 해 성적 공상이나 성행위를 하고 싶은 욕구가 나타나는 경우(소아애호증), 이미 사망하였거나 죽어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성적 쾌감을 얻는 경우(시체애호증), 굴욕을 당하거나 매질을 당하거나 묶이는 등 고통을 당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경우(성적 피하증), 이성의 옷으로 바꿔 입고 성적 흥분을 하는  경우(복장 도착적 물품 음란증) 등이 이에 포함된다.

비닐봉지로
성적 행복감


30대 독신 남성인 소아신경정신과 의사 C씨는 여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의 이웃 남자아이들을 애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웃사람들은 C씨가 아이들을 특별히 잘 보살피고 도와준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의 체포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조사과정에서 C씨는 “여자들과는 어른이건 아이건 거의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시인하며 “자위를 할 때마다 6살에서 12살 나이 범위의 소년들에 대한 상상을 하곤 했으며, 한 해에 두 번 정도 그 나이의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는 자신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첫 번째 성경험이 여름캠프를 떠난 6살 때다. 15살인 캠프 보조자가 코스 동안에 수차례 그에게 구강성교를 하게 했는데 그 경험이 항상 남아있었다”며 “나도 어린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고는 믿지 않으며, 오히려 만족스러운 감정을 서로 나눌 뿐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서울에선 여자 옷을 입은 채 자신의 침대에서 사망한 40대 남성이 발견됐다. 그의 입에는 여성용 스카프가 잔뜩 들어 있었다. 또 목에는 개목걸이와 스카프 등으로 조른 자국이 선명했다. 무릎과 두 발도 스카프로 묶여 있었고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남성의 가족들은 타살이라 주장했지만 국과수는 그의 죽음을 자살도 타살도 아닌 ‘사고사’로 결론지었다. 스스로 목을 맸지만 자살이 아닌 해괴한 죽음을 법의학계 용어로는 ‘자기색정사’라고 한다. 성적 쾌감을 느끼기 위해 끈이나 비닐봉지, 심지어 전기장치 등을 이용해 스스로 뭔가를 하다 사고로 죽는 것을 지칭한다.

법의학계에 따르면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감소하는 순간 몸에는 가벼운 두통과 함께 현기증 또는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들뜬 기분이 나타나는데 일부 사람들은 이런 미묘한 변화에서 행복감이나 성적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소아성애·자기색정·사체강간 등 다양

지난 2011년 충북 청주에선 한 고교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져 있는 60대 여성을 성폭행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D(19)군은 18일 오전 3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 60대 여성이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성폭행했다.

이후 D군은 태연히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시신상태가 이상한 점을 발견해 집중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했다. 당시 D군은 경찰에서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운동하러 나왔다가 시체를 발견한 뒤 성욕을 느껴 잘못을 저질렀다.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등 범행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얼마 전 국내의 한 인터넷 게시판엔 ‘내 알몸 좀 평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올린 남성은 자신의 애인 사진이라며 몇 장의 선정적인 사진을 공개하며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자신의 애인 사진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서 쾌감을 얻는다고 썼다. 특히 성적인 욕구를 표현하는 네티즌들의 욕설에 가까운 글을 보면 오히려 성적인 쾌감까지 든다는 말을 남겨 충격을 주기도 했다.

좁쌀만한 충동
덩어리로 커져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성애와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색다른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가끔 음란물을 통해 관음 성향을 충족한다든지, 다소 야한 옷을 입고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는 노출을 한다고 해서 변태라고 보긴 어렵다.

일반적인 성애의 범주를 넘어서 타인에게 혐오와 피해를 주고 성충동을 조절하기 힘들 경우, 성도착증이라는 정신질환에 해당한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거나 또는 인간 이외의 대상에서 성적 환상을 느끼고 성적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평소 뚜렷한 증상 없어 사전예방 힘들어
억압당했던 욕망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보통 성도착증이 생기는 이유는 살면서 여러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그 문제를 뿌리부터 해소하지 못하고,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더라도, 성공하기까지 억압당했던 욕망들이 해소되지 못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억압당했던 욕망’이란, 반드시 성 문제가 아니라 돈, 가족, 직업 등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도착증은 치료가 어려운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성도착증은 일반적인 정신질환과 달리 평소에 뚜렷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본인이 자각하지 않으면 문제를 일으키기 전까진 주변인이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리 치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대부분의 성적 도착증이 사춘기 시절 이후 발병하게 되므로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성의학 전문가 역시 “성도착은 폭력처럼 단계별로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올바른 방지 대책은 다양한 방법들을 원칙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성범죄 발생 시 강력한 처벌에 따른 강제적 억제력, 성도착적 음란물에 대한 규제, 성을 소중히 여기는 올바른 성교육, 비뚤어진 성충동과 성취향에 대한 교정, 취약한 인간관계와 정서적 안정을 위한 심리치료, 건강한 성으로의 복귀를 위한 재활 성치료, 성충동을 조절하는 각종 약물치료 등 사안에 따라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자의 잠재의식에 좁쌀만 한 성도착적 충동이 통제 불가의 암 덩어리로 커지는 불행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밀한 쾌락
당신도 위험?

그들만의 은밀한 쾌락 성 도착증. 그것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줌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는 평생 죄의식 속에서 움츠리게 만드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이성 관계에서 멀어지고 자꾸 한 가지에 집착하거나, 그 내용이 변태적으로 치닫거나, 술만 먹으면 변태적 성욕이 커지거나, 행동화하고 싶은 충동이 꿈틀댄다면 성도착자, 또는 성범죄의 잠재적 인물일 수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성범죄자 정신 분석해보니…
10명 중 6명 성도착증 환자

국내 성범죄자 10명 중 6명은 성도착 상태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비정상적인 성적 환상이나 욕망을 계속 갖고, 이와 관련된 행위를 한다는 얘기다.

단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임명호 교수팀은 지난 2011년 당시 치료감호소에 수감중인 성범죄자 50명을 대상으로 1대1 면접조사를 한 결과 64%(32명)가 성도착증 상태로 진단되는 등 94%가 정신과적 질환을 갖고 있었다고 지난달 밝혔다.


당시 조사 대상 성범죄자들의 평균 나이는 37.3세였는데 모두 남성으로, 47명(94%)은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었다. 성도착증이 32명(64%)으로 가장 많았다. 일반적인 정신질환보다 상태가 심각한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동반된 경우는 16명(32%)이었다. 이 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어렵고 그대로 놔 둘 경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대형 범죄로 비화하는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성적 비행행동이 15∼25세에 정점을 나타낸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로 볼 때 상당수 성범죄자들이 10년 이상의 문제행동이 나타난 이후에야 법망에 걸려 수감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임 교수는 “국내에서 감호소에 수감된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정신과적 질환을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나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등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만큼 왜곡된 성의식과 성행동, 정신병리를 토대로 근본적이고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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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