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든지 시달리는 악몽은 그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피로가 쌓였을 때 시달릴 확률이 더 높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악몽을 꾸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야한 꿈을 꾸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성장호르몬이 활발히 분포되는 성장기에 야한 꿈을 자주 꾼다고 알려졌지만 야한 꿈은 수면자세와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악몽과 야한 꿈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악몽을 꾼 뒤 가위에 눌린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선잠에 들었다가 안 좋은 꿈을 꾼 뒤 놀라서 신체 일부를 움직이거나 떨며 깨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무서운 것을 봤을 때, 누군가로부터 위협당하는 꿈을 꿨을 때다. 대부분 악몽을 꾸는 경우 컨디션이 저조하거나 피로가 극에 달했을 때가 많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에서 악몽을 다른 사람보다 자주 꾸는 사람들이 있다고 조사됐다. 정치적 성향, 성별 등에 따라 꿈의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
수면장애 원인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의 크리스 프랠리 심리학과 교수팀은 보수, 진보 등 정치적 성향에 따라 악몽을 꾸는 횟수가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정치적 성향을 파악한 후 석 달간 꿈 내용을 기록했다. 그 결과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악몽을 약 2배가량 자주 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랠리 교수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로 뇌를 검사한 결과 보수적인 성향일수록 평소 위험에 대한 인지능력이 훨씬 높았다. 그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와 저항이나 위협에 대한 강렬한 거부감이 꿈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보수 성향에 비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비몽사몽 하며 뒤척이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 내 편과 다른 편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하고 이상적인 생각을 자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악몽을 자주 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브리스톨웨스트오브잉글랜드대학의 제니퍼 파커 심리학과 교수팀은 남녀 100명씩을 대상으로 1년간 연구를 실시하고 이같이 발표했다. 파커 교수는 “여성은 비교적 단순하게 생각하는 남성과 다르게 예민한 편이라 잠들기 직전의 걱정과 근심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잠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이에 나쁜 꿈을 많이 꾸는 경우가 파다하다”고 설명했다.
매운 음식을 먹고 잠을 자면 악몽을 꾸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토레 닐센 교수가 남녀 대학생 389명을 대상으로 음식과 꿈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들의 8.5%가 음식 맛 때문에 나쁜 꿈을 꾼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매운맛이 나거나 기름기가 많은 패스트푸드를 먹었을 때 악몽을 꾸기 쉬운 이유는 이 같은 음식에 들어 있는 화학적 구성물들에 특히 민감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병원의 찰스 배 박사는 “늦은 밤에 야식을 먹으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질 뿐만 아니라 체온이 상승하게 된다. 이 때문에 렘수면 중 두뇌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돼 괴상한 꿈을 꾸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람의 수면 사이클은 대체로 90∼100분마다 렘수면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취침 전 매운맛 등 자극적인 음식을 먹게 되면 신체는 이것을 소화하기 위해 생각지 못한 힘을 쏟게 되는데 이는 수면을 방해하는 큰 요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보수적인 성향일수록 악몽 시달릴 가능성
남성은 상상…여성은 실존 인물과 섹스꿈
영국 웨스트오브잉글랜드대학 연구팀이 170명을 대상으로 최근 경험한 꿈 중 악몽이 차지하는 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남성의 경우 19%, 여성의 경우 30%가 악몽을 꾸었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꿈의 횟수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악몽으로 인한 수면장애를 겪고 있었다.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악몽을 더 자주 꾸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악몽에 잘 노출돼있는 이유는 한 달에 한 번씩 경험하는 생리주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은 생리주기가 있어 몸의 온도가 변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반응으로 악몽을 자주 꾸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여성은 남성보다 체력이 약한데, 체력이 약할수록 다양한 수면 장애가 나타난다.
자는 자세에 따라 꿈의 내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홍콩 수런대의 캘빈카이칭 유 박사팀이 대학생 67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엎드려서 자는 사람이 다른 자세로 자는 사람보다 야한 꿈을 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박사는 “엎드려 자면 위와 폐가 압박돼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이는 대뇌 뇌파를 혼란스럽게 하고 무의식의 영역을 더욱 자극해 혼란스러움을 더 강하게 유지하게 만든다. 이 혼란은 야한 꿈을 꾸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유 박사는 “사람이 자고 있다고 해서 뇌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의식하고 있는 이상 취침할 때 환경에서 오는 자극이 꿈의 내용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캐나다의 몬트리올 대학 심리학과는 최근 109명의 여성과 64명의 남자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자신이 꾼 꿈에 대해 기록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3500여 가지의 꿈이 기록됐는데, 이중 8%가 섹스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밝혀졌다. 남성들은 상상 속의 인물과 성교를 하는 꿈을 많이 꾸는데 반해, 여성들은 현재 혹은 과거에 사귀었던 남자, 혹은 연예인 같은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과 섹스 하는 꿈을 많이 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960년대 발표된 같은 주제의 연구 결과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정도 더 많은 섹스 관련 꿈을 꾸었던데 비해, 이번엔 남자와 여자가 거의 같은 비율로 섹스 꿈을 꾼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정말 여성이 40년 만에 성적 꿈을 더 많이 꾼 것일 수도 있으나, 사실은 이에 대해 더 솔직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 섹스 관련 꿈을 꿀 확률이 비슷했으며, 이들 모두 섹스 관련 꿈을 꾸면 그중 4%는 오르가즘으로 이어졌다. 여성의 섹스 관련 꿈 중 18%는 원치 않는 관계였으며, 남자의 경우는 5% 남짓의 비율이 원치 않는 섹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예인과 섹스를 하는 꿈을 꾸는 경우는 여자가 9% 정도, 남자는 5% 정도였다. 대개 남성의 경우 섹스할 때와 같이 꿈에서도 자기중심적인데 반해, 여성들은 타인중심적이거나 이타적인 경우가 많았다.
오르가슴도 느껴
이런 꿈을 꾸는 이유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현실에서의 성적 욕구나 현실에서의 겪은 걱정근심이 꿈에 반영되는 것에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