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남양유업 사태 총정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13 14: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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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만 안든 강도”…단두대 오른 ‘조폭우유’

[일요시사=경제1팀] 흔히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갑과 을’로 규정한다. 둘은 분명히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대등관계지만, 현실은 갑이 을보다 훨씬 우월한 특권을 누린다.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남양유업 사태’를 보면 갑과 을이 어떤 관계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물건을 못 받겠으면 받아서) 버리라고요. 버려. 그럼 망해. 망하라고요. 이 ㅆㅂㄴ아. 당신 얼굴 보면 죽여 버릴 거 같으니까. 이 ㄱㅅㄲ야. 자신 있으면 ㅆㅂ (여기로) 들어오든가. 이 ㄱㅅㄲ야. 맞짱 뜨기면. ㅂㅅ 같은 ㅅㄲ야. 받으라고 ㅆㅂㄴ아.”

직원 폭언 파일
인터넷 ‘발칵’

30대 남양유업 직원이 아버지뻘인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퍼붓는 음성 파일이 논란이다. 이는 아이디 ‘김OO’씨가 지난 4일 오전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남양유업 싸가지 없는 직원’이라는 제목의 음성 파일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2분45초 분량의 파일에는 30대 남양유업 영업관리소장이 하청 대리점주와 전화 통화하는 음성이 담겨 있다.

김씨는 설명글에서 “전화에서 욕을 하는 사람은 34살 남양유업 팀장”이라며 “하청 대리점주는 아버지뻘이다. (남양유업 팀장은) 인간이 돼라. 정말이지”라고 적었다.

음성 파일을 들어보면 남양유업 영업소장은 예정됐던 물량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대리점주에게 떠맡기며 물건을 받을 것을 강요한다.


영업 소장은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끊어 빨리. 받아. 물건 못 받겠다는 그 따위 소리 하지 말고”라거나 “(물건을 받을 상황이 안 된다면) 버리든가 그럼. 버려”라고 몰아붙인다.

대리점주는 “지난달에도 목표치 넘게 물건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물건 보관할 창고도 없으니 더 이상 받을 수 없겠다“고 읍소했다.

그러자 영업 소장은 “차라리 망해라”, “죽여 버리겠다”, “제품 못 받겠으면 버려라”, “개 XX야”, “씨XX아”, “맞짱 뜨자”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음성파일은 삽시간에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유명 커뮤니티마다 음성 파일이 오르내렸고 네티즌들은 끔찍한 폭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남양유업 영업소장에 대해 발끈했다. 곧이어 남양유업 홈피와 블로그, 트위터에는 비난이 폭주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남양유업은 하루만에 공식 사과문을 냈다.

‘강매에 떡값까지’본사-대리점 고소·고발전
영업사원 점주에 욕설파일 공개돼 파문 확산

남양유업은 대표이사 명의로 “문제의 음성파일은 조사 결과 2010년 초 당사 지점 영업사원과 가맹 대리점주의 통화내용이 맞다”며 “물의를 일으킨 직원은 사표를 제출했고 당사는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이를 즉각 수리했다”고 밝혔다.

또 철저한 진상조사, 회사차원의 해당 대리점주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인성교육시스템 재편을 통한 대리점과 영업환경 전반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약속했다.


제품 밀어내기
금품요구까지

남양유업의 이 같은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남양유업 대리점 업주들은 지난달 초 서울중앙지검에 남양유업이 2012년 5월부터 최근까지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해 대리점 발주 물량을 부풀리고 명절 떡값 등을 갈취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남양유업 대리점주 A씨 등은 남양유업이 주문관리 시스템을 조작해 대리점에서 낸 주문보다 2∼3배 많은 양의 제품을 대리점에 보낸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의 필요가 아니라 본사의 판매 목표에 맞춰 제품을 ‘밀어내기’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양보다 많이 받은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짧은 탓에 두고 팔수가 없어 대부분 버려졌다고 했다.

A씨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남양유업 본사에서 이메일(전화, 문자도 종종 사용)로 매일 전국 남양유업지점으로 구체적 품목, 수량 등을 지시하고, 떠불(떠먹는 불가리스), 엣홈주스 등의 품목은 월간, 연간 목표에 따라 상시적으로 지시를 받는다”며 “여기에 남양유업 물류센터에 재고 품목이 급증할 때 물류센터의 요청으로도 밀어내기 품목과 수량이 할당된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보통 유제품유통업체에서는 상품 유통기간이 70%가 되면 상품 자체를 출고하지 않고, 본사 폐기하지만 남양은 이러한 상품을 대리점에게 밀어내기로 강제발주 해 폐기상품 처리비용을 대리점에게 떠 넘긴다”며 “폐기 상품을 대리점에게 정상주문 상품으로 강매해 이익을 취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대리점에게 전가시킨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또 남양유업이 떡값 및 임직원 퇴직위로금과 대형마트 판매 직원의 급여도 대리점에서 내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명절이 되면 떡값이라는 명목의 돈을 각 대리점마다 10만∼30만원 씩 현금으로 착취하고, 유통업체 파견직 사원의 임금을 20∼30%만 지급한 채 나머지 70∼80%의 임금은 납품 대리점에게 부담하게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러한 부당 착취로 신용불량자가 돼 망하는 대리점이 있으면 그 구역에 새로운 대리점을 개설하여 대리점 개설비 명목으로 200만∼500만원을 요구한다”며 “판매 장려금, 육성 지원비 등의 리베이트 명목으로 10∼30%를 요구하며 임직원 퇴직 위로금까지 요구하는 지경이 됐다”고 털어놨다.

거부시 협박·압력
데이터 조작 의혹

A씨 등은 이를 거부하면 남양유업 측에서 계약 해지, 보복적 밀어내기, 투자비용의 매몰가능성 등을 이용해 협박과 압력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또 증거를 은폐하고 교묘하게 데이터를 조작해 이와 같은 불법 착취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남양유업은 피해자 소송 등 항의를 막기 위해 증거 수집을 어렵게 만들어 놓아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실제적인 증거를 찾기 힘들다”며 “대리점의 전산 발주데이터를 주문관리란 작업을 통해 사라지게 만들고 본사에서 수정한 데이터만 남게 전산프로그램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또 “모든 부당한 금품요구는 오직 현금으로 요구하거나, 그 금액이 클 때는 차명계좌로 송금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홍원식 회장 무개념 주식거래 도마…먹튀?
대국민사과에도 불매운동…사태 ‘안갯속’

이에 남양유업 측은 당초 “이들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대리점을 관리하면 다른 곳들은 왜 반발하지 않겠느냐”며 “불만을 가진 일부 대리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관련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욕 음성파일’ 파문으로 남양유업 횡포에 대한 국민 공분이 커지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일부 시인했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해 이와 같은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원천적으로 차단할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겠다”면서 일부 직원들이 대리점으로부터 떡값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진상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대국민 사과에도
회장님은 지분매각

여기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연이은 ‘주식 매각’ 배경에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홍 회장은 욕설파문이 일기 전인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7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주식을 처분해 현금을 취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원식 회장은 18일을 시작으로 9일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보유주식 6852주를 장내 매도했다. 매각 규모는 적게는 72주에서 많게는 1383주까지 다양하다. 처분금액은 주당 110만원 수준으로 지분 매각을 통해 75억원을 현금화했다.

홍 회장은 유투브를 통해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폭언 녹음파일이 공개된 3일, 남양유업대리점주 항의 집회가 열린 6일, 주가 100만원이 깨지면서 황제주 지위를 내줬던 8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9일에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 269주를 105만원에 장내 매각했다.

그 사이 보유주식은 18만771주에서 17만3919주로, 지분율은 25.10%에서 24.15%로 줄어들었다. 이번 홍 회장의 지분율 변화는 지난 2009년 6월12일 증여세 물납으로 1만4100주가 줄어든 이후 4년만의 일이다.
이에 대해 김웅 대표는 “개인적인 은행 채무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증권거래소를 통해 합법적으로 거래한 것으로 안다”며 말했다.

그러나 업계와 증권가 안팎에서는 홍 회장이 남양유업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는 거래소 안팎의 정보를 부정한 방법으로 미리 빼내 주식에 대한 손해를 막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주식 배당으로 올해에만 1억8000만원의 현금을 챙긴 대기업의 오너가 은행 채무를 갚기 위해 주식을 또 판다는 것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미공개 내부정보에 의해 자기 회사의 주식 등의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회사 내부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잇따라 매각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폭언 파문 사태’가 결국 임직원들의 대국민 사과로까지 이어졌지만 지역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인터넷상에서는 ‘피해자인 대리점주들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고, 대국민 사과는 쇼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일부 편의점과 슈퍼 등에서는 판매 중단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많은 이들 역시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고 있어 현재로선 남양유업 사태 향방을 짐작키 힘든 상황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양유업 ‘욕설 파문’후폭풍
공정위 드디어 칼 뽑았다

남양유업 직원의 ‘욕설 파문’으로 불거진 대리점 밀어내기 논란이 여러 업계로 광범위하게 확산될 조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서울우유 등 주요 유제품 업체들로 조사를 확대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불공정행위 등의 혐의로 이달 말 20여개 업체를 공정위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른바 ‘갑을 관계’에서 일어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공정위는 이날 시장감시국 등에서 3개팀을 구성해 서울우유, 한국야쿠르트, 매일유업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본사가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물량을 강제로 넘기는 밀어내기 행위가 있었는지가 조사의 초점이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의 대리점 관리 현황과 영업, 마케팅 관련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월과 4월 대리점주들의 신고를 받고 불공정거래 의혹을 조사 중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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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