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⑪김향수의 아남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5.03 18: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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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줄 알았는데…"아직 살아있네∼"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대한민국의 전자산업'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삼성과 LG다. 그러나 국내 최초로 반도체와 컬러TV를 생산한 기업은 따로 있다. 바로 아남그룹이다. 아남그룹의 창업주 고 김향수 명예회장은 '한국반도체의 선구자'로 불린다.

1912년 전남 강진에서 가난한 선비집안의 6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 명예회장은 어려서부터 '신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성장했다.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일본대 법과전문부를 수료한 그는 35년 부친으로부터 장가 권유 친서를 받고 귀국, 부친이 점찍어 놓았던 초등학교(당시 보통학교)를 함께 졸업했던 오승례씨와 혼인을 올렸다.

일평생 몸바친
한국의 산업화

김 명예회장은 58년 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전남 강진)으로 출마해 당선, 잠시 정계에 입문하기도 했지만 일평생을 한국의 산업화라는 과제를 실천하는 현장에 몸담아 왔다. 95년 한일 고대사의 뿌리를 밝힌 <일본은 한국이더라>를 출간하는 등 학자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 김 명예회장은 특히 80년대 초반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에게 "D램 산업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꼭 해야하는 사업"이라고 권유, D램 산업에서 세계 1위를 이룩하게 하는 조언자역할을 하는 등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70년 한강의 홍수로 당시 아남산업의 서울 성수동 반도체 공장이 물어 잠겼는데 이를 본 외국바이어가 그냥 귀국하려 하자 호텔에 계속 묵게 하고 김 명예회장은 물에 잠겼던 장비를 끄집어 내 24시간 헤어드라이기로 말려 납기를 맞출 정도로 고객에 대한 신뢰를 중요시했다.

아남반도체는 56년 김 명예회장이 창업한 아남산업을 전신으로 한다. 아남산업은 68년 한국에서 최초로 반도체사업에 착수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반도체라는 개념이 국내에는 생소했고, 가족과 친지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김 명예회장을 만류했다. 실제로 아남산업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후 2년 가까이 수주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70년 한국 최초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데 성공, 메탈 캔 형태의 반도체를 처음 미국에 수출했다. 당시 아남산업 직원은 불과 7명 밖에 되지 않았다. 이때 달성한 수출액은 무려 21만달러에 이른다.
이후 아남산업은 2년 만에 종업원 1000명 이상을 거느린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73년에는 반도체개발과 수출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으며 74년과 77년에는 각각 컬러TV와 전자손목시계를 개발·시판했다.


같은 해 기업을 공개하고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아남산업은 82년 뉴코리아 전자공업을 흡수·합병하고 미국 앰코사와 합작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컬러TV·반도체·전자시계 등 전자산업 원조
대규모 투자 직후 닥친 IMF때 그룹 공중분해

88년에는 반도체공장과 시계종합공장을 준공하고 89년 수출 10억5000만달러를 돌파했다. 90년 아남인스트루먼트를 설립해 시계사업과 반도체 정밀기계사업, 전자부품산업에 진출했고, 일본 니콘사와 제휴하여 광학사업을 시작했다. 김 명예회장은 92년 장남인 주진씨에게 그룹을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98년 아남산업은 그룹의 이미지를 통합해 회사명을 아남반도체로 변경했다.

아남반도체는 ▲전자기기 및 반도체 관련부품의 제조판매업 ▲국내외 무역업 및 무역대리점업 ▲시계 및 동제품 제조판매업 ▲전기배선기구 및 연결장치 제조판매업 ▲자동차료 처리장치 및 컴퓨터 프로그램 매체 제조판매업 ▲무선통신·방송 및 응용장치 제조판매업·부동산 임대업·통신공사업 등을 영위했으며 DSP, SRA, 3D 화상용 칩 등을 주로 생산했다. 98년 기준 아남그룹은 재계 21위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90년대 말 아남반도체는 반도체조립산업에 한계를 느끼고 고부가제품인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96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진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 직후 닥친 반도체산업의 불황과 외환위기로 그룹이 흔들렸다. 결국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동부그룹에 넘어갔고, 아남건설·아남시계 같은 다른 계열사들 지분도 정리됐다.

그룹의 모태인 반도체 패키징 사업부문은 아남반도체 창업 초창기부터 글로벌 마케팅과 세일즈를 담당해 온 미국 내 판매 영업조직인 앰코테크놀로지가 인수해 새롭게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 이름도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로 바뀌었다. 사실상 공중분해된 셈이다.

승승장구 계열사
팔리고 정리되고


김 명예회장은 지난 2003년 6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의 나이였다. 92년 물러난 김 명예회장은 한 때 전직 국회의원들을 회원으로 하여 민주헌정의 유지, 발전을 위한 대의제도 연구와 정책개발 및 사회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 헌정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기업 경영과는 동 떨어진 삶을 영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 명예회장의 가족들은 그룹이 공중분해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손자 너나 할 것 없이 재계에서 '큰 손'으로 꼽힌다. 김 명예회장은 부인 오승례씨 사이에서 4남4녀를 뒀다.

장남 포브스지 선정 400대 부자
남은 계열사에 숟가락 올린 차남

먼저 장남 주진씨는 앰코테크놀로지 회장을 맡고 있다. 아남반도체의 패키징 사업부문을 인수한 앰코테크놀로지는 현재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시장에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유럽 등 5개국에 11개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국내에는 서울·부평·광주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월 3억5000만 개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며, 2011년 1조5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또 2019년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지구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생산기지와 글로벌 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앰코테크놀로지의 한국법인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김 명예회장의 사남 주호씨가 이끌고 있다.

아들에 넘어간
아버지 회사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00년 주진씨를 미국 94위 부자로 꼽았다.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06위)보다 앞섰다. 주진씨는 '2010년 미국 400대 부자 명단'에서도 13억달러를 보유해 30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후원회의 주요 일원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차남 주채씨는 아남인스트루먼트 회장이다. 2007년 11월 아남인스트루먼트 회사분할로 설립된 ㈜아남의 대표이사에 올라있기도 하다. ㈜아남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아남전자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고 할 수 있으면 ㈜아남정보기술의 15.85%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남 주천씨는 동안에지니어링 부회장을 맡고 있다.

4남 맏형 회사 한국법인 이끌어
손자 나성균 네오위즈 창업 대박

김 명예회장의 외손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이다. 바로 나성균 네오위즈 창업자다. 네오위즈가 아남전자의 친척뻘되는 회사인 것. 김 명예회장의 며느리 김종숙씨는 아남전자 지분 3.94%를 보유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며 나 창업자의 외숙모다. 현재 네오위즈 대표를 맡고 있는 윤상규 대표는 취임 직후인 2011년 3월 아남전자 사외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김 명예회장과 나 창업주 일가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내용의 루머가 돌았다. 네오위즈가 일종의 '트로이 목마'격으로 윤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입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 네오위즈 측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네오위즈와 아남전자가 분쟁을 할 가능성이 없고 사업적으로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얘기였다. 더구나 네오위즈는 상장사를 추가로 인수할 계획도 없고 윤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도 경영권 이슈나 사업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아남전자는 아남그룹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업체. 아남전자는 2002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차입금 500억원을 모두 갚으면서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으며 2007년 아남전자의 최대주주였던 아남인스트루먼트가 사업부문(의료기기 부품사업)과 투자부문을 분리하고 지주회사인 ㈜아남으로 다시 출범했다. 이때 아남전자는 아남인스트루먼트로부터 의료기기 사업을 인수했다. 2013년 4월 현재 최대주주는 ㈜아남이며 보유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7.08%다. 아남의 최대주주는 주채씨다.


여기저기 일 벌인
창업주 자녀들

아남전자가 4.47%의 지분을 보유한 아남정보기술에도 아남그룹 일가가 포진하고 있다. 아남정보기술은 컴퓨터 및 패키지 소프트웨어 유통사업, 시스템통합(SI) 사업 등을 하는 업체다. 95년 8월 에이오에스로 설립돼 9월 아남정보기술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 회사의 주주는 최대주주인 ㈜아남(16.61%·117만7855주), 주채씨(5.03%·37만3330주), 아남전자(4.47%·33만1980주), 김석현 아남정보기술 부사장(3.02%·22만4623주) 등으로 구성됐다.

업계에 따르면 아남정보기술의 최대주주인 아남과 특수관계자들은 수 개월 전부터 보유 중인 지분과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희망 가격은 15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씨 일가는 아남정보기술을 매각하더라도 회사가 보유 중인 아남전자의 지분은 돼사올 것으로 알려졌다. 아남전자 만큼은 끝까지 들고 가 아남그룹의 명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아남그룹은?>

▲1956년 아남산업 설립
▲1970년 한국 최초 반도체 생산 및 수출
▲1973년 금탑산업훈장 수상
▲1974년 한국 최초 컬러TV 생산
▲1977년 한국 최초 전자손목시계 개발·시판
▲1982년 뉴코리아 전자공업 흡수·합병
▲1988년 반도체·시계종합공장 준공
▲1990년 아남인스트루먼트 설립
▲1998년 아남반도체로 사명 변경
▲2000년 워크아웃, 그룹 공중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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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