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비호설’ 태아건설 실체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4.24 15: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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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락 말락 ‘친구 스캔들’

[일요시사=경제1팀] 태아건설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한 특혜 의혹에 휘말렸다. 또 비자금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해 기획부도를 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태아건설 대표는 이 전 대통령과는 대학·현대건설 동기로 막역한 사이. 공교롭게도 이 건설사는 MB정권 시절 매출액이 70%이상 급성장했다.



부산 지역의 중견건설업체인 태아건설이 ‘MB 특혜기업’으로 지목됐다. 태아건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숙원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 공사에 참여해 현대건설, 삼성물산, SK건설 등 굴지의 건설대기업인 원도급자들로부터 낙찰금액보다 높은 수준의 공사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주 과정 의문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실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태아건설은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의 6개 공구 공사에서 최대 하도급률(낙찰 받은 공사비 중 하도급업체에 지급하는 비중)이 124.4%에 이르렀다. 하도급 총 금액은 1414억원에 달했다.

경인 아라뱃길 6공구에서도 수역굴착공사를 하도급률 177.5%인 251억원에 수주했다. 2009년 SK건설로부터 아라뱃길 굴착공사를 188억원에 수행하기로 했으나 공사 진행 과정에서 63억원을 더 받아냈다는 것이다. 이는 비슷한 종류의 도급계약이 70% 내외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비교했을 때 전례가 없는 계약이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이들 공사를 통해 태아건설에게 하도급 금액 500억원 이상이 과지급 됐다”며 “과지급 금액 중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 됐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태아건설은 또 이 전 대통령 재임시절 관급공사로만 5000억원 넘게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고속국도 60호선 동홍천∼양양 건설공사 7공구 및 13공구(시공사 삼성물산)를 527원에 수주한 것을 비롯해 고속국도 건설 4개 공구에서 1200억원에 달하는 하도급공사를 수주 받았다.

2009년 6월부터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경부고속철도 제6-4B공구 노반신설공사(시공사 현대건설)를 비롯한 7개 공구 건설공사에서 167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인천청라지구의 지하차도 토공사 등에서도 331억원을 수주 받았다.

여기에 아라뱃길과 4대강 사업(1665억원)의 수주금액을 합치면 MB정부 시절 총 수주 금액만 약 5107억원에 달한다. 이런 전례 없는 계약을 통해 태아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2008년 1540억원에서 2012년 2820억원으로 수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원-이명박 막역한 사이 “특혜 있었나”
5년간 관급공사 5천억 수주…매출 70% 성장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5년간 특수공법 및 특허기술이 아닌 일반 토목공사 수주금액이 5000억원이 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며, “이러한 공사수주 배후에 슈퍼파워의 입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승승장구 하던 태아건설은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지난 4일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09년 현대건설의 대규모 해외사업인 싱가포르 주룽섬 해저 원유 저장시설 공사에 도급사로 참여했다가 경영난에 빠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비자금을 숨기기 위한 기획부도”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5년간 5000억원 이상을 수주하고도 부도를 내는 기업을 믿을 수 있겠냐”며 “태아건설과 관련해서는 국토부의 자체 감사뿐 아니라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도 “하도급만으로 수 천 억원의 매출을 올린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업의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라며 “비자금조성 의혹을 뒷받침하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태아건설은 1989년 설립된 부산의 대표적인 전문건설업체다. 도고속도로·국도 신설 및 확·포장, 터널 및 지하철공사 등 주로 전문건설공사에 집중해왔으며 2000년대 들어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 시절 매출이 크게 증가 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7년 태아건설의 매출액은 2023억원에 불과했지만 2011년 1423억원 증가한 3446억원으로 치솟았다. 2009년과 2010년에는 2년 연속으로 전문건설협회의 토목공사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2820억원으로 전국 6853개 업체 중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태아건설 회장을 맡았던 김태원씨는 이 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전해진다.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이자 현대건설 입사동기로, 지난 73년부터 85년까지 10여년간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에 함께 근무하는 등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일 때 김씨는 관리 부장을 역임했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고려대 부산교우회 회장을 지냈고, 2009년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산지역회의 부의장을 맡아 지난해 말 국민 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 2010년에는 부산전문건설협회의 회장을 역임했고, 경부고속철도 건설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기획부도 주장도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방호실장을 지낸 권태섭씨는 자신의 책 <아름다운 시절>에서 둘의 관계에 대해 “김태원씨는 MB와 마찬가지로 가난과 더불어 살아온 경상도 시골 출신이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어려운 시절을 헤쳐 나가는데 있어 서로의 든든한 벗이 돼 주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태원씨는 MB의 소개로 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의원 집에서 과외 선생으로 1년 넘게 기숙하기도 했다”며 “그러니 두 사람은 절친한 대학 동기일 뿐 아니라 가족 같은 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고 덧붙이며 두 사람의 관계를 입증해 눈길을 끌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태아건설 과징금 왜?

납품 받고 “배째라”

태아건설이 하도급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 등 제재를 받았다.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태아건설은 경인아라뱃길 제6공구 수역굴착공사를 하면서 2009년 9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경인씨엔엘에서 납품받은 혼합골재에 대한 하도급대금 7억13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태아건설은 혼합골재를 납품 받은 사실에 대해 조사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부인했지만 현장조사 등을 통해 확보된 납품내역 확인서, 납품 송장자료 등에 의해 법위반 사실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에 따라 공정위는 태아건설에 총 7억1300만원의 하도급대금과 연 20%의 지연이자를 즉시 지급하도록 시정조치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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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