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창간 17년 만에 지령 900호를 맞은 <일요시사>가 오는 2015년이면 지령 1000호를 내게 된다. 박근혜 정부가 막 출범한 지금과 2년 뒤 1000호 시대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타임머신을 타고 미리 살짝 들여다봤다.
첫 번째 도착지는 2015년 봄 서울, 원룸에서 홀로 생활하는 싱글 여성 김민주씨의 저녁 퇴근길이다. 김씨는 오늘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다. 계약직으로 구청에서 업무보조 형태의 사무보조를 하다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날이기 때문이다. 아직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동료들도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생활화
모든 음식점 금연
집 근처에 도착하니 스마트폰에 택배 알림 문자가 도착한다. 원룸촌 인근에 설치된 무인택배보관함에서 택배 물품을 수령한다. 택배기사를 가장한 강도를 더 이상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쉬는 날도, 쉬는 시간도 없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혼자 사는 김씨가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어두운 골목길도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여성들의 안전 귀가를 돕는 '안전 스카우트' 서비스 덕분이다. 집에 들어간 김씨는 가장 먼저 '외출'로 설정되어 있는 방범서비스의 보안 등급을 변경한다. 월 9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가입한 '싱글여성 홈 방범서비스'는 남자친구보다 더 든든하다.
무선감지센서가 외부침입자를 감지해 경보음을 울리고 보안업체에 긴급 연락까지 해준다. 김씨만 아는 장소에는 긴급 비상벨까지 설치되어 있다.
김씨는 얼마 전 저렴하게 구입한 3D TV를 켠다. 콘텐츠 걱정은 없다. 3D TV가 집집마다 설치되어 영화는 물론 드라마도 3D로 본다.
보고 싶었던 공포 영화를 검색한다. 눈앞에 귀신이 나타나 흉기를 휘두른다. 3D 기능을 끄는 것을 깜빡했다. 공포물에는 성인 영화처럼 등급을 매겨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법적으로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김씨는 TV화면 앞에 손바닥을 대고 책장을 넘기는 시늉을 한다. 다른 채널로 변한다. 전화벨이 울리고 김씨는 이번에는 손바닥을 아래로 내린다. TV 볼륨이 줄어든다.
해외에 있는 부모님의 전화다. 영상 통화로 전환하니 부모님의 얼굴이 전화기 액정에 나타난다. 해외 통화료 걱정은 없다. TV, 컴퓨터, 집 전화가 모두 인터넷 환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월 5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집안 곳곳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던 인터넷선도 사라졌다. 모든 전자 제품들이 전원선을 제외하고는 선이 없다. 무선 통신 덕분이다.
다음 날 아침, 김씨는 자동차 매장으로 향한다. 이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 가격이 일반 자동차 가격 대와 비슷해졌다. 여기에 보조금은 덤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를 사면 추가로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차는 보조금을 받아 싸게 살 수 있다. 돈도 절약하고 환경도 보호하고 일석이조인 셈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
스마트TV 집집마다…각종 콘텐츠 3D 제작
프로야구 10구단 체제·경기도 단독리그도
김씨는 전기차 구입도 고려 중이다. 시내 주요도로와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소가 자리를 잡아 장거리 운전에 따른 부담도 크게 줄었다. 무선 충전도 가능하다. 플러그 또는 케이블이 없는 상태에서 차량 바닥에 별도의 충전장치가 설치됐다.
1회 충천으로 300km 이상, 최고속도 200km/h로 주행할 수 있으며 차량 내부에 위치한 리튬-이온배터리는 감속하거나 내리막길 주행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실시간으로 재충전한다.
매연 없는 친환경 수소연료전지차도 양산에 들어갔다. 가볍고 수소저장용량이 높은 시스템이 개발됐고 전국 수소 충전소도 100곳으로 늘었다.
내비게이션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 PC만 장착하면 내비게이션 기능은 물론 오디오, 전화 통화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충전도 걱정 없다. 차량 안 햇살이 들어오는 곳에 두기만 하면 바로 충전이 되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친구들과 정규직 전환 기념 축하파티가 있다. 태블릿 PC를 통해 파티장소를 물색한다. 김씨와 김씨의 친구들 모두 비흡연자이지만 금연식당을 따로 검색할 필요는 없다. 모든 식당에서 재떨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면적 150m² 이상의 음식점에서의 금연이 의무화된 이래 지난 2014년 금연 음식점 면적 기준이 100m² 이상으로 확대됐고 올해부터는 전국 68만여개의 모든 음식점·제과점에서 흡연이 금지됐다.
가스 배출량 따라
보조금 부과·지급
식당마다 재떨이가 놓여있는 소규모 흡연실이 마련됐지만 밀폐공간인데다 환풍기 등 환기시설을 잘 갖춰 담배연기가 밖으로 새어나오지는 않는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음식점에서 흡연하다가 적발시 흡연자는 10만원 이하, 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다음 행선지는 수원야구장이다. 이민호씨는 요즘 야구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프로야구가 10구단 체제로 막을 올렸기 때문이다. 구단만 많아진 게 아니다. 시스템도 대폭 바뀌었다. 경기수가 늘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루 4경기가 5경기로 늘어났다.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한 수도권 4개 구장(잠실·목동·문학·수원)에서 한꺼번에 경기가 열린다.
11구단, 12구단 창단 논의도 한창이다. 12구단 체제가 되면 양대 리그로의 체제 변환이 가능하다. 대구와 광주, 수원에 신축된 경기장 덕에 시즌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관중 수는 1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꿈의 1000만 관중시대가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니버시아드와
프레지던트컵
경기도에는 독립리그가 출범했다. 도 내 시 군 중에서 인구 40만명 이상의 6개 지역(파주시·시흥시 등)을 연고지로 6개 팀이 만들어졌다. 야구장은 관중 수용인원 2000~3000명 정도의 볼파크 형태로 소규모로 지어졌다.
프로구단에서 지명을 받지 못해 생계와 진로의 고민에 빠져있던 아마추어 선수들 200여명이 경기도 독립리그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았다.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도 독립리그에서 또 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몇 달 뒤 6월에는 캐나다에서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이 열린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본선에 진출, 한국 여자 축구 암흑기를 벗어나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아쉽게도 세계 최강 전력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1년 금지약물 복용으로 월드컵 출전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거리는 많다. 국내에서는 광주광역시에서 하계유니버시아드가 열린다. 7월1일부터 7월12일까지 12일 동안 170여 개국, 2만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총 21개 종목에서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대한민국에서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와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이어서 세 번째로 개최되는 대회다. 벌써부터 선수촌에는 손연재, 박태환 등 선수들이 모여 메달 획득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계유니버시아드가 끝난 뒤에는 전 세계 상위권 골퍼들이 한국에 모이는 프레지던트컵이 열린다. 현직 대통령이 대회장으로 주관하는 프레지던트컵은 라이더컵을 본따 만든 대회로 미국대 다국적 선수 대항전으로 열리는 대회다. 프레지던트컵이 미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가 아닌 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올해 대회가 처음이다.
수업이 한창인 학교 교실도 들여다봤다. 종이교과서가 놓여 있어야할 학생들의 책상에 디지털교과서가 대신 자리하고 있다.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온라인을 통해 박물관을 체험한다.
더 이상 밤길 무섭지 않은 여성들
전작권 환수 문제로 국민갈등 예상
질병 또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은 원격 화상 시스템을 통해 수업을 듣는다.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무선 인터넷 환경과 보안 시스템이 구축됐고 교과부에는 스마트교육추진위원회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미래교육연구센터가 설립됐다.
일부 중학교에서는 자율학기제가 시행 중이다.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인데 조사·발표·토론·실습·프로젝트 수행 등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과 다양한 문화·예술·체육·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생들의 시험부담 완화를 위해 중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과목도 기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과목에서 국어, 영어, 수학 3과목으로 축소됐고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폐지됐다.
교내 폭력도 많이 줄었다. 대부분의 학교에 얼굴까지 식별 가능한 고화질 방범용 CCTV가 설치됐고 2013년 51%에 불과한 경비실은 86%까지 늘어났다.
암진단부터 수술까지 '1주일 시대'도 열렸다. 차세대 '양성자 치료기'가 가동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암치료 인프라를 갖췄다.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웠던 안구암 및 뇌, 척수 척색종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안도의 한숨의 내쉬고 있다. 암 수술 후의 재건, 감염 예방 및 치료, 재활, 완화 치료, 통증 관리 등과 함께 장기 생존자를 위한 특수클리닉을 시행하는 통합치유센터도 운영 중이다.
꿈의 암 치료기
양성자 기기 가동
시청 앞 광장에서는 12월1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한창이다.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전작권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17일부로 한국군이 환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명박정권이 들어선 후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2015년 12월1일로 이양시점을 연기했다. 한국군의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 부족과 함께 안보환경 변화가 이유였다.
각종 SNS에서는 국민들이 전작권 환수에 대해 "미군에 계속 의지 불가"의 찬성 의견과 "환수 여건 미흡"의 반대의견으로 나눠져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