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27>초대형 사업-분양 함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 ‘약일까 독일까’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매머드급 프로젝트들이 줄을 잇고 있다. 봄철 성수기를 맞은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퍼트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좀처럼 냉기가 가시지 않는 분양 시장에도 꽃을 피울지 주목된다.

인천·일산·판교·광교에 줄줄이 신규 공급
사업비 1조원 훌쩍…“침체된 흐름 바꿀까”

3월 말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인천아트센터 복합단지를 시작으로 경기도 일산, 판교, 광교, 은평뉴타운 등에서 줄줄이 신규 공급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 모두 사업비가 1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 대형 프로젝트로, 침체된 시장 흐름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용 유발 시너지
일부 공익적 가치

대규모로 개발되는 만큼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다. 단지 내에서 원스톱으로 문화·쇼핑·휴식·위락 등을 누리는 삶이 가능하다.

매머드급 사업에 따른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눈에 보이는 고용 유발 및 건설경기 부양 효과를 비롯해 장기적으로 연관 산업의 발전, 주변 상권 활성화, 지역 위상 제고 등이 예상된다. 일부 프로젝트는 공익적 가치로까지 연결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경기가 침체된 때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상품으로 구성됐다는 점과 인천 송도를 비롯해 일산·판교·광교 등 인기 지역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이들 사업이 향후 부동산시장 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4월 전국 40개 사업장에서 공급되는 2만4357가구 중 2만3028가구가 일반분양 될 예정이다.(장기전세 및 국민임대 제외) 이는 3월 2만7767가구 대비 4739가구 감소한 물량이다. 지역별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서울 7곳 1139가구(내곡보금자리 7단지 공급물량 미정), 경기 9곳 5564가구, 인천 4곳 4088가구(오피스텔 포함), 지방 20곳 1만2237가구다.

다음은 주목할 만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다.
▲인천아트센터 복합단지 = 현재 1조원 이상 프로젝트 중 가장 빠른 사업 속도를 보이는 곳은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IBD)에 조성 중인 ‘인천아트센터 복합단지’다. 총 사업비 1조4655억원 규모로 문화단지, 지원1·2단지 3개 구역으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쇼핑몰, 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가운데 문화단지에는 현재 1760석 규모의 콘서트홀이 공사 중으로, 약 3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지원2단지에서는 지난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주상복합아파트 999가구가 공급됐고, 12월 202실 규모의 ‘홀리데이 인 인천 송도’ 호텔운영 계약이 체결됐다. 지원2단지는 10%의 공사 진행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어 이달 지원1단지 내 G1-2블록 에서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시티’오피스텔 1140실이 공급된다. 이 가운데 임차 수요가 풍부한 30㎡ 이하 중소형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G3-1블록, G3-2블록으로 빌리지(Village) 타입의 쇼핑 스트리트와 인도어(Indoor) 쇼핑몰, 프리미엄 오피스텔로 구성된 ‘아트포레’도 하반기 개발된다.

인천아트센터 관계자는 “인천아트센터 복합단지는 주거를 포함한 문화·상업·휴식 등의 모든 기능을 갖춘 도시 속 미니 도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의미에서 GCF 사무국 입주와 맞물려 송도가 국제적 문화 교류 및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산 Y-CITY = 20년 넘게 ‘도심 속 빈터’로 방치됐던 일산 백석동 옛 출판단지 부지의 ‘일산 요진 Y-CITY’도 4월 말 선보일 예정이다. 6만6039㎡ 땅 위에 아파트 2404가구를 비롯해 오피스텔, 업무·판매시설과 문화 및 집회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단지로, 사업비만 약 2조원에 달한다. 애초 전용면적 85㎡이하 비율이 28.5%밖에 안 되는 중대형 위주 아파트로 계획됐지만 설계 변경을 통해 전체 2404가구 중 63.3%에 이르는 약 1500가구를 중소형으로 바꿨다. 일산신도시에서 가장 높은 최고 59층 높이로 지어져 한강, 서해안, 북한산 등의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교 알파돔시티 = 일산신도시에 Y-CITY가 있다면 판교신도시에서는 마지막 로또라 불리는 ‘알파돔시티’가 지어진다. 판교역 주변 4개 블록 13만8500㎡터에 주상복합아파트, 현대백화점, 호텔, 대규모 상업 및 업무시설, 마트, 멀티플렉스, 뮤지컬 전용극장 등이 조성되는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주거부문은 전체 931가구 규모로, C2-2블록 417가구, C2-3블록 514가구다.

판교신도시 중심상업지역에 민관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복합단지로 사업비만 5조원에 이른다. 그동안 부동산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사업성 악화 우려, 건설사 지급보증 거부 등으로 사업이 계속해서 미뤄지다 2010년 사업승인을 받은 지 3년 만에 공급이 이뤄지게 됐다. 내달 분양이 계획돼 있다.

▲광교 에콘힐 = 수원 광교신도시에서는 2조1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복합상업문화공간 ‘에콘힐’의 개발이 추진 중이다. 최고 68층 높이의 주상복합 아파트 1673가구와 오피스텔 1715실, 백화점 등을 포함한 상가시설이 건립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수원시 건축심의위원회에서 건축계획안을 조건부로 의결한 상태로, 올 상반기 사업승인과 함께 공급을 진행할 예정이다.

▲은평 알파로스 = 서울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역에 들어서는 복합상업시설 ‘알파로스’도 1조3000억원 규모의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을 중심으로 오피스텔과 호텔, 대형마트, 멀티플렉스, 스파, 오피스, 메디컬센터 등의 생활편의시설이 조성될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전용면적 102∼128㎡, 73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이다.

서울 7곳 1139가구
수도 13곳 9652가구

다음은 지역별 분양(예정) 단지 현황이다.
▲서울 = 서울에서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장은 7곳으로 1∼3월(총 4곳) 대비 소폭 증가했다. SH공사의 ‘서울내곡보금자리7단지’, 대우건설의 ‘까치산 푸르지오’, 현대개발의 ‘인왕산 2차 아이파크’등이 관심 지역이다.
대우건설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100-2번지 일대에 까치산 푸르지오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59∼84㎡ 총 363가구 중 183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을 이용할 수 있고 남부순환도로, 관악로 등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롯데시네마를 비롯해 서울대입구역·신림역 일대 상업시설, 관악구청, 관악구민회관, 관악구민운동장, 낙성대공원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행림초교, 봉원중, 관악중, 동작고 등의 교육시설도 인접해 있다.

각종 편의시설로 단지 ‘원스톱 생활’
파급 효과는?…회복 가늠 바로미터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종로구 무악동 71-1 일대에 인왕산2차 아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84∼112㎡ 총 167가구 중 108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서울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통일로, 사직로 등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세종문화회관, 경복궁, 현대백화점, 하나로마트, 세브란스병원 등의 편의시설이 있다. 독립문초교, 대신중고, 한성과학고, 연세대 등의 교육시설도 인접해 있다.

▲수도권 =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 하남시 ‘하남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A18블록과 A19블록에 공공분양(사전예약 물량 포함)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A18블록 전용 74∼84㎡ 1455가구, A19블록 전용 74∼84㎡ 821가구로 구성된다. 하남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는 서울 강동구와 접해 있어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고 강일·상일IC, 올림픽대로, 서울외곽순환도로, 경춘고속도로 등 교통여건이 좋아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지구 내에 서울지하철 5호선도 들어설 예정이다.

인천에서는 대우건설이 인천 연수구 송도동 83번지 일대에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시티’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7층 2개동, 전용 25∼57㎡ 총 1140실로 구성된다.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을 도보 5분 내로 이용할 수 있다. 센트럴파크, 아트포레(예정), 인천아트센터(예정), 송도컨벤시아, 이랜드쇼핑몰(예정), 롯데쇼핑몰(예정) 등의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149번지 일대에 ‘송도 캠퍼스타운 스카이’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47층 2개동, 전용 26∼34㎡ 총 1835실로 구성된다. 인천지하철 1호선 캠퍼스타운역을 도보 1분 내로 이용할 수 있다. 새아침공원, 해돋이공원, 송도컨벤시아, 이랜드쇼핑몰(예정), 롯데쇼핑몰(예정) 등의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인천도시공사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 보금자리주택지구 A-1, B-2블록에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을 분양할 예정이다. A-1블록(분납임대)은 지하 1층∼지상 29층 7개동, 전용 51∼59㎡ 총 511가구, B-2블록(공공임대)은 지하 2층∼지상 29층 7개동, 전용 74∼84㎡ 총 602가구로 이뤄진다. 인천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과 인천터미널역을 이용할 수 있고 제2경인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을 통해 서울·수도권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뉴코아아울렛, 구월농수산물시장, 길병원, 예술회관, 문학경기장, 인천시청, 남동경찰서, 남인천세무서 등의 편의시설도 있다. 지구 내에 성리초, 성리중, 신설되는 초등학교 1곳과 유치원 2곳 등의 교육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지방 = 세종시를 비롯해 혁신도시, 대도시에도 유망 분양 물량이 준비돼 있다. 세종시는 꾸준한 인기와 달리 지난 3월 3개 사업장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해 4월 분양에서 분위기를 만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 울산, 안동, 익산, 칠곡, 아산, 부산, 창원 등 기타 지역은 3월 분양 성적이 좋아 호조세가 4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흥종합건설은 세종시 1-1생활권 M11블록과 M12블록에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을 공급할 예정이다. M11블록은 지하 2층∼지상 25층 전용면적 84㎡ 572가구, M12블록은 지하 3층∼지상 29층 전용면적 59㎡ 887가구로 구성된다. 단지 북측으로 중앙근린공원이 위치해 있고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이 단지와 접해 있다.

지방 20곳 1만2237가구
세종시 등 유망 물량

대우건설은 대전 유성구 죽동 대덕특구 1단계 죽동지구 A3-1블록에 ‘대전 죽동 푸르지오’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하 1층∼지상 26층 7개동, 전용면적 75∼84㎡ 총 638가구로 구성된다. 유성대로, 한밭대로, 유성IC, 북대전IC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홈플러스,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유성구청, 월드컵경기장, 유성선병원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유성초교, 유성중, 유성고, 장대초교, 장대중, 충남대, 카이스트 등의 교육시설도 인접해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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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