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⑥최원석의 동아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26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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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결혼 3번 이혼…한눈팔다 국대 건설사 '와르르'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동아그룹은 고 최준문 창업주가 1945년 8월 대전에서 설립한 충남토건사를 모체로 한다. 충남토건사는 53년 3월 대전지방의 청라저수지·남포간척지·대천간척지 토목공사를 통해 기반을 굳히고 57년 동아건설산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아건설은 그해 본사를 대전에서 서울 중구 서소문동으로 이전했다. 60년대 들어 동진강 간척공사, 왕십리발전소공사,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특히 제1차 경제 다목적 토목사업이었던 동진강 간척공사는 동아건설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받침대 역할을 했다.

대한통운 안고
훨훨 날았지만

그룹으로서의 골격을 형성하게 된 때는 68년 당시 국영기업이었던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부터다. 정부는 대한통운을 민영화하면서 동아건설에 경영권을 맡겼다. 동아그룹은 대한통운을 토대로 건설·운송 체제로 외형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만성 적자와 경영부실의 늪에 빠져 있던 대한통운은 동아건설에 인수된 지 3년 반 만에 완전히 정상화됐으며 한국 경제 발전에 든든한 징검다리역할을 했다.

동아그룹은 73년 투자회사인 동아종합상사를 건립해 무역업에 진출하고 기업을 공개,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7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사를 설치한 후 리야드·지다·뉴욕·도쿄·런던 등지에도 지사를 설치했다.

이에 앞선 66년부터 동아콘크리트 사장으로 경영 수업을 받던 최 창업주의 장남 원석씨는 77년 건강악화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아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최 회장은 80년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사로 평가받던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수주했다. 사하라 사막지하에서 뽑아낸 물을 리비아 북부 벵가지와 시르테까지 보내는 총 1874km의 인공수로를 건설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한국의 작은 건설사가 따낸 것.

최 회장은 83년 39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1단계 공사를 따내면서 카다피 리비아 원수와 인연을 맺은 뒤 공사 수행능력을 인정받아 90년 62억달러 규모의 2단계 공사, 98년 51억달러 규모의 3단계 공사까지 따냈다.

부도후에도 동아일가 남부럽지 않은 호화생활
학원 이사장 지내면서 "한푼 없다" 세금 체납

동아건설은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통해 현대건설과 함께 국내 최고 건설회사 반열에 올랐고 '인류 역사상 최대 토목공사'라는 찬사를 받음과 동시에 세계 최대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만일 동아그룹이 무너지지 않았더라면 리비아와의 인연은 물론이거니와 동아건설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중동이라는 유력한 성장 시장에서 확고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동아그룹 해체 후인 2010년 간첩 사건으로 리비아와 외교문제가 불거졌을 때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행하면서 카다피와 막역한 관계를 맺었던 최 회장을 외교사절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 정도였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동아그룹은 97년 12월 기준, 동아건설·대한통운·동아생명·동아증권·동아엔지니어링·공영토건 등 22개 계열사를 둔 재계서열 10위의 대기업 자리를 꿰찼다. 주력 기업인 동아건설과 대한통운의 매출은 3조원과 1조1500억원으로 매출 순위 각각 31위와 75위의 기업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잘 나간 동아그룹은 국내에서는 연일 뭇매를 맡고 있었다. 국내 다른 그룹 계열 건설사들은 아파트 건축과 그룹 자체 공사로 상당한 양의 일감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해외 공사에 주력했던 동아건설은 국내 재개발과 재건축 공사를 따내는 데 그쳤다. 신축과는 달리 이주비가 들어가는 재개발과 재건축 공사를 위해 동아건설은 제2금융권으로부터 막대한 단기자금을 차입할 수밖에 없었고 94년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성수대교(동아건설 시공) 붕괴와 외환위기까지 맞으면서 회사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결국 98년 초 최 회장이 부실 경영의 책임을 지고 경영권과 700억대의 재산을 내놓고 경영에서 물러났고 그해 8월 동아그룹은 국내 최초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으로 최종 확정됐다. '동아건설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매각해 경영을 정상화하라'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동아그룹은 2000년 11월 법정관리 대상기업으로 결정돼 퇴출됐다가 2001년 5월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55년 역사를 자랑하던 대형 건설사는 공중분해됐다.

재개발·재건축에
매달리다 급추락

2004년 분식회계, 배임, 불법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된 최 전 회장은 2008년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지만 3번의 결혼과 3번의 이혼, 그리고 끊임없는 여자 연예인과의 스캔들 등 '불량총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 전 회장 일가는 회사가 분해된 뒤에도 남부럽지 않은 호화생활을 누려왔다. 먼저 최 전 회장은 학교법인 공산학원 이사장으로 있으면서도 회사 부도 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줄곧 세금을 체납해왔다. 지난해 말까지 최 전 회장이 체납한 세금은 6억6000만원에 이른다.

2007년에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방송예술대학의 학내 기업이 만드는 <굿바이 테러리스트>라는 영화에서 총감독을 맡아 영화계에 입문하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국세청의 눈을 피해 2011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빅혼골프클럽의 회원권환급금 25만달러를 차남에게 양도하기도 했다. 또한 공산학원의 공금 10억원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최 전 회장을 체납처분 면탈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건설 대표이사와 예음 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낸 최 전 회장의 동생 원영씨는 1997년 10월부터 1998년 3월까지 경원학원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학생들이 낸 등록금 201억원을 자신이 운영하던 예음그룹 산하 계열사의 부도를 막는데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됐다. 이에 앞서 원영씨는 1993년 11월에 자산이 운영하던 예음문화재단 명의의 부동산을 성남교육청에 매각하고 받은 99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이와 함께 경원전문대학의 강의동 등에 대한 공사를 자신이 운영하는 동아종합환경에 발주하도록 하고 선급금 명목으로 28억원을 지급, 법인에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검찰 수사 시작되자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원영씨는 1998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핵심인물인 예음그룹 종합기조실장인 장모씨 등을 일본으로 도피시키고 그해 12월 미국으로 도주했다가 지난해 말 미국 내 소재지가 노출되며 수사망이 좁혀지자 지난해 11월28일 자진 귀국해 수사에 응했다.

원영씨는 동아그룹 해체 전 최 전 회장과 공산학원을 둘러싸고 재산을 둘러싼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형제의 모친인 임춘자씨가 최 전 회장을 고발한 것이 원인이 됐다. 두 형제가 가까스로 화해한 것은 지난 97년 2월이었다. 이에 앞서 95년에는 최 전 회장의 이복 여동생 혜숙씨가 최 전 회장을 상대로 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에서 혜숙씨가 패소하면서 소송은 물거품이 됐지만 동아그룹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할 무렵 벌어진 두 번의 골육상잔은 채권단들이 최씨 형제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최 전 회장에게는 공식적으로 혼외 자식을 비롯해 전처들에게서 난 4남2녀가 있다. 최 전 회장이 20살일 때 한 여배우 사이에서 낳은 딸 선희씨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형 고 이창희 전 새한그룹 회장의 차남 재찬씨와 결혼했으며 지난해 3월 아들 준호·성호군과 함께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1000억원대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내 주목을 받았다.

영화배우 전도연씨와 2000년대 초 염문설이 터지면서 화제가 됐던 장남 우진씨는 최 전 회장의 첫 부인인 김혜정씨의 소생이다. 김씨는 60년대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대표적 육체파 배우. 최 전 회장은 62년 김씨와 첫 결혼식을 올렸으나 파경했다. 우진씨는 옛 '동아맨'들이 포진하고 있는 W엔지니어링에서 전략기획실장(상무)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 가족들도 밥 걱정 없다"
감시 피해 자녀에 재산 양도
기업 사위·명문가 며느리로

우진씨의 여동생 유정씨는 강수창 대원화성 명예회장의 장남 상엽씨와 혼인을 올렸다. 대원화성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세게 유수의 스포츠사에 인공피혁을 공급하고 벽지제품을 생산하는 중견회사다.

76년 최 전 회장이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은 배인순씨는 70년대를 풍미한 가수 펄 시스터즈의 멤버다. 배씨는 2003년 출간한 저서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 잔>에서 최 전 회장과 결혼하기까지의 사연, 고초, 고액 위자료설 등에 대한 심경을 털어놨다. 특히 최 전 회장과 스캔들이 있었던 연예인들이 J, K, L 등의 이니셜로 등장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둘 사이에는 3명의 아들이 있으며 98년 이혼했다.

배씨의 첫째 아들이자 최 전 회장의 차남 은혁씨는 2003년 6월 액상원두커피, 차, 인스턴트식품 등을 취급하는 쟈댕의 윤영노 회장의 딸과 혼인했다. 윤 회장은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의 친동생이다. 은혁씨는 최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산학원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체납처분 면탈 방조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최 전 회장의 삼남 용혁씨는 2006년 경 당시 정일순 라스포사 사장의 딸과 결혼설이 돌았지만 현재 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사남 재혁씨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숨기고
아들은 모른 척


최 전 회장이 99년 세 번째 부인으로 맞아들였다가 2010년 4월 이혼한 KBS 아나운서 출신 장은영씨와는 자녀가 없다. 장씨는 연세대 재학 시절인 92년 미스코리아 선에 뽑혀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대중적 인기를 모은 KBS <열린음악회>를 진행하다가 27살 연상의 최 전 회장과 결혼했다. 장씨는 그의 언니인 혜영씨와 함께 방배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커피숍을 운영 중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동아그룹은?>

▲1945년 충남토건사 설립
▲1957년 동아건설산업(주)로 사명 변경
▲1968년 대한통운 인수
▲1973년 동아종합상사 설립(해외 사업 진출)
▲1977년 최원석 회장 취임
▲1983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 수주
▲1990년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 수주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8년 최원석 회장 퇴진, 국내 최초 워크아웃 대상기업 확정
▲2000년 11월 법정관리 대상기업 결정
▲2001년 5월 파산선고, 그룹 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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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