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④김석원의 쌍용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14 13: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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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후 어찌 사나 봤더니…지금도 '떵떵'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쌍용그룹은 늦었다고 생각을 못 해 무너졌다. 총수 한 사람의 오판과 실수가 재계를 호령했던 우량그룹의 해체를 불러온 것이다.

쌍용그룹은 김성곤 창업주가 1939년 대구에서 설립한 소규모 비누공장 삼공유지를 모태로 출발했다. 48년 금성방직을 설립하면서 기반을 확립한 쌍용그룹은 62년 쌍용양회, 67년 쌍용제지, 67년 쌍용해운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자산 15조
왜 무너졌나?

73년 쌍용정공, 76년 쌍용중공업과 쌍용정유, 77년 쌍용건설, 78년 쌍용엔지니어링을 설립한 쌍용그룹은 80년대 들어서서는 84년 쌍용투자증권, 85년 쌍용경제연구소, 88년 쌍용투자자문 등을 설립하면서 건설업, 중화학공업, 금융업 등 사업다각화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75년 김 창업주의 갑작스런 작고로 31세의 나이로 그룹을 이어받은 장남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은 쌍용그룹의 '제2성장'을 이끌었다. 73년부터 시작된 쌍용양회 동해공장을 연간 560만 톤 규모로 증설하는 프로젝트를 7년 만에 이뤄냈고 76년에는 이란의 국영석유공사(NICO)와 합작하여 쌍용정유를 설립하고 80년에 지분을 전량 인수, 쌍용정유를 국내 3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같은 해 김 회장은 쌍용중공업 사장직에 올라 사업 안정화를 이끌었고 83년에는 효성증권(쌍용증권)을 인수해 국내 굴지의 증권사로 성장시켰다. 김 회장이 그룹을 이끈 지 20년이 되던 95년에는 74년 대비 192배(15조524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였다.


재계 7위 총수 결정적 실책 '자동차·정계행'
결국 그룹 공중분해…매각 계열사 명맥만 유지

성장가도를 달리던 쌍용그룹이 '몰락'이라는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자동차 산업을 만나면서부터다. 이미 60년대 말 쌍용그룹은 하동환자동차(쌍용자동차)라는 이름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80년대 들어 쌍용자동차는 코란도와 무쏘라는 지프형 자동차를 선보이면서 급격히 부상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현대, 대우, 기아자동차의 공세로 쌍용자동차는 사세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안팎으로 자동차를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포기가 답이었다. 김 회장은 포기 대신 투자를 선택했다. 쌍용그룹은 추가적인 투자와 신모델 개발을 위해 용평리조트 등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렸다. 90년대 중반 쌍용그룹 대부분의 자산은 은행 담보로 잡혔다. 그룹 내부에서 자동차사업 중단을 요구하던 인사들은 줄줄이 잘려나갔고 그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됐다.

이러한 김 회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쌍용자동차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벽을 넘지 못했다. 92년 쌍용자동차의 내수 점유율은 1.6%에 불과했다. 이후에도 계속 추락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95년부터 4년간 3조원을 쌍용자동차에 투입했다.

현대·기아차 벽
넘지 못한 쌍용차

김 회장이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너무 늦은 때였다. 결국 그는 자동차사업을 접기로 하고 쌍용자동차 매각에 나섰다. 김 회장은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당시 자동차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던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에 동시 매각 협상을 벌였다. 오판이었다. 이중 매각 협상을 삼성에서 알아차렸고 삼성은 쌍용자동차 인수에서 발을 뺐다. 대우그룹도 삼성이 인수를 포기하자 대폭 내린 인수가격을 제시하고 나섰다. '나 갖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김 회장은 결단을 못 내리고 한동안 우왕좌왕했다.


그러는 동안 쌍용그룹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수조원의 돈을 빌려준 은행들과 채권단은 김 회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고민하던 김 회장은 쌍용차 처리를 채권단에 넘겼고 채권단은 대우에 매각협상을 재개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쌍용자동차 채권단에 인수 조건으로 막대한 추가지원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였고 쌍용자동차는 대우그룹 품에 안겼다. 김 회장은 단돈 1원도 못 건졌다. 98년 1월, 대우그룹에 쌍용자동차를 넘겼을 때 쌍용그룹 계열사들이 떠안은 쌍용자동차의 부채는 공식적으로 1조7665억원이나 됐다. 쌍용자동차에 투자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급보증을 섰던 계열사들은 줄줄이 매각의 길을 걷게 됐다.

그룹의 고속성장을 이끌 만큼 뛰어난 경영성과를 보이던 김 회장이 포기할 때를 잡지 못한 이유는 뭘까. 물론 자동차 사업에 대한 김 회장의 욕심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잠시 한눈을 팔았던 것도 무시 못 할 이유 중 하나다.

그룹 분해되도
돈 걱정 없다

김 회장은 정계 진출이라는 특별한 외도를 했다. 쌍용자동차의 부실로 그룹이 위태로웠던 96년 김 회장은 15대 국회의원(민자당 소속)으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97년 쌍용자동차 부실 문제가 본격화되고 외환위기까지 겪으면서 98년 2월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그룹 회장으로 복귀했지만 약 2년간의 외도는 김 회장의 판단력을 흐려놓기에 충분했다. 정치와 자동차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김 회장은 두 마리 모두 놓치는 패착을 겪었다.

계열사 매각에 나선 쌍용그룹은 쌍용자동차를 대우그룹에 넘긴 98년 쌍용투자증권을 미국의 H&Q AP에 매각하고 99년 쌍용정유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사 펀드에 매각했다. 2000년에는 쌍용중공업(현 STX)을 한누리투자증권 컨소시엄에 매각하고 2002년 쌍용화재를 중앙제지에 매각했다. 2003년에는 용평리조트를 세계일보에 매각했으며 쌍용캐피탈, 남광토건을 계열분리 했다.

주력회사인 쌍용양회는 일본 태평양시멘트로 경영권이 넘어갔고 대우그룹 해체로 다시 매물로 나온 쌍용자동차는 중국에 넘어갔다가 다시 인도에 팔려나갔다. 쌍용건설은 한국 자산관리공사가 주인이 됐고 ㈜쌍용은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 쌍용그룹은 '쌍용'이라는 이름만 남기고 사실상 공중분해된 셈이다.

그룹의 모태인 쌍용양회가 2000년 12월 경영권이 넘어가자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김석원 전 회장은 2004년 말 쌍용그룹 재산 310억원을 개인 명의의 재산으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이밖에도 김 전 회장은 ▲계열사인 쌍용양회가 소유한 42억원짜리 임야를 차명으로 헐값에 사들인 혐의 ▲그룹 계열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영업권을 비서 명의로 만든 회사를 통해 싼값에 사들인 혐의 ▲폭락한 자신의 계열사 주식을 쌍용양회에 비싼 값에 팔아 54억원의 이익을 남긴 혐의 등을 받았다.

2007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4주년 기념 특별사면을 받은 김 전 회장은 친인척, 과거 참모들과 미래 사업에 대한 구상을 하면서 재기를 노리다가 이른바 '신정아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이 포착되면서 다시 무너지기 시작했다.

2008년 7월 위장 계열사 4곳에 1271억원을 부당지원한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 전 회장은 즉각 항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2011년 12월에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최종 선고 받았다.

쌍용그룹 해체 당시 김 전 회장은 명목상으로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현재 김 전 회장은 전직 국회의원 자격으로 헌정회로부터 매달 12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는 게 전부다.


부인은 미술관장으로, 아들들은 대주주로
태아산업 자식들이 장악 "사실상 가족회사"

하지만 김 전 회장의 가족들은 '120만원'에 어울리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먼저 김 전 회장의 부인 박문순씨는 성곡미술관장을 맡고 있다. 2007년 11월 신정아 게이트의 여파로 잠시 관장직을 떠난 적이 있지만 지난 2011년 3월 관장으로 복귀했다. 박씨가 관장직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에는 김 전 회장의 누나인 김인숙 전 국민대 교수가 미술관을 운영했다.

김 전 회장의 장남 지용씨는 용평리조트에서 전무로 근무하고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녀 유희씨의 남편이기도 하다. 특히 지용씨는 올림픽 개발효과를 누리고 있는 평창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용씨는 현재 횡계리 소재(613-39외 3필지) 논밭 7000여m²을 보유하고 있다. 

지용씨는 2004년 김 전 회장이 구속될 당시 받았던 혐의 중 하나인 편법 매각의 대상, 고속도로휴게소 운영권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는 태아산업의 최대주주다.

98년 8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세워진 태아산업은 현재 충북 음성에 두 곳, 경기도 여주에 한 곳 등 총 세 곳의 휴게소를 운영하면서 2011년 440억여원의 매출액과 14억여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회사의 주주 구성을 보면 지용씨가 34.0%,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문규씨가 16.2%, 지용씨의 동생인 지명·지태씨가 각각 24.9%를 갖고 있다. 박씨는 김 전 회장의 처남이다. 


쌍용그룹 해체 전까지 미국에서 유학을 하던 차남 지강씨는 그룹 해체 후 국내로 들어와 2002년 친인척 등과 함께 자본금 1억원으로 기획이벤트와 쇼핑몰 등을 하던 동아시아회사를 창업했다. 지강씨는 동아시아회사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2003년 8월 IT업체 진두네트워크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수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해 주식양수도 계약이 깨졌다. 동아시아회사를 나온 지강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투자활동을 했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강씨는 2011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지강씨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문고리에 목을 매 숨진 채 여자친구에게 발견됐다.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날 오전 2시30분께 여자친구에게 자살을 암시한 뒤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스스로 목숨 끊은
비운의 황태자

쌍용그룹 해체 후 쌍용건설 사장직 내놓고 물러났던 김 창업주의 차남 석준씨는 그의 경영 능력을 필요로 한 직원들의 요청으로 다시 쌍용건설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후 회사 정상화를 이뤄냈지만 최근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이에 따라 해임안까지 통보되는 등 위기를 맡고 있다.

김 창업주의 3남 김석동 전 쌍용증권 회장은 1986년 한상태 세계보건기구 명예사무처장의 딸 준희씨와 결혼했다. 그는 그룹 붕괴 이후 잇츠티비, 영화직물 등의 개인사업을 통해 재기를 꿈꿨으나 실패의 쓴맛을 봤다. 최근 또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는 1남2녀(지호-지원-지영)를 두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쌍용그룹은?>

▲1939년 삼공유지 설립
▲1948년 금성방직 설립
▲1960년대 쌍용양회, 쌍용제지, 쌍용해운 설립, 하동환자동차(쌍용자동차) 인수
▲1970년대 쌍용정공, 쌍용중공업, 쌍용정유, 쌍용건설, 쌍용엔지니어링 설립(1975년 김석원 회장 취임)
▲1980년대 쌍용투자증권, 쌍용경제연구소, 쌍용투자자문 설립
▲1998년 쌍용자동차 매각, 부채 약2조원, 계열사 매각 시작
▲2002년 쌍용양회 워크아웃 돌입, 쌍용그룹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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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