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 '완장 뗀' 속사정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3.18 11:42:24
  • 댓글 0개

버티고 버티다…드디어 물러난 고집불통 독일 병정

[일요시사=경제1팀] ‘독일병정’정병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재임 기간 내내 빚어온 각종 논란으로 최근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겸직해 온 한국광고주협회 회장직 연임도 사실상 무산됐다. 그간 전경련 내 역할보다 감투에만 혈안이었던 정 전 부회장의 과욕으로 예견된 최후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전경련 비난 여론의 중심에 있던 정병철 상근부회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거센 퇴진 압박에도 자리를 보전 해오다 결국 백기를 든 것. 더불어 낙하산 논란 속에 자리를 꿰찬 한국광고주협회 회장직 연임도 어렵게 됐다. 과거 그 스스로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되면 자동적으로 맡게 되는 자리가 수십 개에 이른다”라며 막강 권한을 자랑하더니, 사임과 동시에 자리 수십 개가 날아가게 생긴 것이다.

막후 실세 역할

지난 5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지난달 임기만료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한국광고주협회 수장직을 놓고 외부 반발에 부딪혀 합의 처리되지 못했다. 당초 협회는 지난달 28일 열린 총회에서 회장 인사와 관련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의사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부회장은 새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만 임시로 회장직을 수행키로 했다.

재계 맏형 격으로 대기업들을 대표하는 전경련. 퇴임한 정 전 부회장은 조석래 전임 회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사임한 후 지난 2008년부터 상근부회장으로 재직해왔다. 재벌총수가 맡는 회장은 상징적인 ‘재계의 얼굴마담’ 일 뿐, 전경련의 모든 실권은 사무국을 대표하는 상근부회장의 몫이 크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정병철의 전경련’은 논란의 연속 이었다. 우선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보다는 부회장의 사조직 만들기에 혈안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 전 부회장 부임 후 기업별 동반 성장지수 발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나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등 잇달아 쏟아져 나온 재계의 현안에 대해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그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011년 전경련 사무국이 반기업정책 완화를 위해 정치권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시도해 논란이 일었고, 앞서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주최 포럼에서는 당시 지역민들이 수해 복구에 한창인 가운데, 부부동반 골프 라운딩을 추진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에는 국회의원 자녀를 상대로 로비성 행사를 열려다 비난 여론이 일자 취소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당시 정호준 민주통합당 원내부대표는 “재벌개혁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요구가 커지자 전경련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질타했고, 경실련도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무마시켜 국회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5년 재임 기간 내내 논란…결국 사표 제출
광고주협회장 등 수십개 감투 줄줄이 벗어

정 전 부회장의 끊임없는 영역 확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공동대표 자리를 꿰차고, 특정 업체에 대한 시민단체 불매운동으로 전경련과 갈등을 빚었던 한국광고주협회 회장까지 맡으면서 ‘자리욕심’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이뤄진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거센 내부적 저항을 받았다. 교수 출신인 김영용 원장을 사퇴시키고, 30% 구조조정을 단행해 전경련 사무국으로 쏠리는 비난을 피하려 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돌출 발언으로 언론과 마찰을 빚으며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경련 역할 론과 관련, “전경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그런 말 하는 기자들을 출입정지 시키고 싶다”는 상식 밖의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점이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치권의 전경련 쇄신 요구가 잇따르자 내부적으론 쇄신방안 모색에 착수했으면서도 정작 브리핑장에서는 언론에 맞서 “쇄신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해 사무국이 해명에 나서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어느 때보다 ‘소통’이 필요한 시기에 거꾸로 ‘불통’을 초래했고, 결국 전경련의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죽하면 전경련 안팎에선 “전경련이 대기업 이미지를 개선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기업들이 내는 회비가 아깝다”는 등의 불평이 쏟아졌고, 전경련 쇄신의 ‘첫 단추’로 ‘정병철 사퇴론’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사퇴론 현실화

상황이 이렇자 정 전 부회장이 변화 요구에 직면한 조직의 운영책임자로서 리더십 부재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스스로 물러났다는 게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지난 5년 여간 전경련의 실질적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 온 정 전 부회장이 감투를 내려놓기 까지 조직 내부에서도 상당한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그간 정 전 부회장의 근거 없는 오만은 반 대기업 정서는 물론 전경련 조직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해왔다”며 “전경련의 본래 기능을 상실시킨 책임이 큰 만큼 향후 거취 역시 불투명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승철 상근부회장은?
그런데 또 ‘리틀 정병철’

정병철 상근부회장을 대신해 이승철 전무가 앞으로 2년간 전경련 안방살림을 챙기게 됐다. 상근부회장에 전경련 내부 인사가 발탁된 것은 1994년 조규하 부회장 이후 20여년 만이다. 

이 부회장 내정자는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1990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직을 거쳐 1999년 전경련 기획본부장, 2003년 경제조사본부장(상무)을 맡았다. 2007년엔 전무에 올라 전경련 사무국의 ‘넘버2’로 통하며 ‘리틀 정병철’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 부회장 내정자의 발탁에는 연임에 성공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뜻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정자는 지난 5년간 전경련의 대소사를 챙겨오며 내부 사정에 밝은데다 정계·재계·학계 네트워크가 넓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허 회장은 정 전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전 이미 이 부회장 내정자를 후임으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새 사령탑이 구성됨에 따라 전경련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 구축 역할도 커졌다. 재계에선 전경련이 지난해부터 거세게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