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정글의 법칙' 조작 논란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19 13:48:27
  • 댓글 0개

위기의 병만족…눈물도, 땀방울도 개뻥?

[일요시사=사회팀] SBS <정글의 법칙>이 '조작 방송' 논란에 휩싸였다. 개그맨 김병만과 그 일행의 진정성 있는 땀방울로 매회 감동을 안겼던 프로그램이라 충격이 크다. <정글의 법칙>은 이제 '정글의 반칙'이란 오명 속에 시청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리얼 예능'을 표방했던 SBS <정글의 법칙>이 휘청거리고 있다. 방송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프로그램의 잔류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 성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접속해 항의성 댓글을 남기는가 하면 방영분을 캡처해 패러리물을 쏟아내고 있다.

"과장 있었다" 시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글의 법칙>은 착한 예능, 정직한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개그맨 김병만을 필두로 한 탐험대(방송에서는 '병만족'으로 지칭된다)는 시베리아, 아마존과 같은 낯선 오지를 횡단하며 시청자들에게 가슴 저릿한 감동을 선사했다. 문명과 떨어진 미지의 땅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에피소드, 족장인 김병만과 출연자들이 힘을 합쳐 열악한 환경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런 휴먼스토리였다. 그런데 이게 다 거짓이라는 뜻밖의 폭로가 나왔다. 그 시작은 SNS였다.

지난 5일 배우 박보영의 소속사 더컴퍼니엔터테인먼트의 김상유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놀랄만한 사실을 게재했다.

"개뻥 프로그램! 이게 뭐야! 드라마보다 더하는구먼∼ 리얼 버라이어티 플러스 다큐? XX하네∼ 먹기 싫은 거 억지로 먹이고 동물들을 잡아서 근처에 풀어놓고 리액션의 영혼을 담는다고? 여행가고 싶은 나라 골라서 호텔가서 밤새 맥주를 1000달러나 사서 마시고, 이젠 아주 생맥주집 대놓고 밤마다 술 X먹네! 이게 최고의 프로그램상이나 주고 아주 XX들 하네."


김 대표의 이 같은 글은 곧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이에 대해 제작진 측은 "폭우로 인해 캠프를 철수하고 호텔에 머물고 있는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정글의 법칙>이 조작된 방송임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는 곳이 실은 정부가 지정한 유명 관광지라는 증거와 원시 부족으로 소개된 이들이 실은 문명화된 삶을 살고 있다는 내용 등이었다.

프로그램에서는 7시간으로 소개된 험로가 알고 보니 30분 남짓 걸리는 관광코스라는 방송 내용, 현지 돌발 상황에서 위험함을 강조했던 출연자들의 말이 미리 짜인 각본에 의해 설정된 것이라는 추가 제보도 이어졌다. 이 프로그램의 생명줄과도 같았던 '리얼'이라는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해명에 소극적이었던 제작진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 13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연출을 맡았던 정준기 PD는 "이미 있는 사실을 약간은 더 화려하게 포장하기도 했고, 일부 상황을 진실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연출, 가공을 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PD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 아무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을 아무 준비도 없이 마주한다는 것은 연출자로서 선택할 수 없다"며 "출연자와 스태프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도 (제작진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 측의 이 같은 변론에도 불구하고 한 번 돌아선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됐던 '와오라니 부족' 관광 상품에 대한 해명은 빠져 일부 시청자들은 쓴웃음을 삼켜야했다.

해당 입장서에 답글을 단 닉네임 이*은 "처음부터 인정했으면 이 지경까지 안 왔을 것"이라며 "문제는 말끝마다 100% 리얼이라고 한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닉네임 아리*는 <정글의 법칙> 방영분에서 김병만이 했던 발언을 인용하며 "절대 이분들을 놀라게 해선 안 돼. (원주민들에게) 관광 요금을 더 내야 하거든"이란 조롱을 덧붙였다.

또 닉네임 다랑**은 "<정글의 법칙>은 아마 관광코스 옆에서 촬영했겠지"라며 "'엄마 저 사람들은 왜 길 옆에 놔두고 저렇게 힘들게 기어서 올라가?' '응, 시청자 호구들 속이려고 쇼하는 거란다'"란 조소 섞인 글을 남겼다.

'리얼예능'이라더니…조작방송 파문 일파만파
"출연자 안전이 우선" vs "처음부터 밝혔어야"

비난 글이 쇄도하자 닉네임 서연**은 <정글의 법칙>을 변호하는 글을 게재했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것 아니냐"는 내용.

그러자 닉네임 빨강파***는 "'미국산 쇠고기, 먹기 싫으면 안 사먹으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던 그때가 생각난다"면서 "공중파는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글의 법칙>이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에 주목한 닉네임 SS***는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데 여자 게스트 같은 사람들을 (그런 험지에) 데리고 떠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닉네임 까*는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에게 목숨 걸고 촬영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방송은 마치 목숨 걸고 촬영한 걸로 비친다"고 일갈했다.

닉네임 ww**도 "'예능에 저 정도 조작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은 매일 방송에 속기만 할 거냐"면서 "이건 <정글의 법칙>이 아니라 '정글의 반칙'"이라고 비꼬았다.

네티즌들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정글의 법칙>에 출연했던 배우 정석원은 자신의 트위터(@sukwon7123)에 해명글을 남겼다.

지난 12일 정석원은 "손가락 열 개 다 걸고. 잘은 모르지만…. 정글의 법칙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는 인간의 삶이다.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트위터러는 정석원에게 "조용히 있어라.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라는 답글을 달았고, 이에 정석원은 "번호 좀 주세요. 쪽지로"란 글을 남겨 신경전을 예고했다.

정석원의 전화번호 요구에 이 트위터러는 "관광지가서 비용 지불하면 만날 수 있는 원주민 만나고, 마치 오지 탐험했다는 양 방송에 내보내니 조작이네 뭐네 말이 나오는 거다"라며 "전화번호를 묻기 전에 무엇 때문에 시청자들이 분노하는지 알아야지"라고 반론했다. 정석원은 이 이후에도 답글을 쓴 트위터러의 전화번호를 요구하다가 또 다른 트위터러에게 일침을 맞았다. "유치한 짓은 그만하라"는 쓴 소리였다. 


'정글의 반칙' 오명

한편 이번 논란을 지켜 본 트위터러 @djtel*****는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나름의 고생을 했을 텐데 그 고생이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잘못 받아들여지는 게 조금은 안타깝다"면서 "시청률 때문에 리얼 예능에 집착한 나머지 시청자의 높아진 수준을 간과한 점은 아무리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을 듯"이라고 평가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