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는 '외국계 은행 고배당' 논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19 13: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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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인다고 줄인 게 "눈 가리고 아웅"

[일요시사=경제1팀] 외국계 은행들의 고배당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국의 고배당 자제 권고에도 여전히 '배당잔치'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씨티은행과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예금이자는 내리고 대출이자를 높여 낸 수익에 현금서비스 고금리 적용으로 번 돈을 고스란히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약 1000억원의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13일 SC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배당금 지급일은 3월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당초 SC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중간배당 1000억원 외에 추가로 2000억원을 더 배당할 계획이었으나 금융당국의 제동에 애초 계획했던 배당금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실적 떨어졌는데

하지만 SC은행의 지난해 중간배당을 포함할 경우 2012년 결산 총 배당금은 총 2000억원대에 이른다. 절반을 축소했다고는 하지만 2011년 배당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배당 적정 비율로 30%를 권고하고 있다. SC은행이 배당하기로 한 2000억원은 지난해 순이익 4300억원의 46%에 이른다.

SC은행은 지난 2005년 SC그룹에 인수된 후 2009년부터 고배당을 실시해왔다. 2009년 2500억원 이후 2010년 3월 2500억원, 9월 1000억원 등 2010년 한해에만 3500억원의 배당을 지급했고 2011년 3월, 9월 각각 10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은 현금으로 영국 SC그룹에 지급됐다.


SC은행이 당초 계획한 배당금액보다 절반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총금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SC은행은 고배당을 유지하면서 당국의 고배당 자제 권고를 따랐다는 명분까지 얻은 셈이다. SC은행은 지난해 9월에도 2000억원의 중간배당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당국의 제동으로 1000억원 축소한 바 있다.

높은 배당과는 반대로 SC은행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다. SC은행의 지난해 상반기 전체 순이익은 1254억원, 전년 동기보다 49.7% 줄었다. 전체 영업이익도 54% 가까이 줄었고 지난해 2분기에는 174억원의 당기순손실까지 기록했다.

SC은행과 함께 고배당 논란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시티은행도 2011년 배당액 1300여억원에 비해 500억원 줄어든 800여억원을 지난해 말 중간배당했다. 이번에는 2011년 수준을 맞추기 위해 500억 미만의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씨티은행도 고배당 자제에 나선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씨티은행의 순이익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20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2011년 순이익 4600여원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에 씨티은행이 약 500억의 배당을 실시하면 순이익은 줄었는데 배당액 규모는 유지한 게 된다. 

이들 외국계 은행이 실적이 좋지 않음에도 고배당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금융당국과 여론은 외국계 은행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등 금융기관으로서 공적역할을 소외한 채 대출이자를 높이는 등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SC은행 배당금 축소했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공적역할 소홀, 돈 벌이에만 급급 "규제 필요하다"

최근 시티은행은 대출 계약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을 적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또 금융상품 판매나 대출과정에서 신용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SC은행도 동일한 사안이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씨티은행과 SC은행은 중소기업에 한도대출을 해주면서 한도 내 미사용 분에 대해 은행이 통보만 하면 일방적으로 한도를 줄일 수 있도록 한 약관을 적용해왔다. 은행이 갑자기 대출한도를 축소하면 자금을 운용해온 기업들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은행권 공동표준약관에서는 은행이 일방적으로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것을 불공정 조항으로 보고 금지하고 있으며 국내은행들은 이 약관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과 SC은행은 경기가 나빠지거나 리스크를 줄여야 할 경우 대출한도를 축소해 주로 힘없는 중소기업들을 괴롭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두 은행이 '기관경고' 수준의 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관경고는 신규사업진출 제한, 자회사 설립 인가 신청 제한 등 불이익이 매우 커 은행으로서는 치명타에 가까운 징계다.

고졸 채용에도 인색했다. 국민, 기업, 농협, 신한, 우리, 외환, 하나, SC, 씨티은행 등 9개 시중은행의 지난해 전체 고졸 채용자수는 831명으로 2011년(670명)보다 161명 늘었다. 이중 하나은행을 제외한 국내은행들은 고졸 채용을 늘였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고졸 채용을 줄이거나 미미한 증가 수준을 보였다.

먼저 씨티은행은 고졸 신규채용율이 2011년에 비해 200%나 증가했다. 203% 증가한 농협을 제외하면 최고수준이다. 농협은 2011년 33명, 2012년 100명을 채용했다. 씨티은행은 2011년 1명에서 2012년 3명으로 늘렸다. 증가율에 비해 초라한 인원이다.

SC은행은 오히려 신규 채용을 줄였다. 2011년 94명의 고졸 신입사원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이보다 28명 줄어든 66명을 채용했다.

올 초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6개 은행의 공동 서민대출상품 '새희망홀씨'의 지난해 대출 실적에서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와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저소득자 비중이 가장 낮은 은행으로 SC은행(55.7%)과 씨티은행(56.1%)이 꼽히기도 했다.

중소기업·서민 외면

이와 관련 한 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주주가 외국인이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쉽지 않다"며 "외국은 우리나라 정서와는 다르게 일정 수익을 내면 고배당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 수익 악화 보전을 위해 고객 서비스를 줄이고 대출금리를 높이는 등 공적역할을 무시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면서 "일정부문 외국계은행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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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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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