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87)코스모그룹-코스모앤컴퍼니-정산이앤티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1.28 14:55:24
  • 댓글 0개

사위 출셋길 막은 처갓집 짬짜미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최대석 미스터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으로 임명된 지 6일 만인 지난 12일 갑자기 사퇴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북측 접촉설과 대북정책 대립설, 정보 유출설, 자녀 이중국적설, 과로설 등이 나돌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매출 대부분 의존

그중 가장 유력한 설이 처가 연관설이다. 최 전 위원이 처가인 코스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등 계열사 간 부당지원 의혹이 불거져 그만두지 않았겠냐는 추측에 무게가 쏠린다. 공교롭게도 최 전 위원이 사의를 표명한 12일은 국세청의 업무보고가 있었다. 국세청이 인수위에 박근혜 당선인이 예의주시하는 대기업 내부거래 부분을 보고했고, 이 과정에서 코스모그룹 문제도 부상하자 최 전 위원이 부담을 느껴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GS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코스모그룹의 내부거래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위원의 처가는 GS그룹 일가다. 더 정확하게는 코스모그룹. 최 전 위원의 부인 허연호씨는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고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 4남)의 장녀다.


코스모그룹은 허 명예회장의 장남 허경수 회장이 경영 중이다. 연호씨를 포함한 그 일가도 지분을 소유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그룹에 발을 걸치고 있다. 일반에 다소 생소한 코스모그룹은 재계 순위 8위(공기업 제외)인 GS그룹의 '방계기업'이다.

주요 계열사들은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4∼6촌 관계인 '허씨'들이 대주주라 공정거래법상 GS그룹(계열사 75개)에 속해 있지만, 사실상 따로 경영되는 독립그룹으로 볼 수 있다. 2005년 GS그룹이 LG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GS 계열사로 편입됐다.

그렇다면 코스모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얼마나 심하기에 그럴까.

<일요시사>는 이미 연속기획을 통해 코스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833호 참조) 화학,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자재, 무역유통 등의 사업부문을 보유한 코스모그룹은 10여 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코스모앤컴퍼니'와 '정산이앤티'등이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81년 설립된 코스모앤컴퍼니는 가전제품 부품 및 화학물질 도매업체다. 문제는 자생력.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코스모앤컴퍼니는 2011년 매출 86억원 가운데 81억원(94%)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코스모화학(24억원)과 코스모신소재(21억원), 코스모산업(11억원), 코스모글로벌(8억원), 코스모디앤아이(5억원) 등 12개사에 이른다. '코스모 식구'들이 대부분 달라붙은 것이다. 이들 회사는 상표권사용, 전산유지보수, 인력개발 등 사업지원을 코스모앤컴퍼니에 맡겼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코스모화학(19억원), 코스모산업(9억원), 코스모디앤아이(5억원), 코스모글로벌(5억원) 등 12개 계열사는 총매출 58억원 중 52억원(90%)에 달하는 일감을 코스모앤컴퍼니에 퍼줬다.

'최대석 미스터리' 처가 회사 연관설 유력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 불거지자 '집으로'

코스모앤컴퍼니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2년까지만 해도 평균 10%대 수준에 머물다가 주요 사업의 분할 이후 매출이 줄면서 그 비중이 급증했다. 코스모앤컴퍼니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0년 15%(총매출 254억원-내부거래 39억원), 2001년 13%(241억원-32억원, 2002년 6%(104억원-6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코스모양행, 코스모아이넷 등이 분리된 이후 내부거래율은 ▲2003년 100%(10억원-10억원) ▲2004년 100%(10억원-10억원) ▲2005년 100%(14억원-14억원) ▲2006년 64%(25억원-16억원) ▲2007년 89%(27억원-24억원) ▲2008년 90%(31억원-28억원) ▲2009년 95%(42억원-40억원)로 늘어났다.

정산이앤티도 '집안 매출'비중이 높다. 매출의 절반가량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2004년 설립된 정산이앤티는 배관, 냉·난방 등 건물 설비공사 업체로, 2011년 내부거래율이 46%나 됐다. 총매출 292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33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와 거래한 곳은 코스모화학(99억원), 코스모신소재(28억원), 코스모디앤아이(6억원) 등이다.

2009년의 경우 97억원 중 62억원을 코스모화학(58억원)과 코스모디앤아이(4억원) 등에서, 2010년에도 135억원 중 76억원을 코스모화학(75억원)과 코스모디앤아이(1억원) 등에서 채워 내부거래율이 각각 64%, 56%로 나타났다.

정산이앤티는 지난 3일 코스모건설에 흡수합병된다고 공시했다.

합병기일은 1월29일. 그룹 측은 "시너지 극대화 및 조직슬림화 차원에서 건설 계열 간 중복되는 사업 부분을 통합했다"며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내부스케줄에 따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업재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산이앤티의 합병을 두고 '내부거래 희석용'이란 시각도 있다.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내부거래 과세는 기업이 특수관계법인(계열사나 오너일가 소유 기업 등)에 몰아준 일감 규모가 매출의 30%를 넘으면 적용된다. 이는 조만간 매출 15%로 조정될 예정이다.

코스모앤컴퍼니와 정산이앤티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모앤컴퍼니는 허경수 회장 일가가 지분 100%(166만주)를 소유한 개인회사다.


허 회장의 남동생 허연수 GS리테일 부사장이 최대주주(35%·58만1000주)다. 코스모앤컴퍼니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허 회장은 19%(31만5400주), 그의 여동생 연숙씨는 5%(8만3000주)를 보유 중이다. 특히 올해 13세로 미성년자인 허 회장의 아들 선홍군이 2대주주(26%·43만1600주), 허 회장의 모친 윤봉식 여사(10%·16만6000주)도 지분이 있다.

의문투성이 거래

이번에 인수위를 뛰쳐나온 최 전 위원의 부인 연호씨도 5%(8만3000주)가 있다. 최 전 위원 역시 코스모앤컴퍼니 주식이 있었다. 1만3200주를 갖고 있다가 2011년 모두 처분했다. 이 주식은 연호씨가 매입했다.

정산이앤티는 허 회장이 지분 50%(20만주)를 갖고 있다. 당초 이 지분은 선홍군이 쥐고 있다가 2009년 허 회장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당시 매매가는 주당 3만9000원씩 총 27억원이 넘는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주식을 산 셈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