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싸움으로 본’ 태광가 파란만장 가족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1.08 10: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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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적…3번째 시한폭탄 ‘째깍째깍’

[일요시사=경제1팀] 선대회장이 남긴 차명재산을 둘러싸고 태광그룹 자녀 간 소송전이 확대되고 있다. 누나에 이어 이복형까지 가세했다. ‘가족간의 갈등’이라는 폭발성 외피를 두르고 있는 이 사건에는 현대 가족의 초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특히 천문학적인 ‘돈’문제가 걸려 있는 사안인 만큼 핏줄 간 ‘쩐의 전쟁’은 심화 될 전망이다.

고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상속분을 놓고 이호진(51) 전 태광그룹 회장의 누나에 이어 이복형도 소송에 나섰다.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이 전 회장의 배다른 형으로 알려진 이유진(54)씨는 최근 ‘선대회장의 차명재산 중 상속분을 돌려달라’며 이 전 회장과 모친인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창업주가 남긴  
 차명재산 내놔”

유진씨는 서열상 창업주의 셋째아들이지만 혼외자다. 유진씨는 일단 태광산업·대한화섬·흥국생명보험 보통주 각각 5주씩, 태광관광개발과 고려저축은행·서한물산의 보통주 1주씩과 재산의 일부인 1억1000만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씨 측은 “법원에서 창업주의 친자로 인정받은 후 상속회복 청구 소송을 제기해 2005년 (태광그룹 상속자들로부터) 135억원을 받는 화해권고 결정을 받았다”며 “그런데 지난해 과세당국으로부터 5억5700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은 후 상속신고에서 누락된 상속재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속신고에서 누락돼 새로 상속세가 부과된 재산 가액이 405억여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태광그룹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 전 회장과 이 전 상무는 계열사 주식, 무기명 채권, 현금 등을 차명 상속받아 다른 상속인들 모르게 실명화, 현금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진씨 측은 상속재산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이 밝혀지는 대로 청구금액을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돈 앞에 핏줄 없다”2세 유산분쟁 확대
이호진 상대 누나에 이어 이복형도 가세

앞서 이 전 회장의 누나인 재훈씨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며 78억6000여만원과 태광산업 보통주 주식 10주, 대한화섬 10주, 흥국생명 10주, 태광관광개발 1주, 고려저축은행 1주, 서한물산 1주 등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바 있다.

재훈씨는 1996년 11월 아버지인 이 창업주가 사망한 뒤 이 전 회장과 함께 부동산과 주식을 상속받았다. 상속분은 13분의 2로 똑같았다.

그러나 재훈씨는 이후 2010년 태광그룹이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이 전 회장이 몰래 상속받은 재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훈씨는 소장에서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 및 이후 재판 과정에서 차명주식 등 추가 상속재산이 드러났는데, 이 전 회장은 이 재산을 실명화·현금화하면서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며 “이 전 회장이 막대한 규모의 차명 주식과 비상장 주식을 2003년부터 최근까지 현금화하거나 실명화해 가져가는 바람에 상속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재훈씨는 또 “아버지가 남긴 토지 등 부동산도 추가로 (소송에) 특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훈씨 측이 추정하는 차명 재산 규모는 주식과 무기명 채권 등을 포함해 최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훈씨는 향후 구체적인 내역이 밝혀지는 대로 소송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집안 곳곳에
갈등의 씨앗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선 “태광가의 상속소송 전선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전 회장이 경영 전면에 부상하면서 그룹의 외형은 크게 확대됐으나 오너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불신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씨앗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회장의 외삼촌인 이기화 전 그룹 회장이 200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조카인 이 전 회장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기화 전 회장은 창업 때부터 경영에 참여해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아 그룹 회장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조카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후 사실상 모든 일에 손을 떼야 했다.

이 때문에 당시 태광그룹 내부에서는 이기화 전 그룹 회장의 친인척들이 내부 임원들을 동원해 ‘이호진 퇴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투명성을 위해 ‘전문 경영인’을 포함 시킬 것을 주장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3남이 회사 장악하자 외삼촌·누나들 중심 내부 반대세력 결속

이 일이 있은 직후 이 전 회장은 친인척들에 대한 신뢰를 접고 지분확대와 독자 경영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회사 안팎에 적대 세력을 키웠고 아들 현준군에게 회사 지분을 몰아줬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오너일가의 갈등은 더욱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9세인 현준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태광그룹 계열사 티알엠,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동림관광개발, 티브로드홀딩스 등 5개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 티알엠 등 3개 계열사의 지분은 48∼49%에 육박한다. 딸 현나양에게도 이미 상속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다른 오너일가들에게 위기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비상장 주력계열사의 지분을 이 전 회장의 자녀들이 하나하나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재훈씨와 유진씨를 비롯해 외삼촌과 창업주의 혼외 가족들이 하나둘 뭉치게 된 포석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횡령 혐의에 휘말리면서 지난해 2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 벌금 20억원 을 선고받은 후 병 보석 허가를 받고 입원중이다. 어머니 이 전 상무 역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뒤 형 집행정지 중이다.

두 형들 사망으로
경영권 거저먹어?

태광그룹은 1950년 창업주가 설립한 태광산업을 모태로 석유화학, 섬유, 금융,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매출은 약 12조원으로, 재계 순위 40∼50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총수 일가에 대한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은 외부 노출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가풍 있는 사대부집안의 전통 관습을 무척 중시했던 창업주의 경영이념이 뿌리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창업주는 이 전 상무와의 사이에 식진(사망)·영진(사망)·호진 삼형제와 경훈·재훈· 봉훈 세자매를 뒀다. 장남 식진씨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6년 태광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아 부회장까지 역임했으나 2003년 지병으로 타계했다. 식진씨는 생전에 정아·성아·원준 등 1남2녀를 뒀다.

연세대 상대를 나온 차남 영진씨는 어머니 이 전 상무 친구의 중매로 장상준(전 동국제강 회장)가의 4남2녀 중 막내딸인 옥빈씨와 1976년 결혼했다. 영진씨는 태광산업에 입사한 뒤 계열사인 대우파일, 흥국생명, 고려상호신용금고 등에서 중역으로 활동했으나 1994년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이들 사이에는 성준·성은 남매가 있다.

형들의 타계로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은 삼남 호진씨는 대원고·서울대 경제학과(81학번)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 경영학석사(MBA), 뉴욕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재원으로 알려져 있다. 호진씨의 부인은 롯데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의 맏딸 유나씨로, 이들은 슬하에 현준·현나 남매를 뒀다.

3남3녀에 혼외자까지…복잡한 가계 주목
장차남·세자매·사촌 가족들 ‘호시탐탐’

이 창업주의 세 딸 역시 모두 이화여대 출신 재원으로 꼽힌다. 장녀 경훈씨는 친척 할머니의 중매로 진주의 대지주이자 LG그룹의 창업 멤버인 허만정가의 막내 며느리가 됐다. 경훈씨의 남편은 유통전문기업 GS리테일 대표인 허승조씨다. 경훈씨는 남편 허승조씨와의 사이에 지안·민경 자매가 있다.


차녀 재훈씨는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장남 원용씨와 결혼했다. 원용씨는 현재 경희대 의대 교수로 있다. 이들의 만남으로 태광가는 정·관계 유력인사와 연결된다. 홍진기-노신영-정주영가로 닿은 인연은 다시 김한수-김복동가로도 이어진다. 재훈씨 부부는 슬하에 서윤·서정·서인·혁준 등 1남3녀를 두고 있다.

3녀 봉훈씨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광호가의 외아들 태원씨와 결혼했다. 태원씨는 현재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회장으로 이들 사이에는 동우·상우·정우 3형제가 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유진씨는 차녀 재훈씨와 삼남 호진씨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태광 사태 배경엔 복잡한 가족사와 집안 갈등도 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향후 견제 세력의 반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그 첫 번째가 장남 식진씨의 가족들이다. 유교적 가풍이 강해 보수적 기업으로 알려진 태광그룹에서 장자승계 원칙대로라면 장남의 아들인 원준씨가 차기 경영권자가 되지만 이 전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 후로 이 전 회장의 아들 현준군으로 방향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 전 상무도 이를 두고 이 전 회장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후폭풍은
이제부터…

실제 원준씨는 지난 2003년 삼촌인 이 전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을 당시 이 전 회장의 태광산업 지분(15.14%)보다 많은 15.57%를 보유하고도 지분확대가 막혀 지분율은 계속 줄어 현재 7.49%에 불과하다.

잠재적 반대 세력으로 분류돼온 다른 친인척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에 소송을 건 재훈씨와 그 자매인 경훈·봉훈씨, 차남 영진씨의 가족들 뿐 아니라 이 전 회장의 삼촌 이기화 전 회장도 반전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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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