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부른 민주당 ‘빈대정치’ 전격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02 11: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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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짜 좋아하더니만 줘도 못 먹나?

[일요시사=정치팀] 단일화 성공은 대선 승리요 단일화 실패는 대선 패배’ 공식에 변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가 민주통합당의 ‘+α’였다. 새정치를 외쳤던 안 전 후보는 결국 조직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사실상 단일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끝까지 +α를 포기하지 못했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는 유세장에서 안 전 후보의 손을 잡고 ‘아름다운 단일화’가 이루어졌다고 바득바득 ‘우겼다’. ‘빈대’ 근성을 떨쳐버리지 못했던 민주당은 결국 패배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번에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피곤하고 힘든 선거를 치렀다.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안철수 끌어들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막상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혀놓으니 그제야 발톱을 드러내듯 안철수 전 후보를 압박하고 중도층 표심을 흔들었다. 지지층은 민주당의 집권을 ‘원해서’ 가 아니라 박근혜의 집권이 ‘싫어서’ 표를 던져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자체 생산능력을 잃은 민주당은 이번에도 역시 반사이익만 노렸다.

한나라당 과욕에
열린우리당 과반 의석

지난 4월11일 19대 총선이 끝나자 한 정치권 인사가 민주당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한 청년이 뒷마당을 쓸다 동전을 주웠다. 논밭을 일구고 열심히 땀을 흘려야 할 사람이 그 다음부터 바닥에 떨어진 동전만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동전을 줍지 못하는 날이면 온종일 투덜거리기 일쑤였다. 지금 민주당의 모습이 그렇다”라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열린우리당은 새누리당이 잃은 ‘그것’을 주웠다. 한나라당이 잃은 의석수였다. 열린우리당이 잘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실수로 얻은 과반 의석이었다.

2004년 1월5일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최초로 대통령 탄핵을 언급했다. 다음날, 4·15 총선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연계설이 청와대 등 여권에서 흘러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방식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재신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해 총선이 결국 재신임의 장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재신임 국민투표는 언론에 ‘노 대통령의 무리한 떼쓰기’로 비춰졌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정치권의 탄핵논란에도 노 대통령은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보였다. 노 대통령은 오전에 전국의 재래시장 상인과 소상공인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보고회를 가졌다.

오후에는 재래시장을 방문해 민생 챙기기 행보에 주력했다. 총선과 정치권을 겨냥한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들도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은 중앙선관위나 야권에 각을 세우는 정치적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독자적인 자체생산 능력 키워야, '+α' 없으면 필패?
유일한 총선 승리도 ‘노무현 탄핵 열풍’으로 어부지리

3월9일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공동으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3월12일 새벽.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진입해 여야 의원들의 대치상황이 이어졌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국회 경위들과 함께 본회의장에 들어와 경호권을 발동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 경위들에게 ‘질질’ 끌려나오는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전국적으로 거대한 탄핵 역풍이 불었다. 당시 <연합뉴스>와 월드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긴급여론조사에 따르면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에 대한 전 국민적인 질타가 쏟아졌고, 전국 각지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잇따르는 등 전국이 탄핵사태로 들끓었다.

탄핵안 가결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는 4월15일 치러진 국회의원총선에까지 이어져 열린우리당이 과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하고, 제1당이던 한나라당은 121석, 제2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은 9석, 자유민주연합은 4석을 얻었다. 열린우리당의 ‘완승’이었다.

DJ는 ‘빨갱이’ 벗고
JP는 자민련 살리고 

이러한 승리는 이후 줄곧 패배를 불렀다는 평가다. ‘달콤한 승리’로 열린우리당은 ‘몹쓸 버릇’이 들었고, ‘씁쓸한 실패’는 한나라당에 ‘귀한 보약’이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빈대정치’ 행태는 비단 총선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한다.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킨 제15대 대선에서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충청권 표를 대거 견인해왔다. 제16대 대선에서는 정몽준 국민연합21 대통령후보가 힘을 보태면서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출범할 수 있었다.

제15대 대선을 50여 일 앞두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야권후보단일화 협상을 완전 타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양당 단일후보로 최종확정했다.

김종필 총재가 초대 국무총리를 맡는 협상안이었다. 또한 내각제 개헌안을 발의해 1999년 말까지 개헌작업을 마치도록 했다. 두 당의 협상 관계자들은 내각제개헌 추진을 둘러싼 ‘신뢰문제’ 시비를 없애기 위해 내각제 개헌을 단일후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전 대통령은 단일화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충청권의 표를 흡수해 2위와 격차를 벌리고 ‘김대중 대세론’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보수계층의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고 지역주의와 색깔론을 극복하려는 김 전 대통령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막판 역전 노무현
완주는 승산 없어

내각제는 자민련의 정당 존립을 위한 최적의 시스템으로 평가받았다. 김종필 총재가 단일화에 합의한 이유였다. 하지만 내각제는 국민적 반대에 부딪혔고, 내부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김 전 대통령과 김 총재는 결국 서로 등을 돌렸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단일화를 비판할 때 쓰는 ‘야합’은 바로 이때를 배경으로 한다.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던 2002년 대선 화두도 단연 ‘단일화’였다. 김 전 대통령의 단일화가 혹시 모를 변수를 방지하기 위한 ‘방패’ 역할을 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단일화는 대선 승리를 위한 ‘발판’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정 후보에 한참 뒤진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통근 배포를 보이면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냈고, 결국 대선 승리로까지 이어졌다. 정 후보의 막판 지지철회도 영향은 미미했다.

그렇다 해도 처음부터 노 전 대통령 혼자서 완주했다면 승리하기 어려운 게임이었다.

17대 대선은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팽배하고 ‘이명박 대세론’이 확고히 자리 잡아 단일화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실제로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48.7%,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26.2%,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5.8%의 득표율을 보여 정 후보와 문 후보가 단일화를 성사시킨다 하더라도 이 대통령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15·16대 대선 ‘야권 단일화’ 거쳐, 완주 승산 없어
안철수 끌어들이고 여당 되려다 결국 정권교체 실패

일부 야권 지지자들이 ‘문국현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들은 “문 후보의 사퇴는 정치야합으로 비칠 뿐, 국민에게 아무런 감동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양 후보의 단일화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17대에 이어 18대에서도 단일화는 실패했고 민주당은 패배했다. 그럼에도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대선판을 가장 크게 뒤흔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안 전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일찌감치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여야 간 1:1 대결구도를 이끌어낸 데에는 안 전 후보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이러한 안 전 후보의 영향력은 대선 이후 야권의 정계개편에도 미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안풍’의 위력은 가히 놀라웠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 위력이 정권교체로 이어지지 않았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길 선거를 졌다”고 푸념하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민주당에서는 대선 경선 시작도 전에 ‘안철수 토사구팽설’이 나돌았다. 어떻게든 안 전 후보를 단일화 테이블에 끌어들여 안 전 후보 지지층을 흡수해 민주당에서 반드시 대통령을 내야 한다는 몇몇 원로급 의원들의 뒷말이었다. 게다가 문 전 후보 측은 단일화 과정에서 조직력을 동원하고, 팽팽한 ‘룰전쟁’을 벌이는 등 협상 자체가 파행으로 치닫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문 전 후보의 단독 완주였다면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민주당은 안 전 후보의 합류와 지원, 그리고 지지층 흡수를 당연하게 여기는 듯했으며, 이것은 안 전 후보 지지층에게 ‘구태’로 비쳐졌다.

구원투수 제3인물보다
‘자강론’ 지지 얻어야

야권에서는 이제 민주당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정권심판론’과 ‘제3의 인물’에 기대 한자리 하려는 습관을 버리고 ‘자강론’으로 내부결속력을 다져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대선 패배를 계기로 진심어린 자성을 통해 더 나은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빈대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차려놓은 밥상을 엎을 것인지 향후 당 재건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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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