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박근혜 시대’ 재계 희비 속사정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26 17: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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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변방 ‘서강라인’ 하루아침에 “심봤다”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와 정치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미 후보 시절부터 주목을 끌었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맥 네트워크’는 이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제민주화’의 길목에서 재계는 힘의 정점인 박 당선인에게 향하는 라인을 잡기 위해 네트워크 지형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번 대통령후보 중 누구보다 재계와의 인연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인 데다가 육영수 여사 사망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까지 해온 만큼 일찍부터 재계인사와 잦은 만남을 가져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못지않게 혼맥 역시 다양하게 얽혀있다. 서강대 중심의 학맥과 당선인의 이력과 관계된 재계인맥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된 큰영애
화려한 가계도

박 당선인은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났고 결혼도 하지 않아 직계존비속이 존재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이 5남2녀 중 막내였고, 어머니 육 여사가 1남3녀 중 셋째였기에 주변에 친인척이 적은 편은 아니다. 특히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 일가와 재계가 곧잘 사돈관계를 맺었던 탓에 정계와 관계, 재계에 가맥과 혼맥이 넓게 고루 분포돼 있다.

우선 박 당선인의 사촌언니인 박설자씨의 남편은 김인득 벽산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이다. 김희용 회장의 친형은 벽산그룹 김희철 회장이며, 김희철 회장의 부인인 허영가씨는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의 딸이자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누나다.

가계도를 더 넓게 보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까지 인연이 닿아있다. 박 당선인과 정몽구 회장은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을 거치며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박 당선인의 이종사촌인 홍소자씨는 한승수 전 총리와 결혼했으며 김세연 의원이 이들의 사위다. 김 의원의 삼촌인 김형수 전 한국맥도날드 대표의 장인이 박 전 명예회장이고, 박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 정지윤씨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부인 정지선씨(정도원 삼표 회장 장녀)의 언니다.


두루 퍼진 혼맥…GS·현대가와 깊은 인연
장충초 서강대 동문…재계 10대 그룹 포진

지난해 별세한 박 전 명예회장과 박 당선인의 인연은 어느 누구보다도 각별하다.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과 불가분의 관계로 알려진 박 전 명예회장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박 전 명예회장은 박 전 대통령 사후에도 당선인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했으며, 특히 박 당선인의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재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박 전 명예회장이 삼양산업(EG그룹의 전신)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올해 한 때 ‘박근혜 테마주’로 등장한 대유신소재와 대유에이텍도 박 당선인과 맥이 닿아 있다. 대유신소재 대주주 한유진씨의 어머니는 박 전 대통령이 첫 번째 부인 김호남씨 사이에서 낳은 딸 박재옥씨다. 대유에이텍은 한씨의 남편 박영우씨가 대표로 있다.

박 당선인은 출신학교를 중심으로도 인연이 많은 편이다. 장충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심여중·고를 거쳐 서강대 전자공학과(70학번)를 졸업한 박 당선인은 특히 한화그룹·삼성그룹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그룹에는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인 김승연 회장을 비롯해 당선인의 동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 회장의 친동생인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서강대 출신 CEO 즐비
한화·삼성·SK와 맥 닿아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회장은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을 맡으며 당선인을 보좌했다. 김 전 회장은 현재 서강대총동문회장으로 당선인과 서강대를 이어주는 ‘키맨’으로 통한다. 대한사격연맹 회장인 김정 한화그룹 상근고문도 서강대 출신이다.

삼성그룹에서는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대표적인 측근으로 꼽힌다. 현 전 회장은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멤버로 지난 7월 대선 경선 때는 당선인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다. 그는 5년 전 대선 경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바 있다.

박 당선자가 내놓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을 기획한 사람도 바로 그다. 현 회장은 전형적인 ‘삼성맨’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비서실장, 삼성종합건설 사장을 거쳐 2010년까지 삼성물산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김낙회 전 제일기획 사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도 박 후보와 같은 서강대 출신으로 특히 김 전 사장은 박 당선자와 70학번 동기로 알려졌다.

SK그룹에도 김영태 SK 사장,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등 서강대 출신 CEO가 포진해 있다. 김철규 전 SK텔링크 사장은 박 당선인의 전자공학과 1년 후배인 71학번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진행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서강대 무역학과 75학번이며 현대건설 박동욱 부사장도 당선자와 같은 서강대 출신이다.

신세계그룹에선 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 LG그룹 내에 오규식 LG패션 사장과 김영기 LG CSR팀 부사장 등이 서강대 인맥으로 꼽힌다. 또 다른 서강대 인맥으론 이주연 피죤 부회장과 이효율 풀무원식품 사장 등이 있다.

서강대 금융회
대우경제연구소와 인연

이밖에도 이휘성 한국IBM 사장,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최휘영 NHN비즈니스플랫폼 대표 등 70년대 후반 80년대 초 학번의 박 당선인 후배들이 많다. 남궁훈 위메이드 대표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는 90년대 초반 학번이고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스티브 김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은 전자공학과 69학번으로 박 당선인의 1년 선배다.

서강대 라인은 아니지만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박현숙 조양전기공업 대표,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은 성심여고 동문인 대표적 여성CEO들이다.

또 다른 여성CEO로는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뒤 많은 화제를 낳았던 성주D&D 김성주 회장을 꼽을 수 있다.

김 회장은 가방브랜드 MCM을 지금의 명성에 올려 놓은 장본인이다. 당선인과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당선인이 수차례 만나며 영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고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이어서 향후 대성 쪽과 박 당선인과의 인연이 이어질 지도 지켜볼 만하다.

박 당선인이 새정부 구상을 본격화하면 금융권 인사들에 대한 거취 문제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금융당국 및 금융 공기업 수장들과 당선인과의 인연도 관심거리다.


이미 박 당선인 선거캠프에는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과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윤진식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이 함께 했다.

최 전 사장은 행정고시 14회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고, 박 전 사장은 행시 22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박 당선인을 외곽에서 도운 국가미래연구원에도 금융권 인사들이 함께하고 있다. 2010년 말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인기 중앙대 명예교수가 있다.

박 당선인의 서강대 학맥은 금융권에도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은 지난 2007년 결성된 서강대금융인회(서금회)와 서강바른금융인포럼을 통해 꾸준히 모임을 갖고 있다.

김성주·최은영·김은선 등 여성기업인 눈길
금융권인맥 민유성·이덕훈·전병윤 등 주목

우선 서금회는 서강대 출신 모임 중 ‘금융인’에 한정해 조직된 첫 모임이다.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사, 증권, 자산운용 및 자문사, 보험사, 금융 유관기관을 망라하고 있는데 팀장급 이상의 서강대 출신 간부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서금회 회장은 박지우 KB국민카드 부사장이 맡고 있다. GS자산운용 정은상 전무는 총무를 맡아 박 부사장을 돕고 있다.


2011년 만들어진 서강바른금융인포럼도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 받아왔다. 이상돈 전 외환은행 부행장이 회장을 맡아 모임을 이끌고 있으며, 민유성 티스톤 회장,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등 거물급이 대거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금융에서는 전병윤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우리투자증권 부사장 겸직)과 김홍달 전무, 이광구·서만호 우리은행 부행장 등도 서강대 출신 유력 금융인들이다.

또한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부회장과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이강행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남인 KB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정은영 HSBC 한국글로벌뱅킹 사업부 대표, 윤석민 현대스위스자산운용 대표도 서강대를 나온 박 당선인의 금융권 인맥으로 꼽힌다.

박 당선인은 대우경제연구소와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당선인이 자주 정책조언을 구했다는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대우경제연구소 지방산업경영센터 본부장을 지낸 바 있으며, 박 당선인 캠프에서 정책메시지본부장을 겸했던 안종범 정책위원 역시 1991년 9월부터 1년가량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임한 바 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안 의원은 당선인 캠프 정책 생산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박 당선인의 금융인맥에는 금융계 큰 인물들이 대거 분포 돼 있어, 이들이 향후 박 당선인의 정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융권 MB맨
대거 교체될 듯

반면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금융권 수장들은 목숨이 위태롭게 됐다. ‘MB노믹스’의 브레인이라고 일컬어지는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 경남 하동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금융지주 수장들은 박 당선인의 취임 이후 즉각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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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