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박근혜 시대’ 재계 희비 속사정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26 17: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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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변방 ‘서강라인’ 하루아침에 “심봤다”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와 정치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미 후보 시절부터 주목을 끌었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맥 네트워크’는 이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제민주화’의 길목에서 재계는 힘의 정점인 박 당선인에게 향하는 라인을 잡기 위해 네트워크 지형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번 대통령후보 중 누구보다 재계와의 인연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인 데다가 육영수 여사 사망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까지 해온 만큼 일찍부터 재계인사와 잦은 만남을 가져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못지않게 혼맥 역시 다양하게 얽혀있다. 서강대 중심의 학맥과 당선인의 이력과 관계된 재계인맥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된 큰영애
화려한 가계도

박 당선인은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났고 결혼도 하지 않아 직계존비속이 존재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이 5남2녀 중 막내였고, 어머니 육 여사가 1남3녀 중 셋째였기에 주변에 친인척이 적은 편은 아니다. 특히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 일가와 재계가 곧잘 사돈관계를 맺었던 탓에 정계와 관계, 재계에 가맥과 혼맥이 넓게 고루 분포돼 있다.

우선 박 당선인의 사촌언니인 박설자씨의 남편은 김인득 벽산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이다. 김희용 회장의 친형은 벽산그룹 김희철 회장이며, 김희철 회장의 부인인 허영가씨는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의 딸이자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누나다.

가계도를 더 넓게 보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까지 인연이 닿아있다. 박 당선인과 정몽구 회장은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을 거치며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박 당선인의 이종사촌인 홍소자씨는 한승수 전 총리와 결혼했으며 김세연 의원이 이들의 사위다. 김 의원의 삼촌인 김형수 전 한국맥도날드 대표의 장인이 박 전 명예회장이고, 박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 정지윤씨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부인 정지선씨(정도원 삼표 회장 장녀)의 언니다.


두루 퍼진 혼맥…GS·현대가와 깊은 인연
장충초 서강대 동문…재계 10대 그룹 포진

지난해 별세한 박 전 명예회장과 박 당선인의 인연은 어느 누구보다도 각별하다.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과 불가분의 관계로 알려진 박 전 명예회장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박 전 명예회장은 박 전 대통령 사후에도 당선인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했으며, 특히 박 당선인의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재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박 전 명예회장이 삼양산업(EG그룹의 전신)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올해 한 때 ‘박근혜 테마주’로 등장한 대유신소재와 대유에이텍도 박 당선인과 맥이 닿아 있다. 대유신소재 대주주 한유진씨의 어머니는 박 전 대통령이 첫 번째 부인 김호남씨 사이에서 낳은 딸 박재옥씨다. 대유에이텍은 한씨의 남편 박영우씨가 대표로 있다.

박 당선인은 출신학교를 중심으로도 인연이 많은 편이다. 장충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심여중·고를 거쳐 서강대 전자공학과(70학번)를 졸업한 박 당선인은 특히 한화그룹·삼성그룹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그룹에는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인 김승연 회장을 비롯해 당선인의 동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 회장의 친동생인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서강대 출신 CEO 즐비
한화·삼성·SK와 맥 닿아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회장은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을 맡으며 당선인을 보좌했다. 김 전 회장은 현재 서강대총동문회장으로 당선인과 서강대를 이어주는 ‘키맨’으로 통한다. 대한사격연맹 회장인 김정 한화그룹 상근고문도 서강대 출신이다.

삼성그룹에서는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대표적인 측근으로 꼽힌다. 현 전 회장은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멤버로 지난 7월 대선 경선 때는 당선인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다. 그는 5년 전 대선 경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바 있다.

박 당선자가 내놓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을 기획한 사람도 바로 그다. 현 회장은 전형적인 ‘삼성맨’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비서실장, 삼성종합건설 사장을 거쳐 2010년까지 삼성물산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김낙회 전 제일기획 사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도 박 후보와 같은 서강대 출신으로 특히 김 전 사장은 박 당선자와 70학번 동기로 알려졌다.

SK그룹에도 김영태 SK 사장,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등 서강대 출신 CEO가 포진해 있다. 김철규 전 SK텔링크 사장은 박 당선인의 전자공학과 1년 후배인 71학번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진행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서강대 무역학과 75학번이며 현대건설 박동욱 부사장도 당선자와 같은 서강대 출신이다.

신세계그룹에선 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 LG그룹 내에 오규식 LG패션 사장과 김영기 LG CSR팀 부사장 등이 서강대 인맥으로 꼽힌다. 또 다른 서강대 인맥으론 이주연 피죤 부회장과 이효율 풀무원식품 사장 등이 있다.

서강대 금융회
대우경제연구소와 인연

이밖에도 이휘성 한국IBM 사장,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최휘영 NHN비즈니스플랫폼 대표 등 70년대 후반 80년대 초 학번의 박 당선인 후배들이 많다. 남궁훈 위메이드 대표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는 90년대 초반 학번이고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스티브 김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은 전자공학과 69학번으로 박 당선인의 1년 선배다.

서강대 라인은 아니지만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박현숙 조양전기공업 대표,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은 성심여고 동문인 대표적 여성CEO들이다.

또 다른 여성CEO로는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뒤 많은 화제를 낳았던 성주D&D 김성주 회장을 꼽을 수 있다.

김 회장은 가방브랜드 MCM을 지금의 명성에 올려 놓은 장본인이다. 당선인과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당선인이 수차례 만나며 영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고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이어서 향후 대성 쪽과 박 당선인과의 인연이 이어질 지도 지켜볼 만하다.

박 당선인이 새정부 구상을 본격화하면 금융권 인사들에 대한 거취 문제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금융당국 및 금융 공기업 수장들과 당선인과의 인연도 관심거리다.


이미 박 당선인 선거캠프에는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과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윤진식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이 함께 했다.

최 전 사장은 행정고시 14회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고, 박 전 사장은 행시 22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박 당선인을 외곽에서 도운 국가미래연구원에도 금융권 인사들이 함께하고 있다. 2010년 말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인기 중앙대 명예교수가 있다.

박 당선인의 서강대 학맥은 금융권에도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은 지난 2007년 결성된 서강대금융인회(서금회)와 서강바른금융인포럼을 통해 꾸준히 모임을 갖고 있다.

김성주·최은영·김은선 등 여성기업인 눈길
금융권인맥 민유성·이덕훈·전병윤 등 주목

우선 서금회는 서강대 출신 모임 중 ‘금융인’에 한정해 조직된 첫 모임이다.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사, 증권, 자산운용 및 자문사, 보험사, 금융 유관기관을 망라하고 있는데 팀장급 이상의 서강대 출신 간부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서금회 회장은 박지우 KB국민카드 부사장이 맡고 있다. GS자산운용 정은상 전무는 총무를 맡아 박 부사장을 돕고 있다.


2011년 만들어진 서강바른금융인포럼도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 받아왔다. 이상돈 전 외환은행 부행장이 회장을 맡아 모임을 이끌고 있으며, 민유성 티스톤 회장,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등 거물급이 대거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금융에서는 전병윤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우리투자증권 부사장 겸직)과 김홍달 전무, 이광구·서만호 우리은행 부행장 등도 서강대 출신 유력 금융인들이다.

또한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부회장과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이강행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남인 KB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정은영 HSBC 한국글로벌뱅킹 사업부 대표, 윤석민 현대스위스자산운용 대표도 서강대를 나온 박 당선인의 금융권 인맥으로 꼽힌다.

박 당선인은 대우경제연구소와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당선인이 자주 정책조언을 구했다는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대우경제연구소 지방산업경영센터 본부장을 지낸 바 있으며, 박 당선인 캠프에서 정책메시지본부장을 겸했던 안종범 정책위원 역시 1991년 9월부터 1년가량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임한 바 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안 의원은 당선인 캠프 정책 생산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박 당선인의 금융인맥에는 금융계 큰 인물들이 대거 분포 돼 있어, 이들이 향후 박 당선인의 정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융권 MB맨
대거 교체될 듯

반면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금융권 수장들은 목숨이 위태롭게 됐다. ‘MB노믹스’의 브레인이라고 일컬어지는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 경남 하동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금융지주 수장들은 박 당선인의 취임 이후 즉각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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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